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산도 변화해야 한다. *-
- 등산도 변화해야 한다. -
누구나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는 친구의 권유에 따라 나섰다가 산에 매력을 느끼게 되어 산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생활하는 삶의 터전과 산을 비교해 볼 때 너무나 많은 차이가 우리의 눈 앞에 전개되는 확 트인 산야의 싱그러운 푸르름과 산과 산을 이어주는 능선의 오르막과 내리막 길에서 산세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도시의 바쁜 생활속에서 숨이 막힐 것 같은 벽과 벽으로 둘러 쌓여있는 현실과 견주어 볼 때 산은 매력 덩어리이다.
산에 한 번 갔다와서 산은 친구보다 더 좋은 친구이며, 대답없는 연인같은 정에 이끌러 휴일이면 산을 찾아간다. 지난번에 간 산길을 또 다시 가도 그냥 좋아하면서 산에 점점 빠져들어간다. 처음에는 누구나 산을 오르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고 힘이 든다. 숨도차고, 다리도 아프고, 조금 오르면 구슬같은 땀이 줄줄 이마에서 부터 흘러내린다. 오르다 보면 길 옆에는 크다란 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서 잠시 쉬면서 산하를 내려다 보는 조망은 산행의 보상이며, 땀을 흘린 댓가이다.
산에 가다보면 날씨가 좋은 날도 가고, 가끔은 비가오는 날에도 산에 가는 경우가 있고, 산에서 비를 만나기도 하며, 어느 때는 집중호우를 만나 머리에서 등산화 속에까지 빗물에 젖어 보기도 한다. 또 어느 날은 정상에 올라가기는 했는데, 정상에서 산하를 바라볼 수 있는 등산의 매력을 안개구름이 자욱하게 덮고잇어 한치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안개바다에 푹 빠져서 그렇게 자연의 변화가 보여주지 않을 때는 그냥 그렇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산에가서 경험하게 되는 산행의 묘미는 우리의 현실 생활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익히며 배우기도 한다. 아무리 높은 산도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과정은 땀과 수고와 끈기의 지구력을 향상시키고, 힘이 들면 쉬어가면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때로는 참고 기다려야 하는 인내를 배우기도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함께하는 시간속에 움직이지 못하는 자연이지만, 자기만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 아름다움이 배어있다.
흔히들 산에가는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간다는 사람들이 많다. 산행은 전신운동이 되므로 건강은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자연을 닮아가는 자신을 깨닭게 되고, 마음의 폭과 시야가 넓어지는 지는 것을 문득 의식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가 같은 나무가 없듯이 우리네 인간도 같은 얼굴을 가지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없는 것 처럼 그들의 모습이 하나 하나 다르다는 것에 자기만의 자세와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에 동감을 하게 된다.
산행의 횟수를 거듭 할수록 삶의 진수를 깨닫게 되고, 자연과 동화되어가는 자신을 의식하게 된다. 산행의 참 맛을 알게 되면서 산행은 멈출 수 없는 길을 걷게 되면서 처음에는 무조건 정상을 다녀와야 한다는 의식이 지배하지만, 어느정도 경험을 하게 되고, 산행동료와 함께하다보면 정상에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같은 산을 오르드라도 정상을 오르는 길은 수 없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르는 길을 다른 길로 오르면 다른 산을 오르는 기분으로 오를 수 있다.
산행은 처음부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 길수 있어야 한다. 숨이 차도 참아야 하며, 다리가 아파도 쉬었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면서 한 구비 돌아서 경사가 가파른 갈닥고개도 올라가야 하고, 내리막 길도 걸어야 하는 과정의 반복이 산행의 모습이다. 능선길을 걷는 것과 계곡길을 걷는 것은 산행의 시작이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산 길의 모습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쉴 때는 간식을 먹게 되는데, 물은 필수이다. 산에서 물을 얻어 마시는 것은 야만인의 행동이라 할 만큼 금기시 한다.
간식은 행동식으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과일도 겁질을 갂아서 적당하게 쓸어서 오는 경우가 많다. 땀으로 에너지를 소진하였으므로 영양분을 보충해 주어야 건강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중식은 함께 산행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다양하게 준비해 온 음식을 함께 펼쳐놓고 나누어 먹는 것이 산행의 우의를 쌓을 수 있고, 산행의 또 다른 맛을 느끼고 만긱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되어 준다.
산행은 정상을 오르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험난한 암벽코스를 오르는 수고를 감수하는 과정보다는 앞으로 산행은 점차 트레킹 코스를 개발하여 그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산행도 트레킹코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팀들이 많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지리산 시인 이규원님도 지리산 트레킹 코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북한산 능선길도 성벽을 따라 걸어갔다가 중간 허리길로 돌아오는 길이 트레킹의 코스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남한산성의 트레킹 코스도 무리없이 걸을 수 있는 좋은 코스이며,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의 능선길도 트레킹 코스로 오르고 내려가는 가파른 길이 없어 멋있는 코스가 될 것 같다. 트레킹 코스는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을 연속하여 이어서 걷는 트레킹 코스로 개발 한다면 높은 산의 정상을 오르며 수고하는 힘든 수고를 들 하면서도 등산효과는 충분이 경험하게 되는 트레킹코스는 그 만큼 거리를 충분하게 잡고 걸어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이 아닌가 한다.
지난번 산악인 고미영님의 낭가파르밧 등반 후 하산길에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는 현실을 보면서 우리의 등산문화도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등산은 스포츠가 아니라고 하면서, 고미영님과 오은선님이 경쟁하듯이 여성산인 세계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목표를 놓고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순간의 실족으로 영원히 히말라야의 산악인이 되고 말았다. 세계 최고가 되는 길은 그 만큼 목숨을 걸고 진행해야 하는 과정이라면 그것은 한국의 산악계가 반성해야 한다.
2006년도 주왕산 산행을 함께한 오은선님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다. 산악인으로 꿈을 가지고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위해 진행하는 것은 산악인의 선망이 된다. 그러나 고미영님과 아름다운 경쟁을 하다가 경쟁 파트너를 잃은 현 시점에서 다시 한번 검토를 하여 무리하지 말고, 준비를 철저히 하여 이제 남은 가셔브룸1(8068m)봉과 안나푸르나(8019m)봉을 무사히 등정하여 세계 최초의 여성 산악인으로 한국의 산악계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2006년 4월 주왕산 산행에서 오은선님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