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무수골에서 오른 우이암 *-

paxlee 2012. 9. 9. 20:56

 

                무수골에서 오른 우이암

 

오늘(9/9)은 무수골에서 또 우이암을 올라갔다. 안방학동에서 오르는 도봉산 길은 우이암으로 열려있다. 어디에서 오르드라도 그 길은 우이암 정상을 향해 이어진다. 그래서 3주째 도봉산 우이암을 오르는 이유는 7월말에 안방학동으로 이사를 와서 집에서 도봉산을 오르는 코스를 확인 하느라고 주일마다 출발점은 다른곳에서 하였으나 올라가다 보면 그 길은 모두 원통사를 지나 우이암 정상으로 연결이 되고 있었다. 오늘은 둘레길을 가다가 무수골에서 성신여자대학교 난향원앞으로 자현암을 지나 계곡길로 계속 올라갔다.

 

계곡에는 맑은 개울물이 콸콸 흐르고 물흐르는 소리는 요란하게 들려왔다. 물소리는 흐르면서 바위에 부딪혀 떨어지는 소리가 계곡을 메아리 친다. 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다양하다. 산 새가 맑은 음으로 지져기고, 풀벌레 소리도 들리고, 요즈음은 매미소리도 정겹게 들리고, 다람쥐가 나무타는 소리도 가끔 들을 수 있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비가 내리면 빗물이 나뭇잎을 뚜드리는 소리는 멜로디 연주처럼 들려오고, 안개가 산을 덮고 지나갈 때면 안개꽃 같은 고운 여운이 눈을 빛나게 만들곤 한다. 햇빛 쏟아지는 소리는 숲 속의 정적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오늘 무수골 계곡에는 많은 물이 끝임없이 소리를 치며 흐르고 있었다. 산에 계곡이 없고, 물이 흐르지 않는다면 산은 얼마나 적적할 것인가, 산에는 나무와 물이 함께 사는 곳이다. 산은 하늘을 향해 뻗어있고, 물은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나무와 물은 서로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주어진 운명 때문에 서로를 멀리하고 있을 뿐 이란다. 나무와 물이 잠시 산에서 함께하는 동안은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지켜주려고 애정을 쏟아 붓지만 나무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고, 물은 잠시도 머물수 없는 운명을 원망하면서 사랑을 나눈다고 한다.

 

나무는 푸르게 산을 만들고, 물은 흘러가서 푸른 바다를 이룬다는 사연이 그들의 사랑의 증표가 아닌가 한다. 한번 만나 잠시 사랑을 속삭이다가 떠나간 물을 그리워 하다가 가을이면 푸른옷을 곱게 물드려 화려한 단풍으로 치장을 하고 물을 기다리다가 그 기다림의 그리움을 간직한 채 낙엽이 되어 산하를 딩굴다가 다음해에 다시 푸른 잎으로 환생을 한다는 전설처럼 전하는 나무와 물의 이야기는 산의 주인처럼 산을 지키고 산의 정상을 차지한 수려하고 장엄한 암벽이 나무와 물이 그리워하는 사연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다고 한다.

 

우이암을 오르는 무수골은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길을 따라 올라간다. 자현암을 지나서 오르고 오르다 보면 계곡의 개울을 비켜서 좌우측으로 원통사를 오르는 길이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올라가야 한다. 그 가파른 길을 올라가 능선에 올라서면 방학동에서 오르는 길과 우이동에서 오르는 길이 만나 오르다가 이곳에서 무수골에서 오르는 길과 또 만나서 언덕위에 원통사를 오르게 된다. 원통사 앞 벤취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우이암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고 암벽을 넘고 돌아서 올라가면 우이암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

 

도봉산 정상은 어느 봉우리나 한결같이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이암 정상도 암벽이어서 그 암벽위에 올라서서 산하를 굽어보는 산객의 가슴은 옷 속에 갖혀있지만, 산하보다 더 넓은 면적으로 커진다. 가슴에 쌓인 인생사의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산하의 풍경을 하나 둘 담아가는 싱그러움은 새들이 하늘을 나는 그런 기분을 갖게 해 준다. 우이암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흘린 땀의 댓가는 시야에 들어오는 푸르고 싱싱한 산세의 위용앞에 산 길을 걸어 오른 보람을 만끽하게 해 준다. 이렇게 벅찬 감회와 감동이 있기에 산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이암 정상봉 암벽에 앉아서 간단하게 도시락을 먹고 땀을 식혀서 오늘은 멀리가지 않고 보문능선으로 하산을 하였다. 우이암을 오르는 산 길이나 보문능선으로 하산하는 길은 도봉산 산 길 중에서도 암벽이 없는 흙 길이어서 산행이 편하고 여유로움을 주는 유일한 길이다. 주로 암벽길을 힘들어하는 산객들이 즐겨 오르는 길로 정평이 나 있다. 오늘은 다른 여러날보다 일찍 하산을 하므로 내려가는 산객들 보다 올라오는 산객들이 많아서 하산길이 조금은 불편하였다. 왜 12시가 지나서 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산을 오르는 분들이 많을까?

 

보문능선은 도봉사 앞으로 이어진다. 도봉동으로 하산을 하여 도봉산역에서 전철로 귀가를 하려고 생각을 하다가 일찍 내려왔으니 도봉옛길 둘레길로 걸어 보기로 하였다. 도봉산 둘레길은 북한산 둘레길보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힘들지 않아 걷기가 편한 상태인데, 둘레길에는 워킹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이길을 걸을 때마다 느끼게 된다. 무수골까지 약30여분 걸리고, 무수골에서 능선에 올라서면 쌍둥이전망대가 있다. 그곳에 올라 도봉산을 일별해 보는 조망권도 눈에 익은 암봉들이 아름답기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