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일상 - 165. <마음은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가> (1)
마음은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가
'나는 누구인가?' '세계란 무엇인가?' 그러나 물음을 던진다고 답이 쉽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찾고자 하지만 찾아지지 않아 마음이 텅 빌 때 그때 비로소 우리는 공(空)의 의미를 이해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심연 속에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가 어떤 인연을 따라 일어나는 연기(緣起)의 산물임을 직감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존재의 실상을 깨닫기 위해 우리는 수행(修行)을 하고, 그 결과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이 바로 우리 안의 보물, 우리의 본래 마음이다. 이 마음이 곧 모든 것을 만드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마음이며, 자신의 빛으로 세계를 밝히는 공적영지(空寂靈知)의 마음이다.
공에서부터 공적영지까지, 나는 왜 굳이 비어 있음과 고요함을 간직한 마음, 그러면서도 무한한 깊이
에서 일체를 품에 안은 채 신령하게 깨어 있는 마음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가 온갖 분별과 분열, 경쟁과 투쟁으로 너무 숨 가쁜 세상이기 때문일까?
욕망의 함성으로 가득 차고 분노의 절규로 시끄러운 세계, 그 세계 너머를 그리워하기 때문일까?
그러나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 것이다. 분별과 분열 너머 통합과 융합으로 나아가는 것, 경쟁과
투쟁 너머 상생과 공존으로 나아가는 것이 모두 마음 한자리의 변화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언제나 마음의 본래자리를 찾아 그 길을 달려가는 듯싶다.
그곳은 우리가 장차 도달해야 할 자리가 아니고, 우리가 언제나 이미 거기에 서 있는 자리이다.
우리가 현상적으로는 서로 다른 위치, 서로 다른 지위를 점하고 있어도 근본에서는 모두가
서로 다르지 않은 하나이고 서로 평등한 존재라는 것을 직감할 때, 그 시선은 바로
공의 자리, 마음의 본래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시선이 바로 우리 각자 안의 심층마음의 빛, 청정한 마음의 빛이다. 불성과 여래장,
본각과 영지는 단순한 추상적 개념이나 철학적 가설이 아니고, 인간 누구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발하는, 세상을 밝히는 빛, 현재적 마음활동인 것이다. 이 심층
마음의 현재적 활동을 통해 현상의 모든 것이 인연을 따라 생성된다. 이렇게
심층 마음은 모든 것을 만드는 마음, 일체유심조의 마음이다.
[주) ☜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여기는 사상]
내가 알게된 모든 것을 다시 꺼내놓고 싶다. 내가 이해했다면 남들도 그렇게 이해할 수
있게끔 글을 쓰는 것을 늘 추구해왔다. 불교의 핵심을 건너뛰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장 어렵고 가장 심오한 내용까지 하나도 빠드리지 않고 들춰내어
설명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공(空)과 연기(緣起) 그리고 수행에 대해서도 사유를 끝까지 밀고 나가고자
애썼고, 난해한 유식의 통찰과 신묘한 심층마음의 작용에 대해서도 그것이 구체
적으로 무엇인지를 확연하게 드러내 보이고자 노력하였다. 아는 것은 누구
나 알아들을 수 있게, 아주 쉽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가 알아
듣지 못한다면 그것은 듣는 자의 문제라기 보다는 말하는 자의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