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일상 - 306.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때>
누구도 위로할 수 없는 고독한 시간 겨울!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찬란한 지혜 ‘윈터링’을 만나다.
다시 찾아온 겨울의 초입에 선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에세이가 도착했다. “글로 이루어진 치료제”(가디언), “정직하고 정확한 언어로 풍경의 감각, 아름다움, 잠재된 힘을 포착하는 책”(월스트리트저널)이라는 극찬을 받은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작가 캐서린 메이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나는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담담히 기록한 회고록이다. 마흔 번째 생일을 코앞에 둔 어느 날, 그녀는 갑작스런 남편의 맹장염, 자신의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아들의 등교 거부 등 연거푸 닥쳐온 시련들과 마주한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이 ‘인생의 겨울’ 한가운데에 서 있음을 직감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동면의 시기, 윈터링(wintering)에 대한 지적이고도 서정적인 사색의 풍경을 함께 걷다보면 겨울을 견디는 소중한 지혜와 마주하게 된다.
엄청난 자기 절제에다 행운까지 따른 덕분에 평생토록 건강과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겨울을 피해갈 수는 없다. 부모님은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고, 친구들은 사소하게나마 우리를 배신하기 마련이며,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 역시 우리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어디쯤에선가 넘어지게 되고, 겨울은 그렇게 조용히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온다. _p.18
무자비할 정도로 분주히 돌아가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우리는 겨울의 도래를 영원히 뒤로 미뤄두려고 한다. 겨울을 온전히 느끼려고도 하지 않고, 그것이 우리를 어떻게 헤집어놓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혹독한 겨울은 때로는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겨울을 무의미하고 신경이 마비되는, 의지박약의 나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를 무시 하거나 없애버리려는 시도도 멈춰야 한다. 겨울은 실재하며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울을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_p.20~p.21
할머니의 죽음 이후, 누군가가 유령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바로 할머니일 것이라고 믿었다. 한 밤중에 위안의 빛을 뿜으며 할머니가 내 침대맡에 나타나지 않아서 얼마나 쓰라린 실망에 빠졌었는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슬픔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만 같은 간절한 그리움. 할머니가 떠나신 첫해에 그런 마음이 가장 사무쳤지만, 그 후로도 그리움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내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는 말할 생각을 못했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땐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는 것들이 있다. _p.80
누군가 월급만 준다면 걱정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도 될 듯싶다. 나는 이 기나긴 밤에 무엇을 걱정하고 있나? 돈. 죽음. 실패. 태양이 침몰하면 비로소 일어날, 조용한 종말의 친숙한 기사들(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세상을 멸망시키는 네 기사를 의미한다). 나는 절벽 끝에 서 있는 내 집이 영원히 아래에 있는 바위로 떨어질까 봐 걱정한다. 나는 완전한 소멸은 커녕 그저 놓쳐버린 월급봉투를 걱정한다. 나는 빚이 너무 많다. 가진 것이 없다. 나는 이 지구상에서 40년을 살면서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 먼지 쌓인 책더미가 있을 뿐이다. _p.108~p.109
아무리 나 자신의 시간을 절박하게 원할지라도, 아들을 망가뜨리면서까지 학교로 돌려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의 만족할 줄 아는 능력보다는 미래를 위한 자격 조건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응당 엄마에게 기대되는 태도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잠재력을 계발하는 것'과 '불행해지지 않는 것' 두 가지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행복은 우리가 배우는 것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기술이다. 그것은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두어야 하는 우리의 일부, 의도적으로 순진하게 구는 사람이 지닌 부끄러운 영역이 아니다.
_p.164 ...
누구도 위로할 수 없는 고독한 시간 겨울!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찬란한 지혜 ‘윈터링’을 만나다
“글로 이루어진 치료제”(가디언), “정직하고 정확한 언어로 풍경의 감각, 아름다움, 잠재된 힘을 포착하는 책”(월스트리트저널)이라는 극찬을 받은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Wintering)』가 바로 그 책이다. 미국에서 출간 두 달 만에 10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찾은 이 책은 영미 아마존 · 뉴욕타임스 · 월스트리트저널 · 전미서점연합회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4개국에서 독자들과 만나는 중이다.
“나는 그저 조금 헤매고 있을 뿐이야.”
시인의 시선과 얽매이지 않은 행동으로 불행의 한가운데에서 '겨울의 휴식과 의미'를 찾아 나섰다.
이유 없는 불행이 연이어 자신에게 닥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를 향한 비극적 사건이 잇달아 벌어진다면? 남편의 수술 이후 메이는 원인불명의 건강문제로 인한 실직, 아이의 등교 거부 등 평온했던 일상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좌절하지 않는다. 대신 한걸음 물러나 자신이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음을 직시하며 그 시기를 온전히 삶 속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윈터링(wintering)’, 즉 ‘겨울나기’라고 명명하고 겨울의 의미를 탐구한다. 메이는 핀란드인 친구를 만나 겨울을 나는 북유럽인들의 지혜를 듣고 직접 핀란드에 방문해본다. 동화책과 소설에 파묻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겨울의 의미를 자문하는가 하면, 찬물 수영으로 조울증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겨울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냉기에도 회복과 치유의 힘이 있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동면을 하는 겨울잠쥐(dormouse)를 관찰하며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자신에게 잠의 의미란 무엇인가를 묻고, 겨울에는 잎을 떨구고 완전히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가 실은 내년 봄을 위한 잎눈을 품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렇듯 이 책은 갑작스럽게 닥쳐온 ‘인생의 겨울’ 한가운데에서 사람·동화·자연·여행 등을 통해 휴식과 겨울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아름답고도 시적인 순간들을 보여준다.
어째서 우리의 목소리는 세상의 필요에 따라 비틀려야 하는가?
우리는 “끝없이 계속되는 불변의 전성기를 꿈” 꾸지만 그런 인생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메이는 말한다. 겨울은 혹독하지만 우리에게 뜻밖의 이로움을 주는 계절이며, 그렇기에 바로 ‘윈터링’이 의미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이는 어떤 겨울은 유독 불공평하며,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찾아온다는 것을 발견한다. 바로 여성들이 겪는 겨울이다. 여성의 목소리는 언제나 남성의 목소리가 결코 받지 않는 도전에 직면한다.
여성이 너무 부드럽게 말하면 친절한 생쥐 취급을 받고, 반대로 목소리를 높이면 앙칼지다고 욕을 먹는다. 마거릿 대처가 정치 인생을 시작할 때 권위를 내보이기 위해 웅변 수업을 들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녀의 목소리는 국가가 가진 여성에 대한 공포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고, 여성들이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가부장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대신 말의 힘으로 그 체제를 사로잡아야 했다. (292~293쪽)
메이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더 가혹하고 많은 짐을 부과한다고, 즉 여성은 이 세상을 조금 더 ‘겨울’처럼 느낀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고 난 뒤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해 곧바로 직장으로 복귀했던 자신의 경험, 남성들의 소유가 되기를 거부한 결과 결국 죽음을 맞게 된 성녀 루시아의 이야기, 죽은 뒤에도 남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던 실비아 플라스의 일화까지, 메이는 여성 앞에 펼쳐진 겨울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며 이 세상에서 온전히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일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팬데믹 시대를 건너고 있는 우리 그리고 인생의 겨울을 지났거나 지나고 있는 지치고 힘든 모두를 위한 책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았다. 비록 ‘위드 코로나’ 시대로 넘어가며 팬데믹의 시대는 일단락된 듯 싶지만 아직 우리 마음에 남은 상처는 여전하다. 또 코로나가 아니라도 인생의 겨울은 우리에게 닥쳐오고, 우리는 그 날들을 충실히 살아낼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겨울이 오는 것을 부정한다. 우울을 말하면 모두가 외면하고, 항상 전진하는 자세가 대우받는다. 그러나 이 책은 때로는 후퇴가 필요하다고. 빛이 있는 만큼 그림자가 있으며, 따뜻한 여름이 가치 있는 만큼 추운 겨울도 그 쓸모가 있는 법이라고. 메이는 말했다. “이런 감정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인데도 그것을 부인함으로써 우리가 괴물처럼 변하는 것이 아닌가 의아”해 하며 우리 앞에 놓인 겨울을 회피하지 말고 그것을 통과할 것을, 그리하여 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모해 새로운 봄을 맞이할 것을 말하고 있다.
저자 캐서린 메이(Katherine May)는 영국 위트스터블의 바닷가 마을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수많은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글을 써왔다.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글 쓰고 책 만드는 사람들 사이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작가가 겨울을 나는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 회고록으로, 자신에게 이유 없이 찾아온 인생의 힘겨운 순간을 ‘겨울’에 비유하며 그 시기를 지나는 태도를 담담하고도 투명한 언어로 그리고 있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외에도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전기(The Electricity of Every Living Thing)』, 『위트스터블 하이 타이드 스위밍 클럽(The Whitstable High Tide Swimming Club)』, 『52가지의 유혹(The 52 Seductions)』, 『버닝 아웃(Burning Out)』, 『유령과 그 사용법(Ghosts and Their Uses)』 등의 책을 썼다. 《더타임스》, 《옵서버》 등 유수의 언론에 논평 및 에세이를 기고하며 다음 책을 준비 중이다.
역자 : 이유진은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우리가 밤에 본 것들』,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격성, 인간의 재능』, 『섹스하는 삶』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