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14좌 완등]세계 최고의 '철녀'가 되기까지
- ▲ /첨 오은선 대장
2010년 4월27일(한국시간)은 세계 여성산악인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이 그어진 날이다.
오은선(44. 블랙야크)이 재수 끝에 세계 10위의 고봉인 해발 8091m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정상에 올라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정상 문턱에서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던 오은선은 두 번째 도전에서 안나푸르나의 허락을 받았다.
1997년에 가셔브룸Ⅱ(8035m)의 정상을 밟으며 시작된 오은선의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 도전은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를 끝으로 13년 만에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1985년 수원대학교 산악부에서 처음으로 산악계와 인연을 맺은 오은선은 1993년 故 지현옥 대장을 중심으로 한 '여성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참가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여성 산악인으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
남성 중심의 등반이 대세를 이루던 당시 이들 여성들의 도전은 파격을 넘어 무모하다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3명의 대원이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며 한국 산악계를 신선한 충격에 빠지게 했다. 당시 14명의 원정대원 가운데 식량 담당으로 정상에 오르지 못한 오은선은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해외 원정에 눈을 떴다.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유럽과 북미의 최고봉인 엘브루스(5642m)와 매킨리(6194m)에 오른 오은선은 2004년에만 무려 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남극까지 5개 대륙의 최고봉 정상에 올라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했다.
2006년 12월에는 오세아니아주 최고봉인 칼스텐츠(4884m)까지 올라 진정한 의미의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을 성공했다. 이는 한국 여성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산악인으로서는 세 번째 기록이다. 오은선의 빛나는 성공에는 수 차례나 동료들을 눈 앞에서 잃는 슬픔과 하산길에 산소 부족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이는 등 수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하지만, 155cm 50kg의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고산 적응력은 타고 났다는 오은선은 꾸준한 운동을 통해 기른 체력을 바탕으로 특기인 속공법(캠프를 줄이며 빠른 속도로 등정하는 방법)을 이용, 여성산악인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의 역사를 썼다.
특히, 2008년과 2009년에는 여성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고봉을 연달아 4개나 무산소 등정에 성공하며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오은선은 부산산악연감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방황하는 한 인간에 불과하며, 산은 신과 같은 존재다. 지금도 '이 산이 나를 받아주지 않으면 오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너무 빨리 뛰어왔다. 14좌 완등이 끝나면 1년이란 기간 동안 과거를 되돌아보며 내 자신을 찾고 싶다"는 오은선은 "열심히 공부해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아 이룬 내 모든 것을 환원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 여성 산악인 최초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한 오은선 프로필
▲ 이름: 오은선(블랙야크 익스트림팀 이사)
▲ 생년월일: 1966년 3월 5일생, 1남 2녀 중 장녀이며 미혼이다.
▲ 출신지: 전북 남원 출생
▲ 가족사항: 미혼. 오수만씨와 최순내씨의 1남2녀중 장녀
▲ 출신학교: 수원대 전자계산학과 졸업
▲ 산악회가입: 1985년 수원대학교 산악부 입회
▲블랙야크 익스트림팀 이사
▲한국산악회, 등산지원센터, 한국대학산악연맹 이사
지구상에서 해발 8000m가 넘는 산은 모두 14곳으로, 모두 히말라야 산맥에 있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를 비롯, K2(8611m), 캉첸중가(8603m), 로체(8516m), 마칼루(8463m), 초오유(8201m), 다울라기리(8167m), 마나슬루(8163m), 낭가파르낫(8125m), 안나푸르나(8091m), 가셔브룸1봉(8068m), 브로드피크(8047m), 가셔브룸2봉(8035m), 시샤팡마(8012m) 등이다. 14좌 외에 8000 미터가 넘으면서도 주봉과 산줄기가 같다고 해서 제외된 얄룽캉(8505 m)과 로체샤르(8400 m)를 더해 16좌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발 8000m 이상 고지대는 산악인 사이에서 ‘죽음의 지대’라고 불린다. 평지에 비해 산소 농도가 3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있는 한계 고도는 해발 7000m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해발 7500m를 넘으면 대부분 산소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등반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진다.
기후도 변화무쌍하다. 해발 8000m 이상 고지대에서는 대부분 눈 표면에 가스가 덮여 있어 ‘화이트아웃’(white out·백시상태) 상태가 빈번히 발생한다. 산사태에 휩쓸려 등반팀 전체가 조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발 3000m부터 시작되는 고소증세는 8000m 이상 고지대에서 극에 달한다. 기압은 높이에 반비례해서 떨어지는데, 산소분압이 일정수준 이하로 감소하면 두통·구토·무기력증 등 고소병 증세가 나타난다. 심할 경우 폐나 뇌에 물이 차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해발 8000m 이상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등정한 산악인은 지금까지 모두 19명으로, 모두 남성이었다. 한국에서는 엄홍길(2000년)에 이어 박영석(2001년), 한왕용(2003년도)이 14좌 등정에 성공한 바 있다. 오은선 대장은 세계에서 20번째, 한국에서는 4번째, 그리고 여성으로서는 세계최초로 14좌를 정복한 산악인이 됐다.
오은선 14좌 등정, 쾌속의 역전극
27일 여성 산악인 사상 최초로 히말라야 산맥 8000m급 고봉(高峰) 14좌 등정에 성공한 오은선은 이번 안나푸르나 (8091m)등정으로 라이벌전에서 멋진 역전극에 성공했다. 여성 최초 14좌 등정을 두고 경쟁을 벌이던 에드루네 파사반(37)을 제친 것.
스페인 출신 여성 산악인 파사반은 2009년 초만 해도 14좌 중 11좌에 오르며 여성 최초 14좌 등정이 유력시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파사반은 지난해 1곳 추가에 그쳤다. 파사반이 주춤한 사이 오은선은 2009년 4개 봉에 오르며 역전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두 라이벌은 올해 첫 등정에 나서며 안나푸르나에 나란히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파사반은 17일 오은선에 앞서 안나푸르나 정상을 밟아 13좌에 올랐다. 남은 것은 시샤팡마(8027m) 하나. 당초 파사반은 오은선을 의식해 이달 일찌감치 시샤팡마 정복 후 곧바로 마지막 안나푸르나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4월 이전 시샤팡마 등정을 허락지 않아 안나푸르나부터 하기로 등반일정을 바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성 최초 14좌 등정은 5파전이었다. 오스트리아의 겔린데 칼텐브루너(40)가 11년간 12좌에 올라 가장 앞선 상태였다. 이탈리아의 니베스 메로이(49)는 15년간 11좌 등정했다. 역대 최단 기간(2년9개월)에 11좌를 정복한 고미영은 지난해 7월 12번째 낭가파르밧(8125m) 등정 중 추락해 생환하지 못했다.
칼텐브루너는 히말라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와 두 번째로 높은 K2(8611m)를 남겨 파사반보다 불리한 입장. 안나푸르나 등 3좌가 남은 메로이는 50세에 접어들면서 체력적인 문제로 경쟁에서 한발 처졌다. 이에 비해 최근 등정기록에서 오은선이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12년간 13좌 등정한 오은선은 최근 4년간 무려 11개를 정복했다. 고미영보다는 느리지만 이 역시 무서운 속도였다.
1986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66)가 세계 최초로 14좌 완등에 성공한 이후 24년 만인 2010년 마침내 여성 최초로 오은선이 14좌 완등에 성공하면서 산악계에 길이 남을 라이벌전도 막을 내렸다.
오은선 14좌 완등의 숨은 주인공 셰르파
“함께 등정한 셰르파 3명이 (칸첸중가) 정상이라고 말해줘서 사진을 찍었다.”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를 완등한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은 작년 말 그 해 5월 오른 칸첸중가(8천586m) 등정을 놓고 정상을 밟았느냐는 논란이 일자 이같이 말했다. 오 대장의 말 속에는 등정의 조력자인 셰르파의 중요성이 잘 드러나 있다. 티베트계 네팔인 부족 명칭인 셰르파는 히말라야 등반 초기 원정대의 짐을 나르는 이들을 가리켰지만 최근에는 단순한 짐꾼과 구별해 길잡이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오 대장이 14좌의 마지막인 안나푸르나(8천91m)에 오른 역사적인 현장에는 네팔인 셰르파 체징(29)이 함께 했다. 체징은 선배 셰르파 옹추 다와(39)와 함께 오 대장을 정상까지 인도했다. 이어 체징은 오 대장과 정상까지 함께 올라 등정을 확인하는 사진도 찍었다. 시시각각 날씨가 변하는 8천m이상의 히말라야를 오르려면 산을 잘 아는 셰르파의 존재는 필수다.
고산 등반을 하는 산악인은 정상 공격 시점 등에 관해 이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 체징은 이미 작년 10월 오 대장의 안나푸르나 1차 원정에도 함께 했다가 기상 조건이 나빠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 오 대장과 함께 등정한 것은 처음이지만 이미 다울라기리Ⅰ, 마칼루 정상 등을 밟아 이번이 14좌 중 4번째 등정이다.
정상 부근까지 오 대장을 인도한 노련한 셰르파 옹추 다와는 이번 안나푸르나를 비롯해 칸첸중가, 낭가파르밧 등 오 대장과만 히말라야 8천m 봉우리 6곳을 올랐다. 그는 이미 에베레스트, 시샤팡마, 로체 등 14좌 중 10곳을 오른 베테랑 산악인이기도 하다.
셰르파는 이처럼 산악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등반의 동반자지만 도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산을 탄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산악인 대접을 못 받기도 한다.
'대단한 카메라맨의 생중계'… 非전문가로 히말라야 숱하게 등반
- ▲ 정하영 KBS 촬영감독
"여기가 히말라야 정상입니다~. 여성 최초 완등입니다. 흐흑."
영하 30도, 초속 12m의 강풍이 부는 가운데 정하영(44) KBS 촬영감독의 목소리가 흐느끼듯 떨렸다. 오은선 대장이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태극기를 꽂는 순간, 13시간 넘게 오 대장을 힘겹게 따라오던 그도 거기에 함께 있었다.
그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오 대장의 안나푸르나 완등을 눈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지켜본 시청자들은 "오은선은 물론이지만, 저 카메라맨도 정말 대단하다"고 놀라워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서 1㎏ 남짓한 6㎜ HD급 소형카메라로 중계까지 하면서 안나푸르나에 오른 것이다.
1993년 KBS 19기 공채로 입사한 정 감독은 산악 다큐 촬영과 인연이 깊었다. 1999년 엄홍길 대장의 칸첸중가 등반 생중계팀에 합류하면서 히말라야와 첫 인연을 맺었고, 지난 10년간 7회 이상 히말라야에 올랐다. 2004년 카메라 기자로는 이례적으로 정부로부터 체육포장을 받기도 했다.
그가 오은선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등반 촬영에 합류하게 된 건 지난해부터다. 오은선 대장의 12좌 낭가파르바트(8126m), 13좌 가셔브룸 Ⅰ봉(8069m) 등 히말라야 4개 정상 등정 과정을 밀착 취재해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지난해 10월 오 대장이 안나푸르나 첫 등정에 실패했을 때도 함께 했던 정 감독이었다.
정 감독은 수년 전 아내를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먼저 떠나보내고 초등학교·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혼자 키우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그는 오은선 동행취재를 위해 강도 높은 동계 빙벽 훈련을 받는 등 이번 취재에 애착이 강했다고 KBS 관계자는 전했다.
KBS는 이번 오 대장의 안나푸르나 등반 생중계에 총 23명의 방송단을 꾸려 네팔 현지에 파견했고, 소형카메라와 ENG 카메라 등 총 4대의 카메라를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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