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백두대간 26구간(백복령-삽당령) 종주기 *-

paxlee 2008. 10. 30. 21:09

 

                   백두대간 26구간(백복령-삽당령) 종주기

 

[백복령-3.28km-헬기장-8.92km-석병산-6.3km-삽당령-6.8km-석두봉-5.4km-화란봉-1.95km-닭목재=32.65km]


                                                                  -( 26-1)-


                                                               -( 26-2 )-

 

요새 더운 날씨를 두고 여름 같은 가을이라고 한다. 도로에서 뿜어나오는 따가운 열기가 그런 말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자연의 표정은 가을이 되어있다. 공기에서도 가을 내음이 난다. 결실의 향기가 들녘에 퍼지는 9월은 절로 흐뭇한 느낌을 갖게 되는 달이다. 사람들은 덥다고 하지만 작물들은 그 태양볕을 받으며 틈실해지고 향내를 낸다. 추석은 그러한 결실의 기쁨속에서 감사함이 우러나는 명절이라고 할 수 있다. 땀흘려 지은 농작물을 수확할 때 만족하지만 않고 선조들은 감사하는 전통을 지녀왔다.

 

익은 것은 들녘 곡식과 과실만은 아니다.  자라날 수 잇을 때 자라고 자랄 수 없을 때 침잠한다. 계절따라 각각의 풍경을 띠고 각각의 감각을 띠며 사람의 정서에도 작용한다. 그런데 가을은 결실 후의 비워짐으로 인해 허전함이 수반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1박 무박 3일 일정으로 대간길에 나섰다. 백복령에서부터 가야 하지만 구간 길이 관계로 먼저 가게 되었다. 다시 말해 삽당령을 경계로 구간 거리가 긴 삽당령에서 대관령 구간(27.1km)을 먼저 거리가 짧은 백복령에서 삽당령까지(18.6km)는 서울로 올라올 시간을 감안해 다음날 걷기로 한 것이다.

 

전체거리가 45.6km나 되는 긴 여정이었다. 그런데 나는 일요일에 해야 할 일이 있어 이틀 연속 산행을 할 형편이 아니었다.  11시 강동역에 도책해 차에 올랐다.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사정상 두 구간을 내일하루에 연속해서 걷겠다고 했다. 일행과 일정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예기를 꺼냈는데 모두 이해하며 동의해 주었다. 그리고 무리지만 그렇게 두 구간을 함께 갈 기회는 이번밖에 없을 거라고 했다. 차가 출발 하자 모두 좌석을 �히고 잠을 청했다. 1시 10분 평창 휴게소 들렀다.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들어서니 최회장이 시간이 부족할테니 차를 백복령에 도착하게 해서 나를 먼저 내려주겠다고 했다. 그 사이 나의 일정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고마움이 느껴졌다. 1시 26분 평창 휴게소를 출발해 영동고속도로(50번 고속도로)에서 1시 32분 진부 IC로 들어갔다. 이대장이 진부는 횡계보다 더 오래되고 큰 곳이었지만 지금은 거꾸로가 되었다고 했다. 강원도에 접어 든 후로 지대가 높아 졌을 터인데 평지를 가니 그런 느낌을 별로 느낄 수 없었다.

 

차가 정선을 향해 가는데 그 곳까지 거리는 43km였다. 그런데 오늘 하루동안 그보다 더 먼 길을 걷게 될 것 같았다. 28번 국도로 접속해 들어온 버스가 59번 국도를 가고 있었다. 가는 길가에 세워 둔 표지판에 수항계곡 장천게곡 등의 유명한 게곡 표지가 보였다. 가고 있는 2차선 길은 도로가 좌우로 꾸불탕거려 속도가 더디었지만 그로 인해 정선 아라리 같은 이 지역의 체취가 베어났다. 다시 가다보니 가로 표지판에 구절리 레알파아크라고 쓰인 글씨가 표지가 보였다.

 

구절리는 오지 산간의 맑은 지역인데 그러한 정취를 자원으로 개발하여 달라졌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2시 30분 42번 국도로 들어섰다. 평소 같으면 흔들리는 좌석이지만 억지로 잠을 청했을 시간인데 긴 구간을 나서는 긴장감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아서 창 밖 밤풍경을 보며 갔다. 임계를 거쳐 2시 55분 백복령에 도착했다. 대간 마루금을 끊고 지나가는 재나, 령, 등 고개가 있는 곳들은 대간 마루금이 약화된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역설적으로 그 곳들은 험한 산줄기를 비집고 겨우 난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길에는 삶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 백복령에 비해 이번에 마치려는 대관령은 고속도로를 내면서 인위적으로 크게 활성화 된 곳이다. 그러나 그 곳이 더 활달하긴 하지만 이 곳처럼 지형 기세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온 느낌을 느낄 수는 없다. 백복령은 과거 대관령보다 더 원활한 소통로였다. 백복령은 빽빽한 산세안에서 지대가 낮은 곳의 흐름을 이어 자연 발생적으로 소통되던 곳이다. 지형지세를 살펴 안길 곳을 찾아가면서 고을이 생기고 다시 그 고을끼리 서로 다른 생산물과 삶을 교류하면서 삶의 역사가 이루어졌다.


이대장이  차에서 내려 혼자 산길에 들어서려는 나를 배웅 하며 철탑을 보고 가라고 했다. 운전기사님도 배웅을 해주었다. 차를 팔았다고 해서 이제 더 함께 하지 못할 것 같아 이제 더 못보느냐고 했더니 앞에서 들으셨는지 다음에도 올거라고 해서 작별의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몇 번 뒤돌아보며 눈인사를 하고 울타리 옆으로 난 대간길로 들어서 산행을 시작했다. 다시 한번 뒤돌아보니 차가 막 뒤돌아서 오던 방향으로 출발하려하고 있었다. 순간 이제 정말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완만하고 평평한 길을 가다가 약간 오름길을 걸어가다 보니 우측에 묘가 있었다. 밤길에 이번 산행의 끝이 어딜지 모를 출발이었다. 구간 첫 머리에 위치한 자병산은 대간 진행자들이 두 번 울고 간다는 곳중 하나이다. 한번은 진부령에서 더 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울고 한번은 이 곳 자병산의 파괴된 모습이 때문에 운다고 한다. 그만큼 자병산은 횡폭하게 파괴되어진 곳이다. 그리고 오늘 그곳을 맞닥뜨린 상태가 되었다. 자병산은 사업이 끝나면 원래보다 200m 깍여 낮아진다고 한다.

 

현재도 그렇지만 그러면 본래 모습은 알수도 없이 파괴된 상태가 될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곳을 지나가면서 하필 이곳이 양질의 석회암 지대로 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어 30년째 파내리고 있는지 하고 생각했다. 완만한 곳을 올라가니 자병산과 석병산의 방향이 그려진 표지가 땅에 놓여 있었다. 아무리 훼손되었어도 자병산이 대간 마루금 같은데 자병산으로는 다닌 흔적이 잘 눈에 띠지 않았다. 좌측 급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앞 쪽 숲 너머에 볼빛이 보였다. 물소리가 들렸다.  불빛이 큰 가로등이었다.

 

개울 건너 올라갔다. 입구에 백복령 0.1km 쓰여 있었다. 마치 자연을 유린하는 기계음처럼 웅소리가 들렸다. 파괴된 것만도 서글픈데, 신성한 기운을 느끼며 지나가려는 대간길에 그런 파괴 현장을 직접 느끼고 지나가야 하는 것이 더욱 괴로웠다. 3시 14분 길 옆에 생태 체험장이라고 쓴 작은 표지가 보였다. 표지 너머에 식물원처럼 재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곳을 지나 작은 능선을 넘어 개울 건너 올라가니 너른 도로가 나왔다. 그리고 도로를 가로질러가니 덤프트럭이 몇 대 보였다.

 

그 시설과 장비들이 자병산의 석회암 채취를 위해 쓰이고 있는 것들 같았다. 공사용 도로를 가로질러 대간의 오름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숲길로 접어들어 통나무 계단을 걷다 하늘을 보니 달과 별이 보였다. 완만한 길을 걷다 보니 3시 22분 다시 철탑이 보였다. 경사지 내리막에 좌측으로 잇는 철탑을 보며 내림길을 걸어 다시 임도에 접어들었다.  길가의 꽃이 지고 있었다. 계단과 흙길로 된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다 3시 26분 완만한 능선을 넘어서 내리막길을 갔다. 다시 철탑이 나타나려는지 전선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3시 29분 다시 나타난 철탑을 보며 우측으로 돌아 완만한 오름길을 걸었다. 3시 33분 다시 내리막 길을 걸어 3시 37분 통나무 계단길을 걸어갔다. 다시 임도를 지나 3시 39분 철탑이 보이고 11시 방향으로 도시 불빛처럼 보였다. 칙칙한 잡풀이 우거진 길을 가는 동안 이슬이 비처럼 옷과 신발을 적셨다. 3시 44분 임도 앞에 큰 빨강 가로등의 휜한 불빛이 보였다. 3시 45분 물소리가 들렸다. 낮게 흐르는 개울을 지나 덤프차4대 보며 지나갔다. 온통 파헤쳐져 있구나 하며 아쉽게 생각했다. 


주의 안내표지가 세워져 있었다. 두개의 측량 폴대 같은 막대기에 작은 프랫카드처럼 안내문을 새겨 결쳐 놓은 것이 도께비 뿔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공사 표지를 한 곳이 곳곳에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00표지와 5,3km 표지를 보고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 온 상태였다. 망연 자실했다. 바쁜데 이렇게 헤메기까지 했으니 오늘 정망 두 구간을 다 마치기는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올라가다., 아예 백복령까지 되돌아가 확인해보고 싶었다. 4시 백복령으로 가니 우리가 타고 온 것 같은 미니 버스가 있었다. 다른 일행들이 도착하여 산행 채비를 하고 있었다 사정을 말하니 딱한 듯 함께 가자고 했다. 하지만 갈 길이 바빠 먼저 출발했다. 조심 또 조심 하며 갔다. 4시 45분 새출발 4시 10분 4시 1분, 4시 24분 철탑 지남 4시 33분 묘 우측에 보며 지나갔다. 4시 20분 임도를 걸었다. 좌측 맷돼지 소리가 들렸다. 한참을 가다 보니 어까 지나지 않았던 모습도 나타나서 이제 확실히 제대로 가고 있구나 생각했다.


내리막 길을 걷는 동안 앞마을에서 개 짓는 소리가 들렸다. 내리막길을 걷다 안부를 지나 다시 오름길을 오르는 동안 산 새소리가 들리고 주변이 훤해지기 시작했다. 좌측 숲 너머로 산세가 보였다. 그 멀리  산위로 구름이 불그스레 물들어가고 있었다. 오름 길을 걸어 오르며 위쪽을 보니 봉우리에서 불빛이 보였다. 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갔다. 놀라지 않게 하려고 헛기침을 하며 올라갔다. 그런데 백볼령에서 4시에 보았던 사람들이 오다가 또 돌아오느냐고 했다. 다시 원점으로 가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맥이 풀리는 느낌에 떨썩 주저앉아 물부터 마셨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정말 왜 그런지 알 수 없다고 하자, 가끔 그럴 때가 있다면서 정상 부근에서 다른 갈림길로 들어서면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뜻하지 않은 일로 제법 시간이 지체되어 대관령까지 걷기가 시간적으로 무리일 것 같았다. 그리고 체력소모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여서 콘디션 면에서 생각해도 그렇게 먼 거리를 걷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삽당령까지 가서 다시 생각하면서 다시 길을 나섰다.


조금 가다 보니 우측에 벽계령 팻말이 보였다. 방금 다시 출발 한지 500m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지점이었다. 이번에는 다행이 뒤돌아간 거리가 많이 않을 듯 했다. 숲 바람소리, 풀 부딧히는 소리가 들리고 밤안개가 끼고 갈대 잎의 이슬방울이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완만한 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러는 너덜길이 된 곳을 지나기도 했다. 시간을 만회하고자 하는 심리와 어떻게든 오늘 계획한 구간을 다 걸어보려는 의식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인지 쉬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묵묵히 걸어갔다.


오름길을 걸으며 주변이 훤해져 랜턴을 껐다. 5시 7분 이름 없는 봉우리에 닿았으나 안개가 끼어  주변이 멀리 조망되지 않았다. 봉우리에 올랐을 때 조망이 좋으면 무의식적으로 더 오래 머물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바로 떠나게 되기 쉽다. 그 곳에서도 계속해 봉우리를 넘어 내리막길을 걸어갔다. 원점 가까이 되돌아 온 줄 알고 이번에는 다시 대관령까지 가기 어려울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둔 큰 결심을 실천하지 못할 것 같아 침울해졌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를 진정하고 되돌아서서 걸었다 .

 

점차 날이 밝아 왔다. 날이 밝으니 마음에 부담이 사라졌다. 이제 사물을 식별할 수 있으니 지난 길을 되돌아 걷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될 것 같았다. 경치를 느낄 수 있어 사물이 식별 된다는 것이 좋았다. 6시 15분 생계령(640m)에 당도했다. 주변에는 벤치가 2개 놓여 있었다. 그 곳은 백복령을 5,4km 지나온 곳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다음 진행방향으로 헬기장이 5.5km(908고지)라고 쓰여 있었다. 헬기장이 얼마나 특별한지 모르지만 그것을 기점으로 거리 표시를 해 놓은 것이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지점을 확인하고 바로 출발해 오름길을 오르다 6시 30분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시장기가 느껴져 아침을 먹고 가기로 했다. 도시락을 한개 싸 가지고 갔지만 밥은 아껴두고 복숭아 한 개와 계란 두개를 먹었다. 대관령까지 다 갈 수 있을지 확실치 않게 되었지만 어쨌든 가려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남겨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 아까 본 사람들이 지나갔다. 6시 40분 식사를 마치고 출발했다. 여전히 안개가 끼어 있는 가운데 하늘에서 비행기 소리가 들렸다.

 

가다보니 햇살이 숲을 통과해 나무 둥치에 비춘 것이 마치 거울이 반사되듯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햇살을 받은 숲이 청명한 숲의 느낌을 느끼게 하였다. 6시 50분 다시 앞서간 일행을 추월해 산 능선을 따라 올라가자 지대가 높아져 있어 주변 산새가 조망되었다. 시야가 멀리 열리자 무의식적으로 뒤도 돌아보게 되었다. 돌아보니 주변이 운해가 깔린 채 오뚝 솟은 모습이 보였다. 산에서 오랜만에 보는 좋은 풍경이었다. 산세의 감각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경치가 좋아서 잠시 머물러 스케치 했다.


다시 길을 걸어갔다. 앞쪽에 숲 너머로 다시 옆으로 누운 듯한 능선이 가로막듯 보였다. 푸른 산이 단풍이 들려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오메 단풍 들것네” 라는 말이 떠올랐다. 특유의 짙어진 녹음의 푸르름이 막바지에 이르고 산은 저마다 가을 옷을 입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7시 5분 급경사 오름길을 걸었다. 계단을 만든 돌을 유심히 보니 석회암이었다. 7시 21분 봉우리를 지나 너덜길을 걸었다. 구절초, 투구꽃, 엉겅퀴, 마타하리 등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길가에 핀 구절초가 가을을 실감나게 했다.

 

지도를 보니 아직 삽당령까지의 남은 거리도 멀었다. 뚜렷한 산봉우리 등이 없어 목표를 두고 걷는 느낌이 적어 거리가 더 쉽게 좁혀지지 않는 듯 했다. 봉우리 넘어가니 7시 49분 다시 완만한 앞 봉우리가 보였다. 새가 길 가에 있다가 놀라 달아나 듯 날아갔다. 서울새 같으면 놀라지 않는데 촌새라서 그런 것 같다고, 멋쩍은 생각을 했다. 8시 봉우리에 닿았다. 위치 표지가 있었다. 위도 37-33‘47.9‘’, 경도 128도 54‘17.7’라고 표시되어 있엇다. 내리막길을 걸었다. 산사랑방 꼭지의 리본 표지가 보였다.

 

비행기 소리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낯에 서점에 들렀을 때 ‘하각하각‘이라는, 이외수 선생의 쓴 책에서 가을 개울은 짝짓기 하는 풀벌레 소리가 멀리 들리도록 숨죽여 흐른다고 써 있는 부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 자연은 초목이 만물이 자라나거나 풀벌레가 짝짓기를 하는 의미로나 경이로움을 지니고 있다. 이술에 옷이 다 젖었다. 가다보니 길 가에 온통 들꽃이 피어 축복의 길 같았다. 8시 17분 고병이재에 당도했다. 오름길 봉우리를 지나 다시 내림길과 안부를 지나 다시 오름길을 걸었다.

8시 30분 헬기장을 지났다. 헬기장에 들꽃이 가득했다. 고병이재가 10분 거리가 나타난 표지가 서 있었다. 일월봉은 1시간 15분이라고 쓰여 있었다. 내리막길을 걸었다. 8시 43분 완만한 오르막 길을 걸었다. 표지가 보였다. 845지정 원표가 보였다. 다시 X=452885, y= 191083 위치 좌표 표지가 보였다. 8시 24분 들꽃과 파란하늘, 그리고 흰구름이 그림처럼 어우러진 곳을 지났다. 8시 27분 헬기장에 닿았다. 그 곳도 들풀이 가득했다. 다시 길을 나섰다. 우측 숲 너머로 너울너울 산세가 보였다. 산의 바다로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도 정선의 깊이 있는 고장을 떠올렸다. 그만큼 정선은 나에게 깊고 평온하며 아라리 가락이 흐르는 평화롭고 순수한 고장으로 자리매김 된 곳이다. 오르락내리락 하며 갔다. 8시 54분 휴식을 가졌다. 9시 다시 출발했다. 앞에 높은 봉우리 가로 막고 서 있었다. 주변은 빽빽이 둘러쳐진 산의 바다 같았다. 9시 9분 민둥묘를 지나며 완만한 오름길을 걸었다. 9시 10분  헬기장이 나타났다. 그 곳을 지나 오르락내리락 하며 갔다.


석병산이 가까이 있는 느낌이었다. 돌 병풍처럼 생긴 이름인데, 주변에  밋밋한 산들이 많아서 기암괴석이 둘러친 모습이 나타날지 의문이었다. 산을 오르다 보니 바위가 보였다. 9시 16분 바위 봉우리에 오르니 주변이 넓게 펼쳐 보였다. 너울너울 이어지는 산의 바다 같았다. 산의 바다, 속세와 다른 곳이었다. 자연의 정취 깊이 기운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내려가다 우측 계곡으로 내려갔다. 건너에 바위 위에 정상석이 보였다. 그 곳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우측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우측으로 내려가 걸어가니 바위 밑에 동굴 같은 구멍이 보였다. 그 입구에 작은 돌들이 쌓여 있었다. 9시 20분 석병산에 올랐다. 대관령 쪽 산세가 넓게 펼쳐 보였다. 길이 줄어들기보다 시간이 더 빠르게 가고 있었다. 그러나 삽당령까지 마친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곳서부터 다시 먼 거리를 시작해야 했다. 먼 거리를 의식할수록 더 조급해지고 정말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일단 내려가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내림길을 걸었다. 뚝 떨어지는 길이었다. 9시 33분 작은 봉우리에 당도했다. 뒤로 석병산이 보였다.


삽당령 가는 길                            2008. 8. 20
                                                             

마타하리 꽃도 지고

가을이 대신 향내를 피워내는

대간 길


첩첩한 산중을

바듯이 걷다보면 

도시가 아득해지고


내 숨결로

걷는 길만이

맥박처럼 박동한다.


햇살

느릿하게 번져가는

정선 아라리처럼

에두른 산천


삽당령 가는 길은

아직 멀다

 

이쪽에서 보니 산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산 이름처럼 흡사 돌 병풍처럼 보였다. 9시 44분 다시 봉우리에 올라 지나가니 바로 이어 헬기장이 나타났다. 거기서 두리봉은 0.7km 삽당령 까지 거리는 5.3km거리였다. 삽당령 가르키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무심코 사개청소한 길로 접어들었다. 가다보니 리본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개 청소중에 리본이 없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참 가다보니 흙에 묻힌 돌계단의 흙을 제거하며 돌계단이 들어나 있었다. 여전히 표지기가 보이지 않는 내림길을 한동안 걸어가다보니 일하시는 분들이 모여 쉬고 있었다. 그들에게 대간 길이 맞느냐고 하자 한 분은 맞다고 했으나 다른 분이 대간 길은 한참 위에 서 저쪽으로 가야 한다며 손짓을 했다. 알겠다고 하고 길을 잘못 들었던 지점까지 한참을 걸어 올라갔다. 시간이 급한 나로써 다시 허비 한 것이 아쉬웠다. 잘 못 든 지점에 당도했다. 산 능선 방향으로 수풀사이로 길이 보였다.

 

그리고 안쪽에 표지기도 보였다. 좀 더 주의 깊게 살피고 길을 찾았더라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을 하고 후회가 되었다. 10시 8분 다시 두리봉을 향해 걸었다. 잠시 후 두리봉에 닿았다. 거기서 남은 큰 목표 지점은 이제 삽답령뿐이었다. 지도를 보니 대간 마루금은 서남쪽으로 후퇴해 내려서듯 이어지고 있었다. 그 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길을 걸어 10시 30분 다시 봉오리 도착했다. 계속 가다보니 주수천 발원지라는 리본이 보였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좌측으로 봉우리가 숲 사이로 구도가 아름답게 보였다.

 

10시 57분 숲속의 공터 지나 걷다보니 맞은편에서 두 사람이 오고 있었다. 그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삽당령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으니  2km 쯤 남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삽당령 가면 먹거리가 있다고 했다. 계속 걷다보니 두 사람이 지나 간 곳은 거미줄이 없었다. 나도 그들이 가는 곳에 지나오면서 온 몸으로 걷어 내며 온 셈이다. 11시 11분 삼당령이 2.2km 남은 팻말이 보였다. 참나무 숲길을 걸었다 드물게 큰 소나무도 보였다. 11시 20분 봉우리에 올랐다. 11시 30분 헬기장에 도착했다.

 

완만한 숲길을 걸어갔다. 산길은 쉽게 줄지 않는다. 11시 37분 꽃 닢이 길 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수를 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앞쪽에서 차소리가 들렸다. 11시 40분 삽당령까지 거리가 0.3km로 표지된 이정표를 지나 나무 계단으로 된 급경사길을 내려가니 임도가 나왔다. 다시 그 곳에 삽당령 0.1km 이정표가 보였다. 그것을 보며 다 온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임도에 내려서 내리막길로 조금 간 위치에 다시 숲길 쪽으로 표지기가 달려 있었다.

 

 삽당령 고갯길이 숲 너머로 느껴졌다. 길에 내려서기 전에 길 우측 계곡물에 발을 담그려고 내려갔으나 물이 적어 발이 담궈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폭포처럼 낙차가 생긴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로 발을 적시자 피로가 다 가시는 듯 했다. 바로 아래 숲 너머로 옆으로 지나는 도로가 보였다. 그 도로로 내려가는 몇 단으로 된 계단에 경찰이 앉아 도시락 점심을 먹고 있었다. 도로가 지나고 있지만 고개는 한가한 분위기였다. 주변을 돌아보니 삽당령 고게 이름을 쓴 비석이 두개나 되고 성황당도 보였다. 아까 들렀던 주막이 옆에 보여 옥수수 막걸리와 전병을 주문했다.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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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백두대간 17구간에서 25구간은 신공식님의 대간 종주기를 싣었습니다. 26구간부터는 김석환님의 대간기를 다시 싣기로 하였습니다. 산행안내도는 신공식님의 것을 원용하였습니다. 이제 몇 구간 남지않은 백두대간 산행기를 끝까지 한 번 읽어 보시고 가능하면 계획을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구간을 끓어서 종주를 하다보니 김석환님 글이나, 신공식님의 글과 구간 번호가 상이한 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