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다양한 문화

-* [걷기의 즐거움 20선]<16>온 가족이 함께 떠난 히말라야 트레킹 *-

paxlee 2009. 11. 25. 22:09

 

[걷기의 즐거움 20선]<16>온 가족이 함께 떠난 히말라야 트레킹

 

                

《“취직도, 과외도, 돈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고, 시간이 갈수록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아내와 나는 부자도 아니고 가진 것도 많지 않다. 그나마 갖고 있는 것마저도 훗날 아이들에게 꼭 줄 수 있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장해 줄 수 없는 미래보다 부족하지만 지금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현재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결심하고 이를 실행하기로 했다.”》

해발 5000m서 ‘가족’을 찾다

건축사무소 대표인 아버지,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는 어머니, 각각 대학 졸업반과 고등학생인 첫째와 셋째아들. 군복무 때문에 불가피하게 빠진 둘째를 제외한 가족 네 명이 2004년 7월 히말라야를 올랐다.

가족 각자에게는 취업, 진학, 회사일, 자원봉사 등 나름대로의 일상이 존재한다. 일상을 멈추고 길을 떠나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다. ‘가족 모두가 균형의 추를 맞추기 위해 평소에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 즉 없으면 곧 죽을 것 같은 것들을 적당히 덜어내는 작업’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여행에는 38일,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꼬박 걸렸다.

책을 쓴 아버지는 현지에서 구입한 생수 가격까지 기록하는 꼼꼼함을 발휘했다. 여행 전 어떤 코스를 선택할지부터 고산병 이기는 법, 관광지 정보, 포터 구하는 법, 꼭 챙겨야 할 물건 등 현지에서 직접 실수를 겪으며 얻어낸 정보가 담겼다.

여행 중 가족을 가장 괴롭힌 건 고산병이다. 네팔로 들어가기 전 경유지인 티베트 라싸로 비행기를 타고 오는 관광객은 평균고도 3500m의 고산지대에 갑자기 적응해야 한다. 이들 가족 역시 도착 첫날부터 밤새 ‘먹은 음식을 호텔 화장실에 고스란히 반납’하며 고산지대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른다.

낯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배가 홀쭉해질 정도로 살이 빠지고, 열흘 동안이나 제대로 샤워도 하지 못하는 고생을 겪으면서 이들이 의지한 것도 바로 가족이다. 가족 중 아무도 몸무게를 몰라 0.1톤으로 ‘추정’한다는 막내는 고소증세 때문에 트레킹 내내 고생한다. 하지만 트레킹 막바지에 접어들면서는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는 어머니의 짐을 대신 들어주며 “힘내세요”라고 말한다. 사방으로 눈 덮인 산이 보이고 저 멀리서는 눈사태로 일어나는 굉음이 들리는,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경치도 힘을 북돋운다.

여행 시작 28일, 트레킹 시작 16일 만에 가족은 드디어 해발 5360m인 고쿄피크 정상에 오른다. 숨쉬기도 힘든 정상 언덕에서 거센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벅찬 마음도 서로를 믿고 의지해온 가족이 있기 때문에 한층 크다.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말없이 눈으로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하였다. 집을 떠나온 지 28일, 티베트를 거쳐 히말라야의 마지막 정상에 함께 올라선 우리는 ‘가족이 함께했다’는 강한 감동에 전율을 느꼈다.”

가족은 트레킹에서 돌아온 뒤에도 걷기 운동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행 중 어학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첫째는 어학연수를 시작했고, 막내는 히말라야 고봉을 올랐다는 자신감으로 입시 공부에 열중한다. 아버지는 여행을 통해 가족이 얻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하며 다음 여행을 기약한다.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은 우리 가족 각자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 목표를 향해서 힘차게 나아갈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우리 가족이 편안함과 타성에 익숙해져 있을 때, 다시 떠날 기회를 만들고, 또 기회가 올 것이라 희망하고 있다.”
 
 - 저자 / 한동신 / 다밋 / 가격 9500원 -  - 글 / 이새샘 동아일보 기자 -
 
  • 소개 :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서일대학 산업체 겸임교수, 영동대학 강사를 역임했으며, 2006년 현재 (주)건축사 사무소 대원 아키텍 대표로 있다. 지은 책으로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18일간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떠난 히말라야 트레킹 펴낸 한동신씨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술을 같이 마시든가 아니면, 여행을 떠나보라고 했던가.

     한동신(로제리오 54 서울 명일동본당)씨는 여행을 택했다. 아내와 두 아들이 함께 한 히말라야 트레킹 . 가족간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가족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보장해줄 수 없는 미래보다 부족하지만 지금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현재 시간이 더 소중하다 는 것이 한씨가 밝힌 가족여행 동기이다.

     한씨가 펴낸 「온 가족이 함께 떠난 히말라야 트레킹」 (다밋 9500원)은 그가 부인 홍영미(로사리아 50)씨와 아들 우현(요한 27)ㆍ우주(요아킴 17)군과 2004년 7월 중순부터 40여일간 히말라야를 오르면서 동고동락(同苦同樂)한 배낭여행기를 일기식으로 엮은 책이다. 둘째 아들 우일(요셉 24)씨는 군복무 때문에 아쉽게도 함께 떠나질 못했다.

     여행기는 가족이 중국과 티베트를 거쳐 히말라야 고쿄 피크(해발 5357m)에 올랐다가 서울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여정을 실었다. 여행기로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입국 비자를 받는 일에서부터 교통편 숙박시설 현지 사정을 비롯해 하루에 쓴 경비까지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 이 책 한권만 있으면 한씨 가족이 밟은 경로를 따라 여행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여행경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한 여행기로 그치지 않는 것은 훈훈한 가족 사랑이 살아 숨쉬기 때문. 직장인인 아버지는 이 여행을 위해 무려 38일간이나 회사를 비워야 했고, 엄마는 노인복지관과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뒤로 미뤄야 했으며, 큰 아들은 대학원 진학과 기업체 인턴 과정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상태였고, 고등학생 막내는 과외라는 멍에를 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씨는 용단을 내렸다. 취직도 과외도 돈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고, 시간이 갈수록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살다 보면 정말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힘든 선택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종종 느끼게 되지 않는가? (8쪽)

     성상을 가지고 다니면서 하루도 안 빠지고 묵주기도 5단을 바쳤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미사에는 꼭 참례하려고 애썼다. 하느님은 가족과 늘 함께 하는 여행의 동반자였다.

     건축사인 한씨는 건축가이기 이전에 평범한 가장으로 우리 가정이 사랑을 담을 수 있는 작지만 가장 소중한 그릇 이 되도록 설계하고 실천했을 뿐 이라며, 가족 배낭여행이 무사히 끝날 수 있었던 것은 가족간 사랑과 믿음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가족은 또 여행을 통해 각자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힘도 덤으로 얻었다.

     가족은 내년쯤에는 3개월 여정으로 남미 대륙 횡단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때는 이번에 가지 못한 둘째 아들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고, 가족이 함께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느끼고 공감하며 감동하는 사랑 또한 한뼘 쯤 더 자랄 것이다.

     - 글  / 남정률 평화신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