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백수의 일상 - 660. <이재명의 민주당, 더 짠물 정당될 우려있다>

paxlee 2022. 8. 11. 07:32

 "이재명의 민주당, 더 짠물 정당될 우려있다"

 

왜 우리 정치는 이것밖에 안되는 건가

 

'어대명' 현실화되면 민주당 어디로 가나?
팬덤정치 우려 속 국민신뢰 미약한데 ‘이기는 민주당'만 외쳐
정치권에선 '이재명은 국민의힘의 비단주머니' 말까지
남 탓 말아야…이젠 행정가 아닌 의원, 의회주의 철저해야

'97세대' 독자 생존 가능한가?
민주당 97세대 후보들 '반명' 빼면 정체성 자체가 모호해
지금은 낀세대, 앞으로 2년 새로운 리더감인지 증명해야


여당도 야당도 모두 요동치고 있다. 아니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가 무너지면서 비상대책위원회로 옮아갔다. 얼마 전에 대선도 지방선거도 이긴 징권여당인데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대위를 마치고 이제 새로운 당대표·최고위원을 뽑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대선에도 지고 지선 패배에도 책임이 있는 인물이 당대표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임기 석달만에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로 주저 앉았다. 역시 초유의 일이다.

이런 난감한 정치 상황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기성 정치인의 눈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일경제 레이더P는 여야의 80년대생 청년 정치인 4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치권을 당혹하게 만드는 현안들의 본질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지난 2일 국민의힘 소속의 곽관용 경기 남양주을 당협위원장(86년생, 청년바람포럼 대표),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87년생, 전 비대위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88년생,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 신정현 전 경기도의원(81년생,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만나 토론을 벌였다. 두번째 순서로 이재명 리더십과 97세대에 관한 토론 내용을 소개한다.

▲ 80년대생 청년 정치인들이 지난 2일 한자리에 모여 정치 현안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신정현 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 곽관용 국민의힘 남양주을 당협위원장,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 [박형기 기자]

 

'어대명' 분위기가 관철된다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로 간다면 당의 미래는 어떤 모습.

◇ 김 = 암울하다. 국민의힘의 분란은 현재의 문제이고 근시일 내에 해소될 수가 있는 문제라고 한다면, 민주당의 문제는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로 있는 한 계속 따라다니는 문제라고 본다. 사법 리스크 이런 거는 차치하고라도 이재명 의원의 정치 스타일들을 보면 민주당이 사실은 암울한 미래가 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욕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나.

◇ 권 = 욕 플랫폼이 아니다. (웃음) 온라인 소통 플랫폼이다.

◇ 김 = 순화해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플랫폼을 만드는 저의가 의원들한테 '욕하고 싶은데 해야 된다' 이런거지 않느냐. 작년 재보궐 선거 지고 나서 조국 사태를 반성하는 초선들에게 당원들이 욕 문자를 쏟아냈고, 얼마 전엔 검수완박 법안에 미온적이라고 또 욕설 폭탄을 보냈다. 조응천, 금태섭 의원이 당에 쓴소리하면 문자 폭탄 보냈다. 문자 폭탄은 민주당을 점점 짠물로 만드는 작용을 했다. 그것을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공연하게 하도록 만들겠다는 거다. 민주당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는 팬덤 정치를 훨씬 더 짠 맛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암울하다고 본다.

▲그러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재명 당대표 체제는 이득이 되는 상황인가.

◇ 김 = 이재명 의원이야말로 국민의힘의 비단주머니라고 (본다).

◇ 권 = 이재명 의원은 (문자 폭탄에) 선을 그은 바가 있다. 타인을 아주 혐오하거나 공격하는 그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발언을 한 적도 있다. 그래서 '플랫폼을 만들어서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겠다' 이렇게 우려되지는 않는다. 저의 우려는 국민들이 '민주당이 변할 수 있을까' 이렇게 다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민주당이 변할 것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건가.

◇ 권 =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민주당이 과거 5년 동안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할 수 있을까' 이게 핵심 질문이 돼야 한다. (그런데) 변화에 대한 입장은 전혀 안 보인 채로 '이기는 민주당'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다. 자기 살을 깎는 모습을 보여주던지 국민들에게 어떻게든 좋은 정치를 보여주겠다고 발버둥을 쳐야 마음을 줄까말까한 상황인데 그런 발버둥을 안 칠 것 같으니까.

◇ 곽 = 이 의원은 민주적인 절차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원하는 걸 내가 시원하게 직접 해주는 모습이 정치인의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까 욕 플랫폼 아니라고 했지만 그 플랫폼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도 여실히 그런 생각이 드러난다고 본다. 정치 후배로서 좀 조심스럽지만 (이 의원이) 의회민주주의나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숙고를 해왔으면 좋겠다.

(이재명 당대표 체제가) 우리(국민의힘)한테는 비단주머니가 될 수 있지만 한국 정치에는 좋지 않다. 왜냐하면 계속 인기를 얻고 있지 않냐. 위험한 거다. 이재명 후보처럼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면 선진 정치를 롤 모델로 삼아야 되는데 저는 브라질 룰라(전 대통령을) 보는 것 같다. 우리가 원하는 게 브라질은 아니지 않나.

▲ 80년대생 청년 정치인들이 지난 2일 한자리에 모여 정치 현안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박형기 기자]


▲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을 얻으려면, '당대표' 이재명이 무엇을 해야한다고 보다.

◇ 신 = 제일 중요한 거는 탓하지 않는 거다. 가령 기울어진 언론 탓, 또는 수박이라는 표현을 직접 페북에 올렸다. '기득권 수박들을 몰아냅시다' 이런 식의 페북에 글을 쓰면서 당내에 여러 다양한 이견들이 나올 수 있는 구조를 그 말 한마디로 사실상 갈라치기를 해버린 일이 벌어진 거다.

또 이재명 지사 시절에 항상 염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의회주의는 느리고 조금 비효율적이지만은 동의를 얻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행정적 판단의 명분을 얻어가는 거다. 그런데 이걸 못 참는다는 거다. 빨리 해야 되고 즉각적으로 결과를 봐야 되고, 그 과정에서 의회는 사실상 존재가 사라져버렸다.

이제 의원이 됐다. 180석 가까운 의석을 가지고 있는 야당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의원이다. 행정 권력에 대해 당신이 의회주의를 요구해야 되는 시점이 온 거다. 엄청난 숙제가 될 거다. 입장이 바뀐 거다. 당 대표가 된 뒤에 또 하나의 행정권력인 것처럼 깃발 꽂고 '가' 하면 180석이 함께 움직여야 되고 거기에 걸맞지 않으면 수박 기득권으로 또 갈라치기를 한다면 민주당은 앞으로 2년 동안 정말 희망이 없다. 철저한 의회주의자가 돼라 그렇게 말하고 싶다.

민주당 97세대에 대해


▲ 97세대라는 게 과연 독자성이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 권 = 아직까지 역할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 같다. 예를 들면 '박용진의 정치가 뭐지' 이런 거다. '우리 97이니까' '좀 젊으니까 우리가 바꿔볼게요' 이러는 순간, 아주 뻔한 상황으로 흘러갈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넘어서는 게 과제다.

◇ 신 = 97세대 (민주당 당대표) 출마의 명분 자체는 '반명이냐 아니냐'다. 97세대 자체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97세대가 바라보고 있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소상히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을 거다. 그런데 '나는 반명이니 우리 같이 연대하자. 그래서 이재명을 넘어서자' 정도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계점이다.

◇ 곽 = 86세대는 민주화라는 의제, 반독재라는 전선이 있었다. 청년기의 사회적 경험들을 갖고 정치권에 들어갔다. 브랜드가 비슷하다. 97세대가 20대 때 겪었던 게 IMF 외환위기 같은 거다. 그러면 불평등, 분배 문제 등을 의제로 들고 나왔어야 했다. 그런데 97세대로 평가되는 정치인들이 이것을 대변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이후 세대가 '촛불' 등을 경험하면서 불공정, 반칙에 대해 항거하고 있고 전선을 만들고 있다. 오히려 세대 정체성이 명확하다. 97세대는 사회적 정체성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단순히 비슷한 연령대들끼리의 작위적인 그룹일 뿐이지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 김 = 97세대는 86세대와 디지털 세대에 낀 세대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안티 체제로서 입지를 이제서야 구축하는 상황인 거다. 그러다보니까 디지털로 무장한 이준석 대표 같은 사람이 튀어나왔을 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거다. 86세대나 디지털 세대의 존재를 전재해야지만이 존재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건가. 너무 비관적인데.

◇ 신 = 지난 대선 때에도 이재명 캠프에는 97 세대들이 상당히 많이 포진돼 있었다. 586들이 거기 들어가지 않았다.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될 확률이 가장 높은 이 시점에서 과연 누구와 손을 잡고 이 당을 이끌어 갈 것인가. 결국 97세대가 호명될 거라고 본다. 당의 주류하고는 손을 잡을 수 없으니까. 소수의 86과 다수의 97세대들로 끌어안고 갈 거다.

이재명 대표를 가정했을 때, 97세대 정치인들이 어떤 선명한 비전을 보여주는가가 지금부터의 시험대다. 앞으로 2년 '너희들에게 당과 시대 정신을 맡길 만해'라고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80년대생 정치인 토론]②이상훈, 유범열, 어윤지 기자. 매일경제 : 2022-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