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paxlee 2016. 8. 12. 21:34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사후 세계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 돌아

온 사람은 없다. 간혹 죽은 줄 알았는데, 다시 심장이 뛰는 사람들이 있긴 하였다. 그들 중 일부가 죽

음 뒤의 세계에 대해 증언 하지만 내가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 할 길은 없

다. 죽음을 보통 저 세상에 간다고 표현한다. 이사 간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새로 이사가는 집이 판자

집인지 아파트인지 전원주택인지 알 수 없다. 모른다는 것에서 오는 근본적인 불안이 바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실체다. 


내가 아는 큰 스님은 암에 걸리자 의사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려 달라고 했다. 어느 신부님은 사후 안

구 기증을 약속해 놓고 번복하기도 했다. 혹자들은 이런 성직자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노골적인 험담

을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완벽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은 오히려 인간이 죽음에 대해 얼마

나 큰 불안을 갖고 있는지를 반증한다. 그러나 인간이면 누구나, 성직자 혹은 뛰어난 정신세계를 가진

 이라도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다. 고뇌가 깊을 수록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각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아! 인간이면 누구나 죽는 구나, 나도 피할수 없구나'하고 수긍한다.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인 것이

다. 이 준비 과정에 나의 의지가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죽음의 모습과 태도가 달라진다. 내가 생

각하는 가장 인간적인 죽음은 솔직한 죽음이다.  '아! 정말 무섭다. 두렵다' 하면서 죽음을 맞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의

미있는 일이다. 이런 죽음의 고뇌가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며 남은 삶을 가치있게 한다. 그 과정없

이 쓰러져 죽어가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는 얼마나 많은가.


비행기는 고도를 차츰차츰 낮추면서 착륙한다. 그래야 안전하고 부드럽게 착륙할 수 있다. 죽음도

연착륙해야 한다. 두려움과 충격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평소에 이뤄져

야 한다. 어떤 스님은 임종이 가까워지면 상좌들에게 역대 큰 스님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가셨느지

알아 오라고 한다. 앉아서 돌아가셨느냐, 물구나무 선 체로 돌아가셨느냐 등을 물어 보는 것이다.

남에게 보이고자. 멋지게 죽으려는 것이 아니다. 이 또한 마음의 준비 과정일 뿐이다.


젊었을 때 나는 촛볼처럼 죽고 싶었다. 마지막 촛농까지 모두 타고 녹아 없어지듯 내 몸과 마음이 소

멸하기를 바랐다. 생명이 붙어 있는 한 끝까지 고고하게 살아 내겠다는 각오였다. 손톱만큼 남은 촛

불이라도 그 밝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만약 세월이 더 흘

러 기력이 다해 침대에 누워 지낼 수 밖에 없는 날들이 온다면, 네팔에서 찍어온 풍경이나 내가 좋아

하는 영화 등을 보며 삶을 정리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죽음이 다른 사

람을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그 모든것을 견뎌낼 에너지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여길 만큼 고통이

심한 병에 걸려 나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이 갑자기 찾

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장이 안 좋은 나는 어느날 갑자기 쓰러져 죽을 지도 모른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본인에게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큰 혼란과 충격을 안겨 준다. 그런

황망한 죽음만은 피하고 싶어서 내 주머니 속에는 항상 응급처치약이  들어있다. 시간을 벌고 싶

서다. 침대에 누워 서서히 죽음을 맞으면서 내 아이들, 손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 용서

것은 용서하고 싶다. 그렇게 마음에 조금이라도 맺힌 것을 모두 풀고 싶다.   


죽음은 무섭다. 두렵다. 안타깝다. 슬프다. 그런 당연한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마지막으로 주어진 시

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첫째, 죽음은 정상적이고 평안을 얻는 길이다. 이런 죽음의 의미

를 자녀들에게 알려주고 세상을 떠난다면 그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죽음이 삶의 정상적인 일부분

이라는 생각에 익숙해 지도록 평소 자주 이야기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둘째, 지금까지 살아온 것

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라. 특히 자녀와 손자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라.

셋째, 충분히 슬픔을 나누되 유머가 있다면 더욱 좋고, 삶의 의미를 되 세기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

간이 중요 하리라 생각한다.


"먼저 가서 자리 잡아놓을 테니 천천히 오렴" 죽음의 당사자가 보여주는 마지막 여유는 가족에게 따

뜻한 슬픔을 남겨주지 않을까 싶다. 보들레르는 "사랑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별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라고 말 했다. 그 이별이 연인 사이의 이별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인생과도 잘

 이별해야 한다. 죽음은 내 아이들과 이별하고, 내가 쌓아온 모든 것과 이별하고, 그리고 나 자신과도

이별하는 것이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배풀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아직 죽지 않았다면 사랑을

나눌 시간은 충분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