-* 경제학 콘서트 *-
경제학 콘서트
대내외 경제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수많은 경제 교양서적이 출간되고 있다. 이는 기초부터 경제학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일반인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경제 관련 교양서는 재테크나 주식투자와 같은 단순한 기술을 전달하는데 그쳤고, 경제학원론과 같은 교과서는 어려운 수식과 용어 등으로 인해 처음 경제학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되어 왔다.
이 책은 일상생활 속에 적용되고 있는 경제이론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풀어내, 경제학에 관심 있는 누구나 편하게 책장을 열 수 있도록 전개되고 있다. 희소성, 가격차별화, 게임이론 등과 같이 무겁고 어려운 개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현재 '파이낸셜 타임즈 매거진'에 'Dear Economist'를 연재 중인 경제 칼럼리스인 저자 팀 하보드는 이 책을 통해 일반 독자들이 경제학적 사고방식으로 현실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제시하고 있다.
■ 왜 경제학 콘서트인가?
원제는「Undercover Economist」로, 이를 ‘비밀조사에 종사하는 경제학자'로 직역하게 되면 경제학 안내서보다는 아닌 일반 추리 소설로 오인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경제학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경제이론)을 들을 수 있는 콘서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경제학 콘서트」라는 제목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스타벅스의 커피로 시작되는 경쾌한 멜로디는 고전학파 경제학자인 리카도의 이론에 적용되면서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하지만 희소성, 비대칭 정보, 게임이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는 콘서트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체험하는 사례들과 맞물리면서 우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연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세계화와 국가간 빈부격차의 주제까지 모든 연주가 끝나면, 각 장마다 경제학의 개념이 유기적으로 연결됨으로써 독자에게 경제학적 사고와 직관력을 얻게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 희소성과 가격표적화
「경제학 콘서트」의 첫 장에서는 우리의 생활 속에 경제이론이 적용되는 사례로 스타벅스의 커피가격이 왜 비싼지를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물의 높은 임대료에 의해 커피가격이 비싸다는 생각과는 달리 저자는 공간의 희소성으로 인해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은 대부분 지하철 역 앞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소비자의 접근성이 용이한 편이다.
즉, 이용하기 편리한 장소에 위치한 스타벅스 커피에 대해 고객들은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으며, 이는 임대료가 높게 형성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런던의 그린벨트와 전문직 종사자의 진입장벽은 공간 희소성의 또 다른 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 서울의 강남 지역도 해당 지역의 교육 수요에 비해 공급의 제한성(공간의 희소성)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어, 과거 런던의 그린벨트와 유사하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정의하는 가격차별화를 이 책에서는 가격표적화로 표현하면서, 독자의 시각에서 보다 쉬운 용어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가 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이용하게 되는 기차나 비행기 좌석에는 일반(이코노미 클래스) 좌석과 특실(비즈니스 클래스)별로 가격이 다르다. 이는 소비자에게 단순히 가격과 서비스의 질적인 차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님을 저자는 제시한다. 과거 기차가 처음 운행하던 시기에 프랑스의 일부 회사에서 좌석이 나무로 된 삼등석 객차를 운행했다.
이는 현재 항공사의 좌석 운영과 비슷한 방식이다. 즉 좌석 간 차이는 좀 더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좌석 구입을 유도하는 기업의 메시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가격표적화를 고객과 기업 간 win-win 사례로 에이즈 치료제의 판매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제약 회사가 부유한 국가에는 높은 가격에, 가난한 국가에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정책은 결과적으로 부유한 국가에서는 제약회사 주주의 배당금 혜택이, 가난한 국가에서는 신규 고객이 확대되는 이익이 발생한다는 설명하고 있다.
경제이론이 우리 생활 속에 작동하고 있는 것은 슈퍼마켓에서의 쇼핑도 찾아볼 수 있다. 환경오염과 웰빙 문화의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유기농 제품 선호도가 확산되고 있다. 슈퍼마켓에서는 이러한 소비자의 기호 변화를 반영하여 수익성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슈퍼마켓에서는 유기농 제품 코너를 소비자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함으로써 유기농 제품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유기농 제품은 다른 대체 상품에 비해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원산지 생산자의 마진은 크지 않기 때문에 실제 이익을 보는 측은 슈퍼마켓이다. 이는 상품 진열의 전략적인 배치를 통해 기업의 수익성이 제고된 대표적 사례다. 여기서 저자는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가격이 싼 점포를 찾는 것보다 쇼핑 과정에서 절약하는 자세가 더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함을 주장하고 있다.
■ 정보경제학과 게임이론
경제학은 크게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희소성과 가격표적화와 마찬가지로 미시경제학의 주요 분야인 정보경제학과 게임이론에 대해서도 일상생활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정보 경제학에서는 비대칭 정보 하에서 경제주체 간 행동을 주로 다룬다. 저자는 중고차 시장에서 결코 좋은 차량이 출고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중고차 시장에서 훌륭한 차(복숭아)와 결함 있는 차(레몬)는 판매자만이 정보를 보유한 반면, 구매자는 이를 알지 못함에 따라 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1970년 경제학자인 애컬로프(Akerlof)가 발표한 “The Markets for Lemons"에서도 알 수 있는데, 정보 격차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오히려 질 낮은 제품이 선택되어 가격 왜곡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역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는 결국 전체 시장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저자는 애컬로프가 제시한 방법인 판매자의 신호(signal)가 시장을 다시 정상적으로 기능하는데 기여한다고 보았다. 즉, 판매자는 화려한 자동차 전시장을 개점하여 구매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한편, 구매자가 전시장 소문을 내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과거 은행에서도 화려한 건물에서 영업을 하였는데, 이는 내부 정보가 부족한 일반 고객이 은행에 대한 신뢰를 갖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중고차 시장 사례 외에도 우리 일상생활의 정보 경제학과 관련된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평소에 우리는 도덕적 해이란 용어는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많이 접하게 된다. 경제학에서 도덕적 해이란 실제로 ‘도덕적’으로 어긋난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자(혹은 고용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피계약자(혹은 피고용인, 근로자)의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를 뜻한다.
즉, 도덕적 해이는 경제학에서 보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행위이나, 시장 경제의 비효율성을 야기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건강한 사람보다 더 많이 가입하는 보험시장은 보험료가 상승하게 되고, 보험 수혜도 낮아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손익분기점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게 되고, 건강한 사람은 비싼 보험료로 인해 해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다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만이 보험시장에 남게 되므로 보험 회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게 된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사례는 보험 시장 외에도 은행과 기업 간 대출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은행의 대출심사 기능이 부실한 경우, 한계상황에 직면한 기업은 내부 정보를 알지 못하는 은행으로부터 손쉽게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한 결과는 은행과 기업 모두에게 부실화를 안겨주는 것은 물론 경제 전체에도 공적 자금 투입과 같은 부담을 가져오는 것이다. 저자는 도덕적 해이를 해소하는 한 가지 방안으로 싱가포르 의료보험 시스템을 들고 있다. 이는 개인에게 강제적인 저축을 들게 하는 한편, 치료비가 많이 드는 경우에는 정부와 개인이 일부 부담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싱가포르의 의료보험 비용은 미국이나 영국 등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게임이론을 경매 메커니즘으로 풀어보고자 시도하였다. 상대방의 정보나 경매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게임은 경매 참여자에게 별다른 이익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자신이 경매에 기꺼이 지불할 금액은 알고 있지만, 상대방의 금액이나 전략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2000년 3월 영국의 제3세대 이동통신 면허 경매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당시 경매에 참여한 회사 모두 일정 금액의 예치금을 걸고 인터넷을 통해 입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매일 입찰과정이 인터넷으로 공개되고 경매 가치가 높아지면서 입찰가격은 급등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영국정부는 높은 수익을 얻게 되었으며, 제3세대 통신 면허를 최종적으로 획득한 보다폰(vodafone)과 같은 기업들도 경쟁력을 갖춘 성공 기업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결과는 게임이론으로 보면, player인 정부와 기업 모두 게임(경매)이 계속 반복되면서 양자간 최적의 조합(정부수입 확대, 경쟁력 확보)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국가간 경제 격차와 세계화
이 책의 후반부에는 경제이론보다는 가난한 국가가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라든지 세계화와 중국 경제의 부상 등 현재 주요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카메룬은 폴 비야(Paul Biya)가 1982년 이래 현재까지 장기집권하고 있는 국가로, 공무원의 부패와 관료주의가 심각한 수준에 있는 국가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승객으로부터 공공연하게 뇌물을 받는 경찰, 사업이나 부동산 거래 등에 소요되는 시간과 최악의 규제 등이 카메룬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저자는 카메룬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작은 개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창업의욕을 고취시키고, 경제활동에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하는 것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카메룬과 달리 중국은 과거 고수하던 사회주의 정책에서 시장 경제를 일부 수용하는 등 작은 개혁부터 실행하면서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세계화에 대해서 이 책은 리카도(David Ricardo)의 비교우위론을 기초로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국가간 무역에 있어서도 각국이 가장 우위를 지닌 상품에 수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자유 무역주의는 개도국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첨단 환경기술 도입하는 유인을 가져오는 동시에 석유화학과 같은 오염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는데 기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와 대조적 사례로 농업에 대한 보조금이 높은 한국의 경우에 비료 사용량이 캐나다, 호주, 미국 등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에 있다고 통계치로 적시하고 있다.
■ 경제학적 사고와 직관력
이 책의 장점은 스타벅스 커피가격과 임대료의 사례에서 보여주듯이, 많은 이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한 개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동시에 대표적인 경제학 개념이 우리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즉, 경제현상에 대한 경제학적 사고와 직관력은 경제이론의 이해와 활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음을 저자는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 리 뷰 / 최호상 수석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
/ 저 자 / 팀 하포드 / 발행일 2006 / 350P / 가 격 ₩ 1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