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퍼온글

-* 숭례문을 곡함 *-

paxlee 2008. 2. 15. 14:05
숭례문을 곡함

숭례문 (崇禮門, 남대문)
종목 : 국보 제1호 분류 : 유적건조물 / 정치국방/ 성/ 성곽시설 수량 : 1동 지정일 : 1962.12.20 소재지 : 서울 중구 남대문로4가 29 시대 : 조선시대 소유자 : 국유 관리자 : 중구청
 







- 남대문 폐허를 곡함 -
머리 풀고 울어에야 하리 옷 찢어 던지며 분해야 하리 오호 통재 이 하루아침 남대문 페허를 어찌 내 몸서리쳐 울부짖지 않으랴
돌아보라 6백년 연월 내내 한결이었다 이 도성 남녀노소들 우마들 이 나라 이 겨레붙이 모진 삶과 함께였다
혹은 청운의 꿈 안고 설레어 여기 이르면 어서 오게 어서 오시게 두 팔 벌려 맞이해 온 가슴인 나의 남대문이었다
혹은 산전수전의 나날 떠돌이 하다 여기 이르면 어디 갔다 이제 오느뇨 활짝 연 가슴 밑창으로 안아줄 너의 남대문이었다
단 하루도 마다하지 않고 단 하룻밤도 거르지 않고 지켜서서 숙연히 감연히 의연히 나라의 기품이던 저 조선 5백년 저 한민족 1백년의 얼굴이었다
온 세게 누구라도 다 오는 문 없는 문 온 세계 그 누구라도 다 아는 만방 개항의 문 정녕 코리아나의 숨결 서울 사람의 눈빛 아니었던가
이 무슨 청천벽력의 재앙이냐 이 무슨 역적의 악행이냐 왜란에도 호란에도 어제런듯 그 동란에도 끄떡없다가 이 무슨 허망의 잿더미냐
여기 폐허 땅바닥에 엎드려 곡하노니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멈추지 말고 떨쳐 일어나 다시 바람 찬 천년의 남대문 일으켜낼지어다 여봐란듯이 저봐란듯이 만년의 내일 내 조국의 긍지 우뚝 세워낼지어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숭례문의 기와가 쉬임없이 쏘아대는 거센 물살을 더 견디지 못하고 그만 와르르~~~ 쏟아질 때 우리 가슴이 얼마나 쏟아져 내렸는가??
필사적으로 쏘아올리는 물살에 차츰 차츰 숭례문이 흐트러지는 것을 지켜보며 우리 가슴은 숭례문 이상으로 타들어가 까맣게 재가 되어 버렸고 물살 만큼이나 눈물이 모아졌을 것이다
불이 그만 꺼져주기를 얼마나 얼마나 간절히 기원하며 국민 모두는 그시간 손을 모았을 것이다 하지만 화마는 우리 모두의 것인
숭례문을 삼켜버렸다
수많은 좌절 속에서 희망을 찾으며 건져 올린 우리건만 그나마 다행이라 소리를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도 큰 것을 잃은 것이다
이제... 허망함에 늘어뜨린 팔을 들어 올려 다시 복구 복구 하는 것이다
아울러 두번 다시 국가의 문화재를 잃는 일이 없도록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추모시 / 시인 '고 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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