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paxlee 2005. 1. 23. 17:52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이 책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긍정적으로 조명한 맑고 따스한 책이다. 루게릭 병으로 죽어가는 스승 모리 교수와 제자가 매주 화요일마다 10여 차례 만나 나눈 얘기를 책으로 엮었다. 인간에게 죽음은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감동적인 내용이다.

 

모리는 급속도로 병세가 악화되어 차 브레이크를 밟을 힘도 없어지고, 혼자 걷기도 어려워집니다. 근 위축성 측색 경화증이라고 불리는 루게릭 병은 이처럼 대개 다리에서 시작하여 근육이 서서히 위축되어 가다가 급기야 호흡이 불가능해져서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병을 앓고 있다.
 

불치의 병에 걸리기 전까지 일평생 학생을 가르치던 노교수 모리 슈워츠는 어느 날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고 죽음을 앞두고 삶을 성찰하고자 결심한다. TV스크린을 통해 투병중인 은사의 모습을 본 저자 미치 앨봄이 스승과 재회를 하면서 이 책의 내용이 시작된다.

 

매주 화요일, 불치의 병에 걸린 노교수는 세상에 남겨질 자신의 제자와 인생과 사랑에 대한 수업을 시작하게 되고 마지막 화요일 제자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다. 모든 사람이 접하게 되는 죽음, 그것을 앞둔 떠나는 자와 남아 있는 자의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기에 이 책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모리 교수가 제자에게 남긴 가르침은 세속적 성공이 아닌 인간답게 사는 것이었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면서 인생을 즐겨 나가는 것,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행하지 못하고 있던 진실 된 삶의 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서 남을 사랑하고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자신의 여유와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기에 그보다 더 중요한 일들을 이뤄야 한다며 외면하게 되는 우리들이 아닌가. 이런 현실을 사는 우리들에게 모리 교수는 삶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의미 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자신들이 중요 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느라 분주할 때도 반은 자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그들이 엉뚱한 것을 좇고 있기 때문이지. 자기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바쳐야 하네, 그리고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기에게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헌신해야 하네.”라고 말해준다. 

 

열세번째 화요일, '완벽한 하루' 에 모리는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어느날 미치와 이런 대화를 나눈다.

 

/"24시간만 건강해지면?"
"24시간만 건강해지면요."
"어디 보자구...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스위트롤 빵과 차로 멋진 아침 식사를 하고 수영하려 가겠어, 그리고 이때 한 번에 한둘씩만 찾아오면 좋겠군. 그래야 그들의 가족과 중요 관심사에 대해 온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일을 테니까. 또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모리 선생님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듯 환하게 미소지으며 말을 계속했다.


"그런다음 산책을 나가겠어,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가서 여러가지 나무도 보고 새도 구경하면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자연에 파묻히겠네."
"그러고요?"


"저녁에는 모두 레스토랑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고 싶네. 아니 오리고기를 먹을까, 난 오리고기를 무척 좋아하거든 그런 다음 나머지 저녁시간 동안 춤을 추고 싶네. 거기 있는 멋진 춤 파트너들과 지칠 때 까지 춤을 춰야지.

그런 다음 집에 와서 깊고 달콤한 잠을 자는 거야."


"그게 다에요?"
"그래 그게 다야."
정말 소박했다. 너무도 평범했다.
이렇게 누워서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한채 오랜 시간을 보낸 끝에, 어떻게 그리도 평범한 하루에서 삶의 핵심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


노스승은 점차 온 몸이 굳어져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으면서도 사랑하는 제자에게 삶을 이야기 하면서 죽음의 의미를 담담하게 전하며 인생 안에서 모든 것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현실에 쫓기는 사람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찾기 바라는 모리 교수는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가슴 깊이 가르침을 전달하는 우리들의 스승이다.

 

  -[저자: 미치 앨봄/공경희 역/세종서적 /7,200]-

 

-----------------------------------------------------------------------------------------

180px-Tuesdays_with_Morrie_book_cover.jpg   180px-Tuesdays_with_Morrie_book_cover.jpg   180px-Tuesdays_with_Morrie_book_cover.jpg

 

 

독서의 효용론에 대해서도 다른 경우에서처럼 여러가지 담론이 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예를
들어 지난 번 독후감을 올렸던 다치바나 다카시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선적으로 모르던 걸 알게
해주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러한 실용적인 독서의 역할에 가장 많은 표를 던지겠지만 좀
더 나이브(?)한 관점에서 보자면 독서란 세상엔 나와 같은 감성을 지닌 사람들도 꽤 있다는, 다
시 말해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고, 또 그러므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인간들을 더 사랑
하게 만드는 역할 같은 거요.

물론 이것 말고도 독서의 효용적 가치에 대해선 여러가지 할 말이 많지만 이쯤 접겠습니다.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솔직담백한,
그러면서 동시에 여러 사람들에게 잔잔하지만 벅찬 감동을 주는 일종의 다큐멘터리 작품에 관
한 제 감상이니까요. 바로 이 책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말입니다.

이 책은 스포츠 칼럼니스트였던 작가 미치 앨봄이 대학 졸업 한참이 지난 후 우연히 TV에서 자
기가 존경해마지 않았던 은사 모리 스와츠의 이름을 듣게 되고, 그의 근황을 알게 되면서 시작
되는 두 남자의 우정과 사랑, 인생의 탐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 미치가 오랜 만에 스승
을 만났을 때 이미 모리는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이라는 일명,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중이었지요. 하지만 이 책은 흔히 유추할 수 있는, 죽음을 앞둔 한 노교수의 절망적인
회한이나 추억담에 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신 죽음에 대해서도 삶처럼 계획을 세우고 준
비해나가는 한 지성인의 적나라한 기록이자, 그가 마지막으로 완성하는 제자와의 '논문'입니다.

학창 시절 모리 교수에게서 깊은 감화를 받았던 미치였지만 모리교수를 만나기 전 그는 거의
모든 졸업생들과 마찬가지로 교수님에 대한 기억의 흔적이 말라가고 있었고, 모리란 이름을
방송에서 듣는 순간에서야 그는 지나온 세월동안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과 꿈을 기억하게 됩니
다. 그에게 모리교수는 단순히 학문만을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었고, 그의 인생을 '코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깊은 후회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는 이제 더 이상 열정적이고
의기만만하지 않은 교수님을 방문하지요. 그 날부터 모리교수는 여전히 병상에서도 그에게
조근조근 인생의 참 의미에 관한 '수업'을 시작하고, 또한 미치는 노교수의 수업을 진지하게
경청합니다.

하지만 이제 둘의 관계는 단순히 사제지간이 아니라 함께 인생을 논하고, 함께 죽음까지의 여
정을 기록하는 동반자가 됩니다. 화요일마다 만나 차분하게 서로의 흉금을 터놓고, 의견을
나누고 우정과 사랑을 나눕니다. 처음 미치는 노래부르기, 춤추기를 좋아하던 모리교수가 더
이상 그런 것들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목소리 나오는 것, 팔을 스스로 드는 것 조차 어렵
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죽음을 앞두고서까지도 인간 존엄성을
잃지 않고 그것을 농담과 익살로 승화시킬 줄 아는 그의 높은 정신세계에 감화됩니다. 동시에
그러한 한 인간을 진실로 사랑하게 되고, 영혼의 합일을 깊이 느끼게 되지요.

또한 미치는 마지막 떠나기 전까지 사랑하는 제자에게 남김없이 들려주고 가르쳐주려는 모리
교수의 수업에서 그때까지 깨달지 못했던 여러가지를 배우게 됩니다. 세상에 대해, 자기연민
에 대해, 후회에 대해, 죽음에 대해, 가족에 대해, 감성에 대해, 나이듦의 두려움에 대해, 돈
에 대해, 사랑이 지속되는 방법에 대해, 결혼에 대해, 문화에 대해, 용서에 대해, 완벽한 날에
대해, 그리고 작별에 대해... 이렇게 14번의 수업 후 미치는 드디어 졸업을 하게 됩니다.
모리교수가 드디어 세상과 작별을 고했으니까요.

각각의 수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또 끝이 없을 듯 합니다. 다만 노교수가 세상살이
에서 배웠던 모든 지혜를 자신이 사랑했던 제자에게 고스란히 남겨주었다는 것, 그리고 모리교
수는 그 누구보다 세상을 사랑했고, 가족과 주변인들을 사랑했다는 것, 또한 숨이 끊기는 그 순
간까지 인간의 숭고함을 잃지 않았고, 죽음을 적으로 보지 않고 언젠가 맞닿뜨려야 할 삶의 한
과정으로 여겼다는 것, 그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미리 '살아있는 장례식'
을 치룰 수 있었으며 주위의 사람들에게 끝까지 귀감이 될 수 있었다는 것 등 저 또한 덩달아
배운 것이 말할 수 없이 많답니다. 거기에 이 책 덕분으로 새로운 미국 시인을 또 알게 되었
지요. W. H. Auden이라는 시인인데 모리가 좋아했던 시인으로 소개되어 있어 앞으로 그의 시를
좀 읽어볼까 합니다.

그리고 벅찬 마음으로 아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감동을 주었던 책으로 이 책을 오랫동안
기억, 간직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벅찬 감동으로만 기억할 게 아니라 여기에서
배운 모든 가르침을 제 안에 육화(肉化)하여야겠단, 그래서 반드시 실천해야겠단 결심을 또 굳
혔답니다. 이것이 바로 독서의 효용성 중에서도 가장 으뜸이 아닐까 싶어서 말입니다.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다빈치 코드 *  (0) 2005.01.28
* 연금술사 *  (0) 2005.01.23
* ceo 칭기스칸 *  (0) 2005.01.20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  (0) 2005.01.20
30부터 준비하는 당당한 내인생  (0) 200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