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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일상 - 529. <놀줄 알고 쓸줄 아는 A세대… 명품·전기차 시장의 50% 장악>

paxlee 2022. 6. 24. 07:23

놀줄 알고 쓸줄 아는 A세대… 명품·전기차 시장의 50% 장악

 

고학력·고소득 중년층 어디 돈쓰나 분석해보니

 

현대차는 작년 4~6월 두 달간 출고된 전기차 아이오닉5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했다가 의외의 결과를 받았다. 아이오닉5를 선택한 고객들은 50대(31.1%), 40대(27.6%), 60대 이상(20.6%), 30대(16.8%), 20대(3.8%) 순이었다. 당초 전기차를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겼지만 실제 구매 고객은 40대 이상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환경을 생각하는 50대 이상 고객들이 ‘세컨드카’로 전기차를 선호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구매력이 강하고 학력이 높은 4565세대는 새로운 기술이나 문화를 빨리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경험하려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폰을 비롯한 각종 IT 기기는 물론, 유기농 식품과 반려 동물, 미술품 투자 등 다양한 신사업을 창출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글로벌 광고업체 TBWA ‘시니어 랩’과 한국리서치가 국내 50대 이상의 소비자 1752명을 포커스 인터뷰해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전체 소비자보다 스스로를 경제적으로 여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의 월평균 수입은 381만원. 40.7%가 또한 대학을 졸업했다고 답했다. 소비 역량이 높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새로운 소비 권력인 셈이다.

 

◇새로운 소비 권력, A세대

 

이들 세대가 소비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것은 저출산 여파로 연령대별 인구수가 여전히 가장 많은 데다 보유 자산 규모도 젊은 세대의 2~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작년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이상의 순자산(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은 30대 순자산의 3배 정도다. 인구학적으로도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50대 이상은 전체 인구의 40% 정도다.

 

게다가 이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스스로에게 투자를 할 줄 아는 세대다. 실제로 TBWA 조사에서도 포커스 그룹 인터뷰 응답자의 49.9%는 ‘나를 위한 투자가 아깝지 않다’고 답했다. 20~30대의 51.5%가 같은 대답을 한 것과 비교하면 젊은 세대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서울 성수동에 사는 유지연(62)씨는 스스로를 “부모 세대와 달리 자식보다 나 자신을 더 먼저 생각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유씨는 “위 세대는 물값도 아껴가며 돈을 모았다면 우리는 놀 줄도 알고 돈 쓸 줄 알면서 컸다”면서 “나이 들어서도 나 자신을 위해 돈 쓰는 것을 별로 아깝지 않게 여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유기농부터 전기차까지, 新산업을 일으키는 A세대

 

이 세대들은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됐을 무렵부터 왕성한 사회 생활을 했기 때문에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도 상당히 익숙하고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메타 버스 등 새로운 기술적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새롭게 탄생한 신산업의 테스트 베드 역할도 충실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웰빙 열풍과 함께 급성장한 친환경·유기농 산업이다. 식품 업계는 웰빙 열풍이 시작됐던 2000년대 초반, 30~40대 주부였던 A세대가 친환경·유기농 식품 시장을 주도한다고 본다. 친환경·유기농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오아시스 마켓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45세 이상 고객 비중이 63%에 달한다”며 “이 세대는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왔다”고 말했다.

 

최근 골프를 시작한 20~30대가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 스크린골프도 실제 사용자들은 A세대들이다. 국내 1위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에서 작년 한 해 돈을 쓴 비중이 큰 연령대도 50대 이상(40.9%)이 압도적이었다. 이어 40대(37.3%), 30대(13.4%)가 2·3위었다.

 

1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반려 동물 업계나 명품 업계 등 다양한 산업들이 A세대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반려 동물 양육 비율이 37.8%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다. MZ세대를 겨냥한 명품 온라인 시장에서도 A세대의 소비가 두드러졌다. 명품 온라인 쇼핑몰 발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결제액 중 45세 이상의 비중이 절반 이상(53%)을 차지했다. 발란 관계자는 “올 상반기 45세 이상 가입자 숫자는 지난해 하반기 보다 1.5배가 늘었고, 결제액도 4.7배가 늘었다”고 했다.

 

- 송혜진 기자. 변희원 기자. 이미지 기자. 조선일보 / 2022.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