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백수의 일상 - 32. <고향 친구들과 함께한 산촌의 하루>

paxlee 2020. 11. 23. 08:18

 산촌의 하루.

 

토요일(11/21) 아침 산책은 평지길 충북과 경북의 경계까지 다녀왔다.
이날도 아침은 불투명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날씨도, 기온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다른 길로 가고, 셋이서 이 길을 걸었다.
산과 산, 나무와 나무가 겨울 준비를 하는 이 시기는 활동이 멈춘 상태라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바람이 차게 느껴 졌지만, 이것은 오히려
정신과 영혼을 깨우는 자극제가 되어 주었다.

 

나무는 잎을 떨구고 몸뚱이와 앙상한 가지들 뿐인 나무들은 겨울 준비를
몸땅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시작을 할까? 나무와 가지는 그래도 여러해의 겨울을

견디며 살아온 경험이 있어 추위를 이기는 힘과 견뎌내는 체력이 준비되어 있지만,
나무의 잎들은 겨우 한 해를 살아오며 즐겁고 재미있는 환경에서 살다가 모진 겨울을

견디는 힘이 없어, 이를 악물고 잎들에게 노랗고 빨안간 단풍옷을 입혀서 한때를 보내며
살아온 세월을 이야기 해 주고 죽어도 낙엽으로 떨어지기 싫타는 잎새을 다독여
낙엽을 시키는 나무의 마음도 잎새만큼 아픔을 참으며 낙엽이란 이름으로 이별을
해야 하였다.

돌아 오는 길도 산과 나무들이 지켜보는 길을 걸었다. 어쩌면 가을보다 겨울이 더
필요 할지도 모른다. 봄, 여름, 가을까지 쉼없이 살아온 자연에게 겨울같은 계절이
있어 안정을 취하고 조용히 쉬면서 새로운 해의 삶을 꿈꾸며 충분한 휴식의 기회가
필요 하리라 믿는다. 봄에 일찍 피는 꽃들은 가을에 꽃 망울을 만들어 가슴에 안고
봄을 기다린다. 날씨가 아무리 춥고 영하의 날씨가 계속 되어도 내년 봄을 약속하였
기 때문에 몸이 꽁꽁 얼어붙어도 꿈적도 않고 기다린다. 평균 기온이 10도를 넘어
15도가 되면 봄 꽃들은 다투어 피기 시작한다.

 

아침 식사를 하고, 대구 친구 둘은 보은에 일이있어 떠나고, 상주 후배도 떠났다.
친구와 둘이 지인의 집에서 배추를 수확한다고 해서 지인의 배추 밭에 가보자고
하면서 배추밭으로 갔다. 넓은 배추밭에 일부는 수확한 자리가 있고 아직 배추가
많이 남아있다. 점심에 떡국을 끓였다고 점심을 먹자고 해서 따뜻한 점심을 잘 먹
었다. 커피까지 마시고 다시 배추밭으로 나갔다. 친구와 나는 배추 수확을 하고 남는
배추의 푸른 잎을 모아서 그늘에 엮어 달아서 말린 후 삶아서 한번에 사용할 만큼
의 양을 비닐 팩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하였다가 겨우내내 된장국을 꿇여 먹으려고
했는데, 주인께서 포기 배추 가운데, 상품이 조금 떨어지는 것으로 2푸대를 담아주어
그것을 싣고 돌아왔다.

 

돌아 오는데, 보은에 갔던 대구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서울에서 낯선 부부가 친구를 찾
찾아왔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후배 하나가 또 내려 왔다. 부부는 친구가 건설회
사을 운영할때 함께 일하던 직원이라고 하였다. 산촌에서 필요한 고추장과 된장을 포장
해서 선물로 건내 주었다.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앞으로의 일에 대하여 자문
을 해주고 그들은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났다. 서울에서 오늘 내려온 후배와 대구 친구등
4명이 저녁을 만들어 먹고, 저녁에는 바둑 실력이 얼마나 늘었나 본다며 바둑을 두었다.

 

한 사람은 공격적이고, 한 사람은 신중하게 방어를 하고, 한 사람은 상대가 바둑을 놓기
바쁘게 두는 성격이 각각 다른 타입이었다. 바둑판 위의 삶과 죽음의 세상은 인간사와
다를 바가 없었다. 집을 확보하면서 공격하고 방어하는 자세가 치열한 머리 싸움이다.
한쪽에 치열한 전투가 붙어서 치고 받고 하다보니 현장에서는 지고 옆에 죽어있던 바둑
이 상대가 현장에 가일수를 하여 잡았을 때 이쪽에선 죽어있던 말이 가일수 한수를 두는
바람에 살아나 대세를 역전 시키는 전투는 반상에서 이루어 지는 바둑판의 역사는 전체를
조망 하면서 전투에 임해야 하는 것은 현실의 인간사와 다르지 않았다. 바둑은 머리싸움

이지만, 작전과 방어에서 죽고 사는 문제가 처절하게 전개되는 성숙된 오락게임 이다.

엉뚱한 곳에서 결과가 역전 되기도 하는 정신수련과 몸과 영혼의 기(氣) 싸움이다.

그 어떤 오락보다 흥미가 있고 재미가 꿈틀되는 개임이다.

12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