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다양한 문화

-* 백두대간 종주산행의 연재를 끝내고 *-

paxlee 2008. 11. 8. 22:40

                   백두대간 종주산행의 연재를 끝내고 

 

백두대간은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의 기나 긴 산 능선길을 따라 이어지는 대간 마루금이다. 백두산 하늘 못인 천지(天池) 장군봉에서 시작하여 원산, 낭림산, 두류산,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장안산, 덕유산을 거쳐 지혜의 산인 지리산(智理山) 하늘의 봉우리 천왕봉(天王峰)에 이르러서 발걸음을 멈춘다.백두대간의 시작과 끝이 '하늘'에 닿아 있고 '깨달음과 지혜'를 담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선조들이 백두대간을 그저 높은 산들이 이어져 있는 산줄기가 아니라 하늘의 세계로 인식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하늘의 정신을 구현하는 천상세계로 인식했음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천왕봉을 오르려면 '하늘을 여는 문'인 개천문(開天門)이나, '하늘에 오르는 문'인 통천문(通天門)으로 들어가야 했던 것이다. 그 문으로 들어가야만 하늘 길인 백두대간 마루금을 지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백두대간을 하늘 길로 생각한 것은 그저 하늘에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백두대간이 우리 모두에게 살아갈 수 있는 땅과 물과 지혜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백두대간은 1정간, 13정맥과 수많은 지맥(支脈), 기맥(岐脈)들을 이 땅에 풀어 놓았을 뿐 아니라,

 

 열 개의 큰 강을 품어 흐르게 함으로써 수많은 생명들이 깃들어 살아갈 수 있도록 품어 주었던 것이다. 생명과 생명을 영위할 수 있는 삶을 준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선조들이 백두대간을 하늘에 속한 신성한 산줄기이자 하늘 길로 생각했다고 해서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자연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사람은 자연을 필요로 한다. 숲과 나무는 사람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사람은 나무와 숲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숲을 지키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숲에게 있어 사람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지만 사람에게 있어 숲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숲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존재하고 살아가는 한, 사람은 숲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사람에게 있어 사람과 숲은 떼어 내어 생각할 수 없는 절대적 관계이다. 물론 사람은 숲을 파괴할 수도 있고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에 숲의 소중함을 알리고 지키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사람이 숲과 상관없이 살 수 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사람은 숲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사람은 숲을 지속적으로 살리고 숲은 사람을 살리는 공존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람과 숲은 공존의 관계이다. 사람이 숲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가장 본질적인 사실은 숲과 사람이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백두대간은 단순히 산줄기가 아니다. 이 민족의 정신이요, 기상이다. 생명을 품어 살리고 키우는 하늘의 뜻이다. 그 뜻이 담긴 하늘길이다.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소망길이다. 그렇기에 백두대간은 구름을 넘어 하늘 가까이 흐르면서도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으로 흘러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끊어졌지만 말이다. 이제는 끊어진 길이다. 석회석을 얻고 돌을 채취하기 위해 파헤쳐지고, 무너진 자병산과 금산에서 끊어져 있고, 지금도 백두대간 자락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마음 길에서도 끊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끊긴 백두대간 길을 아파하지 않고 막아 놓은 백두대간 길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 과연 국토 사랑의 올바른 방법일까요?'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써 놓고 있는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백두대간은 곳곳이 끊어져 있다. 시멘트공장이 들어선 자병산에서도, 채석장이 들어선 금산에서도 군사시설이나 정부시설이 들어선 설악산이나 지리산 성삼재 지역에서도 마루금은 없어졌거나 끊어져 있었다. 지날 수 없었다. 자병산은 이미 산 하나가 파헤쳐져 사라져 버렸고, 금산은 산의 절반이 �여나갔다. 또한 많은 곳에서 고랭지채소밭과 과수원 등으로 길이 사라졌다. 그 뿐인가. 하나로 흐르던 백두대간은 남과 북으로 허리가 잘려 더 이상 지날 수 없는 땅이 되어 있었다.

 

길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었지만 갈 수 없는 길이 되어 있었다. 이 땅 한반도의 등줄기이자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이어진 생명의 통로 백두대간은 더 이상 다닐 수 없는 길이 되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생명들이 오고가며 하나가 되던 길은 더 이상 오고 갈 수 없는 길이 되어가고 있었다. 산도 마루금도 무너지고 끊어져 있는 곳을 지날 때는 가슴이 너무 아팟다. 무너져 내린 산들 만큼, 끊어진 마루금들 만큼, 사람들의 마음 길도 끊어지게 된 것은 아닐까. 소통하고 하나가 되려는 마음을 잃어버리게 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서로를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싸우고, 해치고, 때로 죽이기까지 하는 것은 아닐까.

 

무너진 산이 회복되고 끊어진 마루금이 다시 이어진다면 끊어졌던 마음들도 다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갈래갈래 찢기고 끊어진 산 길을 회복할 때, 마음 길이 다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하게 걸어서 일정한 거리를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문화를 만나고, 이해하면서 우리의 산과 산으로 이어진 높은 산과 낮은 산, 암벽에 매료되면서 때로는 구릉지도 지나고, 들판을 걸으며 오곡백과의 성장과 결실의 모습을 익히며, 동네의 골목길도 지나야하는 대간길은 우리의 삶을 찾아 가는 길이기도 하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꿈꾸게 된다. 한반도의 근본을 이루는 산과 산의 능선줄기는  지리산에서 덕유산 속리산 오대산 설악산을 지나 진부령까지 도상거리 735km, 실거리 1,200km(접속구간포함)를 완주하는 것이다. 짧게는 33구간, 많게는 48구간으로 나누어 산행을 하게 되는데, 보통 한 달에 두번(격주) 먼곳은 무박으로 가까운 곳은 당일 산행으로 산행을 한다. 중오한 것은 함께하는 팀원이 잘 짜여있어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 부득이 한 사정으로 빠지는 곳은 시간이 날때 땜방이란 이름으로 혼자서 야간 산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위험한 바윗길을 기어 오르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경사가 가파른 비알길을 걸으며 다시 뒤돌아 본 내 인생은 이 등산길 처럼  진하게 삶을 살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 발자욱마다 땀을 흘리고 한 걸음 마다 내 온 힘을 쏟으며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먼 산봉우리를 향하여 (인생의 한 순간 이나마)걸어 본적이 있었든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이렇게 많은 땀을 흘려 본 적이 있었던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아니 그 중 단 한명이라도 이렇게 절실하게 사랑해 본적이 있었던가? 함께 땀을 흘리며 고생을 같이한 동료는 친 형제보다 더 많은 정을 느끼게 하는 산행이다.

 

먼 산마루에서 내려다 본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작고 초라하고 하잘것 없었보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한적한 시골이나, 도시나, 서울이나 모두가 허영과 욕심으로 발버둥 치며 울고 웃으며 내 자신을 기만하면서 내 인생의 전부를 살아 오지 않았던가!! 그것은 진실로 의미가 있었던 것인가? 나는 정말 진실하게 살아왔는가? 그리고 지금 이미 살아온 세월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남은 세월앞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렇게 살아온 시간은 나에게 정말 필연이었을까? 하잘것 없이 초라한 내 자신을 처음으로 만나 인사하고 , 그리고 내 자신과 함께 나는 백두대간을 걸었다.

 

이 산길을 걷는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였으나, 내 가슴에 뭉쳐진 뜨거운 엉어리를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또는 탐구? 지금까지 살아온 내 자신에 대한 자학적인 도전? 또는 내 능력의 한계를 알고 싶은 욕구? 내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백두대간을 반드시 걸어 보고 싶은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한가한 숲길이나 산 능선을 걸을 때는 지난 세월과 함께 흘러간 일들이 떠 오른다. 나는 그것을 애써 지우려 하지 아니하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두었다 . 이미 잊어 버리고 있었던, 혹은 아득히 내 기억속의 심연에 침잠해 버린 하찮은 일들이 다시 기억의 수면위로 떠 오르기도 하였다.

 

처음 시작 할때는 과연 해낼수 있을 까 하는 걱정과 두러움으로 시작했다. 산행을 계속하면서 위험하고 정말 힘들 때는 털석 주저 앉아 무모하고 어리석은 도전이 아닌가 하면서 중도 하차도 몇 번 생각했었다. 추위와 더위와 비와 바람과 싸우면서 인고의 추억을 만들고 인생을 배우며 땀과 눈물로 자신을 잘 이겨내며 우리나라를 한 반도를 완주했다는 자부심이 가슴을 한 없이 뜨겁게 넓혀 주었다. 지나온 고행을 회상하며 한걸음 한걸음이 나에게는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른다.대한민국 팔도 명산 백두대간 종주를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해 감사하며, 이 순간 만큼은 그간의 힘들고 고달펀 시간들은 다지워버리고 자신감과 성취감으로 만감이 교차한다. 

 

인간의 싸움은 자연과 사회와 그리고 자신과 싸움이다. 가장 힘든 싸움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가 한다. 결국 대간길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인내심과 끈질긴 지구력으로 자기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도전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대간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도 계절에 따라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관령 초원을 걸으면서는 사랑을 느끼고 목숨을 건 출입 금지된 문장대 빙벽을 타면서는 살아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할 줄 아는 것을 스스로 배운다는 것이다. 인생길은 시작도 한 걸음이요. 끝도 한 걸음이다는 작은 진실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백두대간의 산행을 하면서 산행의 의미와 삶의 의미를 알아간다는 소중한 경험은 우리의 인생에서도 하나의 경륜으로 작용하리라 믿는다. 우리의 산속에서 자연속에서 보고 느끼고 감동을 받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숭고한 기상과 맑은 공기와 수정같이 깨끗한 개울물의 흐름속에 새들의 지저김과 바람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때로는 소낙비에 젖기도 하면서, 쌓이 눈을 헤치며, 추위에 떨기도 하였고, 더위에 억수로 땀을 흘리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면서 계절의 변화속에 자연도 따라 변화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면서 삶의 풍요로운 미래를 바라보게 되었다.

 

자료제공 / semseel님/ 靑山님/ 김석환님/ 신공식님/ 모두에게 感謝(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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