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백수의 일상 - 586. <코로나에 안 걸린 사람들>

paxlee 2022. 7. 20. 06:45

코로나에 안 걸린 사람들

 

한 의료인이 확진자를 여러 번 접촉했는데도 그때마다 코로나 음성으로 나왔다며, 자신은 코로나에 안 걸리는 체질이라고 했다. 정말 그런지 혈액검사를 해봤다. 백신으로 생성된 항체, 감염으로 생긴 항체, 둘 다 있었다. 즉 코로나에 걸렸는데 모르고 지나간 것이다. 젊은 사람이 지금까지 코로나에 안 걸렸다고 하면, 이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 외국 조사로, 40세 이하 절반이 무증상 감염자였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대 연구팀이 건장한 남녀 34명 자원자에게 낮은 용량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한 뒤,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16명이 끝내 감염되지 않았다. 면역 체계는 항체를 만들어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돌기가 몸에 침입하는 것을 막는 초병 역할의 B세포, 감염된 세포를 물리치는 주력군 T세포로 이뤄져 있다. 안 걸린 16명은 특정 감기에 걸렸을 때 면역성을 띠는 T세포 수치가 높게 나왔다.

 

▶코로나에 한 번도 안 걸린 사람을 네버 코비드(Never Covid)라고 한다. 확진자 가족 중 네버 코비드인 사람의 혈액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감기 계열 바이러스 T세포 활성이 높게 나왔다. 감기도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여서, 교차 면역이 일어나 코로나19에 안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음식을 나눠 먹었는데, 누구는 설사하고, 어떤 이는 괜찮은 것처럼, 감염은 개인 면역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에이즈(AIDS)에 안 걸린 사람의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특정 면역 세포 표면에 특이한 수용체가 있는 사람은 에이즈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요즘 이를 활용해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코로나19 치료제도 안 걸린 사람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 연구 국제 기관에 네버 코비드족 5000여 명이 자기 침을 보내서 유전자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네버 코비드족은 3300만명으로, 감염 경험자 1900만명보다 많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이들 대다수가 면역 체질 덕보다는 확진자 접촉이 적었고, 체력이 좋았고, 백신을 적절히 맞아서 안 걸렸다고 본다. 상당수 무증상 감염자도 있을 것이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는 목에 달라붙는 스파이크 단백질 모양이 크게 바뀌어, 백신이 감염 자체를 막긴 어렵다. 그래도 백신은 면역 주력군 T세포 활성을 올려 중증화를 막는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는 혈관에 스파이크 단백질 수용체가 늘어나 감염 시 중병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항할 무기는 여전히 백신, 마스크, 손 씻기, 환기다.

 

김철중 논설위원,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 2022.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