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은 자연의 고향이다. *-
산은 자연의 고향이다.
우리는 고향이 시골인 사람이 많다. 시골은 모두 산으로 둘러쌓여있고, 산 속에, 산 기슭에 시골마을이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은 산 속에서 나서 자랐기 때문에 우리는 산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고향은 산이다. 그리고 산의 고향은 자연이다. 고향은 그리움의 대상이며, 향수에 젖어 있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심신이 편안해 지고 근심 걱정이 흔적없이 사라진다. 고향은 추억이 많기 때문에 생각만으로도 즐겁고 아름답고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그리움과 기다림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산은 사시사철 변화를 가져다 주지만, 그 자리를 굳게 지키는 자세는 언제나 변함이 없다. 산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계를 따라 변하는 모습은 눈이 부실만큼 화려하고 아름답다. 사람들이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 입듯이 산도 계절에 맞는 옷으로 치장을 하기 때문에 산은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어떤 사람은 변화를 주는 산을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그 모습 그대로를 좋아한다. 산과 사람은 서로를 의존하며 공존하는 관계를 형성해 간다.
산은 자연의 일부이고,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산은 올려다보는 산과 올라가서 내려다 보는 산은 다를 수 있다. 올려다 보는 산은 높고,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산은 시야가 넓고, 한 눈에 많은 산을 조망할 수 있으며 산하의 모습은 한없이 평화롭다. 산은 나무와 숲, 그리고 바위가 산의 모습을 형성해 간다. 높은 정상부위에는 나무보다 돌과 바위로 형성되어 있어 산의 자태가 우람하고 장엄하다는 느낌을 준다. 암산은 험하지만, 기암괴석의 형상미가 가까이 다가 갈수록 아름다움의 극치를 연출한다.
산에 간다는 것은 자연을 찾아가는 것이지 산을 정복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산에 가는 마음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마음으로 산을 올라야 한다. 산은 가장 까가운 뒷 산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가까워서 자주 오를 수 있고 오르는 데 부담이 없어서 좋다. 산은 혼자 올라도 좋고, 친구와 함께 오르면 더 좋은 것이 산이다. 높은 산이 아니어도 산에 오르면 숨이 차고 땀을 흘리게 된다. 평지를 걷는 것과 산을 오르는 것은 다른 점이 많다. 산 길은 오름길과 내림길의 연속이다.
사람들의 가정에 식구들이 있듯이 산에도 산을 형성하는 산 가족들이 있다. 산에는 동물과 식물이 살고, 무생물도 더불어 함께한다. 산은 능선과 능선을 많이 거느리고, 그 능선이 깊은 곳에는 깊은 계곡을 형성하고, 낮은 능선에는 낮은 계곡을 만들어 물을 흐르게 한다. 계곡의 물은 흘러서 강을 형성하고, 강물은 흘러서 넓고 넓은 바다로 향한다. 바다에 물이 항상 같은 수평선을 이루는 것은 계곡물이 끝임없이 흘러들기 때문이다. 산은 하늘을 향하고, 물은 바다를 향한다.
산과 물은 한 몸에서 태어났으나, 산은 높이 높이 솟아오르고, 물은 낮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산은 그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으나, 물은 끝임없이 흐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은 그렇게 밤 낮으로 흘러가지만, 우리가 그 계곡에 갈때마다 물은 항상 그 때 그 물처럼 맑디맑은 물이 그대로 흐르고 있다. 우리가 산을 찾아가면 산만 만나는 것이 아니고, 물도 항상 만난다는 것이다. 산에서 흐르는 물은 산 속에 스며든 물이 나무의 수액으로 나무를 한 바퀴 돌고 나온 물들이다.
산에 그 많은 나무들이 산이 머금고 있는 물을 하나하나 찾아서 소비하지 않고 나무들은 수액으로 사용한 후 다시 나무 밖으로 내 보내면 그 물은 하나 둘 모여서 계곡으로 흘러들어 계곡물이 되어 흐르는 자연순환 역할을 하므로 산의 계곡물은 눈이 시리도록 깨끗하고 맑고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르게 되는 것이다. 산과 계곡물이 공존하는 현상은 나무와 물이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어가는 자연의 아름다운 순환법칙이며, 깨끗한 자연환경을 추구하는 역동적인 현상이다.
사람이 산을 찾아가는 것은 거대하고 울창한 나무만 보기위한 것이 아니며, 기암괴석의 장엄한 바위를 보기위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설악산이나 지리산의 그 깊은 골짜기에 흐르는 맑고 맑은 물을 보러가는 것도 아닐것다. 산에는 봄이면 이름도 다 기억하지 못하는 나무의 꽃들과 야생화가 끝임없이 피었다가 지고 다시 피어난다.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김도 우리의 감성을 흔들리게 한다. 다람쥐 한마리의 그 날렵한 몸 동작에도 우리는 그 자태가 사라질때까지 다람쥐를 따라간다.
산에 가는 것은 사람마다 다양한 목적과 계획이 있겠지만, 우리는 자연의 일부분으로 자연을 찾아가는 것이다. 자연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에 다가가는 발 걸음은 무겁고 힘이 들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은 인간의 욕심과 과욕에서 벗어나 쉬게하는 시간이 되므로 산이 연출하는 모든 자연현상의 순수함을 닮아가려는 의욕이 산을 향하는 마음이다. 산은 자연환경이 변하되 기본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진리를 지켜나가는 그 순수함을 찾아가는 것이다.
붐에 매마른 나무가지마다 초록의 새 잎이 솟아 나고 숲이 형성해 갈때 산에 들어서면 산은 산 만이 가진 숲의 향기가 우리의 뇌를 진하게 유흑하는 신선한 향기가 온 몸을 싸고 돈다. 산에서만 느낄수있는 산의 향기는 그 어떤 향수도 따라할 수 없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향이다. 여름에는 산을 가득 채워주는 나무와 숲의 향연은 누가 보아도 패기가 넘치는 충만한 자연의 장관을 이루고 있다.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는 그늘이 있어 여름에도 산을 찾아오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가을은 나뭇잎들의 변화에서 가을 느낀다. 그 푸르디 푸르든 나뭇잎들은 하나 둘 아름다운 칼라로 단풍잎을 만들어 간다. 단풍이 곧 가을을 알리는 역할을 해 준다. 가을은 단풍이 들면 나무는 그 아름다운 단풍을 오래 간직하지 못하고 하나 둘 낙엽이란 이름으로 나무에서 떨어져 산 자락에 쌓인다. 낙엽이 지면 가을은 갔다고 한다. 산 허리를 돌아가는 바람은 점점 싸늘하게 산 능선을 넘나든다.
나무들이 낙엽을 지우는 것은 겨울을 기다리는 자세이다. 겨울을 맞이하는 나무는 다가올 겨울의 영하의 날씨에 연악하기 이를 때 없는 나뭇잎들이 추위에 떨며 아우성치는 것을 볼수가 없어 영하의 날씨가 오기전에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이별을 고한다. 그냥 떨어져 가라고 하면 너무 서운해 할 것 같아 고운 단풍잎으로 갈아 입혀서 이별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봄, 여름동안 함께한 나무와 나뭇잎이 한 몸에서 동고동락한 인연을 잊지않고 내년 봄에 만나자는 약속일 것이다.
겨울산행을 우리는 산행의 백미라 한다. 겨울산은 나무도 헐벗고, 거칠고 황량하고 차거운 바람이 아우성 치는 겨울산은 삭막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흰 눈이 산을 덮고 있는 산을 찾아가는 마음은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오른다. 그것은 나뭇잎도 없는 매마른 나무가지 마다 휜 눈이 쌓여 탐스럽고 환상적인 눈 꽃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산에는 안개가 깊게 덮인다. 안개는 바람에 날려 나무가지에 물 방울이 모여서 얼음이 된 것을 우리는 상고대라 부른다.
겨울 산행에서 나무 가지마다 곱게곱게 상고대의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것을 보기위해 산행의 그 맛을 찾아 영하의 추운 날에도 산을 오른다. 높은 산은 낮은 산 보다 눈이 많이 쌓이고, 상고대의 연출을 더 많이 만날수 있기에 겨울에는 높은 찾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가 오를 수 있는 산은 2000m가 넘는 산이 없다. 그러나 1000m가 넘는 산에 오르면 눈 꽃과 상고대를 만날수 있기에 겨울엔 높은 산을 선호해서 오르게 된다. 산행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고행의 길이지만 힘들게 오른 만큼의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