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퍼온글

-* 10월의 노래, 잊혀진 계절 *-

paxlee 2007. 10. 31. 22:26

 

            10월의 마지막 밤, 그리고 `잊혀진 계절`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10월의 마지막 밤’에 어김없이 생각나는 이 노래 ‘잊혀진 계절’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1980년대에 가수 이용을 톱스타의 위치에 올려놓은 ‘잊혀진 계절’답게 이 노래는 최근 김범수ㆍ서영은ㆍ 화요비 등 많은 신세대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됐다. 그렇다보니 이 곡이 가수 이용의 노래라는 것을 아는 신세대는 그리 많지 않다. 마치 ‘거위의 꿈’이 오직 인순이의 노래라고, ‘소녀시대’가 소녀시대의 노래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가요 프로그램에 신혜성과 이용이 함께 출연해 이 노래를 부른 것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라디오 프로 작가들을 가장 고민하게 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잊혀진 계절’을 들려달라는 청취자들의 사연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 프로그램에서 빼놓지 않고 들려줬던 이 노래를 또 목록에 집어 넣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도 작가가 청취자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때문에 우리는 10월 31일 라디오를 켜면 하루 종일‘잊혀진 계절’을 듣게 되는 셈이다.

 

가수 이용 자신은 10월의 마지막 밤이 1년 중 어느 날보다 고맙게 느껴지지 않을까. 실제로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31일에 6~7개 서울ㆍ경기 지역의 행사에 초대가수로 섭외돼 있다”며 “‘잊혀진 계절’이 발표된 지 올해로 25주년이 됐는데 노래의 수명이 짧아진 요즘 가요계를 지켜보면서 내게 평생을 함께할 만한 곡이 있다는 것에 대해 더욱 기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노래를 무엇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듣는 사람들의 가슴에 자리 잡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가슴 한 구석이 시리고 어깻죽지가 스산한 날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라는 가사를 읊조리면서 떠올릴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쓸쓸하지만 낭만적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10월의 마지막 밤은 ‘잊혀진 계절’보다는 ‘에이스데이’로 더 친근한 모양이다. 1990년대 강원도 태백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에이스데이는 말 그대로 ‘에이스’라는 한 국내 제과업체가 시판 중인 과자를 친구끼리 주고 받으며 우정을 새기는 날이다.

                   - 중앙일보 김윤미 기자 -


                  10월의 노래, 잊혀진 계절

 

10월의 마지막 밤을.....일찍이 "영원의 디딤돌"이란 시집을 출간하고도 이름앞에 '시인'이란 타이틀보다는 '작사가'로 만 알려져 왔던 박건호 씨 그가 가사를 쓰고 이범호 씨가 곡을 붙인 '잊혀진 계절'은 이용씨가 불러 널리 사랑받고 있는 곡이다. 만나면 항상 버릇처럼 '쓸쓸한 표정'을 짓는 그녀가 부담수러워지기 시작할 무렵 그는 '오늘밤 그여자와 혜어지면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라', 고 다짐을 하면서 대취했다는 것이다. "이분을 흑석동 종점에 내리게 해주세요." 그녀는 취한 박건호 씨를 버스에 태우며 안내양에게 이렇게 당부하더란다. 그러나 그는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려 버렸다.

 

"여긴 흑석동이 아니에요" 안내양의 제지를 뿌리치고 그는 버스가 오던 길로 내�렸다. 뭔가 '할말'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말도 하지 않고 헤어진다는 것에 뭔가 죄를 짓는 것 같은 자책감도 들었다. 동대문에서 창신동으로 꺾어지는 지점쯤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그녀의 뒷 모습이 보였다. 급하게 뛰어온 그는 숨도 고르지 않은채 그녀 앞으로 달려가 '마라톤 항의 전령'럼 외쳤다. "정아씨! 사랑해요." 그 한마디를 던지고 오던 길로 다시 뛰었다. 왠지 쑥스러웠고, 그녀의 그 다음 말이 두려웠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아쉬운 이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1987년 초가을 무렵, 박건호 씨는 '그날의 느낌'을 새겨 넣은 가사를 이범희 씨에게 넘겼다. 그가 이 가사를 쓸 무렵은 마음이 몹시도 춥고 외로웠다고 한다. 그에겐 차라리 '잊고 싶은 계절'이었다. 젊음의 열병과 사랑의 시련, 그리고 현실적인 장벽이 그의 섬세한 감성을 한 없이 짓밟았던 것이다. 이 노래는 당시 무명의 신인 가수였던 이용 씨가 취입해 그를 부동의 스타로 올라서게 했고, 작사가였던 그에게는 그 해 KBS 가요대상(작사부문)과 가톨릭 가요대상 (작사), MBC 초고 인기상 등 상이란 상을 모두 휩쓰는 영광을 연겨 주었다.

 

'10월의 마지막 밤'은 사실 구월의 마지막 밤 상황을 레코드 발매 시기에 근접시키느라 그렇게 꾸민 것이라고 한다. 10월의 마지막 밤... 아련했던 사랑의 추억을 그리며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감상 하시길 바랍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어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신실인가요. /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 잊을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

 

                    내 마음을 울렸던 그 노래

 

1981년 5공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궁풍81 대학가요제'에서 '바람이려오'로 금상을 수상하고  KBS '젊음의 행진'이라는 가요프로그램으로 첫 방송데뷔를 한 후 1년여 만에 '잊혀진 계절'로 당당히 가수와에 오르며 3개 방송사 가요프로그램 '가수왕'을 싹쓸이 했던 가수 이용은 그 당시 한국 가요계의 '영원한 오빠' 조용필을 맞 상대할 만한 대항마로서는 그 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85년에 가요계를 잠시 떠나 있기로 했고,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미국 템플대 음대 3학년으로 편입해서 유학을 훌쩍 떠났었다.

 

1980년대 후반 쯤에 아버지의 별세로 다시 귀국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10월의 마지막 밤만 되면 어김없이 자연스레 가슴을 파고드는 '잊혀진 계절'을 떠올리곤 한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의 가사처럼 '잊혀진 계절'은 10월의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송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이침부터 저녁까지 열번이고 백번이고 반복해서 라디오를 타고 흘러 나와도 이를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지겹다고 하는 이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해마다 10월의 마지막 날은 늘 이럼 상황이 빚어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매년 10월 31일이면 전국 방송망을 통해 100회 이상씩 흘러 나�다고 한다. 올해로 이노래가 나온지 25년 째가 된다고 한다. 몇년 전의 일이었다. 차창 밖에는 가을비가 추적거리며 내리고 있었다. 그 비는 나의 쓸쓸한 마음을 더욱 아스라히 만들었드며, 퇴근길 밀리는 차량들 속에서 지루함이나 달래 보려고 라디오를 틀었다. 그 순간 너무나도 귀에 익은 아름다운 선율의내 기억 속에서 잊혀진듯 했던 노래 한 곡이 흘러 나왔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그 노래는 순간적으로 나의 모든 마음을 흔들어 버리고 말았다. 세상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바로 그날이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던 것이었다. 해마다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서 이 날만 되면 어김없이 이 노래를 틀어 주곤 했다. 흥얼거리며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나도 모르게 뜻 모를 눈물 한 방울이 뜻 모를 그리움의 족각들과 함께 흘러 내리는 것이었다. 그 그리움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렇게 소리없는 눈물이 내 뺨을 적시고 있었을 뿐이다.

 

잠시 후 그 노래가 끝나고 다른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할 무렵 난 라디오를 꺼 버렸다. 그 노래의 진한 여운에서 벗어나기가 싫었던 것이었다. 차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물 역시도 내게는 마음의 눈물인양 알맞게 떨어진 그날의 분위기는 나를 한참이나 쓸쓸하게 만들었다. 매년 이맘 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아련한 추억들과 그리움을 던져주는 10월의 노래 '잊혀진 계절...'은 오해에는 또 어떤 그리움으로 나의 심금을 울려 주려는지... 오늘만은 한 번, 두번, 열번 자꾸만 듣으며, 지난 추억속으로 빠져 들곤 한다. 

 

            - '아티스트' 님의 블로그 '언제나 째즈처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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