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
옛것인 듯 옛것 아닌 靑春들의 낭만다방
paxlee
2014. 10. 4. 23:49
옛것인 듯 옛것 아닌 靑春들의 낭만다방
2030 최신 아지트, 서울 다방 TOP 5
다방에는 무릇, '그러함'이 존재했다. 날마다 한 장씩 찢어내는 시골 달력(일력)과 해 좋을 때 말려야 한다며 소파 위를 점거한 수건, 군데군데 찢겨 속살을 드려낸 의자…. 빛바랜 황금색으로 '증정'이라고 적힌 커다란 거울 모서리엔 곰팡이 같은 시커먼 때가 묻어 있곤 했다. 세월만큼 배어 있는 사람 냄새와 뿌연 담배 연기는 덤이다. 그래도 내 몸 건강 챙겨주는 건 단골 밥집 아줌마밖에 없다고, 환절기에 좋다며 내어주는 십전대보탕의 뒷맛은 달달하다. 이런 모습도 응당 그려졌다. 2:2:2(커피·크림·설탕) 혹은 1:2:1.5 '황금비율' 커피가 담긴 마호병(보온병)과 컵을 보자기로 잘 감싼 뒤 배달 나가는 '언니들'의 뒷모습 같은 것들 말이다. 새빨간 입술, 긴 머리 뽀글 파마의 여성들은 꽃무늬 미니스커트를 휘날리며 뭇 남성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랬던 다방이, 자의든 타의든 물리적·심리적 진입장벽을 만들어갔던 다방이, 최근 들어 젊은이들의 '아지트'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1920~30년대 '인텔리' 지식인의 토론 창구였던 다방의 전성기를 재현하거나, 당시 '살롱 문화'의 첨병이었던 다방 역할에 주목해 갤러리와 전시회 등을 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생하거나, 1970~80년대 DJ 다방이 간직했던 추억을 곱씹고자 하는 이들 주도하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복고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다방이 주는 낭만적인 어감에 빠져 '카페' 대신 다방을 찾는 소비자들 역시 늘고 있다. 서울 인사동 명물 '별다방 미스리'는 최근 3호점까지 열었고, '새마을 식당' 등으로 유명한 백종원 대표의 '빽다방', 빈티지 DJ박스로 이름난 '옥다방' 등도 프랜차이즈로 다방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방'의 인기에 남양유업에선 지난달 2:2:2 황금비율을 이용한 '다방커피(팩우유)'를 내놓기도 했다. '다방'을 키워드로 인터넷 블로그 500여건과 맛집 앱인 '식신핫플레이스'를 분석한 뒤,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서울 시내 최신 '다방' 톱(Top) 5를 꼽았다.
그랬던 다방이, 자의든 타의든 물리적·심리적 진입장벽을 만들어갔던 다방이, 최근 들어 젊은이들의 '아지트'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1920~30년대 '인텔리' 지식인의 토론 창구였던 다방의 전성기를 재현하거나, 당시 '살롱 문화'의 첨병이었던 다방 역할에 주목해 갤러리와 전시회 등을 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생하거나, 1970~80년대 DJ 다방이 간직했던 추억을 곱씹고자 하는 이들 주도하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복고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다방이 주는 낭만적인 어감에 빠져 '카페' 대신 다방을 찾는 소비자들 역시 늘고 있다. 서울 인사동 명물 '별다방 미스리'는 최근 3호점까지 열었고, '새마을 식당' 등으로 유명한 백종원 대표의 '빽다방', 빈티지 DJ박스로 이름난 '옥다방' 등도 프랜차이즈로 다방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방'의 인기에 남양유업에선 지난달 2:2:2 황금비율을 이용한 '다방커피(팩우유)'를 내놓기도 했다. '다방'을 키워드로 인터넷 블로그 500여건과 맛집 앱인 '식신핫플레이스'를 분석한 뒤,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서울 시내 최신 '다방' 톱(Top) 5를 꼽았다.
- 근대 살롱 문화를 지향하는 계동‘물나무 다방’에서‘재촉’이란 단어는 찾기 어렵다. 디자이너, 영화배우 등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곳이다. 물나무 다방 직원이 직접 가마솥에서 커피콩을 볶은 뒤 한 방울 한 방울 정수를 담아 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인절미 구이와 미숫가루 / 한준호 영상미디어기자
- 물나무 다방 인절미 구이와 미숫가루
◇물나무 다방
조용한 계동길 중심에 자리한 '중앙탕'의 정겨운 글자를 지나면 바로 등장한다. 나뭇잎이 밑에서부터 자라난 회백색 벽돌 건물이 지나가던 이의 발길도 끌어당긴다. 커다란 간판 대신 기둥에 작게 적힌 '다방'이란 글자가 비밀스럽다. '타타타타' 소리를 내는 목조 실링팬(천장 선풍기)과 턴테이블의 조화는 화면에서 지직지직 소리가 나는 옛 영화의 한 장면 같다. 회백색의 맨 벽엔 변변한 장식 하나 없는데도 그 몽환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방 옆 사진관도 함께 운영하는 김현식 대표는 "사진작가로 오래 일하다 보니 일제강점기 때문에 문화 전달이 중단됐던 '근대'라는 키워드에 대한 목마름이 항상 있었다"면서 "어느새부터인가 퇴폐 문화로 치부되는 다방의 어두운 면을 걷어내고 1920년대 당시 이상을 비롯해 문인들의 토론·공론장이었던 다방의 역할을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가 이상의 '제비다방'을 모티브로, '근대의 발견과 재현'을 내걸고 건물 주인을 6개월간 설득한 끝에 지난 2011년 가게를 열었다. "미국식 상업주의 카페에 익숙했던 이들에겐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어요. 상호도 발견하기 어렵고, 메뉴판도 옛날 우리네 서책 읽던 방식이고. 하지만 그것이 저희 공간에 흐르는 예의와 격식이라고 생각해요. 과거 지식 소통의 공간이었다는 다방의 진중한 격을 공감각으로 느껴줬으면 하는 것이죠." '소통'에 빠질 수 없는 술도 함께 판다. 커피 6000원. 인절미 구이 1만1000원. 서울 종로구 계동 133-6 (02)318-0008
조용한 계동길 중심에 자리한 '중앙탕'의 정겨운 글자를 지나면 바로 등장한다. 나뭇잎이 밑에서부터 자라난 회백색 벽돌 건물이 지나가던 이의 발길도 끌어당긴다. 커다란 간판 대신 기둥에 작게 적힌 '다방'이란 글자가 비밀스럽다. '타타타타' 소리를 내는 목조 실링팬(천장 선풍기)과 턴테이블의 조화는 화면에서 지직지직 소리가 나는 옛 영화의 한 장면 같다. 회백색의 맨 벽엔 변변한 장식 하나 없는데도 그 몽환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방 옆 사진관도 함께 운영하는 김현식 대표는 "사진작가로 오래 일하다 보니 일제강점기 때문에 문화 전달이 중단됐던 '근대'라는 키워드에 대한 목마름이 항상 있었다"면서 "어느새부터인가 퇴폐 문화로 치부되는 다방의 어두운 면을 걷어내고 1920년대 당시 이상을 비롯해 문인들의 토론·공론장이었던 다방의 역할을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가 이상의 '제비다방'을 모티브로, '근대의 발견과 재현'을 내걸고 건물 주인을 6개월간 설득한 끝에 지난 2011년 가게를 열었다. "미국식 상업주의 카페에 익숙했던 이들에겐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어요. 상호도 발견하기 어렵고, 메뉴판도 옛날 우리네 서책 읽던 방식이고. 하지만 그것이 저희 공간에 흐르는 예의와 격식이라고 생각해요. 과거 지식 소통의 공간이었다는 다방의 진중한 격을 공감각으로 느껴줬으면 하는 것이죠." '소통'에 빠질 수 없는 술도 함께 판다. 커피 6000원. 인절미 구이 1만1000원. 서울 종로구 계동 133-6 (02)318-0008
- 식신핫플레이스 제공
◇그문화 다방
갤러리와 다방 겸 레스토랑으로 구성된 일종의 복합문화공간. 커피 한잔 하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홍대의 인디 감성이 담뿍 묻어 있는 전시를 기획하기로 유명하다. '욕'에 관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거나 타투에 관한 각종 작품전을 내놓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팸비빔밥+아메리카노 세트(1만원). 마포구 당인동 28-9. (02)3142-1429
◇몽마르뜨 언덕 위 은하수 다방
가수 10㎝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를 통해 이름 날리기 시작했고, MBC 무한도전에 다시 등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낡은 나무 테이블과 빨간 의자테이블은 1970~80년대 느낌을 자아낸다. 테이블엔 '화랑'이라고 적힌 성냥과 초가 마련돼 옛 풍경을 자아낸다. 은하수 다방 커피 5000~6000원. 마포구 서교동 401-12. (02)332-0248
갤러리와 다방 겸 레스토랑으로 구성된 일종의 복합문화공간. 커피 한잔 하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홍대의 인디 감성이 담뿍 묻어 있는 전시를 기획하기로 유명하다. '욕'에 관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거나 타투에 관한 각종 작품전을 내놓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팸비빔밥+아메리카노 세트(1만원). 마포구 당인동 28-9. (02)3142-1429
◇몽마르뜨 언덕 위 은하수 다방
가수 10㎝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를 통해 이름 날리기 시작했고, MBC 무한도전에 다시 등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낡은 나무 테이블과 빨간 의자테이블은 1970~80년대 느낌을 자아낸다. 테이블엔 '화랑'이라고 적힌 성냥과 초가 마련돼 옛 풍경을 자아낸다. 은하수 다방 커피 5000~6000원. 마포구 서교동 401-12. (02)332-0248
- '별다방 미스리'의 십전대보탕
◇별다방 미스리
'복고의 끝판왕'. 분홍색 소시지에 김치볶음, 계란 프라이의'추억의 도시락(6000원)'이 아이콘이 됐다. 뛰어난 맛이라기보다는 분위기 때문에 찾게 된다. 양은 냄비 위에 과일과 아이스크림 등을 소담스럽게 올린 '냄비빙수'가 지난해 첫선을 보이며 특히 인기를 끌었다. 십전대보탕 6500원. '인사동 지점'은 종로구 관훈동 144번지 2층. (02)739-0939
◇용다방
국내에서 찾기 힘든 '흡연 매장'을 내세웠다. 비흡연자이기 때문에 막판까지 고민한 곳이지만 애연가들을 위한 '피난처'는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 선택했다. 금연석이 있긴 있지만 흡연석보다 훨씬 좁다. 마포구 서교동 395-180. (02)6450-6830
- 글 최보윤 조선일보 기자 / 2014.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