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바람은 기(氣)이다.

paxlee 2019. 1. 15. 04:04

 

"바람은 기(氣)이다.

 기가 꽉 차 있음은

물이 계곡에 가득 차 있는 것과 같아,

빈 곳이 없다.


바람이 고요하고 잠잠할 때는

모이고 흩어지는 형체가 보이지 않으나,

그렇다고 기가 비어 있는 일이 있었겠는가?


노자의 이른바 '허(虛)하나 다함이 없고,

움직일수록 더욱 나온다'라는 것이 이것이다.


부채를 휘두르지 마라.

밀리고 쫓기어 앗아가서 기(氣)는 물결치듯

바람이 되는 것이다."

 

 


비가 오는 것이나, 눈이 내리는 것이나,

아지랑이가 아물아물 하는 것이나,

서리가 내리는 것이나, 모두가 기(氣)의 현상이다.

우주는 허() 해 보여도,

그 공간을 꽉 매우고 있는 것은 기()이다.  

지금 내 앞의 공간에도 아무것도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다. 그냥 허()이다.

 

그런데 텔레비전을 켜면 화상이 떠오른다.

이미 공간 속에서 사방팔방으로 전파가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고, 그 전파들의 한 줄기를

텔레비전이 잡아내어 보여주는 것 뿐이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이 비어 있는 공간은 사실은 꽉 차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허공이라 부른다.
하지만 기철학에서는 이 세상 어느 한 곳도
빈 곳이 없이 기(氣)로 가득 차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빈 것 같지만 사실은 기(氣)로 가득 차 있다는
뜻에서 공기(空氣)라고 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값진 것들이 이렇게 우주 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더 절실히 요구되는 오늘이다.

 

- 화담의 사유세계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