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산악인 고미영, 히말라야 등반 하산중 추락 실종
- ▲ 고미영(42·코오롱스포츠) 원정대장
세계 9위봉인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해발 8126m) 정상 등정에 성공했던 여성 산악인 고미영(42·코오롱스포츠) 원정 대장이 하산 도중 추락, 실종됐다. 소속사인 코오롱 스포츠는 12일 “지난 10일 밤 낭가파르바트 정상에 올랐던 고 대장이 베이스캠프(해발 4200m)로 내려오던 중 캠프 2(해발 6200m) 인근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는 것을 동행한 대원들이 목격했다”며 “고 대장이 현지에서 갑작스런 난기류를 만나 실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 대장이 추락한 계곡의 깊이가 수천미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생존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베이스캠프에 있던 김재수 코오롱 산악팀 대장은 KBS와 인터뷰에서 “바위와 설벽 같은 구간이어서 마음의 준비와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원인은 급격한 체력저하로 추정된다. 고 대장은 정상공략까지 꼬박 15시간을 걸었고, 도중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고립직전에 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구조대책본부를 설치한 코오롱 스포츠는 “현재 파키스탄 정부는 물론 대한산악연맹, 여성산악회, 또 현지에 등정을 위해 베이스캠프에 체류중인 산악인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받아 구조에 나선다는 계획”이라며 “이와 별도로 국내에서 구조단을 꾸려 현지에 급파하는 방법도 현재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고미영 대장에 몇시간 앞서 낭가파르바트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한 오은선(43·블랙야크) 대장도 철수 일정을 미루고 구조활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고 대장은 오 대장과 함께 세계 여성 산악인 최초 히말라야 14좌(해발 8000m이상) 완등이라는 대기록을 향한 ‘아름다운 경쟁’을 벌여왔다. 낭가파르바트는 고 대장이 정상을 밟았던 11번째 봉우리였다. 농림부 공무원 시절인 지난 1991년 코오롱등산학교로 산악에 입문한 고 대장은 수년 간 국내외 암벽등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로 활약, 스포츠클라이밍 세계랭킹 5위에까지 올랐었다.
그녀는 지난 2005년 파키스탄 드리피카(6047m) 등정을 계기로 본격적인 고산 등정에 나섰다. 이어 지난 2006년 10월 히말라야 초오유(8201m) 등정에 성공하고, 본격적인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나선 고 대장은 이듬해 5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를 정복했다. 2007년과 2008년 히말라야 14좌 중 3개좌의 정상을 밟았던 고 대장은 올해에는 5월부터 마칼루(8463m), 칸첸중가(8686m), 다울라기리(8167m)에 잇따라 올랐다. 고 대장은 낭가파르바트에 이어 연내 가셔브룸 Ⅰ(8126m)과 가셔브룸 Ⅱ(8068m), 안나푸르나(8091m)에 모두 올라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다는 계획이었다. - 강영수 조선일보 기자 -
고미영씨 추락 지점은 `칼날능선'
여성 산악인 고미영(41)씨가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가 사고가 난 지점은 해발 6천200m에 있는 ‘칼날 능선’으로 불리는 곳이다. 12일(이하 한국시간) 고씨의 후원사 코오롱스포츠에 따르면 고씨는 10일 오후 8시30분께 정상에 오른 뒤 하산, 캠프4에서 휴식을 취하고 캠프3를 지나 캠프2로 향하던 중 100m를 남기고 11일 오후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 사고가 났다.
보통 하산할 때는 산악대원들끼리 서로 로프에 몸을 묶는데 고씨가 실족한 곳은 평소 눈사태와 낙석이 많아 로프를 사용할 수 없는 ‘칼날 능선’으로 불리는 곳이다. 고씨는 이 지점에서 대원들과 로프로 연결하지 않고 하산하다 1천500∼2천m가 되는 협곡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에는 낙석이나 눈사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파키스탄 정부의 협조로 헬기 2대가 동원돼 사고 지점을 근처를 정밀 수색하고 있다.
- ▲ 11일(이하 한국시간)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던 여성 산악인 고미영(41)씨가 하산 도중에 실종됐다. 고미영씨의 후원사인 코오롱스포츠는 "현재 파키스탄 정부에 구조 요청을 해놓은 상태이며 회사에서도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연합
낭가파르밧은 히말라야 3대 고난도 봉우리
여성 산악인 고미영(41)씨가 하산하다가 실종된 히말라야 낭가파르밧(8천126m)은 전 세계 8천m급 고봉 14좌 가운데 9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파키스탄 북동부와 인도 사이접경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히말라야 산맥 서쪽 끄트머리에 있다. 낭가파르밧은 산스크리트어로 ’벌거숭이산’이라는 뜻이며, 별칭은 ’산의 왕’이라는 의미를 담은 디아미르다.
낭가파르밧을 3차례 오른 산악인 엄홍길 씨는 “히말라야의 산들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며 “낭가파르밧은 거의 전 구간이 가파르며, 암벽 구간도 어렵고 위험하다. 베이스캠프에 서면 정상 부근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까다로운 루트는 남동쪽의 루팔벽으로 오르는 코스다. 루팔벽은 표고차가 무려 4천500m이며 세계 최장의 암벽으로 악명 높다.
수직에 가까운 경사 때문에 에베레스트(8천848m) 남서벽과 로체(8천516m) 남벽 등과 함께 가장 난도 높은 루트로 꼽힌다. 1953년 헤르만 불이 처음으로 등정에 성공할 때까지 7회에 걸쳐 31명의 희상자를 내기도 했다. 고 씨는 이번에 디아미르 루트로 올라 등정에 성공했다. 이 루트는 편마암으로 구성된 낭가파르밧의 서쪽 디아미르 계곡에서 정상으로 이어진다.
엄홍길 씨는 1990년 루팔벽 루트로 등정을 시도했다가 포기했고, 1992년에는 디아미르 루트로 정상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정상 부근에서 갑자기 눈이 많이 온 탓에 돌아섰고, 동상에 걸려 엄지발가락을 잘라내기도 했다. 엄 씨는 1999년 디아미르 루트에 다시 도전했고 결국 정상 등반에 성공했다. 엄 씨는 고 씨가 실종된 해발 6천200m 지점의 ’칼날 능선’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보통 하산할 때 산악대원들은 서로 로프에 몸을 묶는데 ’칼날 능선’은 눈사태와 낙석이 많아 로프를 사용하기 어려운 곳으로 알려졌다. 엄 씨는 “암벽구간인데 상당히 까다로운 곳”이라며 “경사가 급하고 암벽과 눈이 뒤섞여 있다. 지그재그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든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 세계 9위봉인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해발 8126m) 정상에 올랐다 하산 도중 추락, 실종됐던 여성 산악인 고미영(42·코오롱스포츠) 대장의 위치가 확인됐다. 소속사인 코오롱 스포츠에 따르면 “현지에서 수색작업을 펼치던 헬기가 12일 낮 12시10분쯤(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3시10분) 고 대장이 캠프 1 오른쪽 매스터루트 100m 윗쪽에 정상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인해 현장 접근이 어려워 고 대장의 생사여부는 13일 오전쯤에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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