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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일상 - 733. <원전 노하우로 이집트 뚫었다…13년만에 3조 원전 수출 >

paxlee 2022. 8. 26. 07:01

사막 원전 노하우로 이집트 뚫었다…13년만에 3조 원전 수출

 

이집트 엘다바 원전 조감도. 사진 ASE사
        

'K-원전'이 13년 만에 대규모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을 따내면서 다른 국가로의 수출길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엘다바 원자력 발전 2차 건설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엘다바 원전 80여개 건물과 구조물을 건설하고 기자재를 공급한다. 사업비는 3조원가량이다.
   

엘다바는 수도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300㎞ 떨어진 해안 도시다. 이곳에 1200㎿(메가와트)급 원전 4기를 건설하는 이 프로젝트는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하고 2017년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자회사인 ASE가 일괄수주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원자로는 ASE가 담당하고, 원자로 에너지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터빈 설비 등을 한수원이 맡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원자로 1호기 건물 콘크리트 타설식을 가졌다. 한수원이 참여하는 터빈 건물 건설은 내년 8월 시작된다. 2028년 1호기 상업운전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이번 수주로 한국은 중동에 이어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원전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다. 수주액 186억 달러(약 24조8000억원)인 2009년 UAE 바라카 사업 이후 첫 대규모 원전 수출이다. 한전 등은 바라카 사막 한가운데에 한국형 원전 4기를 지었고 1~2호기는 상업 운전을 시작한 상태다. 이집트와 비슷한 환경인 UAE 사막에서의 안정적인 원전 건설과 운영 노하우를 인정받은 덕분에 수출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UAE 원전은 전례 없이 처음 오지에 건설한 사업이라 세세한 설계 변경도 1000건이 넘을 정도였다. 난제에 대처를 잘 한데다 기자재 구매, 납품 시스템 등을 잘 준비해 공기를 제때 맞췄기 때문에 이집트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원자력학회장)도 "한국 외엔 사막에 원전을 건설해 본 나라가 없다. 그만큼 국내 기술력을 증명받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번 수출은 원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 2030년까지 해외 원전 10기를 수주한다는 국정과제의 첫발을 내디딘 동시에, 미래 원전 수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명분을 마련한 셈이다. 탄탄한 기술과 공급망을 가졌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속에 일감이 줄어든 국내 원전 생태계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박 차관은 "한국 원전 기술을 전 세계가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유럽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원전 시장이 다시 열리는 상황에서 원전 수출에 적극 참여할 모멘텀을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UAE의 바라카 원전 2호기. 연합뉴스
        

엘다바 프로젝트는 한수원이 처음 주도한 해외 원전 건설이다. 지난해 12월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서방의 대러 제재 같은 고비가 있었다. 당초 4월로 예정된 계약이 6월, 8월로 미뤄졌지만, 원전 세일즈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 등이 지원사격을 하면서 수주에 성공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집트) 최초의 원전 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정부와 한국 기업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의지를 주이집트 한국 대사를 통해 이집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이번 계약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큰 힘이 될 거라 믿는다. 저부터 발로 뛰면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우수한 원전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주로 국내 원전 생태계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수원은 사업의 빠른 진행을 위해 다음 달 중에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기계·배관·전기·계측 등 100여개 기자재 기업이 엘다바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라 안정적인 일거리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UAE 건보다 규모는 작지만 보조기기 공급 중심이라 소부장 중소기업들이 별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낙수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재개와 체코ㆍ폴란드 원전 수출 등으로 이어지면 꾸준히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세종=정종훈 기자. 중앙일보. 2022.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