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또 다른 서울의 이름이다.
조정래님의 장편소설 '한강'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학생대모는 민주화운동의 소용돌이을 겪으면서 탄생한 장면정권은 국민의 여망을 이끌어가지 못하고 5.16군사혁명을 탄생시키는 역할로 마감하였다. 결국 군사정권이 통치의 바통을 놓지지 않고 움켜지고 17년간의 군사정권은 한국식 민주주의룰 지향하면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지만, 끝내 박대통령 시해사건으로 막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서울생활의 애환을 울고 웃으며 때로는 피 눈물을 흘리며 살아가는 지게 품팔이에서 부터 국회의원 장관 권력의 힘, 그리고 일제시대의 그 잔재들의 횡포는 독립투사들의 후손에게 가해지는 정권의 알력에서 비분강개하는 후손들의 고생은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눈물 샘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연좌제에 얽혀 취직을 할 수 없고 먹고살기위해 고생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찡하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월남전쟁에서 젊음을 바치며 국가 경제의 틀을 짜고, 서독광부와 간호원의 파견으로 외화를 벌어오면서 우리들의 젊은 이들이 타국에서 고생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노고에 삶의 애환을 감동깊게 그려보게 하였다. 그리고 영상 40도~45도가 넘는 열사의 나라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겪게되는 그들의 삶과 가정의 이중고는 우리의 삶을 한 번 더 되돌아보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으며, 그렇게 고생해서 이루어 놓은 경제성장은 업주의 몫이고,노동자의 몫은 언제나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조정래님은 한강 후기글에서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파란만장한 역사에 대해 오랜 세월 동안 가슴 아파해 왔고, 한국이 작가로서 그 역사의 비통함과 쓰라림을 작품으로 충실하게 쓰려고 노력해 왔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태백산맥'이다. '태백산맥'에는 단순히 한국인의 굴절 많은 슬픈 역사만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속에는 세계열강들의 각축이 내포되어 있고, 인류가 지향하는 평화가 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가 하는 세계적 숙제까지 담고 있다."고 하였다.
"'태백산맥'을 마흔에 시작해서 '아리랑'을 거쳐 '한강'을 쓰고 나니 예순이 되었다. 그 20년의 세월은 하나뿐인 자식이 초등학교 4학년에서 대학을 나오고, 군대를 갔다 오고, 장가를 들어 애 아버지가 되었고 나를 진짜 할아버지로 만들었다.고 회고하였다. 또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며, 그 시대의 산소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인류의 스승'이란 작가들이 인간의 편에 서서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진실한 작품을 쓰왔기 때문이며, '그 시대의 산소'란 어떠한 악조건에 처해 있더라도 진실만을 말하는 작품을 쓰라는 의무와 책임을 맡기는 의미라고 하였다.
"소설은 말 뜻 그대로 사람들의 세상살이 이야기를 엮어내는 것이므로 인간은 구체적인 삶과 밀착되어 있고, 그 밀착 속에서 사회성과 역사성르 자연스럽게 조우하게 되는 예술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소설이라는 말과 역사라는 말이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고 하였다. "지식인이란 온갖 모순과 갈등이 뒤엉킨 사회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고, 그 진실을 옹호하고, 그 진실을 실천하고, 그 진실을 전파하는 존재어야 한다. 작가도 그 지식인에 속하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고 하였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이 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거의 1200여 명이 되지않을까 싶은데, 아무리 한 장면만 스치고 지나가는 단역이라해도 그 이름이 전 작품 그 누구와 같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나는 작명소를 차려도 될 만큼 사람들 이름을 많이 짓기도 했다. 인물의 성격과 이름이 딱 부합되어야 하는데, 어딘가 그 조화가 잘 이루어지지않아 한나절 이상을 글 한 줄 못 쓰고 끙끙댄 적이 여러번 이었다. '태백산맥'의 하대치나 소화는 그 이름이어야 하고, '아리랑' 공허나 수국이는 바로 그 이름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아내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한다. 아내는 김혜초(시인)이다. 나를 만나 35년 세월동안 고생도 많이 했고, 몇 개월 전에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결과가 좋아 하늘의 도우심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아내가 수술을 하게 된 것이 꼭 내 잘못인 것만 같아 마음 아픈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 하였다. "아내의 잃어버린 인생을 찾아줄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20년 동안 아내를 모시고 다니며 매주 여행을 하려고 한다. 좋은 곳을 찾아 느긋하게 구경하며 오붓한 시간을 갖고, 그러다 보면 아내의 시심(詩心)도 새로워지고, 나의 감성도 윤택해지는 부수 효과도 덩달아 얻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아내를 수술실로 들여 보내며 내가 아무 힘도 없는 것에 안타까운 절망을 했다. 보호자 대기실에서 네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피 마르는 초조를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수술 전날 아내를 입원시키면서 퇴원을 할 때까지 9일동안 한시도 병실을 떠나지 않고 간호를 했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딱 한 가지, 미리 사가지고 간 꽃카드에 날마다 사랑의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아내가 잠든 밤 11시에 써서 다음날 아침 아내의 머리맡에 놓아두고는 했다."
"아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간병인을 전혀 쓰지않고 남편이 꼬박 간호를 하는 것은 서울대학병원 생긴 이래 최초의 일이고, 날마다 사랑의 카드를 아내에게 쓰는 남편도 처음 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간호사들이 신기해 하는 그것이 이상했다. 어떻게 대수술을 한 아내를 간병인에게 맡겨놓고 집에서 잠이 온단 말인가. 그리고 환자의 회복은 정신적 위안이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남편들이 왜 사랑의 카드를 쓰지 않는 것인지 의아스러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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