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이야기

-* 독일와인의 재발견 *-

paxlee 2008. 1. 15. 21:57

 

                                    독일와인의 재발견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독일 아이스와인용 포도를 수확하는 전경입니다. 아이스와인은 포도 알갱이가 거의 얼다시피한 상태로 있는 것을 일일이 손으로 따서 빚은 와인으로 맛이 거의 꿀맛입니다. /독일와인협회(DWI)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독일 화이트와인의 명산지 중 하나인 요하네스베르거 와이너리 사진입니다. /독일와인협회 제공

 
 독일 최대 금융도시인 프랑크푸르트에서 라인강변을 따라 30여분 거리에 있는 뤼데스하임
(Ruedesheim)은 일년 내내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빈다. 1871년 프러시아 전쟁 승전기념탑(승리의 여신상) 외에는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는 이곳이 오래 전부터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이유는 라인강변을 따라 언덕 위에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이탈리아보다 위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일조량이 부족한 독일의 와인 생산자들은 포도밭이 햇빛을 잘 받도록 하기 위해 강을 낀 비탈진 언덕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포도밭의 경사 각도가 평균 30~40도에 달한다. 또, 강변에 포도원을 조성한 것은 강물에 반사된 햇빛까지 포도가 여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곳 뤼데스하임을 찾은 관광객들은 와인가게에서 시음을 권하는 이 지역 산 와인을 맛본 뒤 주변 포도밭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케이블카 타는 것을 빼먹지 않는다. ‘독일의 술’ 하면 먼저 맥주가 연상되지만, 와인은 독일인들이 맥주 다음으로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이다. 독일의 포도 재배 역사는 2000년이 넘었으며, 와인 생산량 면에서도 세계 10위권 안에 속한다. 특히, 와인 소비만을 보면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권이다.

 

특히, 와인의 종주국인 프랑스 젊은이들의 와인 소비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반면, 35세 이하 독일인의 와인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매년 3월에 열리는 와인박람회 ‘프로바인(Prowein)’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대표하는 와인엑스포로 자리잡은 이유도 간단하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영국과 함께 구대륙(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와인의 최대 소비국이기 때문이다.

 

독일와인도 레드가 강세 = 독일 포도밭 규모는 프랑스 포도 재배면적의 약 11%에 해당하는 102,000 헥타르. 세계 와인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독일와인은 화이트와인 품종인 리슬링(Riesling)이다.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와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리슬링은 최고의 화이트와인 포도품종”이라고 극찬했으며, 독일은 프랑스 북부 알자스 지역과 함께 ‘최고의 리슬링 산지’로 꼽힌다.

 

그러나, 리슬링을 포함한 독일 화이트와인은 ‘음식과 함께 마시기에는 단 맛이 강하다’는 이유로 와인애호가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와인시장에서도 독일와인은 6~7위권을 맴돌고 있지만, 와인불모지였던 70년대만 해도 ‘마주앙 모젤 화이트’를 내세워 수입와인 1위를 한참 동안 차지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독일 와인은 화이트와인의 당도를 낮추려는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2000년대 들어서는 레드와인 생산 비중을 크게 높여가고 있다. 2000년도만 해도 26%에 불과했던 레드와인 비중이 2006년에는 39%까지 치솟았다.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대표적 레드와인 품종인 피노 누아(독일명 쉬패트부르군더)로 빚은 독일 레드와인은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해, 해외수출 효자품목으로 떠올랐다.

 

◆ 독일와인 수출 선두주자, 블랙타워= 블랙타워(BLACKTOWER)는 이름만으로는 국적(원산지)을 알기 어려운 독일와인이다. 해외 수출 독일와인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블랙타워는 1960년대 처음 세상에 나올 때부터 국제시장을 겨냥해 이름을 ‘글로벌’ 하게 지었다. 현재 블랙타워는 영국, 캐나다, 미국, 한국 등에서 단일 브랜드로는 가장 많이 팔리는 독일와인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블랙타워 레드’는 독일 토종 품종이 아닌 글로벌 레드와인 품종인 피노 누아로 만들어 20, 30대 젊은 세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격도 1만원 대(국내 판매가격)로 매우 싼 편이다.

 블랙타워의 선전 비결로는 우선 철저한 현지 문화마케팅을 들 수 있다. 영국의 경우, 런던 하이드파크의 락 페스티벌, 영국 최고의 영화시상식인 Brit Award 등 각종 문화예술 공연에 협찬을 아끼지 않았다. 와인으로서는 드물게 현지 TV광고까지 활용했다.

 

블랙타워는 국내에서도 와인 신문광고 첫 테이프를 끊은 주역이다. 국내에서도 블랙타워의 토착마케팅이 눈길을 끌었다. 삼겹살집, 횟집, 대게식당 등에 시음회, 특가판매를 하는 한편 대학가 축제에도 뛰어들었다. 블랙타워를 생산, 판매하는 켄더만사(Reh Kendermann)의 마케팅 담당 폴커 스퇴크만(Volker Stoeckmann) 이사는 “블랙타워는 2007년에도 전년 대비 18.9% 성장해, 대망의 100만 상자(1200만병) 돌파가 확실하다”며 “아시아에선 한국 시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 아이스와인 종주국이 캐나다인줄 아셨다구요? = 전세계 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중 하나가 캐나다산 아이스와인(Eiswine)이다. 양은 일반 와인의 절반(375㎖ 내외)밖에 안되지만, 면세가격으로도 6만원이 넘는 고급와인이다. 하지만, 황금빛 도는 유혹적인 색깔과 꿀맛 같은 높은 당도에 매료된 와인애호가들은 지갑을 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스와인은 독일이 원조다. 정확한 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독일 아이스와인은 20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스와인의 기원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로마 교황청의 부름을 받은 독일 신부가 포도 수확시기를 지나 독일로 돌아왔을 때 이미 포도가 얼어버려 자포자기 심정으로 와인을 빚었더니, 지금껏 세상에서 맛보지 못한 와인 맛이 아닌가!

 

 아이스와인이 프랑스의 디저트와인 소테른과 다른 점은 포도 수확시기를 늦춰 자연 그대로 포도 송이를 얼려 만든다는 점이다. 반면에 소테른 와인은 인위적으로 귀부 병에 걸리게 한 포도를 원료로 빚는다. 아이스와인은 대개 기온이 영하 7~8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얼린 채 덩굴에 매달려 있는 포도만으로 만든다. 때문에 그 해 겨울이 따뜻하거나 너무 추워도 아이스와인은 제대로 만들 수 없다.

 

 독일산 아이스와인이 세계와인시장에서 캐나다산에 밀려난 것도 독일의 자연 조건이 대량으로 아이스와인을 만드는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만 해도 독일이 이상고온으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이 드물어 좋은 아이스와인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반면에 캐나다는 겨울기온이 일정해 아이스와인을 대량으로 세계와인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와인 매니아들은 여전히 독일산 아이스와인을 최고로 친다.

 

     -/ 글 / 박순욱기자  / 1월 12일자 위클리 비즈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