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삼각산 칼바위봉 *-

paxlee 2011. 9. 13. 23:20

 

삼각산 칼바위봉

 

추석연휴 동안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모든 산행을 접었는데, 정작 서울에 비가 내린날은 없었다. 일기예보는 어디까지나 예보이기 때문에 틀릴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일기예보는 아주 신통하게 잘 맞아 떨어졌다. 이번 추석연휴에 비가 온다는 예보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예보에 따라 산행을 접고 편하게 아주 잘 쉬었다. 오늘이 그 연휴의 마지막 날이고 날씨마저 좋은데 산에 가지않고 집에만 있으려니 조바심이 나기도 하였다. 

 

점심을 먹고 산행을 준비하다가 햇볕이 너무 더워서 미루다가 조금 해가 기우는 것을 보고 늦은 시간에 서서히 뒷 산을 향해 혼자서 올라갔다. 계절이 바뀌어 그런지 날씨는 서늘하고 시원함이 전해왔다. 화계사를 지나 계곡길을 걸으니 맑은 공기가 신선해서 좋았다. 숲이 우거진 산 길은 조용하고 개울에 물도 많이 줄어 아주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등산로에는 산행을 오르는 사람과 하산하는 사람들을 만날수 있었다.

 

오늘도 계곡길보다 능선길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오르다가 능선길을 따라 올라갔다. 햇볕이 기운 시간이지만 오르막 길을 걸으니 전신에서 땀은 솟아오른다. 햇쌀이 따가운 낮 시간이나 오후 늦은 시간이나 산을 오르면 땀이 솟는 것은 같은데, 왜 무엇 때문에 집에서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늦게서 산을 오르는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산행을 계속 할 때는 산에 가지 않으면 조바심이 나고는 하는데, 올 여름처럼 휴일마다 비가 내려 산행을 접는 날이 많아 지면서 조금은 개을러 진것 같다.

 

올 여름은 계속되는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하여 산행을 적게 한 계절도 처음인것 같다. 6월부터 7월, 8월까지 지루한 비 속에 갇혀 산행의 패턴이 바뀐것 같다. 전에는 어쩌다 휴일에 산행을 못하면 조바심이 나고 안달이 나곤 하였는데, 올해는 산행을 못하는 날이 너무 많아 산행의 흐름이 바뀌어 산행을 하지 못해도 오늘도 산행을 못하겠군 하는 포기를 쉽게 하다보니 산행의 집착이 아주 멀어지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 본다.

 

혼자 산행을 하게되면 쉬는 시간을 많이 줄일수 밖에 없다. 땀을 흘리면서 능선길을 쉬지않고 올라갔다. 화계사계곡에서 냉골로 넘어가는 고개길 언덕 쉼터에서 한 번 쉬었다. 쉼터에는 많은 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밤골 약수터를 향해 올라가는 길도 계속 오르막 길이다. 한고비 두고비 몇 구비를 돌아서 약수터에 도착하여 약수를 한바가지 마시고 조금 쉬었다가 칼바위 능선을 향해 올라갔다. 밤골 약수터에도 항상 많은 분들이 쉬어가는 장소이다.

 

다시 땀을 흘리며 칼바위 능선길에 올라서면 조금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능선길은 평지길이라 걸음이 여유로워 진다. 그러나 문필봉이 가까워 질수록 다시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문필봉에 올라서면 시야가 넓어져서 마음까지 넓어지는 것 같아 산행의 즐거움이 스며들기도 한다. 북한산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도봉산의 그 도도한 자태가 길게 뻗어있는 산세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백운봉과 만경봉이 한데 크로즈업되어 하나의 산으로 보이고, 그 엎에 인수봉이 솟아있는 삼각산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오늘 산행은 문필봉까지만 하려고 하다가 많은 분들이 늦은 시간인데도 칼바위를 향해 산행을 진해하여 나도 칼바위봉까지 다녀오기로 하고 출발을 하였다. 문필봉에서 내려가는 길부터 암벽길은 시작된다. 칼바위 안부에서 칼바위를 향해 오르는 길은 험하고 사나운 암벽길이다. 이제는 익숙한 길이 되어 어려움없이 오르고 있지만, 항상 긴장을 하게 되는 것은 여전하다. 암벽길은 두 손과 두 발을 함께 사용하면서 올라가야 하며 한 발의 보폭이 어느 곳에선 너무 멀어 팔의 힘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칼바위 봉우리 정상에 올라서면 시야는 더 넓어진다. 문필봉에서 바라보는 전망보다 경관이 더 좋은 것은 아마도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북한산성길에 대남문과 동장대의 문루는 숲속에 자리한 그 자태는 신기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서울시내를 내려다 보아도 일품이다. 서울시내는 그대로 집들로 가득 체워저있는 것은 아니고 곳곳에 동네마다 야산이 산재하여 있어 그 푸르름이 인상적으로 눈 길을 끈다.

 

 해가 문수봉 넘으로 지는 것을 보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올라간 길을 되 돌아가는 산행은 조금은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산행을 계획할 때 오르는 코스와 하산 코스를 다르게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시간만 일직 올라왔어도 북한산성길로 해서 대동문을 지나 아카데미 하우스 쪽이나. 소귀천계곡으로 해서 우이동으로 하산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텐데, 오늘은 그냥 되돌아 가기로 하였다. 문필봉을 지나 화계사 계곡에 이를 때까지는 길이 밝았는데, 계곡길이 어두울것 같아 빨래골 길로 해서 둘레길로 해서 하산을 하는 데, 어둠이 길에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