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젊음의 탄생 *-

paxlee 2008. 9. 6. 22:13

젊음의 탄생

 

     

 

■이 시대의 젊음에게..

'젊음의 탄생'은 이어령 교수가 서울대학교 입학식의 축사에서 언급한 소위 '떴다 떴다 비행기'가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것이 시점이 되어, 그간 이어령 교수가 젊은 세대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말들을 한데 엮어 낸 책이다. 그간 문학평론가에서 소설가, 극작가, 국문학자, 하이쿠 연구자, 에세이스트, 언론인, 출판인, 초대 문화부 장관, 88올림픽 기획자, 이화여대 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저자는 이제 인생의 대선배로써 '교과서'에서 나와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무시무시한 입시터널을 통과하고 대학에 막 진입한 젊은 세대들에게 그간 그들이 지나오며 보았던 세계가 얼마나 좁았는지를 일깨워 준다. 저자는 방대하고 견고한 지식과 탁월한 비유, 진실로 우려 나오는 인생선배로써의 경험을 통해 이 젊음들이 주어진 정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지적 유영'을 권한다.

'앞섶을 풀고 마음과 생각을 열라.'는 저자의 주장은 일방향적인 소통에서 쌍방향의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웹 2.0의 기본개념과 유사하다. 그런 관점에서 대학의 2.0 시대를 강조하는 저자는 대학도 정답만을 강조하지 말고, 자율적으로 답을 찾는 자율, 개방, 창조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여기에 쓰인 글들은 '온전한 하나의 정답' 내지 '정답과 거리가 먼 오답'이 아니다. 세상에는 흑과 백만 있지 않으며 연한 푸른빛의 빙하색도 있고, 지중해의 푸른 비취색도 있음을 말한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이어령 교수 특유의 절제된 글이지만, 날카로운 지성과 특유의 재치, 구수한 입담은 여전하다. 교과서 형식에서 벗어나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수많은 경험과 업적으로 석학으로 칭송받고 있는 저자는 마치 마스터로써 수백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비전(秘傳)을 전하듯 9개의 비밀카드를 하나씩 하나씩 건네준다.


■'비밀'이 담긴 9개의 매직카드


① 뜨고 날고 - Magic Card 1: 카니자 삼각형(Kanizsa Triangle)

카니자의 삼각형은 실재하는 것은 집게발 3개 뿐인데,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하얀 삼각형이 떠오른다. 이 가상의 삼각형은 집게발의 위치를 바꾸거나 크기가 조금만 달라져도 사라지는 하나의 가상공간이다. 가상공간이라고 하는 것은 실재하지 않지만 살아가는데 필요한 엄연한 현실공간 중 하나이다.

 

우리의 뇌 속에, 마음 속에 존재하는 가상공간이야말로 지적 호기심과 거침없는 상상력이 뜨고 날 수 있는 창조적 지성의 인큐베이터라고 저자는 말한다. 보이는 것만 보고 주어진 것에만 안주하면서 살아 왔을 젊음들에게 '눈을 크게 뜨고 보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 그렇게 그저 남들이 띄워 주는 것에 기대하는 불확실한 삶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스스로 높이 날으라' 고 말한다.

"대학 바깥에 사람들은 집게 발 밖에는 볼 수 없을지 모르지만 여러 분은 분명 그 사이에 떠오르는 삼각형의 공백을 볼 것입니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상관없지요. 꿈, 상상력, 창조 공간, 미래의 판타지 - 무엇이라 부르는 이 떠오르는 가상공간에서는 학과 간의 구분도 없고 인문학이니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이니 하는 구분도 없는, 높이 높이 날아야 할 창조적 상상력의 하늘인 것입니다. 높이 날기 위해서는 지식과 상상력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목숨을 건 모험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② 묻고 느끼고 - Magic Card 2: 물음느낌표(Interrobang)

어릴 적 사방팔방 폴짝 돌아다니며 빛나는 질문을 던졌던 어린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변해간다. '커' 가면서 세상을 바라보던 최초의 탄성은 빛을 잃고 우리는 시무룩해진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남들이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자기도 안다고 여기면서 그렇게 나이를 먹어 간다. 저자는 확실히 말한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물음표를 품는 것. 그래서 기성관념에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면 세상이 달라진다고. 그간 알면서도 행하지 못했던 '그것'을 끄집어 내어 확실히 일러준다. 그러나 물음표만 있는 젊음은 회색지대이며 '느껴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물음표와 느낌표가 한데 어우러진 이른바 '물음느낌표'라는 매직카드를 우리에게 던진다.

" 어째서 어둠 속에 번져 가는 새벽노을이 그토록 가슴을 뜨겁게 물들이는지, 왜 저녁놀은 똑같은 빛인데도 그렇게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를 물어 보는 것이지요.....불확실하지만 일단 무언가 저지르는 것. 끝없이 회의하다가도 순간적인 직관이나 느낌으로 판단하고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것. 이것이 의문과 감동이 한 몸이 된 '물음느낌표'의 상징적 부호의 의미입니다.... 젊음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매일 죽고 매일 태어납니다."


③ 헤매고 찾고 - Magic Card 3: 개미의 동선(Ant's Trace)

저자는 먹이를 찾아 헤매는 개미의 어지러운 곡선, 그리고 먹이를 찾은 뒤 곧은 직선으로 귀환하는 개미의 복잡한 동선을 매직카드로 제시하며 마치 점궤를 풀듯 이야기한다. 개미의 직선은 진리를 찾아 방황하는 이 시대의 젊음에게 끝없는 도전과 흔들리지 않는 믿음, 지치지 않는 탐색 열정을 가질 것을 시사한다.

 

방황 속에 길이 있으며 떠돌고 헤매고 방황하는 것은 바로 '진리'를 찾기 위한 일환이며 그러한 방황은 늘 '예스'와 '노'사이의 '메이비(Maybe)'의 우유성(Contingency')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예스'와 '노' 사이에 끼어 있을 때 인간은 가장 많은 학습의 기회를 얻게 되는데 이렇게 방황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우리의 삶이고 배움의 현장이라는 것이다. '정형화 된 시스템'은 세상에 없으며 따라서 우유성을 인정하고 익숙해지면서 세상을 힘차게 방황하며 배우라는 것이다.

"아무리 부지런해도 먹이를 찾을 때에는 홀로 방황할 수 밖에 없었던 개미처럼, 혹은 진리를 찾으려고 소요하는 옛날 희랍의 철학도들처럼, 혹은 새벽의 숲속에서 날쌘 사슴을 뒤쫓는 사냥꾼처럼, 지금 새벽같은 대학 캠퍼스의 젊음들은 방황해도 좋다는 것입니다. 괴테도 말했어요. 노력할수록 방황하게 된다고. '메이비'가 있는 곳에 젊음이 있지요."


④ <나나>에서 <도도> - Magic Card 4: 오리-토끼(Duck-Rabbit Illusion)

저자는 네 번째 매직카드로 비트겐슈타인의 '오리-토끼' 애매도형을 보여 준다. 이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면 '오리'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토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그림은 보는 관점에 따라 그렇게 보이도록 그려져 있다. 과연 오리일까, 토끼일까?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사물은 하나 그 이상의 모습일 수 있다.

 

진정한 지식과 진리는 양면성을 띠고 있는데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이분적인 사고에서는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기에 좌우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차이에서 의미와 여러 가지 틀이 만들어 지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의 의도는 '이것이나 저것이나'라는 흑백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이것도 저것도'의 양자병합의 관점을 가지라고 주문하고 있다.

"여러 분은 이 그림을 보면서 그림보다는 그림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능동적 역할이 더욱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을 것입니다. 이렇게 사물을 자르는 칼자루가 내 눈 속에 마음 속에 쥐어져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것만으로도 여러 분들은 세상을 보는 눈이 확 달라졌을 것입니다."


⑤ 섞고 버무리고 - Magic Card 5: 매쉬-업(Mash-up)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 저자는 이미 '디지로그'에서 융합의 중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융합의 시대에 우리가 다시금 새겨야 할 가치를 역사 속에서 발견한다. 바로 '원융회통'. '원'은 선형에서 원형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융'은 주자가 '주자어류'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따사로운 햇빛 속에 있듯이 함께 어우러져 스며드는 것'을 말한다.

 

'회'는 만남의 패러다임을 의미하고, '통'은 만남을 가능케 하고 만남을 지속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 결국, '단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늘 열려 있으면서도 이질적인 문화와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여 늘 새로워지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5번째 건네 준 매직카드의 그림은 섞고 버무린다는 매시업(Mash)의 'M'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의미의 'Up(↑)'을 더한 것을 형상화한 그림이다.

"젊은이여, 어머니가 김치를 담그듯 나의 몸과 영혼을 버무려라. 먼데 있는 것은 가까이로, 낯선 것은 친숙한 것으로 발효시켜라. 냇물과 짠 바닷물이 어우러지는 경계를 헤엄치는 송어의 은빛 비늘을 세우고..."


⑥ 연필에서 벌집 - Magic Card 6: 연필의 단면도(Hexagon)

연필이 왜 육각형인줄 아는가? 연필이 결국 육각형으로 수렴된 이유는 경제성과 사용편의성 때문이다. 일단 원은 잘 구르기 때문에 불편하다. 그리고 사각형은 손에 쥐기 불편하다. 최소한 삼, 육, 구각형이 되어야 하지만 삼각이나, 구각형은 버리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버려지는 면이 많다. 실제로 수학자들은 연구 끝에 육각형이 단면의 낭비를 최소화 하는 가장 이상적인 도형이라고 밝혀 내었다.

 

연필의 모양은 인간의 그런 학습 프로세스를 거쳐 도출된 결론이다. 육각형이 이상적인 도형이라는 것은 자연에서도 배울 수 있다. 눈의 결정, 거북이 등의 무늬, 곤충의 복안, 벌집의 구조 등 다양하다. 특히, 벌들이 어떤 계측기기도 없이 만들어 내는 완벽한 육각형은 신비 그 자체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완벽한 벌집에게 창조는 있어도 연필과 같은 창조의 프로세스는 없다는 데 주목한다. 끊임없이 알아 가고 또 고쳐 나가는 창조의 프로세스, 그리고 언제나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함을 주문하는 것이다.

"벌들은 할아버지도 손자도 똑같은 육각형의 집을 지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일단 자신이 창조한 것을 지울 줄도 압니다. 연필의 육각형 위에는 지우개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연필에서 얻는 최종적인 학습은 바로 지우개가 달려 있는 연필 모양입니다."


⑦ <따로따로> <서로서로> - Magic Card 7: 빈칸 메우기(Blank)

7번째 매직카드는 공백이다. 희랍신화에 따르면 인간은 다른 동물들처럼 생존 무기와 기술이 부여되지 않았기에 불을 사용할 권한을 얻었다. 거친 땅에서 생산성을 떨어지는 소맥을 재배해야 했던 유럽인들은 자연스레 육식을 하게 되었고 거친 밀을 빻고자 했던 니즈는 물레방아를 이용한 동력으로 이어져 산업혁명으로 진화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빈칸은 결핍이지만 결핍은 필요를 낳고 필요는 목표를, 목표는 노력을 그리고 노력은 창조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창조는 곧 '독창'이며 이를 위해서는 혼자 존재해서는 안되며 '맥락'을 의미하는 '결'과 '흐름'이 더해져야 한다고 설파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결'은 물이 흐르듯 순리에 맞아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결'이 더해진 독창은 비로소 공감을 얻게 되는데 저자는 '결'의 역할을 인문학이 해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단순하게 말해서 '휴머니티스(Humanities)'라는 말 그대로 인문학의 힘은 시스템을 중시하는 다른 학문과 달리 수리나 기계가 할 수 없는 '공감'의 능력을 길러 주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고 할 것입니다."


⑧ 앎에서 삶으로 - Magic Card 8: 지의 피라미드(Knowledge Pyramid)

방대한 지식을 가진 당대의 석학인 저자는 올바른 지식습득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책의 서두에 언급한 논어의 '옹야편'에 글을 인용하여 저자의 생각을 밝힌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즉, 저자는 지식의 피라미드를 지(知)-호(好)-락(樂)으로 구분해서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이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아가서는 즐기는 단계로 와야 비로소 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문의 아마추어 정신을 역설한다. 아마추어는 프로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사람을 의미했지만 사실 아마추어란 말은 '사랑한다'는 라틴어의 아마레(Amare)에서 유래했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기량이나 돈이 아니라 임하는 정신의 차이인 것이다.

"자기실현이란 자기의 삶을 창조해 내는 것이고 그 창조에는 반드시 기쁨과 즐거움이 따릅니다. 지지자나 호지자가 따라오지 못하는 바로 그 즐거움 말입니다....공부는 중국어로 시간의 여유를 의미하고 School 역시 원래 시간이나 여유를 의미합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한가로운 틈이 있어야 합니다."


⑨ 나의 별은 너의 별 - Magic Card 9: 둥근 별 뿔난 별(Forms of Stars)

저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모형도를 마지막 매직카드로 제시하면서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이야기한다. 원래 별의 모양을 동양에서는 원으로 그렸다. 다빈치의 그림처럼 인간이 두발을 벌리고 서있는 모습이 형상화된 것이 서양의 별의 모습이다. 그러나 다빈치의 그림에서 팔다리를 벌리고 있는 사람의 형상이 원과 네모의 두 테두리 안에 동시에 존재함을 보여 준다.

 

저자는 이를 통해 한 눈으로는 로컬을, 또 한 눈으로는 클로컬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글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해 역설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문화적 관용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피부는 달라도 피의 색깔은 같은 붉은 빛이고 혈액형만 일치하면 동족의 피뿐만 아니라 남의 나라 사람들의 피를 수혈받을 수 있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동양은 서양을, 서양은 동양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둥근 원 안에 별을 포함시킬 때 별은 더욱 높은 곳에서 반짝이게 될 것입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젊음이 갖는 진취성과 자유 속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한 이들에게 그가 내어 놓은 9개의 매직카드들은 저자의 인문학적 지성, 살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가 녹아 들어 있다. 이 책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대학을 막 입학하려는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만들어 졌다. 세상을 읽는 날카로운 혜안을 가진 인문학자 이전에 인생을 수십 년 먼저 살았던 인생의 선배로써 사회의 어른으로써 이 시대의 젊음에게 해주는 따뜻한 충고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대학 입학을 앞둔 20대에게만 의미있지 않다. 살아가면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이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후회스러운 과거를 뒤로 하고 남은 미래를 힘차게 달려 나가려는 우리 30대, 40대, 50대에게도 저자의 말이 생동하여 가슴 속에 무찔러 들어올 것이라 믿는다.

  - 저자 / 이어령 / 281P / ₩ 11,300 -

  - 리뷰 / 정태수 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 -

 

 

 

 

  사랑하는 그대에게 / 유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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