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

-*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 인터뷰 *-

paxlee 2008. 5. 18. 20:33

 

                        [아주 특별한 인터뷰]‘베스트셀러 지존’ 공지영

                                            

                         “다신 결혼제도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작가 공지영(46)은 김훈과 함께 이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통한다. 출판계의 만성적인 불황에도 끄떡 없이 그의 책은 출간하는 족족 최고의 판매 부수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시기에 복수(複數)의 그의 작품이 나란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어가는 일도 있다. 1994년 장편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고등어’, 그리고 중단편집 ‘인간에 대한 예의’가 일제히 서점가를 강타했고, 2005년에는 장편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동시에 판매 상위에 올랐다.

 

이번엔 장편소설 ‘즐거운 나의 집’과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사이좋게 베스트셀러 5위권에 들어 있다. 연거푸 인 ‘공지영 돌풍’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공지영을 주목하는 것은 단지 그가 잘 팔리는 책을 쓰는 작가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지영이라는 작가가 지닌 사회적 함의는 더 깊고 미래지향적이다.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작가 자신의 삶이든, 주변인들의 모습이든, 그가 문학이라는 그릇을 통해 내놓는 이야기는 당대의, 그리고 곧 닥쳐올 미래의 한국 사회를 적확히 짚어내고 있다.

공지영을 만난 곳은 경기 성남시 분당의 율동공원이다. 자신이 사는 주상복합아파트와 지척이어서 그가 종종 찾는 곳이다. 공원 내 제법 규모가 큰 자연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통나무 카페의 야외 탁자에 우리는 마주 앉았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놀러온 사람들의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때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실려 기분을 들뜨게 했다. 그 바람은 공지영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도 끊임없이 제 몸에 실어 호수 쪽으로 흩뿌렸다.

우리의 만남은 2001년 그가 기행문집 ‘수도원 기행’을 펴낸 즈음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런데 그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한두 번의 만남으로 사람을 규정하기는 뭣하지만, 예전에 비해 당당함과 자유로움, 그리고 여유로움이 확연히 느껴졌다. 그 사이 외적 환경과 내면에 변화가 일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이제야 안 것이지만 2001년이라면 그가 세 번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 때고, 시기적으로 파국에 좀 더 가까이 있을 때다.

공지영은 레이스가 많이 달린 공주풍 옷을 입고 나왔다. 하지만 옷이든 액세서리든 검소함이 몸에 밴 그는 비싼 것은 착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참 솔직한 여자다.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그의 말은 거의 쉼표(,)나 말없음표(…) 없이 이어졌다. 꾸밈없이 약간 고음으로 빠르게 뱉어내는 말소리에는 일정한 리듬감마저 있었다. 우선 소감을 묻기로 했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그의 최신작 ‘즐거운 나의 집’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나란히 베스트셀러 5위권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 초판을 찍은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은 4월 24일 현재까지 28만 부가 판매됐다. 또 올 3월 말 선보인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은 발간 3주 만에 10만 부가 팔렸다. 그는 “예전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실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상암월드컵경기장(6만8000여 명 수용)의 관중을 몇 번씩 바꾸며 채우는 것과 같은 독자 수라고 이해하니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작가로서 책임감이 막중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놀랐어요. 특히 산문집은 전혀 기대를 안 했거든요. 제 행운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어요. 저만큼 행복한 작가가 있을까요? 비결이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제가 워낙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소설 쓸 때도 문장이나 이야기가 지루하게 전개되는 것을 못 참아요. 단문으로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 습관화된 대신, 화려한 수식어나 한자어를 사용하는 것을 싫어하죠. 어쩌면 독자들이 제 글의 이런 특징 때문에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두 권의 책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것이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즐거운 나의 집’은 그가 세 번 결혼과 세 번 이혼, 그리고 각각의 결혼생활에서 얻은 성(姓)이 다른 세 아이와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를 큰딸의 시선을 통해 유쾌하게 담고 있고, ‘네가 어떤 삶을 살든…’은 그 큰딸에게 엄마가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사회통념상 너무도 이질적인 가족 형태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여느 가정과 다름없는 일상적 행복을 누리고 있음을 보여준 ‘즐거운 나의 집’은 많은 이혼가정 또는 모자가정에 위안이 됐다.

“그 소설로 10대부터 70대 노인까지 많은 독자가 보내주신 팬레터를 받았어요. 그중 20대 중반의 한 여성이 보낸 편지가 유독 마음에 와 닿았어요. 그 여성은 자신의 엄마도 저와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해요. 그런 점 때문에 오랫동안 엄마를 원망했다는 거예요. 하지만 제 소설을 읽고 엄마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깨달았다고 해요. 새삼 예전에 어떤 분이 ‘당신의 불행으로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라’고 제게 말씀해주셨던 일이 떠올랐어요.

 

‘즐거운 나의 집’은 제 마음의 갈등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 쓴 거예요. 제가 밝고 당당하게 살고 있는 모습이 저와 비슷한 길을 걸어온 분이나 그 자녀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어요.” 사실 남들 한 번 하기도 힘든 결혼을 세 번이나 했고 또 그 결혼이 연거푸 파경을 맞은 것을 제외하면, 공지영만큼 유복한 사람도 드물다. 아니, 이것도 맞지 않는 말이다. 이혼 경력 역시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박복(薄福)과 동의어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작가인 그에게는 그 모든 삶의 질곡이 글쓰기의 자양분이 된다.

그는 1963년 외국계 기업의 CEO인 유능한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다. 서울 여의도에 살며 주말이면 아버지가 손수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가족 여행을 떠났고 남들 유치원 다닐 때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총명했던 그는 공부도 잘해 학창시절 내내 선생님의 총애를 받는 학생이었다. 책 읽기를 좋아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줄곧 학교 백일장 대표였다. 중학생이 돼서는 노트 두 권에 시와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려 자신의 문집을 만들기도 했다. 조숙했던 그는 바로 그 조숙함과 새침함 때문에 왕따를 당했다.

“왈가닥이라고 할 만큼 쾌활한 성격이었어요. 하지만 왁자한 분위기나 사람들 앞에서 저를 새로 선보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죠. 낯선 아이들과 섞이는 것도 꺼려했고 다른 사람이 제게 관심을 갖는 것도 달갑지 않았어요. 속으로 ‘저렇게 무식한 애들과 말하기 싫어!’라고 생각했어요. 가령 급우들이 모여 연예인에 대해 수다를 떨면 전 그게 시끄럽게 여겨져 자리를 피해 다른 곳에 앉아 책을 읽곤 했어요. 그런 저를 애들이 좋아할 리 없죠.”

지금도 그는 문단에서 특별히 가깝게 지내는 여성 작가가 없다(물론 작가들이 모이면 어쩔 수 없이 아이디어 도용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게 거리를 두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소설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그가 소설가가 된 것은 대학 졸업 후 결혼하고 노동운동을 하다가 1987년 구로구청 사건 때 투옥된 일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당시 많이 두들겨 맞았는데, 그때 자신이 얼마나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다시 감옥에 들어오더라도 이번에 나가면 소설 한 편은 쓰고 들어오자’고 작심했다고 한다.

 

중·단편 ‘동트는 새벽’은 그가 직접 경험한 1980년대 학생 노동운동의 현장을 정직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후 그는 대한민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들을 공론화해 페미니즘 논의에 불을 붙인 장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3)를 비롯해 386세대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는 장편 ‘고등어’(1994),남성 사회의 폭력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여자의 이야기인 ‘착한 여자’(1997), 사형제 폐지 논란에 방점을 찍은 장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5) 등 당대에 직면한 가장 뜨거운 이슈들을 문학을 통해 수면 위로 끌어올림으로써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서 잠시, 그의 결혼생활을 들여다보자. 공지영은 대학 2학년 때부터 사귄 첫 남편과 대학을 졸업하자마자인 1985년 결혼해 1991년 헤어졌고, 영화감독인 두 번째 남편과 1993년 결혼했지만 1995년 이혼했다. 이후 1997년 독일 유학 중 만난 세 번째 남편과 서로 살림을 합치며 새로운 출발을 했지만 결국 7년 만에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그의 전 남편들은 그를 심하게 구속하거나 폭력을 가했고, 혹은 시댁과 갈등을 겪을 때 편파적이고 위압적으로 행동했다. 유달리 똑소리 나고, 불합리하거나 부조리한 일에 대해서는 할 말 다해야 하는 공지영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그는 되레 번번이 위자료를 주고 이혼했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삶의 질곡으로 인해 그가 받은 상처와 흘린 눈물은 엄청났다. 그 과정에서 자살 충동을 느낀 것도 여러 차례. 특히 두 번째 남편과 이혼한 직후인 1996년 그는 자살을 결심했는데 그 길에서 고독의 끝을 봤다고 한다. 바닥을 치고서야 다시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당시 놀이방에 다니던 우리 둘째와 둘이서 살 때였어요. 전 쓰고 있던 연재소설 ‘착한 여자’가 마무리되면 죽겠다고 결심했죠.

 

마침내 그해 12월 2일 자정이 넘은 시각에 마지막 원고를 출판사에 팩스로 보낸 후 기뻤어요. 그 기쁨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는데 전화를 걸 데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너무 외로웠어요. 부엌 전등 하나 켜놓고 찬장에 있던 소주 반 병을 김치를 안주 삼아 홀로 마셨어요. 이보다 외로울 순 없겠다고 생각했죠. 고독이 극한에 다다른 거예요. 그렇게 밑바닥을 친 후에야 전 일어설 수 있었어요.” 누구보다 예민한 그는 상처가 생기고 덧나고 또 아무는 과정이 거듭될수록 강해졌다. 작가로서 인간의 다양한 삶을 깊고 넓게 관조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작가로서 행운’이라고 말했다.

나란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지난해에는 세 번째 남편이 그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을 두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한 일간지에 연재된 후 한 권의 책으로 묶인 것인데 신문에 연재되기 전, 전남편이 해당 신문사를 상대로 법원에 소설 게재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다. 전남편은 가처분신청서에서 “이혼 당시 ‘혼인 중 일어났던 일에 대해 실명으로 허위 사실을 발표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이혼 합의서를 썼으나 공지영이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남편이 낸 가처분신청서는 법원에서 기각됐다.

“변호사 입회하에 이혼 합의서를 쓸 때 전남편은 결혼생활 중 일어났던 일에 대해 글로 쓰지 말 것을 주장했지만 전 거절했어요. 함께 산 7년도 제 삶이기 때문에 제 문학의 중요한 재료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절충한 게 실명으로 허위사실을 발표할 수 없다는 거예요. 제가 그걸 어긴 것은 아니죠.”

상처가 컸던 탓일까. 그는 “앞날을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지금으로써는 다시는 결혼제도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무엇보다 누군가가 자신을 속박하는 게 싫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아이들이 성장해 모두 독립한 후, 그때 좋은 남자가 있으면 나란히 옆집에 살면 좋을 것 같다(웃음)”고 덧붙였다.

그는 어린이재단 홍보대사의 자격으로 지난 1월 우간다와 에디오피아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현지에서 기아와 에이즈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며 그는 탈진할 정도로 눈물을 쏟았다. “제가 아이들을 좋아해 늙으면 꼭 가난하고 불쌍한 어린이를 돕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게 시기가 당겨진 거예요. 글을 통해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림으로써 도움의 손길을 닿게 하는 게 제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또 1년에 한 번은 직접 아이들을 찾아나설 거예요.”

세상을 향한 그의 시선은 따뜻하고 긍정적이다. 그것이야말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발로 뛰는 취재과정을 통해 작품을 쓰는 대표적 작가이기도 한 그는 오는 12월 살인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을 차기작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직설적이고 호탕한 공지영과의 만남은 그의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재·미·있·었·다.

추신, 공지영의 글쓰기 방식을 소개한다. 공지영은 제목을 먼저 정해야 창작이 시작된다. 또 작품의 시작부터 마지막 장면까지가 머릿속에 자막을 곁들인 영상으로 거의 전부 그려진 후에야 글쓰기를 한다(그 긴 장면들을 기억해 조합해낼 수 있다는 게 기자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구상 기간은 길지만 실제 장편소설 한 편 쓰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3개월이면 충분하다는 것이이다.

 

           - 2008 05/06   뉴스메이커 773호 -

공지영이 감동받고 추천하는 책 9선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E. 프랭클 작)
추천 이유 | 고통의 의미와 치유를 가르쳐줬다.
내용 |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생사의 엇갈림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잃지 않고 인간 존엄성의 승리를 보여준 프랭클 박사의 자전적인 체험 수기. 고통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바라보고 치유하는 자기 성찰적인 책이다.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프랭클 박사는 인간을 자유와 책임의 존재로 파악한 실존분석 이론을 정립하고 실존철학이자 실존 치료라고 할 수 있는 의미 치료요법인 로고테라피를 성립했다.

■아리랑(김산 작)
추천 이유 | 진취적인 사고를 북돋았다.
내용 | 독립운동가이자 혁명가인 김산의 전기. 김일성 회고록에 본명인 ‘장지락’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김산은 중국 정부로부터 일본 간첩으로 몰려 1938년 처형당했다. 이 책은 신문기자였던 님 웨일즈가 1937년 중국 옌안에서 김산을 만나 20여 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1941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발간됐으며 일본에서는 이와나미 문고가 선정한 ‘세계 명작 100선’에 포함돼 ‘참회의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토마스 만 작)
추천 이유 | 토마스 만의 작품은 모두 좋다.
내용 | 1929년 노벨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의 단편집. 순진한 젊은이의 사랑을 그린 ‘타락’, 질병과 인간 사이의 상관관계를 그린 예술가 소설 ‘행복에의 의지’, ‘토니오 크뢰거’ ‘어릿광대’ 등 8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그의 소설은 경건한 시민적 세계와 관능적·예술적 세계 사이의 긴장의 자장에서 나온 산물로, 작가는 이 두 세계 사이에서 항상 갈등을 느끼며 어느 하나도 온전한 자기 고유의 세계로서 사랑하지 못했다.

■열정(산도르 마라이 작)
추천 이유 | 운명과 젊음과 늙음을 깊이 생각하게 했다.
내용 | 산도르 마라이는 헝가리의 대문호로, 이 소설은 어린 시절부터 24년간 늘 형제처럼 같이 지냈던 두 친구가 헤어진 뒤 41년 만에 만나 하룻밤 동안 나누는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간단해 보이는 소설의 배후에는 삶과 운명, 사랑과 진실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인식과 성찰이 자리 잡고 있다.

■타샤의 정원(타샤 투더 작)
추천 이유 | 무소유의 삶이 주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전달해줬다.
내용 | 30만 평(99만㎡)의 대지에 펼쳐진 타샤의 정원은 전 세계 원예가들이 부러워하는 곳이다. 타샤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작가이자 ‘비밀의 화원’과 ‘세라 이야기’(소공녀)의 일러스트를 그린 화가다. 그는 시골에 집을 짓고 정원을 꾸몄다. 이 정원에는 자연을 존중하고 삶을 사랑하는 작가의 낙천성과 부지런함이 배어 있다. 이 책은 타샤가 자신의 정원의 4계절을 글과 사진으로 담고 있다.

■거미여인의 키스
추천 이유 | 인간 세계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아름다운 작품이다.
내용 |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소설은 아르헨티나의 한 혁명가가 감옥에 수감되면서 만난 감방 동료와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담고 있다. 감방 동료는 게이. 세상의 어둠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혁명가는 정작 가장 밑바닥 인생이며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게이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고 갈등한다. 그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자신이 그 게이에게 애정을 품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신시아 라일런트 작)
추천 이유 | 삶과 참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내용 | 고아로 떠돌던 주인공 서머는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의 양녀로 자란다. 서머는 메이 아줌마의 극진한 보살핌과 사랑 속에서 가정의 아늑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토록 사랑한 메이 아줌마는 사망한다. 서머는 아줌마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불안하고 초조한 나날을 보내는데, 그 이유는 오브 아저씨가 극도의 슬픔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뉴베리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을 수상했으며 미국도서관협회가 선정한 ‘최우수청소년작품’과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이 선정한 ‘올해의 최고 우수작’에 선정됐다.

■얀이야기(마치다 준 작)
추천 이유 | 얼핏 한쪽은 너무 착하다 못해 바보스러워 보이고 한쪽은 교활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책은 아름다운 감정이 솟아나는 순간과 관련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용 | 야트막한 언덕 위에 사는 고양이 얀의 거처에 어느 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카와카마스가 찾아온다. 이날부터 카와카마스는 얀을 찾아올 때마다 매번, 오지도 않을 ‘익명축일’을 위해 얀에게 버섯 수프의 재료와 사모바르를 끊임없이 빌려달라고 요구한다.

■깨어나십시오(앤소니 드 멜로 작)
추천 이유 | 내 정수리를 쪼개놓은 책으로 세 번이나 열독했다.
내용 | 가톨릭예수회의 사제가 쓴 이 책은 깨달음에 관한 책으로 종파를 초월하는 지혜서다. 2~3쪽 분량의 짧은 글들이 56개 소제목으로 담겨 있다. 드 멜로 신부에 따르면, 사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 감각적인 경험을 하는 게 아니라 의미에 의하여 매개된 세계, 즉 깨달음을 통해 참자아와 참자유를 얻는 세계를 말한다. 즉 사람이 무언가를 깨달아 알고 있으면 그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깨달아 알고 있지 못하면 그것이 사람을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다.



<글·박주연 기자  <사진·김석구 기자 / 경향신문.


 

●약력
1963년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단편소설 ‘동트는 새벽’을 쓰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21세기 문학상, 한국소설가협회 제27회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앰네스티언론상 특별상, 한국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천주교교정사목위원회와 어린이재단,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홍보대사다. 저서로는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있고, 소설로 ‘동트는 새벽’ ‘손님’ ‘더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인간에 대한 예의’ ‘미미의 일기’ ‘고등어’ ‘광기의 역사’ ‘착한 여자’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봉순이 언니’ ‘부활 무렵’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공저), ‘즐거운 나의 집’이 있다. 기행문집으로 ‘수도원 기행’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