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민주당’의 어두운 미래
변질된 ‘중산층과 서민 정당’
李의원 “부자들이 우리 지지”
反明에 ‘수박’ ‘박쥐’ 맹비난
당헌까지 개정해 李에 면죄부
대표 1인 위한 爲人設法 추진
개혁 아닌 범죄옹호당 땐 비극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자랑하는 정체성이다. 늘 약자의 편에 선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당에도 ‘을지로위원회’를 두고 ‘갑·을’ 관계에서 을의 편을 들었다. 민주노총, 전교조 등이 탄압받던 사회적 약자 시절에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 됐다. 당내 의원들도 상당수가 과거 학생·노동운동을 했던 인물이다. 개혁·혁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3기 민주정부라던 문재인 정권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의 사다리를 끊어 버렸다. 서울에서 밀려 수도권으로 옮기고 자가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월세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준다는 이유로 시행된 주 52시간, 최저임금 인상은 결과적으로 대기업, 공무원 등 안정적 직장을 가진 이들에게 좋은 정책이었지만 저소득층·자영업자들에겐 일자리와 수입 감소로 ‘투잡’을 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은, 후보의 문제도 있겠지만 민주당이 더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기 민주당 대표로 유력한 이재명 의원은 “저학력, 저소득층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고 했다. “고학력, 고소득자, 이른바 부자라고 하는 분들은 우리 지지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를 “언론의 왜곡 보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 비판이 쏟아지는데 유독 추미애 전 장관만 “이 의원의 말이 옳다”고 편들고 나섰다. 초록은 동색인 모양이다.
힘없고 저학력인 국민이 언론의 왜곡 보도에 휩쓸려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인데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아주 나쁜 편 가르기다. 자신들의 잘못된 지향과 정책으로 지지층을 잃어 놓고선 반성보다 언론 탓만 한다. 특히, 당의 핵심 지지층도 ‘문빠’에서 ‘개딸’로 바뀌었다. 최근엔 아예 파란 티셔츠에 ‘잼딸(이재명의 딸)’이라고 새기고 경선장을 압도하고 있다. 정치 훌리건처럼 ‘반이재명’ 그룹의 국회의원에게 ‘수박’ ‘박쥐’라고 비난하고 거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이를 자제시켜도 모자랄 판에 이 의원은 아예 ‘욕 플랫폼’을 만들어 자신을 비판하는 의원을 대 놓고 망신주자는 발상도 내놨다. 김일성의 조선노동당이나 마오쩌둥(毛澤東)의 중국 공산당, 레닌의 볼셰비키, 히틀러의 나치처럼 반대파를 인민재판으로 심판하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다. 민주당에는 늘 7 대 3의 원칙이 있었다. 주류가 7이면 3은 비주류이고, 이들을 건강한 비판세력으로 함께 가는 전통이 있었는데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이재명민주당’에선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상징적인 조치가, 부패 사건으로 기소될 경우 당원권이 정지되는 것을 명시한 당헌 제80조의 개정이다. 개딸을 중심으로 청원이 이뤄졌고 5만 명이 넘어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치개혁의 결과물인 제80조를 개정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이 의원 맞춤형 당헌 개정이다. 법인카드 사건 등으로 기소될 것이 확실해지자 아예 당헌을 바꿔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위인설법이 아닌 ‘위인설헌(爲人設憲)’이다. 주변에서 바꾸자고 해도 말려야 할 판에 기자회견까지 열어 ‘정치 보복’ ‘국기 문란’이라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비난하는 이유도 당헌 개정을 부추기기 위한 계산된 행보다.
당 대표 경선 첫 주 결과 이 의원은 74.15%로 압승했다. 70년대생인 박용진, 강훈식 후보의 도전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조짐이다. 이 의원 사건 관련자들의 잇단 극단적 선택과 거짓말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친문들이 ‘이니 마음대로’라며 맹종했던 결과는 정권 재창출 실패였다. 당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 ‘이대로도 이길 수 있다’는 낙관론이 팽배해 박·강 두 후보에게 눈길을 주지 않지만, 개혁의 실패는 혹독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 의원 관련 범죄 사실이 드러나고 기소된 뒤 이를 당 차원에서 대응한다면 민주당은 ‘범죄옹호당’으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다. 2024년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윤 정권의 반사 효과는 있겠지만, 이 기간 내내 당 대표 리스크를 떠안고 갈 민주당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현종의 시론]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2022년 08월 08일(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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