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백수의 일상 - 572. <‘디엔비 베이커리’의 창업 성공 스토리>

paxlee 2022. 7. 14. 02:17

동네빵집 ‘손맛’에‘ 디엔비’ 신영이 대표

 

6일 경기 고양시 디엔비 본사에서 신영이 대표가 갓 구운 도넛을 들고 있다. 디엔비는 도넛만 하루 평균 20만개씩 생산하는 베이커리 전문 중소기업이다. 신 대표는 “좋은 재료에 우리만의 ‘손맛’을 더한 게 25년 영업의 비결”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고양 베이커리 전문 중소기업 디엔비 본사. 사무실과 연결된 빵 생산 라인 입구엔 거대한 클린룸(몸 전체를 소독하는 공간)이 있었다. 문은 한 번에 열리지 않았다. 작업복을 입었는데도 테이프 클리너로 온몸 구석구석을 꼼꼼히 훑은 후에야 겨우 도넛 공장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소독기를 사용해 손을 닦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게 해놨어요. 머리카락 한 올 들어가지 않게 하려면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신영이(61) 디엔비 대표는 “직원 2명으로 시작한 20평짜리 빵집을 25년간 키워올 수 있었던 건 청결을 최우선으로 한 덕분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떼인 돈 받으려다 빵집 시작… 매출 160억 중소기업으로

 

베이커리 전문 중소기업인 디엔비 홈페이지에는 ‘고등학생 때 먹던 빵이 잊히지 않아 홈페이지를 찾아왔는데 케첩 소시지 빵 1박스 살 수 있을까요’ ‘매점에서 먹던 콘치즈 피자 빵이 너무 먹고 싶은데 30개 구매되나요’ 같은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신 대표는 “대기업이라면 생산 과정을 자동화했겠지만, 중소기업인 우린 ‘40% 손맛’을 넣어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덕분에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과 마산(현 창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신 대표는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일을 관뒀다. ‘경단녀(경력이 단절된 여성)’였던 그가 제빵 사업에 뛰어든 건 우연이었다. 빚을 갚지 못한 친척이 “대신 빵집을 줄 테니 장사해서 돈을 가져가라”고 한 것이다. 빵집 운영에 재미를 느낀 신 대표는 아예 직접 빵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1998년 경기도 고양에 ‘디엔비 베이커리’를 창업했다.

 

직원 2명뿐인 작은 빵집이었지만 좋은 재료로 만든, 달지 않은 빵은 금세 소문을 탔다. 롯데마트 행신점 구매 담당자가 찾아와 판매 행사를 제안했다. 마트 에스컬레이터 옆 작은 매대에서 하루 100만원 매출이 나왔다. 그러자 롯데마트는 “전 지점으로 깔아보자”고 했다.

 

이후 군부대와 학교, 홈플러스·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편의점에도 자체 브랜드의 빵과 도넛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식품 대기업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도 납품했다. 학교·군대를 겨냥한 1인용 피자 빵, 소시지 빵과 간식용 도넛, 초콜릿 빵 등 주력 상품을 앞세워 한 해 매출 160억원을 내는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35곳의 대형 거래처에 하루에 도넛만 20만 개를 공급한다.

 

◇”코로나는 위기 아닌 기회”

 

신 대표에게 2020년 시작된 코로나는 큰 위기였다. “올해도 열심히 뛰어보자면서 재료를 잔뜩 사놨죠. 근데 매출 30%를 담당한 군납과 학교 급식 납품이 한순간 중단됐어요.” 코로나가 확산하자 군에서는 단체 식사를 줄이고 장병 개인에게 도시락을 지급하면서 간식용 빵 주문은 대폭 줄였다. 등교 중단으로 학교에 들어가던 물량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온라인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군과 학교 급식에서 감소한 매출을 채우기 위해 온라인 유통 기업 입점을 재빨리 추진했다는 것. 이 때문에 0%이던 온라인 매출이 지금은 20%까지 늘었다. 신 대표는 “처음엔 ‘코로나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덕분에 새로운 판로를 열게 된 셈”이라고 했다.

 

신 대표는 최근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능성 건강빵 개발과 펫푸드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그는 “까다로운 공정으로 사람 먹는 빵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가족과 마찬가지인 반려견 간식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디엔비의 펫푸드팀은 창업 초기부터 함께 일해온 직원들 중심으로 꾸렸다. 정년이 지난 직원들도 많다. 신 대표는 “최고로 숙련된 ‘빵쟁이’들을 은퇴시키는 건 너무 아까운 일 아니냐”며 “동선이 짧은 펫푸드용 라인을 새로 만들어 나이 많은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게 설비를 정비하고 있다”고 했다.

 

신영이 디엔비 대표

1998 창업

2000 세븐일레븐 편의점 납품

2012 조선호텔베이커리 OEM 선정

2013 중소기업진흥공단 일하기좋은으뜸기업 선정

2022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북부지회장 취임

 

[한국을 움직이는 여성 CEO] <4> 최연진 기자. 2022.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