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퍼온글

백수의 일상 - 196. <이준석 신드롬 무슨 뜻인가>

paxlee 2021. 6. 8. 13:16

     이준석신드롬 무슨 뜻인가?

 

  • 한국은 선택을 향해 가는 노정에 서 있다.

    국민 여론도 정치권의 시계도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 날짜를 정조준하고 있다.
    누가 2030세대의 마음을 잡느냐의 게임이다. 작년 총선 유권자 기준으로 20대는
  • 680만명, 30대는 699만명으로 2030을 합쳐 전체 유권자의 34%다.

    공정성을 유난히 따지는 밀레니얼세대를 포함한 MZ세대를 총망라한다.
    다른 세대의 투표 성향은 대개 정해져 있어 불변이다.
    아직 유동적인 2030세대의 민심을 얻는 정당(政黨)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다.

    기성 정치권은 MZ세대가 마땅이 얻어야 할 기회의 다리를 완전히 걷어차 버렸다.
    특히 문재인 정권 들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대기업은 아예 공채(公採)를
  • 포기해 좋은 일자리는 씨가 말랐다. 다시 2030세대는 벼랑에 섰다.

    그들은 현재의 한국 정치판에서 희망을 못 찾는다. 조국 전 장관을 위시한 좌파
  • 세력의 위선, 불공정, 내로남불의 파렴치를 참을 수 없다.

    아예 판을 완전히 갈아엎고자 한다.
    이것이 2022년으로 가는 한국 정치의 슈투름 운트 드랑(Strum und Drang) 즉,
  • 질풍과 노도 현상이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여당에 있다.

    지난 4년간 경제 운영 실패, 사회 분열로 국민의 삶을 황폐화시킨 만큼 정권교체의
  • 욕구가 여론조사로 투영돼 나타난다.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 50%,
  • 정권 재창출 36%로 나왔다. 유권자들은 여당에 표를 주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 야당인 국민의힘에도 표를 주자니 상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당의 얼굴 간판을 바꿔 달라는 바람이 이준석 현상이다.



  • ▲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국민의힘 인천시당을
  •     방문해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과거엔 당 대표를 하려면
  •     몇 선(選)의 관록이냐, 산전수전을 겪은 유경험자가 유리했다.

  •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그래서 장유유서를 말한 것인데 그는 본전도 찾지 못했다.
    오래된 정치인일수록 나쁜 물에 젖었다고 유권자들은 더 나쁘게 보는 걸 눈치도 못
  • 챘던 것이다.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압도적인 표를 줬는데 뭘 바꿔 놓은 게
  • 있느냐는 질책도 야당 당대표 선거에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역풍을 뚫고 36세 이준석이 나타났다. 단번에 대선후보 지지율 4위로 부상했다.
    이준석 돌풍, 이준석 신드롬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세상이 어지러울 땐 젊은 정치인이 세계 각국에서 혜성과 같이 등장해온 게 정치사다.
    미국의 케네디(43),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39),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39),
  •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35) 등이 그들이다.

    마침내 한국에도 영파워가 선두에 서서 바꾸라는 정치의 시간이 온 것이다.
    세상은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혁명의 변혁기이고 구세대는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다.
    박성민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그에 합당한 세대가 정치를 이끌 때다"고
  • 말한다.

    꼭 그가 이준석이기에 당대표가 되라는 게 아니라 격식 파괴, 세대교체 요구의 타이밍에
  • 하필 이준석이 서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정치를 바꿀 대선판을 짜는 데 우선한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누가 되면 상대편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버거워하겠는가의 관점에서
  •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야당에 다이내믹한 30대 영파워가 지도자로 등장한다면 여당은
  • 졸지에 늙은 정당으로 확 컬러가 죽게 된다.

    이준석은 관록도 부족하고 국회의원 선거에도 승리한 적이 없으며 대선을 관리하는 데도
  • 부족해 보이지만 그게 차라리 장점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최고위원 출신 당직자는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졸지에 더민주는 꼰대당
  • 이미지가 돼 버리고 이낙연, 정세균 등의 후보도 확 색이 바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필자
  • 에게 고백했다. 그러면 달랑 이재명 후보 한 명이 남는데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당대표 모임 시 김기현 원내대표에게 "누가 (당 대표
  • 에 당선) 되나"라며 세 번이나 물었다고 한다.

  • ▲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가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연합뉴스
  • 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의 중요성과 당 대표의 역할 등에 대한
  •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준석, 나경원, 주호영 후보 누가 당선되던 야당의 새
  • 당 대표의 최대 임무는 최강의 대선 후보를 선출해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필자와 통화에서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국민의힘은
  • 대선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이 맡으면 윤석열 전 장관, 김동연 전 장관 등
  • 의 입당, 안철수 대표(국민의당)와의 합당 등에 과연 유리할 것인가.

    그런데 최근 김종인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전 총장을 비토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이준석을 배후
  • 조종한다는 나경원 후보의 반박이 이어져 큰 변수로 등장했다. 이것이 70%를 차지하는 당원
  • 투표에서 전체의 50%를 넘는 영남 당원들의 심리를 어떻게 움직일지가 변수로 떠올랐다.

    고참 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석을 유승민계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정작 당대표가 되면 대놓고
  • 봐줄 수가 없고 오히려 역차별할 가능성이 있어 "유승민이 가장 손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 신임 야당 대표의 임기는 2년이지만 3개월 후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그때부터는 당 권력이
  • 넘어가므로 이준석 후보가 대표에 당선된다고 해도 사실상 3개월짜리 임시 권력에 불과할
  •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대선 후보 준비 외에 청년, 여성 등 특별할당제를 폐지하겠다는 등 정책 발표를
  • 실천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상징성은 놀라울 것이다.
    36세 먹은 야당 대표가 문 대통령과 둘이 회담을 하고 국회에서 대표연설을 하는 장면은 한국
  • 정치사에 일찍이 없었다.

    박성민 평론가는 "한국 정치에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준석 당대표, 윤희숙 정책위의장을 하면 재미있는 그림이 될 것이다.

    한국의 정치사 70여 년에서 정치인들은 국민에 봉사하기보다는 자신의 영달, 계파의 이익,
  • 차기 선거에서 공천 등에 연연해왔다. 막스 베버가 가장 나쁜 정치인으로 분류한 국민을 위한
  • 정치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정상배로 타락한 것이다.

    이준석, 윤희숙 등 젊은 세대로의 교체는 베버가 백안시한 생계형 정치인들의 입지를 좁힐 것이다.
    엊그제 더민주 초선 의원 86명이 문 대통령과 첫 회동을 가진 장면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
    초선들은 사전에 쓴소리를 하기 위해서라고 언론에 브리핑했다.

    그런데 막상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과 기념사진 찍는 데 절반 이상을 허비하고 진정 젊은 층의
  • 고민이 무엇인지 조국·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안 했다.
    원전을 다시 돌려보자는 제안 같은 것은 더더욱 없었다.

    여당 초선들의 청와대 행사를 보고 왜 이준석 같은 선거에서 3연패 한 정치인이 새바람으로
  • 선두에 서야 하는지를 국민은 깨달았을지 모른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제 편끼리 스크럼 짠다고 국민들이 감동해서 찍어주는 2030의 선택은
  • 더 이상 아니다. 영국 정치사에서 노동당 토니 블레어, 보수당 캐머런이 번갈아 40대 기수로
  • 나타나면서 정치 구습을 확 바꾼 것처럼 한국 정치의 좌도 우도 낡은 판을 확 걷어내라는
  • 시간이 온 것이다.

  • ▲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주호영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부산 수영 당협 사무실에서 발언하고
  •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 인사를 보면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할지 모르는 검사들을 한직으로
  • 좌천해 수사 칼날을 부러뜨린 것이었다. 누가 국가의 주인인가.

    내년 대통령 선거는 한국 정치의 중요한 전환기가 될 것이다.
    국민이 정치에 바라는 것은 항상 단순하다. 삶을 편안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미래 세대 호주머니
  • 를 털어 몇 푼 돈을 쥐여 달라는 게 아니라, 좋은 일자리로 미래의 꿈을 돌려줄 정권을 만들어
  • 내라는 명령이다.

    그 시작은 2030세대의 절망에서 출발한다. 30대 청년이 선두에 서서 변화의 질풍을 일으켜 달
  • 라고 떠민다. 정치의 메타버스다.

    이준석이 당대표에 당선되면 변화는 가속화될 것이고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한 번 일어난 청년
  • 바람은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 - [매일경제신문 김세형 칼럼 : 2021.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