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숲 이야기
*나무들의 소리없는 대화
나무는 곤충이나 초식동물이 나뭇잎을 뜯어 먹을 때 다른 나무들에게 그것을 알릴 수 있을까? 있다면 어떤 방법일까?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나무들은 에틸렌가스를 이용하여 두 개의 탄소원자로 구성된 단순한 화학가스 형태의 화학적 메시지로 주변의 나무와 의사전달을 하는데 최대거리는 약6m 정도라고 한다. 곧, 곤충이나 초식동물에게 잎을 먹힌 나무들은 에틸렌가스를 방출하여 가까이 있는 나무들에게 ‘미리 대비하라’고 알려주고, 그 정보를 받은 나무들은 곤충이나 초식동물에게 해로운 화학반응(탄닌분비)을 일으킨다.
곤충이나 초식동물들은 탄닌 함량이 증가한 잎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먹지 않는다고 한다. 탄닌 함량이 많은 잎을 먹을 경우 심하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카시나무의 경우, 미리 대비하라는 정보를 받은 지 약 15분 후부터 탄닌 함량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두 시간 후에는 정상 함유량의 약 2.5배까지 증가한다. 그러다가 잎에 대한 공격이 중지된 후 약 100시간이 넘어서야 정상적인 함량으로 되돌아 간다.
또한 에틸렌은 열매가 익어갈 때 성숙시키는 효과가 있다. 익어가는 사과는 에틸렌을 방출하여 가까이 있는 푸른 바나나를 재빨리 노랗게 익혀준다. 주변에 사과 나무가 인접해 있다면 이것은 나무 열매들의 교감을 가장 잘 증명해 주는 예이다.
*숲과 바람과 안개
숲은 사람들에게 산소 공급이나 공기정화, 수자원 보호, 목재 제공, 휴양 등 많은 혜택을 주는데, 그 중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기능도 숲의 보호기능 중 하나로 숲이 우리에게 주는 큰 혜택이다. 바람으로부터 거대한 장벽역할을 하는 숲은 바람을 막아 사람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도 하지만, 지표면에서의 증발이나 바람에 의한 침식을 막아 농작물이 쓰러지거나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옛날부터 바닷가에서는 숲의 이러한 기능을 이용하여 농경지나 주택에 모래가 날아드는 것을 막거나 소금성분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기도 하였다.
바람을 막는 숲인 방풍림은 사계절 푸른 상록수에 키가 큰 나무가 있는 숲 일수록 효과가 크며 적어도 7줄 정도는 되어야 바람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숲이 바람의 방향에 대하여 수직으로 있을 때에 가장 효과적이며 나무에서 잎과 가지가 차지하는 면적 비율은 60%정도가 되어야 이상적이다. 이러한 정도의 숲이라면 40% 정도의 바람만 통과하게 되는데 육지쪽으로는 나무 높이의 35배,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도 약 5배 거리까지 방풍효과가 있다. 바람은 일부 통과하는 것이 좋으며, 바람을 너무 완벽하게 차단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소용돌이가 생겨 나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해안선에서 강한 바닷바람을 막으려면 숲의 폭이 100m정도는 되어야 한다. 숲의 또 다른 보호기능으로는 안개의 이동을 차단하여 냉해와 같은 농작물 피해를 막고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안개를 막는 효과 역시 나무의 키가 클수록 좋으며 활엽수림보다는 잎이 가늘고 많은 침엽수림이 차단 효과가 높다. 상습 안개 발생지역에 안개를 막기 위한 숲을 조성했을 때 곡식 수확량이 50%나 많아진 사례도 있다.
*지혜로운 나무의 겨울나기
겨울이 되어 가지만 앙상해진 나무는 죽은 듯 보여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파릇파릇한 잎을 피운다. 나무들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무사히 지내는 것일까? 겨울철 추위에 대한 나무의 저항력은 수종에 따라 다르며, 한 나무 안에서도 잎, 가지, 줄기와 같은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또 그 나무가 자라는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는데, 남해안이나 제주도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와 서울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추위에 견디는 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
나무를 포함한 모든 식물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량의 물을 몸 속에 지니고 있는데, 이 물이 얼어가는 과정이나 세포막의 성질, 세포액 농도(침투압)의 변화가 추위에 견디는 힘을 좌우하게 된다. 나무가 높은 내동성(耐凍性)을 지니기 위해서는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내동성은 기온이 0℃ 전후로 내려가면 급속히 높아지게 된다. 나무가 겨울을 무사히 나는 것은, 세포와 세포 사이의 물을 얼게 함으로써 세포가 추위에 견딜 수 있게 하거나, 세포가 얼지 않도록 세포액의 당분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세포내 당도를 높이기 위해 세포 속에 가지고 있던 물을 1/3 상태까지 탈수시키기도 하는데, 자작나무나 플라타너스의 경우 영하 70℃까지도 견딜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나무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세포를 생리적 건조상태로 만드는 것이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말라죽게 된다. 또한 가을에서 겨울에 이르는 동안의 냉각속도나 봄철의 온도 상승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온도변화의 진폭이 심한 경우에는 미처 생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말라죽기도 한다. 우리나라 나무의 경우, 겨울철에 대륙으로부터 불어오는 차갑고 건조한 바람에 의해 나뭇잎이 수분을 강제로 빼앗겨 말라죽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냉동성 문제와는 다른 별개의 원인에 의한 것이다.
*아름다운 단풍이야기
나뭇잎에는 색깔을 나타내는 색소체가 있는데, 이중 중요한 것이 엽록체이다. 가을철이 되면 나무는 겨울나기를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리는데, 나뭇잎이 떨어지는 원인은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이 생기기 때문이다. 떨켜층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나뭇잎은 뿌리로부터 충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반면, 잎에서는 계속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이때 생성된 양분이 떨켜층 때문에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게 되면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기 시작하여 엽록소의 녹색에 가려졌던 잡색체의 색소들이 서서히 나타나 단풍이 들게 된다.
가을단풍은 붉은색 뿐만 아니라 노랑색, 갈색, 자주색 등 여러 가지의 색조들로 물든다. 특히 가을단풍의 아름다움은 붉은 색조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이는 분홍색, 적색, 자주색조를 띠는 안토시아닌 색소 때문이다. 안토시아닌 색소의 함량은 나무의 종류나 환경의 영향에 따라 차이가 있다. 또 노랗게 물드는 단풍의 경우는 나뭇잎 속의 노란 색소, 즉 카로틴(Carotin)과 크산토필(Xanthophyll)때문이다.
단풍은 평지보다 산, 강수량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 음지보다는 양지바른 곳, 기온의 일교차가 큰 곳 등에서 아름답게 나타나고 나무의 종류와 수령, 토질 등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기 위한 기상 조건으로는, 맑고 서늘한 가을철 날씨가 계속되면서 비가 적게 오고, 밤낮의 기온차가 커야 한다. 단풍의 시기는 대체로 9월 상순 이후 기온이 높고 낮음에 따라 크게 좌우되며 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을수록 빨라진다. 산 전체로 보아 2할 가량 물이 들었을 때를 첫 단풍이라고 하고, 8할 가량 물이 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기라 한다. 세계적으로 단풍이 아름다운 곳은 우리 나라와 미국 북동부 지역 등이 손꼽히고 있다.
*나무들의 씨앗이야기
숲 속 마을에는 많은 친구들이 사이 좋게 어울려 살고 있다. 소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피나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주위를 돌아보면 모두 생긴 모습이 제 각각인데다 씨앗의 색깔이나 그 생김새 또한 아주 다양하다. 빨갛거나 노랗고, 또 어떤 것은 파랗고,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고, 동그랗거나 길쭉한 모양을 한 것도 있고, 푹신한 솜털로 싸여 있는 것도 있고, 또 어떤 나무의 씨앗은 딱딱한 열매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도 있다.
어느 날 숲 속 마을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씨앗을 가지고 하는 멀리 날리기 대회였다. 오늘은 젖 먹던 힘까지 내서 한번 힘껏 날려보는 것이다. 모두 제각기 씨앗을 가지고 나왔다. '네 것 참 예쁘게 생겼구나.', '나 어제 미용실 다녀왔어.', '어쩐지 달라 보이더라.'서로 기분좋은 긴장감으로 들떠 있다. 물푸레나무가 가지고 나온 씨앗은 날개로 몸을 싸서 마치 만년필 촉 같은 모양이고, 단풍나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날개 두 장이 달려 있어 프로펠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소나무는 아주 얇은 날개가 한 장 달린 까만 쌀알 한 톨 크기 만한 것을 가지고 나왔다. 솔방울이 파랄 때는 보지 못했던 것인데, 며칠 전에 솔방울이 말라 갈색으로 변하더니 그 속에서 씨앗 수십 개가 튀어나오던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 옆을 보니 친구 서어나무, 피나무는 씨앗 몸집에 비해 비교적 긴 날개가 한 장 달린 것을 가지고 나왔다. 좀 더 먼 발치에는 씨앗 몸통 주위를 동그랗게 날개로 싸서 납작하게 보이는 자작나무, 느릅나무, 오동나무 친구가 끼리끼리 맞대고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좀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여느 때처럼 잡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날은 풍속이 초속 5m로 바람이 다소 있는 편이라서 씨앗을 날리기에는 아주 좋은 날이었다. 소나무가 15m 높이의 공중에서 몸을 던졌다. 이야, 56m나 날았다. 날고 있는 모습을 보니, 헬리콥터의 회전날개 같이 맹렬히 돌면서 낙하하는 게 장관이다. 몸에 달고 있는 날개가 그저 장식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구나.
다음은 오동나무 차례다. 68m나 날았다. 놀라운 솜씨다. 단풍나무도 날았다. 47m 밖에 되지 않았다. 다소 침울해진 모습을 보니 운동회를 시작하기 전에 프로펠러 모습을 하고 거만을 떨던 것과는 좀 분위기가 달랐다. 오늘은 모두 정정당당하게 힘껏 겨룬 날이다. 오늘의 우승은 오동나무가 차지했는데, 그 비결에 대해 우리들은 긴 시간 동안 서로 이야기를 했다. 결국 모아진 이야기는 몸을 던졌을 때 공중에서 머무는 체공시간(滯空時間)이 긴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우리 나무들은 땅에 뿌리를 박은 채 살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러나 태어난 후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한 부모로부터 태어난 내 형과 동생들은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제각기 살고 있다.
멋진 날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인가 내 주위에는 씨앗에 날개가 없는 나무들의 꼬마나무가 새로 자라고 있다. 언젠가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살게 되었는지 물은 적이 있다. 어떤 나무는 엄마한테 매달려 있었는데 새가 와서 먹은 후 여기까지 왔다고 하고, 어떤 나무는 짐승이, 또 어떤 나무는 엄마한테서 떨어져 나와 땅에서 놀고 있었는데 비가 많이 내린 어느 날 물에 쓸려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소나무와 참나무
나무도 생존을 위해 경쟁을 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종 소나무의 경쟁자는 참나무다. 절개와 지조의 소나무는 지난 수 십 년간 햇빛 경쟁에 밀려 참나무에 왕좌를 내주고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나무는 대대로 왕실의 보호를 받은 반면 참나무는 숯이나 굽는 잡목으로 천대 받아왔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거쳐 조용히 세력을 확장해 온 참나무는 햇볕 경쟁에서 소나무를 이겨 숲의 주인이 됐다.
참나무는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있지만, 식물도감에는 참나무라는나무이름은 없다. 참나무는 낙엽교목(갈잎큰키나무) 중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과 참나무속 나무들을 통칭하는 말로써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을 이르는 말이다. 참나무류는 기본적으로 잎의 모양에 따라, 세 부류로 편의상 구분한다.
잎이 길고 좁은 형태의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 (굴참나무는 상수리나무보다 잎의 뒷면이 더욱 희다) 잎이 크고 넓은 형태의 떡갈나무와 신갈나무, (떡갈나무는 신갈나무보다 잎이 두껍다. 잎이 그 중간 넓이의 형태인 갈참나무와 졸참나무. (갈참나무는 졸참나무보다 잎 뒷면에 털이 더 많다) 참나무류 가운데 천연기념물은 모두 3건(서울 신림동, 안동, 울진 소재)인데 모두 굴참나무다.
상수리나무는 임진왜란시 의주로의 피난길에 선조의 수라상에 올려진(상+수라) 도토리묵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떡갈나무는 떡을 쌀 만큼 잎이 넓고 탄닌 성분이 있어, 떡이나 햄 등을 싸서 보관하거나 향료로 쓴다. 신갈나무는 높은 산에서 잘 자라, 산의 능선에서 만나는 참나무는 대부분 신갈나무다. 갈참나무는 가을이 지나도 마른 단풍잎을 떨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성향이 있다.
졸참나무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잎이나 열매크기가 제일 작으나 그 도토리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참나무는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자라며 전체 숲의 면적 중 소나무 다음으로 많으며, 앞으로 더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나무와 소나무의 경쟁관계는 우리나라 산림생태계의 특징적 현상으로써 참나무숲의 확장과 소나무숲의 쇠퇴가 뚜렷히 관찰되고 있다.흥망성쇠의 드라마는 인간의 역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듯이, 식물(나무) 또한 절대적 기준의 우열은 없겠지만 자연의 섭리와 판단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는 듯하다. 자연(自然)이란 그 어원 자체가 "스스로 그러한 " 의 형용사적 의미이듯이, 그 과정이나 결과는 인간의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듯하다. 다만 우리 인간은 자연 앞에 겸손하게 경외의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문명과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소중한 이 산하(山河)에 대한 무분별한 간섭과 몰염치한 오염행위는 즉시 중지되어야 한다. 이 유일한 지구, 아름다운 초록별을 위해 그런 행위는 자자손손 경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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