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퍼온글

-* '아장 프로보카퇴르' 창업자 '조지프 코레' *-

paxlee 2007. 12. 2. 10:39
 
'아장 프로보카퇴르' 창업자 조지프 코레
 
▲ 아장 프로보카퇴르 런던 소호 매장에 걸려 있는 간판 의 모습/ AFP
지난 6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토니 블레어 전(前) 총리는 심기가 불편했다. 한 기업인이 ‘최고의 영예’라는 대영제국훈장(MBE)을 받을 수 없다며 퇴짜를 놨기 때문이다. 고급 속옷 브랜드 ‘아장 프로보카퇴르’(Agent Provocateur) 공동 창업자 조지프 코레(Coree·39). 그는 패션산업에 대한 공로로 여왕의 81세 생일을 맞아 발표된 작위 수여자 명단에 선정됐지만 거부 의사를 밝혔다.

“블레어 총리가 상을 수여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런 부패한(corrupt) 인간에게 상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쟁이란 세계적인 고통에 당당히 동참한 블레어 정부 정책에 나는 결코 찬성할 수 없어요.”  그의 독설에 언론은 흥분했다. 일개 디자이너가 ‘가문의 영광’이라는 왕실 훈장을 거부한 것도 뉴스였지만, 블레어 총리를 수상 거부의 이유로 든 게 더 큰 뉴스거리였다. 아장 프로보카퇴르란 유명 란제리 브랜드 뒤에 숨어 있던 그는 한 순간에 ‘스타’가 됐다.

이렇게 정치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그는 최근 비즈니스로 또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 사모펀드 회사 ‘3i’에 자신이 일군 회사 아장 프로보카퇴르를 팔기로 했기 때문이다. 3i는 아장 프로보카퇴르 지분 80%를 6000만 파운드에 인수했다. 하지만 회사 매각 후에도 코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로 회사에 남을 것이라 알려졌다. 3i는 “좀 더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아장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CEO 자리엔 전 바디샵 회장이었던 스튜어트 로즈(Rose)가 임명됐다. 코레는 “나의 브랜드 ‘아장’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며 기뻐했다.

영국 유명 디자이너 비비앤 웨스트우드(Westwood)의 아들이기도 한 코레는 부인인 세레나 리스(Rees)와 함께 1994년 아장을 세웠다. 시작은 런던 소호(Soho) 중심가 모퉁이에 있는 작은 매장이었다. “아무나 입을 수 없는 화려하고 럭셔리한 속옷을 만들자”는 게 창업 아이디어였다. ‘섹시한 최고급, 최고가 란제리’란 브랜드 이미지답게 보통 작은 천 조각 하나가 100파운드를 넘기 일쑤였고, 브랜드는 일부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아장이 대중 속으로 급속히 파고든 것은 1999년. 코레가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의 새로운 속옷 라인 디자인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보수적이고 얌전한 기존 막스앤스펜서 속옷의 관념을 과감히 깨버린 아장의 살론 로즈(Salon Rose)는 히트를 쳤다. 2주 만에 전 막스앤스펜서 매장에서 50만 파운드의 매출을 기록한 것. 아장의 새로운 스타일은 영국 속옷 산업의 입맛을 바꿔놨다. 코르셋도 다시 유행시켰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아장이 여성들의 은밀한 속옷 서랍 속 판도를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브랜드는 본격적인 고속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 미국, 프랑스, 독일, 홍콩, 중동 등 13개국에 40개의 대형 매장을 열었다. 속옷뿐만 아니라 ‘몸매 가꾸기 크림’ ‘남성을 유혹하는 향수’ 등 화장품 부문으로도 진출했다.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인터넷으로 아장의 속옷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고급란제리 브랜드’로 영화나 소설 속 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2006년엔 600만 파운드의 매출을 올렸다.

소호의 작은 매장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급속도로 성장한 비결은 뭘까? 답은 ‘충격’ 요법이다. 란제리 업계의 괴짜답게, 코레는 “무조건 화제를 만들고 본다”는 마케팅 기법을 구사했다. 특히 아장의 광고는 거친 논란을 낳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 12월 호주 여가수 카일리 미노그가 등장하는 광고는 지나친 선정성으로 텔레비전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 광고는 결국 영화관에서만 상영됐지만, 코레는 인터넷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소비자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질 만한 메시지를 주입하는 마케팅)의 위력을 보여 줬다.

거친 외설 시비 논란을 낳은 이 광고는 UCC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가 전 세계적으로 3억6000만 번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2006년엔 세계적인 모델 케이트 모스를 광고 모델로 기용, 또다시 아슬아슬한 광고를 찍었다. 4분짜리 광고 동영상이 공개된 후, 아장의 공식 사이트 서버는 이틀간 마비됐다.

쇼윈도 디스플레이에도 충격 요법을 적용했다. “매장 앞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는 게 목표다. ‘고급스러운 퇴폐’ 이미지를 강조해 마네킹 손과 발에 수갑을 채우거나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을 연출했다. 최근엔 이라크 전쟁에 대한 항의로 쇼윈도 전체를 피로 물들이기도 했다. 보통 매장의 마네킹들과는 확연히 다른 ‘섹시한’ 마네킹 제작에만 6개월을 쏟았다. “다르지 않으면 관심도, 신비도 없다”는 그의 신념이 반영된 결과다.

아장의 매각에 대해 코레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내 생각이 더 자유롭게 날아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자신을 “21세기 괴짜 노마드(nomad)”로 표현한 그는 현재 영국 남부 콘월(Cornwall)의 캠핑카에서 조용히 머리를 식히고 있다. 하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충격 마케팅 요법은 계속 구사할 생각이다. “나도, 내 브랜드도 오로지 마케팅 때문에 살아 남았다. 축구스타 베컴의 부인 빅토리아가 우리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진이 찍히고, 패리스 힐튼이 우리의 속옷을 살짝 노출할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 
 
 [조선일보 / 김현진 산업부 기자. 200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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