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의 매력 문필봉
오늘(11/23)은 산행 약속도 없이 혼자서 유유히 뒷산의 매력에 이끌려 문필봉을 다녀왔다.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산 봉우리 이름을 문필봉(文筆峰)이라 했을까? 문필봉 봉우리에 올라서서 삼각산 도봉산을 조망해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가리라 믿는다. 삼각산의 세 봉우리 정상이 한 눈에 들어오고, 삼각산의 그 암벽 정상의 수려하며 아름다운 경관이 눈 길을 사로잡고 마음까지 설레게 하는 매력을 발산하니 말이다. 칼바위봉 바로 앞에 있는 문필봉은 봉우리 높이가 낮아 그 높이도 지도상에 기록되어있지 않는다. 그러나 칼바위와 마주하고 있는 문필봉은 화계사 쪽에서 오르는 산행 코스에서 만나는 첫 번째 봉우리이다.
삼각산을 누비고 다닌 등산객들도 문필봉하면 잘 모른다. 칼바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칼바위 능선에 자리 잡은 문필봉은 생소한 이름이다. 오늘은 관악산을 가려고 하였는데, 혼자서 멀리까지 가려니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화계사쪽으로 이끌었다. 화계사 일주문을 지나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계곡길은 낙엽이 지천으로 쌓여있다. 앙상한 참나무들의 모습은 그 무성하던 잎새를 낙엽으로 떨구고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난주는 1주일 내내 영하의 날씨로 겨울의 따금한 맛을 보여주드니 오늘은 봄 날씨처럼 포근하고 바람 한 점 없이 따스하기만 하다.
"화계사는 대한불교조계사 직할교구 본사인 조계사의 말사이다. 1523년(중종17년)에 신월선사(信月禪師)가 창건하고, 1618년(광해군19년)에 화재로 전소된 것을 이듬해 도월대사(道月大師)가 흥덕대원군(興德大院君/선조의 아버지)의 사주(施主)를 받아 중건하였으며. 1866년(고종3년) 용선(龍船)과 범운(梵雲)이 흥선대원군의 시주로 중수하였다고. 경내에 당우로는 초기 건물인 대웅전(大雄殿) 외에 명부전(冥府殿), 삼성각(三聖閣), 천불오백성전(千佛五百聖殿), 범종각(梵鐘閣), 학서루(鶴棲樓) 등과 근래에 지은 대적광전(大寂光殿)이 있다. 대적광전은 1991년에 주지 정수스님에 의하여 조성된 건물로 1층은 공양간(供養間), 2층은 요사(寮舍), 3층은 대적광전 법당(法堂), 4층은 국제선원 선방(國際禪院 禪房)으로 사용한다. 법당안에는 석가모니, 비로자나, 노사나, 삼존불을 본존으로 하고 관음, 대세지, 보현, 문수보살을 협시로 모셨다."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과 관련된 일화로 외척 안동김씨의 세도 정치가 극심할 때, 왕손(王孫)이 보신책(保身策)으로 파락호(破落戶) 행세를 하던 어느 여름날, 이시응(李昰應/興宣大院君)은 페의파립(弊衣破笠)의 남루한 옷차림으로 화계사를 찾았다. 그런데 절 앞 느티나무 아래에서 웬 동자승(童子僧)이 꿀물이 든 사발을 내밀어 기이하게 여긴 대원군은 그 연유를 물었고, 동자승은 그 일을 시킨 만인(萬印)스님에게 안내하였다. 만나서 차차 심금을 터놓게 되었는데, 만인스님은 흥선대원군의 야심을 꿰뚫어 보고 있는지라, 대원군은 안동 김씨의 세도로부터 왕권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매달리게 되었다. 만인스님은 인연의 도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탄식하고, 자신이 불가(佛家)의 중죄인(重罪人)이 되어 업보(業報)를 면할 수 없을 것이나, 시운(時運)이라 하며 그 방법을 일러주었다."
"충청도 덕산(德山) 가야산(伽倻山)의 가야사(伽倻寺) 금탑(金塔) 자리가 제왕지지(帝王之地)이니 남연군(南延君) 묘소를 그리로 이장하면 제왕이 될 귀한 왕손을 얻을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대원군이 가야사를 찾아가 그 곳 주지를 매수하여 가야사에 불을 지르게 하여 탑을 허물고 형제들을 설득하여 그곳으로 남연군의 묘를 이장해 갔다. 그 후에 대원군의 아들 고종(高宗)이 탄생하였으니, 스님의 말이 꼭 들어맞는 셈이다. 대원군은 만인 대사가 대권(大權)을 잡은 뒤 만인을 죽여야 왕통(王統)이 길게 유지되리라는 말에 천주교도(天主敎徒) 만 명을 죽이는 천주교 박해를 일으켰으나 ‘만인(萬印) 자신을 죽이라’는 말을 ‘만인(萬人)을 죽이라’는 말로 잘못 해석하여 왕통을 삼대(三代)밖에 잇지 못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한다." -崔完秀 著 名刹巡禮 ③ 화계사 편에서 인용하였음. -
오늘은 산행하기에 너무 좋은 날이다. 산 길을 오르다 보면 길에 큼직 큼직한 가랑잎이 길을 덮고 있는가 하면 또 얼마를 지나면 이번에는 그 보다 조금 작은 상수리나무의 낙엽과 소나무의 솔잎들의 낙엽이 길을 메우고 있다. 지난주 강추위와 함께 찾아온 차거운 바람이 단풍이 물던 나무잎들을 모두 남김없이 낙엽으로 만들어 놓아 산 길의 시야가 좋아 졌지만, 나무잎이 없는 나무들의 모습은 앙상한 나목이 되어 혹한의 겨울을 준비하고 있어 조금은 쓸쓸하고 황량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나무와 나무잎들의 만나고 헤어지는 한 해의 삶으로 마무리 되어가는 그들의 변화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 있는것 같다.
화계사에서 오르는 칼바위 능선 코스는 동네 사람들이 삼각산을 오르는 등산로여서 등산객이 많이 오르지 않는다. 겨우 한 사람 아니면, 두 세 사람이나, 가족들이 오르는 곳이어서 항상 한가하고 조용한 편이다. 삼성암 앞에 이르면 빨래골에서 오르는 등산객과 만나는데, 그곳에서 오르는 등산객도 대동소이하다. 삼성암 옆으로 올라가면 첫 번 째 능선을 만나고, 그곳에서 계속하여 능선으로 오르는 길도 있는데, 막아놓았다. 그 능선길은 가파르고 바위 암벽을 타고 올라가야 하므로 조금은 벅찬 오름길이 이어진다.
그래서 다시 계곡으로 향하는 돌아가는 길을 걷게 된다. 조금 오르면 약수터가 있고 아담한 운동장이 있어 배드민턴도 치고 운동 동호인들이 항상 모여서 운동을 하는 장소가 꽤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부터는 가파른 계곡길을 올라가면 칼바위 능선에 올라서세 된다. 능선에 올라서면 길은 편하게 전개되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문필봉이 저 만큼 솟아있다. 10여분 오르면 문필봉에 도착하게 된다. 문필봉 정상에도 낙뢰 방지용 피뢰침이 서있다. 문필봉 정상 바위위에 올라서서 삼각산과 도봉산을 바라보면 한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시야가 좋고, 삼각산의 참 모습이 전개된다. 바로 앞에 칼바위봉이 솟아있고, 좌측으로 보현봉과 북한산성 693봉이 우뚝 서 있고, 여기서 시작되는 북산산성의 석축이 하얀선을 그리며 용암봉까지 이어지는 높고 낮은 구불구불한 산성의 그림이 멋을 더 한다. 대동문과 동장대의 모습은 산의 이미지를 더 아름답게 수 놓은 것 같다. 그리고 삼각산의 세 뿔처럼 솟아있는 백운대는 만경대와 겹처져 꼭대기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릴 때마다 눈에 들어온다. 옆에 묵직하게 서있는 인수봉의 위용은 어디서 보아도 삼각산의 빼어난 장엄미를 자랑하고 있다.
고개를 조금 돌리면 수락산과 불암산이 서울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멀리 망우산과 용마산, 그리고 아차산이 길게 뻗어있는 모습도 정겹게 보여준다. 그 넘으로 천호동이 있는 강동구가 숨어있다. 아차산 앞을 흐르는 한강의 넓은 강폭은 서울시민의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남산과 북악산은 서울의 명산이다. 멀리 관악산과 청계산은 운무에 가려 조망이 불가능하다. 삼각산 넘어 파란 하늘은 운무의 사각지대여서 조망이 멀리까지 이어진다. 문필봉에서 바라보는 산하의 경관은 등산객의 마음을 한결 부드럽게 너그럽게 삼각산 만큼 넓게 펼쳐주기도 한다.
문필봉에서 잠시 쉬었다가 내려가 칼바위 봉우리를 향해 올라가는 길은 암벽의 날카로운 가파른 바위길을 힘들게 올라갔다. 조금 오르다보면 몸에서 땀이 솟아오르며 산행의 진수를 느끼게 해 준다. 칼바위봉에서 바라보는 산하의 전망은 또 다르다. 삼각산의 모습이 더 가까이 다가서며 산성길이 더 뚜렸하게 크로즈업 되어 온다. 첫 봉을 지나면 칼바위 최고봉에서 한 번 더 쉬었다가 칼바위를 내려가는 마지막 봉우리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바위를 잡고 돌아서서 내려서는 발길을 조심스럽게 놓아야 한다. 앞서가는 사람이 발 붙이는 곳을 봐 주면 조금 쉽게 내려갈 수 있다.
이곳이 칼바위의 클라이 막스이며, 설레임이 가슴을 울리게 하는 코스이다. 이곳을 내려서서도 가파른 바위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이곳에서 산성길을 올라서면 산행은 콧노래를 부르며 진행할 수 있는 평탄한 길이 전개된다. 약간씩 오름길이 있고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그곳에서 산행의 맛을 느끼며 진행하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지난번에는 대동문으로 해서 하산을 하였으므로 이번에는 대남문 쪽으로 산행을 진행하였다. 허리길로 대남문까지 갔다가 산성길로 돌아오려고 하다가 내려가는 길이 무릎에 더 무리가 가는 것 같아 산성길로 올라가서 허리길로 돌아오기로 하고 산성길을 걸었다.
산성길은 곳곳에 전망대가 있어 시내 전경의 사진과 함께 설명이 되어있어 서울시내를 조망하면서 산행하는 재미는 일품이다. 산성길에서 돌아보는 칼바위봉은 그 멋이 한층 돋보이기도 한다. 언제나 그 봉우리에는 등산객이 지키고 있다. 산성길의 최고봉 693봉은 종로구와 성북구의 경계가 되며 뒷쪽은 고양시에 속한다. 이곳 바위위에서 혼자서 컵라면을 하나 먹고 대남문으로 내려가 한바퀴 돌고 허리길로 접어들어 낭만이 서려있는 오솔길을 걸어서 보국문을 지나 내려가다가 칼바위 우회도로길로 올라서서 칼바위 사거리를 향해 진행하였다. 이길도 중간에 암벽길이 있어 쉽지않은 길이지만 낙엽을 밟으며 걸었다.
다시 문필봉으로 해서 화계사로 하산을 하였다. 혼자하는 산행이었지만 우리집 뒷산이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문필봉의 그 멋과 문필봉이 왜 문필봉인가 하는 것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옛날 선비들이 풍류를 찾아 시를 지어서 읆고, 묵객이 산수화를 그리며 유람하던 그 시절 시인묵객(詩人墨客)이 힘들게 이곳에 올라 삼각산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하여 선비들이 시를 지어 읆기도 하고, 묵객이 산수화를 그려 마음의 평화를 누리던 봉우리라 하여 문필봉이라 이름하여 부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필봉에 머물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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