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퍼온글

-* 새 대통령과 경제 *-

paxlee 2008. 1. 5. 22:12

 

   새 대통령과 경제

 

          ▲ 손성원 LA 한미은행장의 경제 칼럼 


  * 서브프라임 사태 세계 경제를 덮쳤지만 李 당선자의 시장 중심 철학과 자신감이라면 어떠한 외부충격도 이겨낼 것이다.  

 

2008년, 한국 경제의 행보는 국내외 변화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은 한국 경제에 실질적,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한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는 계속해서 국제 금융 시장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며, 한국 경제에서부터 유럽 경제에 이르기까지 타격을 줄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기업 친화적, 시장 중심의 경제 철학은 한국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평등과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현 정권의 정책과는 전혀 다른 얼굴의 정책을 펼칠 것이다. 역사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heavy-handed approach)' 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말해왔다.

최근 타계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홍콩의 '성공 신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적이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대영제국 식민지 변방에 불과했던 홍콩이 어떻게 경제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이룰 수 있었는지를 다뤘다. 해답은 바로 낮은 세금과 정부 개입 최소화였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미 몇몇 분야에서 세금 인하와 정부 규제 완화를 약속한 바 있다. 그는 이제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

 

금융시장 발전 역시 큰 과제다. 이를 위해선 세계화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금융부문 세계화는 늘 '일방통행 식'이었다. 외국에선 한국의 금융 기관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반면, 외국 금융 기관들은 한국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군사적인 개념에 비유하자면, 적군 세력이 우리 영토를 야금야금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들은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감수하려는 자세와 다양한 금융 상품, 서비스 덕택으로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침투할(penetrate) 수 있었다. 국내에서 투자를 꺼릴 때, 외국인 투자가들은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한국의 은행들에 자금을 투입했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다.

이 당선자는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세계적인 경쟁의 한 가운데에서, '뭔가 다르게 생각하도록 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금융 서비스 부문의 세계화, 적극적인 리스크 감수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하지만 외부적으로, 이명박 정권은 세계를 덮친 서브프라임 사태가 몰고 온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 세계 곳곳의 투자가들이 리스크를 무시하고, 무모하게 돈을 빌려주고, 부동산 값이 치솟기만을 기대한 데 대한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아무도 그 결과가 얼마나 끔찍할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월가(街) 은행들은 사상 최대 대손상각액(write-downs) 기록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미국 경기는 둔화되고, 금리는 오르며 주택 가격은 떨어지면서 채무불이행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 기업의 차입(借入) 비용은 하늘 높이 치솟고 M&A(인수·합병) 시장은 황량해졌다.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 서브프라임(sub prime) 사태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는, 서브프라임론 채권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500억~1000억 달러로 전체 30조 달러에 달하는 비금융부채(non-financial debt)에 비해선 그리 크지 않다.

이보다는 오히려 두 번째인 유동성 관련 이슈가 더 걱정이다. 세계적으로 모든 금융 시장에서 채권자들은 돈을 빌려주는 데 한결같이 신중해졌다. 어떤 금융 기관이 서브프라임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채권자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동성 회전율(turnover)이 점점 느려지고 있다.

셋째로, 채권자들은 리스크를 회피하고 모든 종류의 대출금에 대해 위험프리미엄(risk premium)을 높이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주식, 채권, 상품(commodities) 등 모든 종류의 금융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재평가하고 있다. 리스크가 어떤 수위든지 간에, 자금은 이제 더 비싸지고, 구하기도 힘들어지고 있다. 자산가격 하락세와 부채 변제에 대한 부담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세계 경제에 훨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명백한 것은, 미국에서부터 한국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중앙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내리거나 금리 인상 계획을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만약 서브프라임 문제가 계속해서 세계 금융 시장의 발목을 잡는다면, 사태의 여파는 더 이상 금융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국의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등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시나리오 속에서 한국은 과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미국 경기 후퇴와 함께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 한국의 수출과 경제성장은 분명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많이 노출돼 있지 않다. 한국은행은 이제 콜 금리 인상을 멈췄고, 한국의 외환 보유고 또한 두둑하다.

 

이명박 당선자의 시장 중심 철학 역시 큰 힘이다. 새로운 대통령은 한국 경제에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스며들도록 할 것이다. 자신감은 그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든든한 완충지대 역할을 해낼 것이다.


                      - [ 'WeeklyBIZ'  2008.01.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