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한국산악계 어디로 가나 *-

paxlee 2009. 7. 3. 20:49

                    한국산악계 어디로 가나

 

‘14좌’ 이후의 ‘14좌’ 열풍과 6~7천급 벽등반 그룹 등장

 

90년대 한국산악계의 해외등반에 주어졌던 화두는 8000m급 14좌 등정이었다.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으로 대표되던 한국의 히말라야니스트들이 1986년 메스너의 8000m급 14좌 등정 이후 같은 길을 좇아 아시아 최초, 한국 최초의 기록을 향해 내달렸던 것이다.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관심을 모았던 ‘14좌’는 2000년 엄홍길의 완등과 이어진 박영석, 한왕용의 등정이 이루어 졌다.  

 

이후 다시 엄홍길이 내세운 ‘14+2’라는 위성봉에 대한 도전과 14좌와 남북극점 탐험, 7대륙 최고봉을 모두 밟는 박영석의 ‘산악그랜드슬램’, 한왕용의 14좌 청소등반 등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활동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도 많았지만 그에 앞서, 한국 산악인의 14좌 등정이 우리나라 히말라야 등반과 해외 활동을 국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후 박영석을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이 실질적으로 그전과 같은 고산등반 활동에서 멀어지며, 바야흐로 포스트 ‘엄박한’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오은선·고미영을 위시한 14좌 등정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으며, 한편으론 6~7천m급 고산거벽등반을 위주로 하는 클라이머들도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 그 둘 모두와 관계없이 20대 신예들도 속속 세계의 각지에서 자신만의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해외등반 상황이다. 

 

여성 14좌 초등정과 또 다른 14좌 열풍


‘14좌’ 이후의 ‘14좌’가 의미 있는가 하는 의문을 빗대어 생각해보면, 1953년 힐러리와 텐징의 에베레스트 초등 이후 그곳을 재등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논했던 서구 산악계 일각의 고민과 닮아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매년 수백 명이 세계최고봉의 정상에 오르고 있는 상황처럼, ‘14좌’라는 하나의 트렌드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여성 14좌 레이스’다. 2005년 한국 여성 처음으로 7대륙 최고봉을 끝냈던 오은선(블랙야크)이 본격적으로 14좌 완등 목표를 세우고 연일 자이언트급 봉우리 등정에 성공한 것을 그 시작으로 볼 수 있다. 7대륙 최고봉 등정 때까지 8000m급은 가셔브룸2봉(8035m)과 에베레스트(8850m)만 올랐던 그는 2006년 시샤팡마(8012m), 2007년 초오유(8201m), K2(8611m)를 잇달아 올랐다. 

 

본격적인 고산등반에 불을 댕긴다. 이후 2008년 한 해 동안 마칼루(8463m), 로체(8516m), 브로드피크(8047m), 마나슬루(8163m) 정상에 서며 한 해에 자이언트급 4개봉 등정이라는 기록을 세운 오은선은 올해에도 캉첸중가(8586m)와 다울라기리1봉(8167m)을 올라 총 11개봉 등정에 성공했다. 현재 파키스탄의 낭가파르바트(8125m)와 가셔브룸1봉(8068m), 네팔의 안나푸르나1봉(8091m)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겔린데 칼텐브루너(12개)와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12개)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칼텐브루너와 파사반이 올 가을 시즌에 네팔에서만 각각 2개봉을 올라야 하는 부담과 달리 여름에 파키스탄 2개봉을 오르고 가을에 안나푸르나1봉을 오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최초’의 기록에는 한층 유리한 상황이다.


오은선의 질주와 함께 고미영(코오롱스포츠)의 14좌 등정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국내 산악계와 매스컴을 비롯해 해외 언론들까지 우리나라 여성 산악인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2004년 파키스탄 드리피카(6447m) 등정을 계기로 스포츠클라이머에서 고산등반가로 변신한 고미영은 이후 소속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김재수(경남산악연맹 부회장)라는, 고산등반에 있어 걸출한 맹장을 만난 것을 계기로 삼았다.

 

그는 연일 기염을 토하고 있다. 2005년 첫 에베레스트 시도 때만 해도 고산에서 경험부족으로 인해 변변한 등반 한번 해보지 못하고 후퇴했던 고미영은 2006년 초오유 등정을 시작으로 2년간 에베레스트, 브로드피크, 시샤팡마 등 8000m급 7개봉 정상에 오르고, 지난봄에는 마칼루, 캉첸중가, 다울라기리1봉을 올라 한 시즌 3개봉 등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최근 8000m급 노멀루트를 오르는 팀들이 대부분 한 시즌에 여러 봉우리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 두 사람도 그런 시류에 맞춰 한 등반이 끝나면 바로 다음 대상지까지 헬기로 이동해 카라반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등반하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 부정할 수 없는 경쟁구도에 놓이게 된 ‘여성 14좌 레이스’에 대해 지나친 경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한국등산연구소 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토론자들은 “개인의 등반에 대한 가치는 타인이 쉽게 평가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로 인해 벌어지는 후원사와 매스컴의 과열 홍보에 따른 지나친 경쟁구도는 옳지 않다. 그러나 14좌 초등을 향해 가고 있는 다른 외국 여성들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방면, 우리 여성 산악인들은 그에 비해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등반의 과정이 어떻건 그 결과만을 두고 침소봉대하는 매스컴과 후원사에 대한 비판도 있다. 고산등반 경험이 풍부한 K씨는 “이미 국제 산악계에서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에베레스트, K2, 캉첸중가, 로체, 마칼루 등을 제외한 8400m 이하의 봉우리에 대한 무산소 등정을 굳이 ‘무산소’라고 덧붙이거나 대원 없이 셰르파와 함께 한 등반을 ‘단독 등정’, 또는 ‘알파인 스타일’이라는 용어의 부적절한 사용 등  결과에 대한 과대포장이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4좌 열풍은 이 두 사람만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각 지자체의 후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시도산악연맹의 14좌 등반이다. 현재 부산, 대전, 전북, 경기, 인천 등 산악연맹에서 지역 홍보, 시민들의 개척과 도전정신 구현, 민간 외교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매년 8000m급 등반대를 꾸리고 있다. 이 원정대들은 자이언트급 대상지, 일정한 성공률을 지닌 노멀루트, 극지법, 지역 업체의 후원과 트레킹단 동행 등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이언트급 등반이 과거 지역에서 일회성 행사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양상이다. 부산시산악연맹 원정대는 2006년 에베레스트를 시작으로 2007년 K2와 브로드피크, 2008년 마칼루와 로체를 오른데 이어 지난봄에는 마나슬루와 다울라기리1봉을 등정했다. 부산팀은 매번 등반 후 보고서를 알차게 펴내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 노멀루트를 통한 14좌 등정 과정과는 다른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봄 다울라기리1봉을 시도해 고우석·김미곤 대원이 정상에 올랐던 전북산악연맹은 지금까지 지역 단일팀으로 꾸린 원정대가 4개를 등정해 아직 10개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꾸준히 나머지를 올라 14좌를 채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08년 에베레스트·로체 원정대를 꾸리고 올해 안나푸르나1봉에 원정대를 파견했던 경기산악연맹과 내년 K2원정대를 꾸릴 계획인 대전시산악연맹, 올해 에베레스트와 로체에 오른 인천시산악연맹 등도 순차적으로 8000m급 원정을 통해 14좌에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지자체별 14좌 등반 과정과 함께 새로운 히말라야니스트들도 계속 배출되고 있다. 부산팀에 매번 대원으로 합류해 온 김창호(LS네트워크)씨는 2005년 광주 팀과 함께 했던 낭가파르바트 루팔벽 등정을 통해 첫 8000m급 정상에 오른 후 2006년 가셔브룸 1·2봉, 2007년 K2, 브로드피크, 2008년 마칼루, 로체, 2009년 다울라기리1봉, 마나슬루 등 7좌를 올랐다. 1993년 카라코룸 그레이트 트랑고 원정을 시작으로 2003년 파키스탄 4개봉 단독 초등 등 주로 소규모 고산거벽 위주로 등반해 왔다. 

 

그는 8000m급 등정 과정에서도 무산소, 연속, 최단시간 등정 등과 함께 파이네 주봉 등반, 바투라2봉 초등 등 자이언트급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서도 14좌 완등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사실이다. 장애산악인 김홍빈씨도 지난 2008년 빈슨매시프를 끝으로 7대륙 최고봉 등정을 마친 뒤 본격적인 14좌 등정길에 뛰어들었다.

 

91년 매킨리 등반 중 사고로 손가락을 모두 절단한 그는 97년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를 등정한 것을 시작으로 11년간 7대륙 최고봉을 올라왔으며, 2006년 가셔브룸2봉 등정과 함께 2006년 시샤팡마, 2007년 에베레스트, 2008년 마칼루, 2009년 다울라기리1봉 등 8000m급 봉우리를 차례로 오르고 있다. 양손이 불편한 그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 온 후배 산악인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6월 4일 K2와 브로드피크 등반을 위해 출국했다.


1998년 마나슬루 등반을 계기로 고산등반에 입문한 김미곤(버그하우스·한국도로공사)씨는 2000년 초오유 등정, 2001년 마칼루, 2006년 가셔브룸2봉, 2007년 에베레스트·로체, 2009년 다울라기리1봉을 올라 6개 봉 정상에 섰으며, 내년 K2 등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봄 울산 마칼루 원정대에 참가해 등정한 윤치원씨(영원무역) 등도 자이언트급 대상지를 계속 시도하고 있으며, 고미영씨와 함께 등반 중인 김재수씨는 지금까지 10개를 올라 남성 중에는 14좌에 가장 근접했다.   

 

6~7천급 거벽만을 시도하는 그룹 생겨나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자이언트급 원정대와 달리 소규모로 6~7000m급 대상지를 찾아 현대 등반사조에 부합하는 알파인 스타일이나 거벽 등반만을 시도하는 그룹도 색을 분명히 하고 있다. 파키스탄 스팬틱 서벽, 일명 골든피크에서 알파인 스타일 신루트 등반을 위해 지난 6월 3일 출국한 김형일(K2코리아)씨는 작년에도 카라코람 마셔브룸 산군의 아딜피크를 북서벽 신루트로 시도해 알파인 스타일로 등정하는 성과를 냈다.

 

1999년에 캐나다 부가부 스노패치 스파이어 등반을 시작으로 거벽등반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로체샤르, 로체남벽 등 자이언트급 노멀루트나 알파인 대상지도 등반했었지만, 2005년 트랑고타워에 신루트를 개척하는 등 주로 인공등반을 위주로 하는 대상지에서 좋은 결과를 내왔다. 김형일씨는 촬영대원을 포함한 5명으로 팀을 꾸렸으며, 고정로프와 캠프 없이 원 푸쉬로 등반해 정상에 선 후 벽을 하강해 돌아올 계획이다. 


작년 인도 메루피크 주봉(남봉) 신루트 개척에 성공했던 김세준(익스트림라이더)씨는 앞으로 등반할 대상지에 대해 5개년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당초 올해 라톡1봉을 시도할 계획이었으나,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그는 7월 주변 산군을 정찰하고 돌아온 후 내년에 원정대를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준씨는 등반 경력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인공등반 분야에서 탁월한 기량과 체력으로 그전까지 시도가 없던 다양한 대상지로 진출해왔다.


2003년 파키스탄 나와즈브락에 17일간 매달려 A5급 신루트를 개척한 것을 비롯, 2004년에는 국내 산악인으로는 처음으로 캐나다 배핀 섬에 진출해 신루트 3개를 올랐다. 포탈레지를 사용해 오랜 시간 벽에 매달려 오르는 ‘캡슐 스타일’을 고집해 온 그는 2007년 알파인 등반 경험을 쌓기 위해 파키스탄 투이좀(6158m)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등정하지는 못했다.


왕준호, 김팔봉, 김태만, 민준영, 전용학씨 등 익스트림라이더 출신 인물들도 이 같은 등반 스타일로 거벽 위주의 등반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민준영씨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파키스탄 차라쿠사 산군의 무명봉을 초등하고 직지봉(6235m)이라고 명명하는 등, 대상지의 높이는 낮지만 알파인 등반과 거벽 등반을 넘나드는 등반을 하고 있다. 지자체 후원을 받아 꾸린 ‘청주 직지원정대’는 14좌로 가는 다른 지역 원정대들과 형식적인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대상지를 자이언트급에 국한하지 않고 보다 등반성 있는 곳으로 골라 알파인 스타일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는 지역 출신 산악인인 고 지현옥씨 10주기를 맞아 안나푸르나 산군의 히운출리를 신루트로 시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카라코람 히스파르 지역의 6000m급 3개봉을 등반하고, 그 중 2개 봉을 초등정 해 ‘CAC 사르’, ‘코리안 사르’로 명명한 한국산악회는 ‘센트럴 카라코람 개척등반 5개년 계획’에 따라 올해는 정갑수씨를 대장으로 한 원정대를 비아포 빙하의 미답봉 우준브락(6422m)에 파견할 계획이다.

 

작년 원정대 대장을 맡았던 유학재씨도 노멀루트를 벗어난 6~7000m급 알파인 등반만을 고수하는 그룹 중 하나다. 주목되는 건 20~30대 신예 그룹의 등장이다. 이들은 아직 자기만의 명확한 등반세계를 가지고 목표를 정해 팀을 꾸리기보다, 여러 원정대에 참가해 경험을 쌓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활동하고 있지만, 매번 고산 또는 거벽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에베레스트 남서벽 신루트 등반에서 활약한 신동민, 강기석, 이형모씨 등은 30대 초중반으로 20대 중반부터 고산등반에 입문해 8000m급 노멀루트, 거벽을 가리지 않고 원정대에 참가해왔다. 대학산악부 출신인 이들과 달리 안치영(봔트클럽) 박희용(노스페이스)씨 등도 전국단위의 원정대를 구성할 때 빠지지 않고 대원 후보로 지명되는 이들이다. 특히 이들은 스포츠클라이밍으로 기량이 다져져 보다 고난이도 벽등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으로는 우리나라 두 번째로 7대륙 최고봉을 오른 김영미씨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에 참가하기도 했던 그는 2008년 에베레스트와 올해 로체를 올랐으며 여름 시즌 가셔브룸2봉을 등반하기 위해 출국했다. 지난 2007년 파키스탄 가르무시(6244m)를 알파인 스타일로 재등해 아시아 황금피켈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심권식씨도 6~7000m급 고산 거벽 그룹의 노장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올해 파키스탄 타후라툼 원정대를 꾸려 1300m에 달하는 서벽을 알파인 스타일로 오를 계획으로 6월 출국했다.


성과 알리기 앞서 산악계의 바닥민심 읽어야


심권식(청죽산악회)씨는 출국 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산악계는 아직 등반의 곤란성이나 순수성보다는 단순한 높이에 치중하는 경향이 많다”며 “이해관계가 얽힌 장비 업체나 언론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산악인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산악단체들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었다. 그의 말처럼, 6~7000m급 고산거벽에서 소규모 원정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곤란을 겪는 부분은 바로 경제적인 부담이다. 2008년 네팔과 파키스탄, 인도, 중국 등 히말라야 지역으로 진출했다. 

 

우리나라 해외원정대 중 17개 팀은 8000m급 노멀루트를 시도했고, 11개 팀은 그보다 낮은 대상지를 찾아 알파인 스타일 등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두 그룹 간에 숫적인 차이는 크지 않지만 그에 소모되는 비용과 인원을 비교해 보면 최소 10배 이상 규모가 벌어진다. 등산은 알피니스트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고 하기에, 둘 사이에 어떤 등반이 더 가치 있는가를 따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비용과 인원이 투입된 결과가 과연 우리 산악계의 성장과 발전, 나아가 그로 인해 생성된 산악문화가 시민사회에 얼마나 환원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등반 소식이 올라오면 이마운틴(www.emountain.co.kr) 게시판은 늘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것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국 산악인들의 성과이며, 그곳에 이르기까지 부단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개인에 대한 존경에 관한 글부터, 상업성에 물든 지나친 경쟁과 자기 과시이기도 하다. 

 

세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등반에 대한 과대포장이라는 비난이나 조목조목 등반 과정에 대한 비판의 글까지 산꾼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만큼 크게 벌어지고 있다.  어쩌면 버추얼 공간을 통해 나타나는, 익명성에 깃댄 산악계 바닥민심의 본질은 무엇을 몇 개나 오르고 얼마나 어려운 루트를 돌파해 정상에 섰는가에 대한 관심이 아닐 지도 모른다. 우리는 백전백승의 ‘영웅’을 기다리는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진심으로 수긍하는 한 사람의 진솔한 알피니스트에 목마른 것이 아닌가 한다. 

 


8000m급 10개 봉을 등정한 고미영(좌) 11개 봉에 올라 14좌 중 3개만을 남겨둔 오은선(우)


 - 글 이영준 기자 / 월간 마운틴 7월호에서 -

 

-> 지방 출장 중이라 글을 올리는 기회가 뜸하여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