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 휴식과 치유의 숲 *-

paxlee 2011. 7. 31. 22:29

               휴식과 치유의 숲

 

        “숲은 스트레스 해소 원기회복 최적지”

집중회복이론 캐플란 박사… 인류 역사상 99.9% 숲에서 생활

왜 우리는 숲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기회가 되는 대로 숲에 가려 하는 것일까? 주말엔 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숲으로 떠나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숲속의 별장을 갖고 싶어 할까? 왜 사람들은 휴일이면 산을 찾아가는 고행의 길을 걸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인간의 기원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세계적 학술지인 <사이언스>는 에티오피아 아와시강 지역에서 발굴된 유골을 가지고 47명의 과학자들이 16년간 복원작업을 벌여 ‘아르디’란 별명을 가진 최고 오래된 인간의 모습을 공개했다. 과학자들은 아르디가 지금까지 알려져 온 300만 년 전의 ‘루시’라고 불린 조상보다 훨씬 전에 생존했던 약 440만 년 전 인류 조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과학자들은 지구에서의 인간의 역사가 적어도 약 700만 년 정도는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 인류는 대부분 숲에서 살아 왔으며, 숲은 또한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700만 년. 우리의 머리로는 상상이 가지 않는 세월이다. 그 장구한 세월을 인류는 거의 대부분 숲에서 수렵과 채취로 살아왔다는 게 인류학자들과 고생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즉, 인류 역사의 대부분(약 99.9% 이상)에 해당하는 기간을 아프리카 사바나 등의 숲에서 수렵과 채취로 살아 왔다는 것이다.


그리곤 1만 년에서 5,000년 전쯤 인간은 숲에서 나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농경과 축산을 통해 식량을 재배하고 사육을 시작했다. 현재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는 모든 것들은 인류가 숲에서 나와 공동체 생활을 하기 시작한 이후의 산물들이다.


▲ 자작나무의 흰 색깔과 나무잎들의 녹색빛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바나 이론 (Savana theory)


1만 년이란 세월은 우리 인간의 삶에 비추어 볼 때 꽤나 유구한 시간이다. 그러나 진화라는 시간의 척도에 비추어보면 1만 년은 아주 짧아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그 사이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엔 불충분하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육체·심리적 유전 설계는 1만 년 전 숲에서 살았던 조상의 것과 별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인간이 숲에서 나온 이후 1만 년의 세월 동안 환경의 변화를 살펴보라. 우리 주변의 환경은 너무나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들, 기술 및 산업의 발전이 거듭되어 왔다.


여기서 우리 인간은 큰 갈등과 모순을 경험한다. 인간의 유전적 기제는 1만 년 전의 환경에 맞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실제 생활하고 대면해야 할 환경은 설계도와 너무도 딴판이다. 그러니 “인간의 두뇌는 인류 초창기 환경에 존재하지 않았던 개체와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것이 소위 진화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사바나 이론‘이다.


이 사바나 이론에 대한 증거는 오늘날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꽃을 한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은 누구나 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랑을 고백할 때, 생일 또는 각종 기념일에는 꽃을 선물한다. 꽃이란 무엇인가? 식물 생리학적으로 말하자면, 꽃은 바로 식물의 생식기다. 꽃을 통해 수정이 이루어지고 또 열매를 맺는다. 따라서 채취생활을 했던 우리 조상들의 입장에서 보면 꽃은 생존에 꼭 필요한 음식을 제공해 주는 원천이었던 것이다.

 

현대인들이 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선호하는 이유도 바로 우리 조상들의 생존에 대한 유전 설계가 아직도 유효하게 작동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다. 또 다른 재미있는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남자와 여자의 쇼핑 습관을 보더라도 사바나 이론의 증거를 엿볼 수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진화심리학자인 대니얼 크루거의 연구에 의하면 남녀의 쇼핑행태가 다른 것은 남성은 사냥, 여성은 채집을 맡았던 원시시대의 습성이 지금까지 현대인의 유전자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대부분의 남성들은 다른 것 신경 안 쓰고 사려고 했던 것만 구입해서 바로 나온다. 이 행동은 숲에서 살던 시대에 사냥감을 발견해서 죽인 뒤 바로 집으로 돌아오던 것과 비슷하다. 반면, 여자들의 쇼핑 행태는 남자들과 확연히 다르다. 사려는 물건의 색깔, 스타일, 촉감 등을 꼼꼼히 살피고, 그것도 모자라 점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한다. 물건 하나 사는 데 몇 시간, 심지어는 며칠을 소비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성의 행동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가장 잘 익고 맛있는, 그리고 색깔 고운 열매를 찾으려 덤불 속을 뒤지는 숲속 생활 시대의 채집행태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크루거 교수 연구의 주장이다.

▲ 숲은 스트레스 해소와 원기회복의 가장 좋은 장소로 꼽힌다.

왜 숲인가?


우리 인간은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살아 왔고, 현재까지도 숲 생활에 알맞은 몸과 마음의 유전 설계도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숲과 우리의 몸과 마음은 코드가 일치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은 어떠한가? 극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유전 설계와 전혀 맞지 않는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늘 환경과 코드가 맞지 않은 상태인 채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미국의 환경심리학자인 캐플란(Kaplan)은 ‘집중회복이론(Attention Restorative Theory)’이란 학설로 이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현대인들의 일상은 의식을 집중해서 활동해야 하는 생활의 연속이다. 직장에서의 예를 들어보자. 온 정신을 집중해서 일하지 않으면 실수를 하게 되고, 이 실수 때문에 업무 평가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치명적 업무상 실수는 그 직업을 그만두어야 할 상황으로까지 몰린다. 심지어 길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다. 차가 오는지 살펴야 하고, 또 소매치기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러니 늘 긴장상태의 연속이다. 이런 긴장은 결국 몸과 마음의 피로를 누적시킨다.


이런 일상의 활동에서 기인된 피로는 빨리 원기를 회복시켜야만 정신적 또는 육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캐플란은 원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장소가 가져야 할 특징을 네 가지로 꼽았는데, ①아름다움, ②탈출감, ③적절한 면적, ④목적성이다. 이 네 가지의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장소가 바로 숲이다. 따라서 숲이 스트레스 해소와 원기 회복의 최적지이며, 이로 인해 현대인들에게 숲은 건강과 행복을 주는 장소라고 캐플란은 주장한다.


첫째, 아름다움은 자연스럽게 그 장소에 매료됨을 의미한다. 울창한 숲, 물과 나무가 어울린 자연 경관, 야생화 등은 그냥 우리들의 눈을 매료시킨다. 아름다움에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특별한 의식이나 노력 없이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우리의 감성을 행복하게 해준다. 따라서 숲 경관의 아름다움은 우리 마음을 아늑하게 해주는 아름다움이다.


둘째, 탈출감이란 일상의 지루함, 또는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피로로부터 도망쳐 나온 느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숲에 가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도 없고, 상사의 꾸지람도 없다. 모든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피난처에 있는 느낌이 든다. 숲에 와 있으면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갖고 나만의 세계가 구축된다. 나를 방해하는 아무런 요소도 없고 나만의 왕국에서 내가 주인됨을 느낀다.


셋째, 적절한 면적이란 어느 정도의 공간적 위치가 확보되어야만 일상에서 누적된 피로가 회복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좁은 장소는 답답함을 주고 또 이는 다른 스트레스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간적 넓이감은 원기 회복에 필요하다. 숲은 대개 공간적으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므로 원기 회복에 적절한 장소다.


넷째, 목적성은 그 장소를 찾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지역에서 하고자 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역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산책을 하거나, 홀로 사색을 하기 위해 숲을 찾는다. 숲에서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동기, 즉 활동의 목적이 달성되기 때문에 원기 회복의 장소로 적합하다.


이런 숲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일상에서 우리가 받은 스트레스를 효율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아마 숲속에서 살았던 우리 조상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한 어떠한 스트레스는 겪게 마련이다. 문제는 받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잘 해소하고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면에서 숲은 우리가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즉시 효과적으로 해소시키는 참 중요한 안식처다.

▲ 숲은 인간에게 건강을 줄 뿐만 아니라 버섯과 같은 균류가 살아갈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 까막딱따구리와 같은 오염이 안 된 숲에 사는 새들은 숲을 더욱 아름답게 가꾼다.

건강과 행복을 위한 산림욕


■ 산림욕은 건강한 심장과 체중 조절, 그리고 유연한   몸과 체력을 유지시킨다. 이 모든 것은 우리를   장수와 삶의 질을 높여 준다. 


■ 산림욕은 피부 호흡을 원활하게 하고 혈액 순환을   잘하게 하여 상큼한 피부와 건강한 외모를    유지시킨다.


■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등 심리적인 문제에 처해   있다면 숲에 가라. 숲은 그것들을 모두 떠맡는다.


■ 산림욕은 가족 및 친구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준다. 숲은 일상에서와 다른 분위기로 사람들의   관계를 친밀하게 만들어준다. 


■ 연구에 의하면 산림욕은 비만, 당뇨, 골다공증,   천식, 아토피, 고혈압 등 많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 산림욕은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불안감과   우울증이 사라지고, 숙면할 수 있게 해 준다.

 ■ 산림욕 방법 가을보다는 봄, 여름을 이용하라. 숲이 내보내는 피톤치드 양은 봄부터 증가하여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 최대치에 달한다. 예를 들어 편백나무의 100g당 피톤치드 함량은 여름에는 4.0mL이지만 겨울에는 2.5mL밖에 안 된다.

 

■ 산림욕 시간은 침엽수, 활엽수 모두 기온이 상승하는 정오 무렵에 방출량이 최대치에 달한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공기 유동이 빨라져 피톤치드 발산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소나무의 시각별 피톤치드 방출량은 아침 6시 2.71ppb, 저녁 6시 6.9ppb이지만 낮 12시엔 9.74ppb나 된다.

 

활엽수보다는 침엽수가 많은 곳으로 가라.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 침엽수에서 더 많이 나온다. 피톤치드 함량이 가장 많은 나무는 편백나무다. 편백나무는 100g당 피톤치드 함량이 4.0mL다. 우리나라에 흔한 침엽수 중에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피톤치드를 많이 생산한다. 건강에 좋은 음이온 역시 활엽수보다는 침엽수 잎을 통과할 때 많이 발생한다.

 

출발 전엔 계곡, 호수가 있는 산림욕장인지 확인하라. 음이온은 빛에 의해 물 분자가 산화할 때, 물 분자가 활발하게 움직일 때, 물 분자가 공기와 마찰할 때 주로 생성되기 때문에 물 근처에 가장 많다. 또 계곡이 있으면 계곡에 흐르는 물 때문에 습도가 높아져 피톤치드도 계곡으로 몰린다. 숲의 치유효과를 확실히 느끼고 싶다면 계곡이나 호수가 있는 산림욕장으로 가자.

 

산 꼭대기보다는 산 중턱이 좋다. 지형적으로 산 밑이나 산꼭대기보다 산 중턱이 바람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으므로 산림욕을 즐기기에 좋다. 바람이 강한 산 밑이나 산 꼭대기에는 나무나 식물이 피톤치드를 많이 발산하지만 공기의 이동이 빨라 발생된 피톤치드가 모두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 산림욕의 특징은 첫째, 스트레스호르몬 분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저장돼있던 단백질을 포도당으로 전환시키므로 혈당이 높아지고 지방을 분해해 지방산 농도가 높아진다. 몸에 스트레스호르몬이 많아지면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아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이 빨라진다. 스트레스호르몬은 정서적인 변화도 가져온다. 분노장애나 불안장애환자는 스트레스호르몬 수치가 높다.

 

둘째, 피톤치드와 음이온의 효과다. 피톤치드는 나무와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스스로 만들어 발산하는 휘발성 물질이다. 여기에는 폐렴이나 질염 등을 일으키는 균을 죽이고 집먼지진드기의 번식을 억제하는 강력한 성분이 있어 각종 감염질환과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좋다. 혈압을 떨어트리고 콜레스테롤 합성을 막는 효과도 있다. 또 숲에는 도시보다 10배 이상 많은 음이온이 방출되는데, 음이온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불면증을 없애줄 수 있다.

 

셋째, 도시보다 10% 가량 많은 산소, 흔들리는 나뭇잎의 움직임, 시냇물 소리처럼 편안함을 주는 소리, 안정감을 주는 녹색 경관 등도 간접적으로 치료 효과를 높인다. 이런 환경적 요소들은 긴장과 흥분상태에서 발생하는 베타파를 줄이고 안정상태에서 발생하는 알파파를 늘려 환자를 편안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명상이나 인지행동치료를 숲에서 하면 병원에서 했을 때보다 효과가 더 높다.

 
- 글·사진 | 신원섭 충북대학교 대학원 산림치유학과 교수, 한국산림치유포럼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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