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퍼온글

백수의 일상 - 164. <왜 우리는 꽃에 끌리는가>

paxlee 2021. 4. 28. 05:38

‘꽃’ 그리고 ‘사람’, 왜 우리는 꽃에 끌리는가?

 

우리나라에서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마르크 샤갈은 그 누구보다 다양한 테마로

그림을 그렸지만, 특히 ‘꽃’은 그의 단골 소재였다. 샤갈의 대표 작품인

〈사랑하는 연인과 꽃〉, 〈붉은 배경의 꽃다발〉 등을 보면, ‘꽃’이라는 생물학적

요소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꽃을 즐기기 시작했고, 어떻게 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감상했을까?

몇몇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꽃을 이라크 샤니다르의 유적처럼 죽음을 위로

하는 특별한 의식에서 더 화려한 꽃을 즐기는 미의식의 문화로 발달해 사용해왔다고 한다.

우리는 시각과 후각을 통해 꽃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사람이 꽃에서 받는 느낌은 시각,

즉 색상의 감각이 먼저인 경우가 많다. 꽃의 시각적 효과는 컬러 세러피 효과라고도 하는데,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색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색이 된다. 빨간색은 체온과 혈압을

상승시키고 기력을 주며, 노란색과 주황색은 건강과 의욕을 주고, 초록색과 파란색 계통은

차분함과 평안함을 준다. 후각을 통해 전해지는 꽃향기 역시 우리에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어 아로마 오일, 향수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한 사람은 꽃에 여러 생각과 의미를 담아 표현해왔다. 자신이나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소망할 때나, 지금 여기에 없는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기억할 때처럼 꽃은 생명과

사랑의 상징으로 인간관계를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렇듯 우리는 꽃이라는 존재에

매력적인 감성을 느끼고, 다양한 꽃이 주는 아름다움과 향기 등에 매료되어 장식, 의상, 조경,

디자인, 심지어 음식에까지 활용하고 있다.

꽃의 매력은 사람의 소유욕까지도 자극한다. 자신만의 꽃밭이나 베란다 정원을 가꾸거나, 산

과 들로 나아가 남들과는 다른 예쁜 꽃을 찾아다니며 자연에서 직접 꽃의 매력에 흠뻑 빠지

기도 한다. 이렇듯 꽃의 생물학적인 요소들은 결국 사람의 본능을 움직이는 감정선과 연결되

있으므로 우리는 꽃을 감상하고 가까이하게 된 것이 아닐까.

꽃은 우리 가까이에 늘 존재해 왔다. 굳이 높은 산이나 심심산골까지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야생의 꽃을 볼 수 있다. 매일 지나다니는 길, 동네의 공원, 학교, 정원 등 꽃은 여러 곳에서

스스로 자라나고, 또한 사람에게 길러지며 사랑받고 있다.

사실 꽃은 수많은 식물의 생물학적 생식도구이며, 나아가 곤충 등의 동물에게 먹거리를 제공

하는 존재다. 꽃의 수정으로 열리는 여러 가지 열매와 과실은 우리 인류에게도 중요한 식량

자원이다. 그러나 꽃은 생물학적 의미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윤기를 주고, 우리

의 마음을 기분 좋게 해준다. 방에 꽃이 있는 것만으로 분위기가 단번에 바뀌거나, 꽃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을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보았을 테니 말이다.

 

- 글 : 박찬호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