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다양한 문화

-* '월간 산' 40년 독자의 메세지 *-

paxlee 2009. 7. 16. 21:48

 

              '월간 산' 선두주자로 꾸준히 달려온 40년 세월

1969년 2월 설악산에서 해외 원정을 위해 훈련 중이던 한국산악회원 10명이 폭설로 사망하는 큰 산악 사고가 있었다. 대장 이희성, 부대장 김동기, 남궁기·김종철·임경식·이만수·박명수·박은명·변명수·오준보 대원 등이었다. 3월 5일에는 설악산 조난 10동지 한국산악회장이 거행되었다. 지난 2월 우이동 오투월드(O₂World)에서 40주년 추모 모임에 당시 참가했던 생존 대원과 회원, 유가족이 자리를 같이 해 그날의 비극을 가슴속에 묻었다.

 

그해 5월 한국 최초의 등산전문지로 산악문화사에서 <등산>이 창간되었다. 당시는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이나 기타 여건이 매우 어려울 때여서 흔히 잡지가 창간호를 발행하고 나서 여력이 없어 종간(폐간)되는 사례를 여럿 볼 수 있었다. 이 잡지도 통권 2, 3호인 1969년 6, 7월호를 합병호로 냈다. 그렇게 사정이 어려웠다. 그러다 1970년 말 신우회에서 발행권을 인수하게 되고, 1971년 신년호부터 <월간山>으로 제호를 변경해 발행하면서 1980년 6월호부터는 조선일보사에서 발행해왔다.

여러 다양한 기사로 등산계의 요구 충족

1969년 등산계의 큰 뉴스는 한국산악회의 설악산 10동지 조난사고와 <등산> 잡지의 창간이 아닐까? <월간山>이 혼자 등산잡지로 성장을 하던 중 20년 뒤인 1989년 11월에 <사람과 山> 창간호가 발행되었고, 2001년 9월에는 월간 <eMountain>이 창간됐으며, 세 개의 등산잡지가 경쟁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2003년 5월에는 <월간 Outdoor>가 창간돼 2009년 5월 현재는 4개의 등산잡지가 경쟁하고 있다.

네 개의 잡지를 정기구독하고 있는 필자는 매월 두툼한 잡지를 받아서 읽는 데도 부담이 가지만 책의 부피, 중량이 대단해서 보관하는 데도 많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다. <월간山>이 선두주자로서 40년을 꾸준히 달려왔으니 한국 풍토에서 보면 전문잡지로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창간호 가격이 200원이었는데, 현재는 9,000원이 되었으니 40년간 45배나 가격이 상승한 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물론 그때의 화폐 가치와 지금은 많은 차이가 있고, 책의 볼륨도 상당히 두툼해졌다. 1979년 5월호 창간 10주년 기념 특대호를 다시 한 번 펼쳐보았다. 한국산악회장 노산 이은상이 본지의 편집위원이고, 대한산악연맹 회장 김영도는 그때도 ‘서재의 산악인, 산악인의 서재’라는 제목의 글을 써서 책을 읽으라며 외국어 해독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

고인이 된 필자가 여러 명 보인다. 이민재, 유홍열, 유경환, 남행수, 윤현필, 안경호, 김정태, 황호산, 이일동씨 등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손경석의 ‘어느 산악인의 자화상’, 한국일보 사진부장 김운영이 쓴 ‘나의 에베레스트 원정’도 보인다. 고 유재원의 ‘알프스 등산기’도 실려 있다. 창간 20주년 기념 특대호(1989년 6월호 통권 236호)를 살펴보자.

 

창간 20주년 기념으로 산악인 4명이 북한산에서 패러글라이딩한 기사가 첫 자리를 차지했다. 또한 제9회 전국암벽등반대회(도봉산 우이암)가 온사이트 리딩 방식으로 처음 치러졌다. 이오봉 사진부장의 사진이 보인다. 그리고 한국 암벽등반의 어제와 오늘이 특집기사로 다루어졌다. 1925년 도봉산 만장봉 등반으로 한국에서 암벽등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기사다.

제1회 국민건강 OL대회 기사도 보인다. 출판인 산악회(회장 허창성)의 ‘300산행기록’이 눈길을 끈다. 한국의 8,000m 등정자로 정호진(당시 35세)을 한국 산꾼의 전형을 보인 독수리파 엘리트라고 제목을 달았다. 1994년 6월호(통권 296호)에는 10대부터 80 고령까지 751명이 출전한 ‘94 서울산악 마라톤대회’에서 빗속 북한산길 17.4km를 달린 기사가 돋보인다.

 

서울교대 OB 김우선씨의 산악시론(詩論)도 실려 있다. 김장호 동국대 교수(작고)의 ‘명산행각’과 그의 저서 <한국명산기>의 전면광고도 보인다. 우이동 오투월드 회장 배창순(당시 47세)씨 가족의 코오롱등산학교 입교가 화제로 올랐다. 지하철 승무원 이용주(39세)씨는 한해 평균 80일 산행으로 17년 만에 1000회 산행을 기록했다는 기사와 사진이 게재되었다.

1999년 6월호 창간 30주년 기념특집호(통권 356호)엔 특집산행과 래프팅· MTB 답사기와 동강 살리기 기사가 보인다. 원정보고 ‘아 비정한 안나푸르나여’, 엄홍길 대장의 ‘다섯 번째 등정 하산 중 지현옥 대원 실종’ ‘독보적 여성 고산등반가 故 지현옥씨의 추모의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조망의 즐거움>을 펴낸 대전의 김홍주씨는 31개 명산에서의 조망도를 실었다. 박영석씨의 세계 제3위 봉 캉첸중가 등정 기사도 보인다. 75년 전 에베레스트에서 실종된 말로리의 시신 발견, 5년간 남한 땅 1대간 9정맥을 완주한 길춘일(당시 33세)씨가 백운대에서 종주산행을 마친 사진이 보인다. 이용대의 산행상담실 ‘그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가 5쪽에 걸쳐 실려 있다.

산에 대한 시사정보도 과감히 게재해야


창간호부터 최근 호까지 서술식으로 나열했지만, 당시에 볼 땐 새로웠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내용을 대충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주요 내용인 등산코스 안내, 등정 기록, 산악단체 소식, 산꾼들의 이야기 등을 통해 정보도 얻고 재미도 있었다. <월간山>의 이런 내용들을 통해 그동안 도움을 많이 받았다. <월간山>을 펼쳐 들고 등산 코스를 일일이 확인해가며 산에 다닌 기억도 새롭다.

 

경기고 출신 산악인 모임인 ‘라테르네’ 친구들과 50년 이상을 쉬지 않고 산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면 누구나 식상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최근 <월간山>에서 보여주고 있는 기획특집 같은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기획특집은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산에 대한 이슈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양도 있으면서 정보도 제공하는 산 종합잡지로 거듭나라는 얘기다. 다음으로 인터넷 시대에 등산잡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엔 <월간山>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척 많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당시 산행 정보 획득은 등산잡지를 통해서만이 가능했다. 지금은 인터넷에 널린 게 등산 정보다. 잡지보다 훨씬 빠르고 다양하다.

 

이미 인터넷이 잡지를 능가하고 있다. 잡지는 이런 현실을 빨리 깨우쳐야 한다. 인터넷에 과감히 양보할 건 양보하고 책과 잡지는 교과서로서, 보관용으로서, 사료로서 어떻게 가치를 살리고, 살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고민은 깊고, 답이 빠를수록 경쟁력이 생긴다. 그리고 산에 대한 시사정보도 과감히 게재했으면 좋겠다.

 

산에 케이블카가 들어선다면 “왜 반대하는가”에서부터 “건설되어야 하는 당위성은 없는가”까지 시시비비를 명확히 짚어줬으면 좋겠다.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등산잡지만 한가롭게 산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으면 세상 뒤처지게 보이지 않겠나. 산에 대한 시사문제를 과감히 찾아내 진단해줬으면 한다. 다양한 전문가를 등장시켜야 산의 외연 확대와 더불어 독자도 다양해질 것이다.

끝으로 독자로서의 불만은 <월간山>만의 특색을 살려 기사를 실으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 한 명의 필자가 세 개의 잡지에 비슷한 글을 같은 달에 쓴 적이 있는데, 그 필자의 양식이 우선 문제지만 이런 기사를 잘 확인해서 걸러내는 정성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책 표지를 안 보더라도 본문에 실린 기사 내용만 봐도, 어느 잡지인지 짐작이 가능하도록 각자의 편집 방향을 개성있게 할 수는 없을까?

 

쓴소리는 발전을 위한 제언으로 받아들이길 바라면서 등산잡지의 선두주자 <월간山>이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해주리라 기대해본다. <월간山>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더욱 알차고 충실한 내용으로 <월간山>이 앞서 나아가 주기를 창간호부터의 독자로서 간절히 바란다.

- 글 서립규 서울대 공대 OB산악회원·한국산악회 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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