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上), 어머니는 세계의 보배, 아이는 미래의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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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인간을 높은 곳으로 이끈다.
그리고 높은 곳에 도달하면
시야가 탁 트인다.
아무것도 시야를 가로막지 않는 최고봉에서
모든 사람은 ‘벗’이 된다.
지구상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우면서 인류를 잇는 최고봉은 바로 히말라야산맥이다. 아시아 중앙에 위치한 네
팔 일대에는 은백색으로 빛나는 8000m급의 산들이 마치 왕자(王者)들이 춤추듯 늘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는 네팔어로 ‘사가르마타’(드넓은 하늘에 닿는 정상)라고 합니다. 이 대왕의 정상은 그야
말로 하늘에 닿을 듯한 높이를 자랑하고 태양과 달, 별들까지 친한 벗으로 삼으며 추운 겨울과 거센 바람도 이
겨내고 당당하고 고상한 자태로 세계를 바라봅니다.
올해는 네팔의 셰르파인 텐징 노르가이의 안내로 뉴질랜드 등산가 에드먼드 힐러리가 에베레스트 등정에 처음
성공한 지 67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찍이 일본 모험가 미우라 유이치로 씨가 여든 살이라는 사상 최고령자로
등정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한 적도 있다. 네팔 시인 데브코타는 다음 문답을 담아 시를 읊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걷는 것은 누구입니까?”
“나와 함께 활보하는 것은 용기입니다.”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왔습니까?”
“내 고향은 지구입니다.”
“당신이 가려는 행선지는 어디이고,
어떠한 메시지를 품고 갑니까?”
“나는 마음속 도읍에 ‘인류의 동반자에게 봉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인생의 사명이라는 산을 등반할 때 ‘용기’를 길동무로 삼고 ‘지구’를 고향으로 삼는 드넓은 마음으로
자기답게 ‘인류의 동반자’에게 봉사하는 나날을 거듭 걸어갔으면 합니다.
장대하고도 / 위대한 히말라야를 / 벗으로 삼은
그대의 승리도 / 같은 높이로
동경하던 네팔을 처음 방문한 때는 1995년 10월이다. 그날 밤 비행기가 네팔에 들어서자 온 하늘에 별이 반
짝였다. ‘영광의 도읍’이라고 칭송받는 수도 카트만두에는 집집마다 불이 켜져 보석처럼 빛나고 공항에는
따뜻한 웃음이 가득했다. 마중 나와준 경애하는 우인들과 합장하며 “나마스테!” 하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네팔 사람 누구에게나 통하는 이 인사말의 ‘나마스’는 ‘(자신을) 바치다’, ‘테’는 ‘상대에게’라는 뜻입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의 존엄한 생명을 최대로 존경하는 표현입니다.
네팔은 정신계의 최고봉인 석존이 석가족 왕자로 탄생한 땅입니다. “마치 어머니가 하나뿐인 자식을 목숨을 걸
고서라도 지키려 하듯 살아 있는 모든 것에게 무량한 자비를 일으켜야 한다”는 말은 석존의 자비로운 가르침입
니다. 네팔로 떠난 여정은 지금도 맥맥이 흐르는 석존의 마음과의 만남이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어머니보다 뛰어난
것은 없다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티베트어로 ‘초모랑마’(대지의 어머니)라고 한다. 어머니의 자애는 어린 생명 속에 그야
말로 산처럼 우뚝 솟아 평생을 이끌어준다. 내가 여러 차례 만난, 주일 네팔 대사와 명문 트리부반대학교 부
총장을 역임한 마테라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게 인생 최고의 가치관을 가르쳐준 사람은 어머니이다. 나는 어머니를 위대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테라 씨의 부모를 비롯한 친척은 독재정권 시절에 민중을 위해 싸웠습니다. 삼촌은 처형되고 재산을 몰수당
해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약 30년을 인도에서 망명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한 고난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마테
라 씨가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위대한 낙관주의자였습니다. 고생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조국에서 온 망명자까지 돌봤습
니다. 입버릇처럼 “자신의 행복을 생각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행복을 생각해라” “타인의 희생 위에 자신의 행복
을 만들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늘 바쁘게 일하면서 “권력과 돈의 힘에 굴하면 안 된다”고 격려하며 마테
라 씨를 훌륭하게 키워냈습니다.
그 뒤 네팔의 민주화가 실현되자 마테라 씨는 다니던 세계은행을 그만두고 조국 건설이라는 중요한 사명을 맡
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구태여 시련의 길을 택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테라 씨의 어머
니도 아내도 “나라를 위하고, 사람들을 위한 일이니 합시다. 가정은 안심하고 맡겨주세요” 하고 힘차게 응원해
주었다고 합니다.
인간의 위치가 높은지 낮은지는 마음에 어떠한 신념을 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회를 위해 어떠한 인생을 끝
까지 살았는지로 결정되지 않을까요.
화창한 날, 나는 트리부반대학교에서 ‘인간주의의 최고봉을 우러르며-현대에 살아 있는 석존’이라는 주제로 강
연했습니다. 졸업생 학위 수여식에서였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크게 감동한 한 광경이 있습니다. 교육장관이
“공중복리를 위해 힘쓰겠다고 맹세합니까” 등을 질문하자 졸업생이 각각의 질문에 “맹세합니다”라고 늠름하게
대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청춘 시절의 맹세는 인생을 크게 비상하게 만듭니다.
인재의 / 산맥 드높이 / 우뚝 솟는다
마음의 세계는 / 황금의 날개로.
message | 잊지 못할 여정 – 태양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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