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 선진한국의 미래와 한국인의 초상 *-

paxlee 2011. 12. 2. 22:14

                                       선진한국의 미래와 한국인의 초상

 

사람들의 가치관은 평가 심리에서 나온다.

‘이 음식은 맛이 있다, 없다, 그 사람은 훌륭하다, 변변치 않다’는 평가에서 가치가 나온다는 말이다. 그 평가하는 사람과 그 사람의 가치관도 평가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우리 모두 한국인의 가치관이 과연 건전한 상태에 있는가에 대한 평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가치관은 건전한가? 이것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가치관을 평가한다고 했는데, 그 가치관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평가의 척도가 있어야 한다. 가치를 평가할 때 그 평가를 재는 척도로서는 어떤 것이 있는가? 나는 평소 세 가지를 생각해오고 있다.

하나는 가치의 수명이다. 가령 돈이라든지, 인격이라든지, 아름다움이라든지 이런 가치 있는 것은 수명을 가지고 있다.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수명이 오래가는 것의 가치가 수명이 짧은 것의 가치보다 높다. 때문에 이는 비교의 척도가 된다.

둘째로는 돈이라든지, 집이라든지, 지위라는지 그런 가치 있는 것이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혜택의 범위가 클수록 큰 가치이고, 혜택의 범위가 작을수록 작은 가치가 된다. 혜택의 범위가 넒은 것은 예술, 사상 같은 것이다. 공자의 사상은 굉장히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었다. 또 예수 그리스도의 기독교 사상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에 비해 100만원의 돈이라고 하면 100만 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혜택이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혜택이 되지 않는다. 어떤 것은 많은 사람에게 크게 나누어 줄 수 있는 큰 힘을 가졌지만, 다른 어떤 것은 오직 소수에게만 혜택이 된다. 혜택을 줄 수 있는 크기, 범위가 얼마나 되느냐가 가치 비교의 척도가 된다.

또 한 가지 가치 비교 척도가 있다.
그 자체가 목적이냐, 수단이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건강과 장수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건강한 몸이 다른 무엇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건강하게 사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지, 왜 건강하게 사느냐고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건강한 생명은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이다. 하지만 의약, 의술은 건강과 생명을 위한 수단이 된다. 그렇게 될 때 그 자체가 목적인 생명과 건강은 생명과 건강의 수단이 되는 의약이나 의술보다는 더 높이 평가된다. 목적이냐 수단이냐 하는 것 또한 가치 평가의 척도가 된다.

한국인의 가치관, 건전하지 않다


건전하고 훌륭한 가치관을 가진 분들도 많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인의 가치관은 건전하지 못하다. 앞에서 말한 세 가지 가치 비교 척도에 견주어 볼 때 그렇다. 한국인의 대다수는 첫째로 소유의 극대화 또는 향락의 극대화, 또 하나는 권력의 극대화가 삶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며 살고 있다. 소유의 극대화 또는 향락의 극대화를 삶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은 올바른 가치관이 아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제시한 가치 평가의 척도에 비추어볼 때 그것은 그릇된 가치관으로 판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열심히 추구하고 있는 재물, 권력, 향락은 수명이 짧고 혜택이 적고,
수단으로 쓰이는 것들이다. 한국인은 외면적 가치를 더 선호한다. 높은 것을 높게 대접하고 낮은 것은 낮게 대접해야 하는데 이것이 뒤집히면 가치체계가 무너져 건전한 가치관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내면적 가치로서 인격, 평화, 자유, 한국, 예술 등 이런 것을 가장 소중히 하면 우리는 남을 밀어 제치고 이기려 힘쓸 필요가 없다. 무슨 말이냐면 훌륭한 인격자가 되는 것은 한 사람이 인격자가 된다고 해서 내가 인격자가 될 수 없는 경쟁관계가 아니란 것이다.

학자도 마찬가지다. 누가 더 유명한 학자냐를 따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누가 더 학식을 많이 가지느냐, 누가 더 유식한 학자가 되느냐는 것은 얼마든지 수가 늘 수 있는 것이다. 또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 많을 수도 있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도 많을 수가 있다. 그래서 내면적 가치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경쟁성이 없다.

우리가 내면적 가치의 세계에 우위(優位)를 두고 인생을 영위한다면,
서로가 서로를 물리치며 적대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각자가 노력만 잘하면 건강한 사람이 100명도 될 수 있고, 1000명도 될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하기에 달려 있고, 또 그 총량을 얼마든지 증대시킬 수 있다. 이렇게 총량이 늘어나는 경쟁은 치열하지 않고 누구나 노력만 하면 얻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얻을 수 있는 내면적 가치의 세계로 관심을 돌리면 사회는 편안하다.
따라서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외면적 가치에 속하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버리지 않는 한 외면적 가치를 에워싼 사람들의 경쟁은 매우 치열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관계를 ‘만인은 만인의 적’이라고 묘사한 홉스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인성교육 되면 공부는 알아서 한다


건전하지 못한 가치관을 건전한 가치관으로 고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치관은 한번 타고나면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있다. 인성교육에 의해 가치관을 바꿀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아주 높은 나라이지만 인성교육에 대해서는 열의가 없다. 옛날 조상들 가운데도 인성교육에 열의가 없었던 사례들이 있다. 가령 한석봉 어머니 이야기, 맹자 어머니가 세 번 이사한 이야기들을 보아도 인성교육에 관심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즘도 인성교육에는 관심이 없다.
오늘날 우리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해주고 싶은 교육열은 굉장히 높다. 그 교육열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남을 물리치고 내가 승리자가 되고자 하는 이기적 교육에만 치중되어 있지 내 아들이 훌륭한 인품이 된다거나 남과 어울려 빛깔을 잘 만드는 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남을 밀어붙이고 승자가 되는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

인성교육에 역점을 둔 학교 중에도 입학성적이 우수한 학교가 있다.
민족사관학교구미고등학교가 그렇다. 구미에 있는 교장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만나서 인성교육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상급학교 교육을 시키는데 지장이 없느냐고 물었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 아이들은 좋은 학교에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인성교육이 되면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를 하고, 또 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아 자연히 열심히 해서 입학시험 성적이 모두 좋다는 이야기였다.

민족사관학교 교장선생님에게도 물어보았더니 대학 입학 성적이 모두 좋다고 하였다.
인성교육에 너무 힘쓰면 입시경쟁에서 손해 본다는 생각은 하나의 잘못된 억측이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성교육을 통하여 사람이 되는 동시에 또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성교육에 더 힘써야 한다.

인성교육은 첫째, 나이가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은 4∼5세 때부터 성품의 바탕이 생기기 때문에 굳어버리면 인성교육이 어렵다. 그러므로 어려서부터 어머니, 아버지가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 어려서 한 다음 거기서 그치지 말고 초등학교에 가서도, 유학을 가서도 인성교육은 계속해야 한다. 인성교육은 어려서 하는 동시에 또 평생교육으로서 사회에 나간 다음에도 자기교육,

나 자신을 교육시키는 평생학습 수양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성교육이 소홀히 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잘못된 점이다.

인성교육의 핵심은 가치관 교육이다.
따라서 잘못된 가치관을 바로잡기 위해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 인성교육은 어릴 적부터 부모가, 학교 선생님이, 사회에서 끊임없이 해야 한다. 이렇게 성인들이 모여 사회문제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인성교육이라고 본다. 어렸을 때는 인성교육을, 사회에 나와서는 사회교육을 통하여 인성교육을 하고, 또 스스로 자기 수양을 통하여 평생 해야 할 것이 인성교육이다.

인성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잘 받은 사람이 경쟁에서 지는 사람으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인성교육을 잘 받아 사람 됨됨이가 잘된 사람은 어딜 가든 대접을 받는다. 훌륭한 인성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간 사람들은 삶 전체에서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인성교육을 한다고 해서 입학시험에서 불리하고, 인생 낙오자가 된다는 어머니가 더러 있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다.

내면적 가치에는 경쟁이 없다


일정한 집단이 일정한 시기에 보유하고 있는 외면적 가치의 총량은 피치 못할 한계를 가졌다.

대한민국이 2008년에 보유하고 있는 총재산과 생산력은 그 수치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 대한민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권력의 자리도 그렇고, 향락의 기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인 전체가 느끼는 재물, 권력의 자리 또는 향락의 기회에 대한 욕심에는 거의 한정이 없다. 따라서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외면적 가치에 속하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버리지 않는 한, 외면적 가치를 에워싼 사람들의 경쟁은 매우 치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람들은 대개 한두 가지의 좋은 능력을 타고난다. 그 개성을 살려서 성실하게 노력만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목표를 이루게 될 것이고 자존심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자녀들에 대한 부모들의 적절한 양육과 교육도 매우 필요하다.
국가의 질서와 국민의 인권 및 재산을 지키며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정치계와 교육계 그리고 종교계의 지도자들의 맡은 바 임무도 중요하다. 지도계층의 인물들도 물론 내면적 가치가 외면적 가치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인생관에 투철해야 할 것이며, 그렇게 되는 날 인간사회는 밝고 자유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가치관 교육을 핵심으로 삼는 인성교육을 이룩함으로써 우리나라를
바람직한 문화적 선진국으로 건설하는 일이 매우 먼 곳에 있는 하나의 이상으로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성공적 가치관 교육을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에 대한 내용을 차분하게 이해한다면, 그것이 반드시 먼 곳에 있는 막연한 목표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목표가 저절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생각에서 앞선 사람들이 거국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장기간에 걸쳐서 노력해야 한다.

 

건전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은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도 많이 있다. 그 사람들의 참여와 협조도 매우 중요하다.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이 없듯이, 완전히 건강한 국가도 없다. 건전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세력이 늘어가는 국가는 희망이 있는 국가이다.

 

- 글 / 김 태 길 / 전 대한민국학술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