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새해에 오른 도봉산

paxlee 2015. 1. 4. 19:02

 

새해에 오른 도봉산

 

새해 첫 산행은 도봉산을 올라갔다. 어제까지도 영하 8도까지 내려가서 무척이나 추웠는데, 오늘(1/4)은 포근한 날씨가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해 주었다. 도봉산 들머리에 들어서니 오름길에 눈이 쌓여 얼어붙어 몹시 미끄러웠다. 오랫만에 산행이어서 배낭에 미처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하여 돌아가서 어이젠을 챙겨 올가 생각하다가 그냥 올라갔다. 그 동안의 산행 경험으로 이 정도는 갈수있겠지 하는 얕은 생각이 앞서가고 있었다. 산행도 계속해야지 한 번 쉬었드니, 날씨가 추우니까 이번에는 쉬자하는 마음이 앞서 산행을 미루고 미루다보니 한달이 지나고, 두 달간 연이어 쉬게 되어 오늘은 새해 첫 일요일이어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도봉산을 올라갔다.

 

방학능선으로 올라가서 원통사를 지나 우이암 정상에 올라서니 가슴이 뻥 둟리는 것 같은 정상에서 느끼게 되는 산행 기분은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해 주고, 푸른하늘의 높은 기상과 넓게 멀리 펼치진 시야의 끝은 삶의 의미를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해 준다. 다람쥐 체바퀴 돌듯이 날마다 계속되는 고달픈 삶의 연속 반복되는 일과에 지친 몸과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가는 기분으로 산을 올라갔다. 늘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도봉산의 봉우리는 변함이 없지만, 계절따라 변화하는 산은 오를 때마다 다르게 보고 느끼고 때로는 감동을 받기도 하면서 산을 찾는다. 겨울나무의 저 앙상한 가지는 왜 저렇게 하늘을 향하고 있을까? 겨울의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기다리며 따스한 봄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지도 모른다.

 

도봉산의 일요일은 산객과 산이 여백을 같이하고, 최선을 다하자는 의욕과 삶의 진실은, 목적은 무엇인가. 산객은 나무와 바위를 찾아가고, 나무와 바위는 산객을 기다리는 만남의 시간이다. 순간의 만남이지만, 변하지 않은 그 모습 그대로를 확인하는 산행은 자신을 되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겨울에는 봄을 기다리며 산행을 하고, 봄에는 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져보지만, 봄은 화살처럼 쏜살같이 지나간다. 가는 것은 잡을 수 없는 나역한 인간의 한계를 경험하면서 순리의 수례바퀴를 부지런히 따라가야하는 삶은 늘 고달프고 시간에 쫓지면서 가끔은 뒤도 돌아봐야 하는데, 세월에 떠 밀려가는 느낌은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몇 일이 지났다.

 

우이암 정상에서 바라보는 우이암은 변함이 없지만, 보는 자리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자연과의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우이암은 정상을 향해 굽어보는 자세이다. 그냥 똑 바로 서 있으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질것만 같은 생각 때문에 자세를 굽혔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도봉산의 서쪽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면서 도봉산 정상봉을 향해 나를 잊지 말아요. 이렇게 외치고 있는지도 오르겠다. 소리를 쳐봐도 들리지 않을 것 같으니까. 자세를 숙여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주 능선을 따라 뻗어 내리다가 오봉능선과 우이능선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면서 우이암은 우이암대로 도봉산의 암벽미를 자랑하는 봉우리로 존재한다.

 

방학능선길에 눈이 얼어붙어 매우 미끄러워 내려가기는 더 고역이어서 하산은 도봉산의 겨울 산행 안전을 제일먼저 생각하는 보문능선으로 하산을 하기로 하고 우이봉 제2봉 3봉을 지나 보문능선으로 내려섰다. 보문능선에 내려서는 그늘진 곳엔 얼음 길이 조금 있었지만, 능선에 올라선 후에는 얼음이 녹아 길이 질퍽그리는 곳이 있기는 하였지만, 미끄러운 길은 없었다. 보문능선은 암벽길이 없고 길이 평탄한 편이라 겨울 산행객들이 즐겨 오르는 도봉산 능선 중의 하나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도 오르고, 하산하는 산객이 많았다. 오랫만에 산행을 하였드니 몸과 마음이 평화롭고, 자연과 함께하는 순수함과 여유로움이 답답하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산행의 멋과 낭만의 시간을 즐겼다.

 

겨울나무와 도봉산 정상봉

우임암의 독특한 자세

도봉산 겨울 산행 길 1

도봉산 겨울 산행 길 2

도봉산 겨울 산행 길 3

겨울 나무들의 군무

도봉산의 우람한 암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