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백두대간 32구간(한계령-마등령) 종주기 *-

paxlee 2008. 11. 6. 20:49

백두대간 32구간(한계령-마등령) 종주기

 

[한계령-(2.33)-서북능삼거리-(4.05)-끝청-(1.75)-대청봉-(1.9)-희운각대피소-(3.1)-1275m봉-(2.1)-마등령-(4.35)-황철봉-(1.65)-1318m봉-(2.5)-미시령/(23.73km)]

 

대간 산행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마음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어제 철수한 서울 디자인 올림픽 전시와 평소 일들이 겹쳐 정신을 차리기 힘든 지경이라 아무래도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이번이 아니라도 마지막 구간이라서 언제든 가면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마음이 무거울 것 같았다. 가기로 결심하고 서둘러 급한 일을 마쳤다. 그래서 마지막 대간 산행 나서는 길이 마치 군대에서 오분대기조 출동하듯 했다.


장도(長途)의 여정에서 마지막 구간을 걷게 위해 가는 길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일었다. 그러나 아직 다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제대로 마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다 마치고 나서야 종주의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구간은 험하다고 소문난 곳이어서 그에 대한 긴장도 되었다. 두 구간을 이어 가야 하고 감시도 피해야 한다. 그런 것은 걷기보다 더 피곤하게 하는 요인이다. 11시 7분 강동역을 출발해 12시 40분 진부IC를 지나서 12시 17분 내설악 관광휴게소에 도착했다.

 

졸립고 밖의 차가움이 생각되어 나서기 싫었다. 그러나 이제 그 것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가니 안개가 끼어 있고 등산객들이 붐벼 흡사 장터같은 분위기였다. 황태 해장국 백반을 먹고 1시 44분 출발해 구불탕구불탕 거리는 길을 올라갔다. 2시 6분 한계령에 도착했다. 온전한 설악산의 품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일행이 앞서 차 밖으로 나가면서 바람이 많이 분다고 했다. 차 밖을 나서니 차가운 바람이 불고 별이 보였다. 주차장에는 다른 일행들도 많이 와서 준비 운동을 하는 팀도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달밤에 채조 한다는 말 그대로의 풍경이었다. 단체 사진을 찍고 2시 14분 휴게소 건물 옆 계단길로 산행을 시작했다. 철계단 바닥에 고무판이 깔려 있어 디디기가 부드러웠다. 위를 올려다보니 오리온자리 등 하늘에 별이 총총히 보였다. 공기가 차가워 숨쉴 때마다 김이 서렸다. 조금 오르다 보니 앞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오르기 시작한 잠시후부터 주변이 서서히  내려다 보이기 시작했다. 뒤로 한계령을 지나는 차소리도 들렸다. 쿤 바위사이로 별이 보였다.


2시 22분 잠시 완만한 길을 걷다 다시 계단 오름길을 걸어가니 앞서 오르는 다른 일행이 보였다. 한분이 뒤를 돌아보고 있어 올라가는 길을 비추고 있었다. 잠시 내림길을 지나 다시 오름길을 걸었다. 앞에서 두 사람이 내려오고 있었다. 다시 계단이 나오자 이대장이 “어휴 계단“하고 말했다. 2시 30분 한계령0.5km, 중청 7.2km 표지가 보였다. 우측아래로 한계령 불빛이 보이고 멀리 속초나 양양 쪽 시내 불빛, 그리고 뒤로 지나온 산세가 보였다. 2시 35분 오름길을 걸었다. 앞에 많은 일행이 보였다.

 

계속 바위 깔린 급경사 오름길을 걸었다. 저위에 다름 일행 보였다. 그러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야간 산행을 함께하고 있었다.  2시 50분 09-02 표지를 지나며 평평한 길을 걸었다. 다시 다른 일행이 휴식하고 있는 곳을 지났다. 2시 51분 오름길을 걸어 잠시 평평한 길을 걸었다. 흙길에 물이 고여 있었다. 좌우로 에둘러진 길을 걸아가는 동안 멀리 불빛이 보였다. 그리고 시애가 트여 지나갈 대간 마루금이 보였다. 3시 5분 많은 사람들 있는 곳을 지나 완만한 오름길을 걸었다.

 

이대장이 뒤에 오는 일행이 “치고 나와야 할텐데, 말안하고 그대로 오면 한이 없거든”하고 혼자말처럼 말했다. 3시 6분 다시 철계단 오름길을 걸었다. 철 나간에 서리가 끼어 차갑고 미끄러웠다. 계단을 지나니 얼음길이 된 곳도 있었다. 3시 9분 09-03 표지를 지나 10분 내리막 계단길을 걸었다. 3시 15분 길 가에 물 구하는 곳이라고 쓴 글씨가 보였다. 다시 안부를 지나 철 계단을 올랐다. 뒤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어 각각 켠 랜턴불빛이 긴 행렬을 이루어 보였다. 철 계단을 지나니 정비된 돌 계단길이 나왔다.

 

3시 26분 숲속으로 들어서니 앞쪽에 북두칠성이 보였다. 3시 25분 갈림길에 닿았다. 한계령을 2,3km지니고, 가야 할 대청봉이 6.0km 남았다. 그리고 좌측 귀떼기청봉은 1.6km, 끝청이 4.2km 남은 지점이었다. 좌측으로 귀떼기청봉이 보였다. 길에 얼음이 얼은 곳을 지나며 잠시 내려가다 다시 오르막길을 올랐다. 길이 얼어 신발 자국이 마치 화석처럼 보였다. 우측 아래 한게령을 지나는 차량 불빛 보였다. 점차 기온이 하강하고 있었다. 길 옆에 서릿발이 선 모습이 보였다.

 

어제 예보대로 눈이 왔었는지  얕게 덮인 눈이 보였다. 산을 절대적인 고도로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설악산은 남한 내륙에서 지리산 다음으로 높다. 대간은 각각의 봉우리보다 전체 지형의 흐름으로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그 흐름상에서 보면 별로 높이를 실감하지 못하게 될 때가 있다. 그보다 험하고 험하지 않은 조건이 더 크게 의식된다. 대간 산행 하는 사람들이 가장 염려 하는 것이 무릎 고장이었다. 이번 설악산 구간은 설악산은 바위길이 많아서 길을 디딜 때 무릎에 충격을 많이 받게 된다.

 

그러나 대간 종주도 이제 이번 구간만 무사히 마치면 끝나게 된다. 3시 46분 길을 가다 나무가지 머리를 부딧쳤다. 주변에 나무들이 낙엽이 지고 난 후라 앙상하게 보였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은 날려 벌써 낙엽도 쓸려가고 없었다. 완만한 내림길을 걸었다. 3시 51분 09-06 표지를 지나 오르내림 길을 걸었다. 완만한 능선길에서 좌로 북두칠성 보였다. 그리고  뒤로 다시 긴 산행 행렬의 랜턴 불빛이 보였다. 3시 57분 완만한 봉우리 넘었다.


4시 3분 밧줄을 타고 암릉 구간을 지나  완만한 길을 오르내리며 걸었다. 4시 7분 09-07 표지를 보며 지났다.  좌로 전망이 트여 보였다. 잠시 후 내림길을 걸었다. 주변에 쌓여진 눈이 보였다. 지나갈 길에 놓인 날선 바위들이 보였다. 이대장이 그 곳을 지나며  “누워 있으면 뭐라고 해”라고 했다. 잠시 내림길을 가다 오름길을 걸었다. 큰 바람소리가 들렸다. 4시 25분 1460봉에 닿았다. 중청봉이 3.6km 남아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고 기운이 낮아 추웠다.

 

우측으로 시야가 트여 바라보니 멀리 펼쳐진 산세에 운해가 끼어 보였다. 그리고 우측 아래쪽에 오색 근방의 불빛이 보였다. 4시 37분 09-09 표지를 지나 완만한 내림길을 걸었다. 그리고 4시 50분 완만한 오름길을 걸었다. 바람이 불었다.  한계령을 5.1km 지나고 중청대피소가 2.6km 남은 표지를 보며 완만한 산길을 걸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4시 58분 내림길을 걷는데 저 앞에서 사람소리 들렸다. 4시 58분 한 사람이 보였다. 우리가 다가가자 푸념하듯 “새끼들 전화를 꺼 놓았어” 하고 말했다.

 

일행과 떨어져 걱정하고 있었다. 추운 밤에 서 있어 몹시 추위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일행은 거기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늘에 별이 총총해 보였다. 5시 10분 출발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간 듯 점점 더 추위가 느껴졌다. 5시 14분 완만한 편한 길을 걸었다. 5시 20분 봉우리를 지나면서 좌로 끝청이 보였다. 5시 22분 09-12 표지를 지났다. 오름길을 걷는 동안 센 바람소리가 들렷다. 5시 32분 끝청(1604m)에 도착했다. 가리봉쪽 산이 희미하게 보였다. 다른 일행이 지나며 수많은 별들을 못보고 지났어 하며 하늘을 보았다.

 

휴식을 취하다 5시 38분 출발했다. 눈이 깔린 길을 내리락 오르락하며 걸었다. 바람소리가 들렸다. 좌측 멀리 동해쪽이 트여 보였으나 수평선위로 구름이 끼어 있었다. 5시 40분 봉우리를 지나 내리막 눈길을 걸었다. 계속 주변에서 바람소리가 들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대청봉 너머로 산 능선 위로 점차 붉은 빛깔을 띠어 왔다. 중청봉이 바로 앞에  놓여 있어 올라갔다 내려와 다시 대청봉을 행해 걸었다. 6시 랜턴 없이 걸었다. 별빛이 흐려져 있었다. 잠시 후 중청휴게소에 도착했다.

 

안에서 쉬고 있는 사이 몇몇 일행이 대청을 다녀오기로 했다. 6시 17 최회장 부부, 임사장과 함께 배낭을 놓고 대청봉을 행해  올랐다. 바로 앞에 헬기장이 보였다. 대청봉을 오르는 동안 우측 멀리 점봉산 주변으로 운해가 보였다. 6시 30분 대청봉 정상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석 근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구름 위로 떠오를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기념 시진을 찍고 붉으스레 밝아오는 모습을 바라보다 일행이 기다리는 중청 휴게소로 내려갔다.


휴게소에 돌아와 잠시 쉰 다음 7시 출발했다. 햇살이 번지기 사작해서 우측으로 만경대 등 빼어난 경치가 막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완만한 오름길을 걷다 뒤돌아보니 대청봉 옆으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설악산 구간은 대간중에서 가장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꼽힌다. 그리고 주변 삶터와의 연관성보다 비경을 갖춘 지대로 인식된다. 오늘은 특히 날씨가  투명하게 맑아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며 지나가게 되었다. 설악산은 오래전에 다녀 간 후로 근래는 와본 일이 거의 없었다.

 

대청봉을 밤길에 다녀가기도 했지만 코스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주로 왔던 길은 설악동에서 올라오는 길이었다. 케이블 카를 타고 오른 권금성과 울산바위 등을 다녀갔었다. 나아가는 방향으로 멀리 시야가 펼쳐진 모습을 바라 보다 스케치를 했다. 가장 멀리 보이는 곳은 금강산일 듯 했다. 외금강 코스를 다녀온 일이 있는데 만물상은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보이는 만경대 경치도 그에 못지 않아 보였다.

 

어떤 이는 웅장하면서 수려함을 갖춘 면으로는 그강산보다 더 빼어나다고 하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계속 걷기만 한다면 대간 마루금을 타고 금강산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온 마루금처럼 마냥 걸어 갈 수 없는 곳이다. 금강산을 갈 때는 엄격한 출입국 절차를 받고 다녀왔었다. 긴 계단 내림길이 시작되었다. 계단길은 경사가 급한 지형에 놓여진 곳이 많다. 그렇게 뚝 떨어지고 나면 다시 그만큼 오를 거리가 많아지기 때문에 긴장이 된다. 좌측 건너에는 기암괴석의 훌륭한 경치가 펼쳐 보였다.

 

길을 잘 모르게 때문에 어떻게 지나가야 되는지 알지 못한 채 희운각만을 목표로 내려갔다. 스케치를 하느라 뒤쳐져 오다 채총무와 임사장을 만났다. 천천히 가고 있던 임사장이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다. 내려가다 개울을 건넜다. 대간 마루금은 개울을 건너지 않는다. 개울을 건너는 것은 아마도 처음일 듯 싶었다. 원래 대간 길은 대청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그  곳을 지킨다고 하여 이 쪽 길로 지나오게 되었다. 8시 19분 회운각에 도착했다.

 

거기서 진행할 마등령은 5.1km 거리인데 5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었다. 대피소 건물은 다른 곳과 달리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에는 개인이 운영했는데 지금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임사장이 도저히 안되겠는지 그냥 내려가겠다고 했다. 일행은 걱정을 하며 보냈다. 8시 25분 희운각을 출발했다. 완만한 길을 걷다 오름길을 걸었다. 양지여서 길이 녹아 있었다. 햇살이 비춰 기온도 올라 있어서 추운 줄 모르고 걷게 되었다. 점차 경사가 급해진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동안 오르다 보니 뒤로 지나온 대청,중청, 소청의 산세가 시원스레 올려다 보였다. 우측으로 높다란 절벽을 이루는 바위 옆길을 지났다. 그리고 계곡같은 오름길을 올라 8시 45분 신선대에 올랐다. 신선대는 희운각대피소를 1.0km지나오고 마등령이 4.1km 남은 곳이었다. 오를 때는 그 곳까지만 보였지만 그 곳에 서니 다시 그 너머로 새로운 시선이 널리 펼쳐졌다. 거기서 앞쪽으로 펼쳐 보이는 곳이 공룡능선인데 신선대가 그 시작 지점이다.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설악산 전체가 대부분 기암괴석이다. 각각의 형상이 다른 것은 암석의 조직이나 형상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날선 바위가 열지어진 곳은 금강산의 산세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내림길을 지나 오름길을 걸었다. 9시 5분 신선대를 0.5km 지나온 곳에 당도했다. 좌측으로 귀떼기청봉으로부터 안산까지 이어지는 서북측 화채능선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권금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였다. 지나가는 공룡능선은 그 중앙부에 위치하는데 공룡능선 좌측이 내설악 우측이 외설악이다.


설악산은 몇 번 와 본 일이 있지만 이번에야 그 모습을 제대로 대하게 된 것 같았다. 그렇게 바라보이는 경치를 감상하는 기분은 좋지만 지나는 길은 험해서 걷기 어려웠다. 봉우리를 넘어 내림길을 걷다 뒤를 바라보니 방금 지나온 산 옆으로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신선대가 높이 솟아 보였다. 공룡 능선은 봉우리마다 한참을 오르고 나면 뚝 떨어지고 다시 앞에 올라야 할 봉우리가 막아서서 오르락내리락 거리기를 반복해야 하는 형국이었다.


9시 10분 거대한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선 암릉 옆길을 걸었다. 멀리서는 그 바위 모습만 보여 더 험할 것 같은데 다생히 길은 생각보다 완만한 편이었다. 그러나 석문처럼 웅장하게 서 있어, 그 기세에 짓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산행이 더 힘겹게 느껴졌다. 9시 15분 우측으로 능선이 평행하게 흐르는 곳을 지났다. 여전히 진행 방향으로 바라보이는 풍경은 기암괴석이 솟아 가로 막고 있는 형국이었다. 9시 18분 다시 능선을 가로 지났다. 우측에 커다란 바위봉우리가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그 바위에 조난 당한 등산객을 추모하는 동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앞쪽에는 다시 거대한 봉우리가 가로막듯 우뚝서 있었다. 내림길을 걸어 계곡지점을 지나 다시 오름길을 걸었다. 바라보이던 큰 봉우리를 오르는 급경사 길인데 그 곳은 더 높고 경사도 더 심했다. 9시 30분 03-05 표지를 지났다. 9시 46분 1275봉 안부에 도착했다. 희운각 대피소를 3.0km지나고 마등령이 2.1km 남은 지점이었다.  정상부는 거기서 우측으로 거대한 바위 봉우리로 솟아 보였다.

 

능선에 오르자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피할 곳을 찾았다. 그 때 좌측 암벽 아래에 머물던 일행이 자리를 떠서 그리로 가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가졌다. 10시 뒤에 오던 일행이 도착했다. 사모님이 식사하고 가자고 했다. 라면, 밥, 갓김치 계란말이 김치찌게 소주 등을 곁들여 식사를 했다. 11시 1275봉을 출발했다. 능선 마루를 넘을 때 거센 바람이 불었다. 다시 경사기 심한 내리막 오르막 길을 걸어 11시 11분 마등령이 1.7km 남은 지점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도 석문안으로 들어서는 것처럼  그 너머 산세가 새롭게 펼쳐 보였다.


우측으로 속초 지역과 그 앞 동해쪽 시선이 시원스레 트여 보였다. 설악산 산세가 장엄하게 이어지는 길에서 보아서인지 속초는 온전히 설악의 품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속초 앞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면 통일전망대가 있는 남한의 최북단 고성에 닿는다. 인근의 도시는 드물 게 떨어져 있는 편이다. 설악산의 산세가 넓게 펼쳐져 있기에 도시가 들어설만한 곳이 상대적으로 적게 될 것 같았다. 설악산 너른 영역이 오늘 걷는 긴 능선길을 이루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면서 자연에 감동하고 힘들어하기도 했다.  대간 종주를 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힘든 구간이라도 어쨌든 지나가야 한다. 그처럼 걷기의 고통이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시원한 산세 아름다운 경치가 위안이 되었다. 11시 25분 다시 마등령을 1.4km 지나고 희운각을 3.7km 남은 지점을 지났다. 그리고 잠시 후 11시 32분 마등령이 1.0km 남은 표지를 지났다. 마등령까지 이루어진 공룡 능선을 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심정으로 거리를 확인하며 점차 다가섰다. 


11시 37분 다시 봉우리를 넘었다. 앞에 나한봉이 놓여 있었다. 11시 39분 03-02 표지를 지났다. 망을 씌워 놓은 곳을 지나니 긴 로프가 매어 있었다.  로프를 잡고 올라가는 동안 정상부에서 사람이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11시 45분 봉우리 넘었다. 다시 맞은편에서 사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계속 바람이 불고 있었다. 11시 53분 03-01표지를 지났다. 더 높은 봉우리가 앞에 있어 다시 오름길이 놓여 있었다. 11시 59분 나한봉에 도착했다. 위치를 확인하고 바로 내림길을 내려갔다.

 

북사면 그늘길이라 성애가 끼어 있었다. 이제 마등령에 거의 다 와 가는 듯 했다. 12시 8분 마등령에 도착했다. 더 간 곳의 산 봉우리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그 안부를 이루는 곳이 마등령이 맞을 것 같았다. 


잠시 후 12시 12분 마등령 정상(1320m)에 도착했다. 앞으로 시야가 훤히 트여 보였다. 그 곳에서부터 미시령까지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지가 서 있었다. 잠시 후 마등령을 출발했다. 바람이 불었다. 낙엽마저 날리고 없었다. 오름길을 걸어 잠시 후 완만한 능선길에 접어들었다. 시야도 펼쳐져 기분이 편안해졌다. 우측으로 계곡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12시 40분 그 방향으로 설악파크호텔이 보였다. 그 건물은 내가 설계를 시작할 때 참여했던 건물이어서 감회가 일었다. 그 시절에는 감상적으로 설악산을 가끔 찾았던 것 같은 기억이 났다.


12시 47분 1326.7봉에 도착했다. 사방으로 전망이 훤히 트여 있었다. 앞으로 가는 방향은 지나온 공룡 능선같은 험준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너덜지대가 보였다. 거센 바람이 불었다. 너덜길을 지났다. 12시 52분 숲에 들어섰지만 길은 여전히 너덜길이었다. 1시 5분 오르막 편안 흙길을 걸었다. 우측 울산 바위가 멋지게 보였다. 1시 15분 화살표 좌측으로 길이 꺽여졌다. 모처럼 평지같은 완만한 길을 걸었다. 능선이 막혀 바람은 없고 소리만 들렸다. 평온하고 안온했다. 

 

뒤를 바라보니 솟은 바위가 없는 산세가 그윽해 보였다. 경사지 너덜길을 올랐다. 1시 30분 정상부에 다다라 휴식을 취하면서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렸다. 1시 43분 지도상 우회지점을 지났다. 밝고 투명한 햇살이 느껴졌다. 2시 1분 암릉 부근에  바위 앞에 때 아니게 철쭉이 핀 것이 있었다. 햇살이 따뜻한 곳인 것 같았다. 내림길을 걸었다. 바람이 봄바람처럼 느껴졌다. 1시 52분 암릉 구간의 오름길을 걸었다. 파도소리 같은 바람소리가 들렷다. 좌측에 능선이 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2시 15분 봉우리 좌측으로 지나 너덜길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시 앞에 암릉 옆에 큰 전나무가 서 있는 곳을 지났다. 2시 14분 휴식을 취하며 시게를 보니 걷기 시작한 지 12시간 되어 있었다. 2시 24분 출발했다. 2시 27분 소나무 장애물을 통과했다. 2시 35분 봉우리 넘어 저수령에 도착했다. 그 곳도 바람이 불었다. 다시 오름길을 걸었다. 2시 55분 저항령에 도착했다. 3시 너덜길을 내려가 숲 길을 오르는 곳에서 쉬었다.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렸다. 이제 마칠 지점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적발되지 않고 내려갈 일이 걱정이었다. 근무 시간이 끝나면 바로 내려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옆에 앉아 잇던 강성택 건축사가 차라리 천천히 가다 어두워지면 바로 내려가자고 했다. 이대장은 어두워지면 걷기 어려우니 훤할 때 가서 우회해 내려가자고 하면서 앞서 출발했다. 뒤의 일행은 바로 나서지 않았다. 나는 평소대로 이대장과 함께 앞서 걸었다.  3시 33분 황철봉 정상(1381m)에 도착했다. 멀리 시야가 펼쳐졌다. 좌측 멀리 보이는 곳이 진부령 마을 같았다. 우측으로는 동해가 보였다.

 

3시 40분 황철봉을 출발했다. 비교적 완만한 길을 걸었다. 그러나 콘디숀은 저하되어 있었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바람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한다. 풍수(風水)에서 바람은 그 핵심이다. 바람은 모든 존재를 소멸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바람을 맞으면 사람의 기운도 앗아간다. 너덜 내림길을 걸었다. 너덜길은 특히 걷기 어려운데 오늘은 그런 길이 많았다. 그런 길은 오래 걸으면 무릎에 자극이 쌓이게 한다. 4시 50분 봉우리에 올랐다. 자연 보호구역이라고 적혀 있었다. 앞에 1318봉이 보였다.

 

계속해서 바람이 불었다. 숲길로 접어 들었으나 길은 여전히 너덜길이었다. 그러나 이 대장이 “한시도 편할 날이 없고만”하며 걸어갔다. 4시 5분 봉우리 좌측으로 지났다. 다시 앞에 봉우리가 보였다. 나무가 넘어져 있는 곳에서 밑으로 장애물 통과하듯 지났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1318봉으로 생각하며 올랐다. 그러나 표시가 없어서 긴가민가했다. 4시 10분 우측으로 대청봉이 보였다. 완만한 내림길을 걸어가는 동안 계속 바람이 불었다. 앞에 다시 봉우리가 보였다. 4시 16분 그 봉우리에 도착했다.

 

삼각점 있는 것이 그곳이 정말 1318봉인 것 같았다. 쉬지 않고 바로 내림길로 내려서자 다시 너덜길이 나왔다. 바람이 세게 불었다. 4시 30분 너덜지대를  지났다. 아까 저항령을 내려올 때보다 두 배나 되어보이는 긴 너덜지대였다. 우측으로 속초가 보였다. 4시 41분 너덜길을 걸었다. 다시 �길로 들어섰으나 여전히 너덜길이었다. 앞서 걷던 이대장이 발목을 접질렀다고 했다. 걱정이 되어 물어보니 괜찮다며 일어서 걸었다. 4시 46분 숲 내리막길을 걸었다. 4시 51분 완만한 안부를 지났다.


4시 56분 우측 울산바위가 보이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대장이 일이 생겼다며 서울로 먼저 올라가겠다고 하고 앞서 갔다. 혼자 남아 뒤의 일행을 기다렸다. 계속해서 바람이 불었다. 멈춰 있자니 몸이 으스스했다. 차라리 지키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판단하는게 좋을 것 같아 미시령으로 걸어갔다. 5시 8분 좌측 능선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미시령 가까이 다가서서 살펴보니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5시 30분 32구간 종착지 미시령에 도착했다.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하니 속초방향으로 500m 정도 내려선 지점에 있다고 해서 걸어가 만났다. 차가 미시령에 대고 있으면 걸릴 위험이 있어서 그렇게 멀리 있기로 했었다. 그러나 훨씬 더 걸어가도 차가 보이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거니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했다. 차가 도착해 오르니 이대장이 타고 있어서 마음이 바뀌었나보다 하고 반가운 생각을 했다. 아까 먼저 갈 때 운전기사에게 그가 내려가는 방향을 알려주며 기다려 태워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미시령 주차장으로 이동해서 뒤의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6시 일행이 도착했다며 내려가는 길을 묻는 전화가 걸려 왔다. 내가 내려온 곳을 알려 주었으나 어두워 위험하게 생각하고 철조망 통과를 해서 내려왔다.  모두 지치고 추워서 힘이 든 모습이었다. 양양의 병팔 횟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연락이 되어 있었지만 몸을 녹이기 위해 숙소인 주공 연수원에 들러 잠시 샤워를 하고 가기로 했다. 샤워를 하고 병팔 횟집으로 가니 이대장이 먼저 친구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함께 술을 마시다 잠자리에 들었다.          (김석환 08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