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힘

언제부터인가 나는 순간순간을 즐거운 쪽으로 생각하고 만들어 가려 했다. 일이든 공부든, 취미나 봉

사든, 모두 내가 즐겁게 살기 위한 쪽으로 선택하였다. 일상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하여 긍정

적으로 받아드리는 것은 매우 현명한 삶에 속한다. 긍정하고, 만족하고, 감사하면 자연스럽게 편안한

얼굴이 만들어 진다. 진정한 긍정은 일단 나에게 일어난 상황을 수긍하고 그 다음 해결책을 찾는 것이

다. 긍정은 삶이 좋은 쪽으로 흐르도록 하는 에너지이다. 나에게도 늘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이런 자세가 있다면 나쁜 일이라도 최악으로 흐르지 않도록 내 마음과 행동

을 움직일 수 있다.

누구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무겁다. 습관적으로 츨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면 잠깐, 오늘 하루를 어

떻게 보낼지 생각해 보자. 긍정적인 사람은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진정한 긍정의

고수는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나든 잘 견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이 하루를 결정할 것이다. 그 하

루가 모여 나의 삶이 되고 평생이 된다. 옛날 생각이 자주 나는 걸 보면 나도 늙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날 문득 용수철처럼 튀어나온 기억들은 웃음을 짓게하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그로 인해

내 주위를 훈훈하게 만든다. 삶은 작은 이야기의 연속이다. 시시껄렁해 보이는 이야기들이 모여 인생

의 큰 무늬를 이룬다. 그래서 좋은 기억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면서 살아가라는 것이다.

나는 마흔살이 넘어 재형저축 적금을 탔다. 1973년 아화여대로 이직한 뒤 월급에서 의무적으로 불입

금이 빠져나갔는데, 그동안 죽 잊고 있다가 만기가 된 것이다. 1983년 천만원이란 공돈이 생긴 샘이었

다. 돈을 들고 찾아간 곳은 여행사였다. 그리고 천만원어치 여행 계획을 짜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결

혼할 때 예식장 빌리기도 어려울 만큼 돈이 없었다. 그래서 텐트 안에서 첫날밤을 지내며 아내에게 말

했다. "돈 벌면 우리 세계 일주하자!" 두 사람 다 가난했으니 무슨 말인들 못할까. 나로서는 아내를 즐

겁게 해 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때 그 막연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으니 신기하고 놀라웠다.

나는 아내와 상의도 없이 일을 저질렀다. 부동산 투기가 붐을 이루던 당시. 천만원은 변두리에 소형

아파트 한 채를 살수 있을 만큼 큰돈 이었다.

집을 사서 세를 놓으면 부수입도 괜찮을 테고 노후 보장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했다. 나는 아내 모르게 여행 계획을 세웠다. 당시 딸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

어서 , 아내는 나를 기막히다는 듯한 눈빛으로 쏘아 보았지만 결국 따라나섰다. 그렇게 우리는 40일

동안 유럽을 돌아 다녔다. 근사한 호텔에서 잠을 잤고, 사진으로 만 보던 명화들을 감상했다. 파리 개

선문 옆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 나눈 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다. 그렇게 천만원을 다 썼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돈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아내와 나에게는 여행의 즐거움과 아름다

웠던 추억들이 남았다. 가끔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묻곤 했다. "아파트 투자해서 얼마 더 버는 게 낫

나? 지금 이 즐거운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게 낫나?" 그때마다 아내는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일본의 자녀교륙 전문가 '가나모리 우라코'는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 줄 수 있는 최고의 재산은 물질적

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부모는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다'고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삶의 좋은 기억은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 진다. 이제 나는 내 삶의 마지막 모습이 나쁘게 기억되지 않기

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노화로 인한 아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게으러지 않으려 노력하며 즐거

운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았던 아버지로

기억되었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모든 상황은 그 안에 의미의 씨앗을 품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

든 자신이 하는 일은 중요하며, 대인관계 즉 부모와 자식의 관계, 남과 여의 결혼관계, 친구사이의 관

계, 선 후배와의 관계, 사회 직장의 상하관계 등은 나의 삶을 열어가는 디딤돌 역활을 해준다. 

-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