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semite National Park [4]
죽음의 절벽 요세미티 하프돔 등반
세계7대장관중의 하나인 캘리포니아 요세미티공원 계곡에서 바라본 하프돔(Half Dome)입니다.
하프돔은 높이가 해발 2693m이며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로 되어있읍니다.
해마다 세계에서 4백만명이 이곳을 찾아옵니다.
그중에서 아주 작은 숫자의 사람들만이 하프돔등반을 희망합니다.
하프돔등반을 꿈꾸고 도전한 사람들 중에서도 극 소수만이 정상에 오릅니다.
나 또한 수없이 요세미티공원에 다녀왔어도 꿈만 꾸고있었지 한번도 가본일이 없었읍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마음을 먹었읍니다. 더 늙기전에 올라가 보자고.
그런데 공교롭게도 1주일전에 우리집에서 가까운 지역 San Ramon에 거주하는 Manoj Kumar(40)이라고 하는
사람이 하프돔에 오르다가 그만 떨어저 죽었읍니다.
4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30m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저 죽었읍니다.
뉴스를 접하면서 주변에서 나의 등반을 만류했지만 그래도 가 보기로 했읍니다.
독립기념일 주말은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한주 앞선 지난주에 다녀왔읍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이것 저것 준비하고, 아침을 먹고 막상 등산을 시작한 시각은 5시 50분이었읍니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 산도 큼니다. 하프돔을 끼고 계곡을 따라 하프돔 뒷편까지 오르는데 6시간이 걸렸읍니다.
위의 사진은 하프돔을 뒷편에서 바라본 광경입니다.
앞에 써브돔(Sub-Dome)이있고 그 뒤에 새 주둥이처럼 생긴 하프돔이있읍니다.
앞에있는 써브돔은 듣어보지도 못했는데 어마어마한 돔이 떡 버티고있었읍니다.
어림잡아 높이가 600ft 대략 180m 정도 되어보였읍니다.
여기까지 등산하면서 이미 팔팔하던 힘은 다 소진되었고 이제 악만 남은것 같은 느낌이었읍니다.
많은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올라 왔지만 거의다 젊은이들이었읍니다.
벌써 하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물어 보았읍니다. 정상까지 갔었느냐고.
써브돔까지만 올라갔었고 그냥 내려오는 길이라고 합니다. 위험해서 더이상 갈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써브돔을 오르는 입구에 경고문이 있었읍니다.
'이지점을 통과하기 전에 반드시 날씨와 기후에 순응하기 바랍니다.
번개가 친다거나 비가 올경우 등반을 금합니다.
바위에 습기가 있으면 매우 미끄러워 죽거나 중상을 입을수가 있읍니다.
등반객들은 번개에 노출되어있어서 더욱 위험합니다.'
그러나 오늘 날씨는 더워서 그렇지 눈이 부실 정도로 청명했읍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써브돔에 도전 했읍니다. 처음 2-3십 미터는 그런대로 올라 갔는데
차츰차츰 오르면서 얕잡아 볼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70도 정도의 경사진 바위를 붙잡을 것도 없이 지그재그식으로 기어 오르는데 숨이차고 발이 아파서
속도를 낼수가 없었읍니다.
조금가다 쉬고 조금오르다 쉬는데 어지럼증이 나고 다리가 떨리는 것 같았읍니다.
물 한모금 없는 바위 틈 사이로 꽃이 피어나고 있는 게 신기해 보였읍니다.
거의 쓰러질것 같은 자세로 사진을 찍으려니 위험 천만이었읍니다.
고생고생 끝에 써브돔정상에 올랐읍니다.
써브돔에 오르면서 이미 나는 기가 반은 죽어있었읍니다.
그리고 하프돔에 오르는 사람들을 처다보니 겁이 벌컥 나는 겁니다.
젊은이들이 모여앉아 하프돔에 도전하기 전, 충분한 휴식과 에너지 축적을 위해서 에너지바를 먹고들
있었읍니다.
하프돔은 70-80도 경사로 암벽 높이가 120m 를 일직선으로 오르게 되어있읍니다.
1919년에 만든 앤더슨루트라고 하는 등반로가 유일합니다.
1.5m 폭으로 약 2m 마다 쇠말뚝을 박아 놓고 쇠로프로 연결해 놓았읍니다.
양쪽 쇠말뚝에 송판을 하나 건너질러 묶어 놓아 발을 디딜수있게 해 놓았읍니다.
줄을 잡고 오른쪽으로는 올라가고 왼쪽으로는 내려오는 겁니다.
1919년 정상에 오르는 루트가 개설된 이후 5사람이 떨어저 죽었읍니다.
지난주에 한사람이 죽었고 그 전에는 2007년 6월 16일, 일본인 등산가 히로후미 노하라(37)라고 하는 사람이
3분지 2정도 오르다가 추락해 90m를 굴러 떨어저 죽었읍니다.
1985년 7월 27일에는 하프돔 정상에서 날번개가 처서 3사람이 중상을 입고 2명이 죽는일도 있었읍니다.
요세미티 구조대에 의하면 매년 이곳에서 크고 작은 300건의 추락사고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기가 질리고 겁이나서 하프돔을 오를것인지 그만두고 하산할 것인지 오래도록 망설였읍니다.
김밥을 반줄 먹고 물을 마시고 한참을 쉬었더니 다시 힘이 살아나기 시작했읍니다.
그리고 생각도 바뀌기 시작했읍니다.
아무리 늙었다고 하지만 여자들도 올라 가는 데 내가 왜 못해, 할수있다라고 마음을 먹으니
자신감도 생겼읍니다.
쇠로프가 시작되는 지점에 갔더니 장갑이 잔득 널려있었읍니다.
전문가들이야 자신의 장갑을 갇고 왔지만 나처럼 그냥 온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읍니다.
쇠로프를 잡고 오르는 게 매우 힘들고, 어렵고, 두려웠읍니다.
사진으로 보는것 보다 경사가 열배는 더 심했읍니다.
경사가 너무 가파라서 모든 힘을 양팔에 집중시키다 보니 발은 그냥 따라 가는 거 였읍니다.
팔이 아파 팔을 쉬어야합니다.
발이 후들후들 떨리는건 경험해 보았었으나, 팔이 후들후들 떨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읍니다.
보통 6m 정도 오르고 쉬고를 반복하지만 팔에 힘이 빠저서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손바닦이
저절로 펴지는 데 아찔하더군요.
여기서 손을 놓으면 떨어저 죽는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겁니다.
떨어저 죽은 사람들이 이해가 되더군요.
30여분 사투 끝에 쇠로프 끝자락을 놓으니 여기가 정상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불어오는 바람을 안고 다시 가파른 경사를 기어 얼마를 더 갔더니 그제서야 앞이 탁 트이는게
정상이었읍니다.
하프돔정상은 생각보다 훨신 넓었읍니다. 축구경기장 3-4개 정도를 합처 놓은 것 처럼 드넓었읍니다.
이끝에서 저끝까지 걸어 가는데 한참 걸리더군요.
정상에 오른 젊은이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있읍니다.
이들이 앉아있는 바로 그 다음은 천길 낭떨어지입니다.
사방은 온통 아름답고 좋은 경치로 둘러 쌓여있었읍니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젊은이들 뿐이었읍니다.
그들 모두는 행복해 보였고 해 냈다는 긍지와 자부심에 차 있었읍니다.
늙은이는 나 하나 뿐인것 같았읍니다. 어떠면 기네스북에 올라야 하는게 아닌가하고 웃어 봅니다.
하프돔이 어깨처럼 삐처나온 '다이빙 보드'라고 불리는 지점에 서서 기쁨에 겨워 만세를 불렀습니다.
나이들어 힘든 고지에 오르니 더욱 감명스러웠읍니다.
할수있다라고 마음을 바꿔 먹는 순간 나는 해 내고 말았읍니다.
드디어 하프돔에 오르고 싶었던 꿈을 이루고 말았읍니다.
- 출처 http://blog.chosun.com/silhuette/4056146 신재동님의 블로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