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퍼온글

-* 중년은 제2의 사춘기 *-

paxlee 2006. 2. 24. 21:27

 

 

                    중년은 제2의 사춘기

 

공자는 ‘논어’에서 마흔 살을 무엇에 마음이 홀려 헷갈리지 않는 나이라는 의미로 불혹이라 이름 붙였지만 정신의학계에서는 이는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한다. 40~45세 남자들의 80%가 심리적 위기를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마흔은 불혹(不惑)이 아닌 유혹(誘惑)의 늪으로 빠지는 생의 전환점이라는 것이다.

 

중년의 변화는 생물학적ㆍ의학적 관점에서도 설명된다. 대체로 30대 중반이 지나면서 남자의 내분비 계통에서 남성호르몬이 감소하고 여성호르몬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중년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남성호르몬이 증가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아줌마가 다 됐다’라는 관용어 속에는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여성이 중성화(中性化)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과의사 정혜신씨는 “중년은 ‘제2의 사춘기, 진정한 의미의 사춘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거치면서 ‘정신의 키’가 훌쩍 자라듯, 중년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중년은 자기 자신을 뼈저리게 발견하는 시기다. 손거울만 보다가 전신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중년의 시기에 여성들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이 되지만 남성들은 감성적이고 몽상적이 된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남자 40대 초반(40~43)과 여자 30대 후반(36~39)이 가장 외도의 유혹에 취약한 시기라고 말한다. 이 연령대는 남자와 여자, 양쪽 모두 결혼생활 10년이 되는 시기와 대략 일치한다. 결혼생활 10년은 아무리 금실이 좋은 부부도 권태기가 찾아오는 시기와도 겹친다. 사업을 하는 30대 후반의 남성 A씨는 1년 전 이혼을 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A씨는 부부 사이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브스쿨의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간 것이 문제였다.

 

여기서 초등학교 여자 동창생을 만나 새로운 사랑에 눈뜨게 되었다. 당시 여자 동창생은 결혼에 실패하고 혼자가 된 상태였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2년간 지속되었고 결국 A씨는 부인과 헤어지고 ‘새 여자’와 결혼했다. 인터넷 사이트 ‘아이러브스쿨’이 생긴 것은 1999년. 아이러브스쿨이 내건 모토는 ‘대한민국 감성 커뮤니티’. 그러나 아이러브스쿨은 네티즌 사이에서 ‘불륜의 바다’라는 별칭을 얻기에 이르렀다.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기혼 남녀가 옛 사랑을 만나고 여기서 새로운 사랑이 싹트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유부녀들은 많은 수가 애인을 갖고 있다고 한다. 호스트바가 노래방으로까지 확산되었다고는 하지만 호스트바는 만족을 주지 못한다. 애인이 없는 유부녀라도 ‘애인을 두고 싶다’는 판타지는 전부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동창회 모임에 나가는 것은 다시 한 번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꿈꾸기 때문으로 본다. 실제 마땅한 대상을 못 찾더라도.”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마흔세 살의 회사 간부 Y씨는 2~3년 전쯤부터 아내와의 섹스에서 아무런 흥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Y씨는 아내와 관계를 가질 때마다 언제까지 이런 재미없는 섹스를 의무적으로 해야 할까 하는 회의가 찾아오곤 했다.

 

Y씨는 아내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고 아내에게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제안을 했다. 결혼 전에 가끔 이용하던 남한강변 러브호텔을 가보자고 한 것이다. Y씨는 아내와 날을 잡아 남한강변 러브호텔을 갔다. 하지만 러브호텔에서도 감흥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Y씨는 분위기와 장소를 아무리 바꿔도 아내와의 사랑이 예전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사랑의 감정이 복원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혼은 아이들 때문에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마흔다섯 살의 회사 임원 M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다.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M씨는 다른 여성과의 사랑에 목말라하고 있다. M씨는 결혼 이후 돈을 매개로 한 섹스는 경험이 많았지만 더 이상 거기서는 아무런 만족과 의미를 찾지 못한다고 했다. M씨의 고민은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의 특성상 수준이 맞는 여자를 자연스럽게 만나기 어렵다는 것. M씨는 “섹스는 하지 않더라도 지적 대화를 나눌 여성을 정말 만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M씨는 “아무리 골프를 쳐도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비뇨기과 의사 김영찬 박사는 중년은 인생에서 ‘매우 특이한 기간’이라고 규정한다. 중년 남성의 특징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변화를 갈망하게 된다. 특히 아내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욕구가 그것이다. 둘째는 신체적 기능의 저하가 나타난다. 특히 성기능의 저하가 눈에 띈다. 셋째는 쉽게 상처를 받는 감성적 사람이 된다. 중년 남성이 아내와 성관계를 못하는 이유는 세 가지, ▲성기능 저하 ▲아내에게 심리적 억눌림 ▲아내에게서 성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기능과 관련된 중년 남성의 가장 흔한 고민은 “밖에선 잘 되는데 집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내에게서만 성욕을 못 느끼는, 이른바 상대 의존성은 성기능 저하의 초기 증상이라고 설명한다. 성생활의 혁명을 일으킨 비아그라는 최소 60% 이상은 집 아닌 밖에서 사용하기 위해 복용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중년의 남성이 사랑을 느끼는 대상으로 왜 학교 동창생들이 많을까. 김영찬 박사는 “그동안 참고 살아왔던 중년들은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자기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상대를 찾는 결과”라고 해석한다.

 

서울 서초동에서 개업 중인 고순례 변호사는 “이혼을 하겠다고 사무실을 찾는 여성들의 대다수는 남편의 외도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쪽은 여성이 압도적이다. 1997년을 기점으로 이혼율이 급증하는 까닭은 남성 쪽이 제공하는 전통적인 이혼 사유에 대해 여성들이 참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 또한 이혼 사유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혼위기상담소 이옥이(李玉伊) 소장은 “과거 남편 쪽에서 제공해오던 이혼 사유들이 이제는 여자 쪽으로 그대로 옮겨갔다”고 이혼율 증가의 배경을 설명한다

 

우리나라 중년 여성이 갖는 사회적 특징은 중년 여성들의 주류는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여성들이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는 가족계획 지침에 따라 대부분 자녀수 1~4명의 가정에서 자랐다. 자녀수가 적다보니 중년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교육환경이 주어졌다. 대부분 고등교육 이상의 교육을 받았고 그 결과 사회적 참여가 활발하다. 1963년 36.3%, 1984년 40.7%였던 여성의 경제활동률이 2003년 48.9%로 치솟았다. 경제활동 가능 인구 중 절반 가량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년 여성들은 삼종지도(三從之道)에 의해 일방적 희생을 강요받은 어머니 세대와는 달리 행복추구욕과 자기성취욕이 강하다. 1997년 경제위기는 남성에 대해 종(從)의 위치에 있던 여성의 경제활동을 주(主)의 위치로 역전시켰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이 CEO인 업체가 100만곳을 넘었다. 이 가운데 IT 분야는 20.7%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섬세함과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좋은 IT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CEO들은 대략 100여명에 이른다.

 

여성의 성도덕이 바뀌었다. 조(早)이혼율이 1%대이던 시절. 1990년대 중반 이전의 이혼 사유는 대부분 남성 쪽에서 제공했다. 외도, 부채, 가정폭력, 부양의무 포기 등이다. 이제는 여성 쪽에서도 과거 남성 쪽이 제공한 이혼 사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조이혼율이 2%대를 넘어선 주된 이유다. 과거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외도가 여성에게도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주부들은 공공연히 애인 없는 사람은 바보라고 말한다. 이는 1970~1980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성도덕이고 성풍속이다.

 

이는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밑바닥에서부터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 일찍이 에두아르트 푹스는 그의 명저 "풍속의 역사"에서 어느 시대의 성도덕과 성풍속은 그 시대의 생산 양식과 경제적 토대를 반영하는 결과물이라고 간파했었다. 여성이 성욕구 충족에 있어서 수동적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인 자세로 변한 것은 경제력을 확보한 데서 찾아야 한다. 21세기는 완력과 근력이 아닌 섬세함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여성의 시대, 높은 교육을 받은 중년 여성이 마침내 날개를 펴게 되었다.

 

여성이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 남성들은 더 이상 경제력을 무기로 여성의 자유와 본능을 억누를 수 없게 되었다. 중년 여성들이 공중파 방송에 나와 남편과의 성생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시콜콜 늘어놓는 것은 1980년대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장면이다. 2002년 ‘나에겐 두 남자가 필요하다’(마음산책)는 독일 책이 번역되어 출간된 것은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 책은 남편이 있거나 동거하는 남자가 있는 스물세 명의 여성들이 자신의 애인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문제는 중년 여성의 성의식과 성도덕은 서구 여성의 그것에 근접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사회의식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조이혼율이 3.5쌍으로 개방적인 성문화가 자리잡은 덴마크(2.8쌍)보다 훨씬 높은 것은 한국 사회가 기혼녀의 자유로운 성행동에 대해 차별적 보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혼남이 외도를 하다 발각되면 “남자가 한두 번 바람피울 수도 있지…” 하는 식으로 관용하지만, 기혼녀가 외도를 하면 양가가 발칵 뒤집어진다.

 

중년은 절정에 있는 생명력이 서서히 꺼져가는 것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이런 심리적 상태에서 살아있음의 증거가 되는 성적 주체성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에로스 본능이 꿈틀댄다. 이런 상태에서 어떤 여성(남성)이 자신의 남자다움을 확인시켜주면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휘말리게 된다. 중성화 되어가는 아내와 달리 세련된 화술과 매너 그리고 성적 매력을 가진 여성이 나타나면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없다. 중년 여성도 마찬가지다. 배가 나오고 무뚝뚝하고 성적 매력이 없는 남편만 대하다가 정반대의 남성을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비뇨기과 의사 김영찬 박사는 남편이 얼마나 부인에게 잘해주는가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중년 여성들이 느끼는 심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중년이 되면 여성들이 여유가 생긴다. 애들도 다 키우고 남편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된다. 그리하여 더 늦기 전에(폐경이 오기 전에) 무엇이든지, 해보지 못하였던 것을 하고 싶어서 밖으로 나돌아 다닌다. 물론 남편과의 문제가 있으면 외도로도 쉽게 빠져들 수 있다 직장을 가지고 있는 여성보다는 정신없이 애들만 키우고 남편의 뒷바라지만 한 여성일수록 이러한 감정에 빠질 수 있다.”

 

중산층에서 인기를 끄는 병원이 노화방지(Anti-Aging) 클리닉이다. 노화방지 클리닉을 찾는 여성은 보통 세 부류다. 첫째는 연예계 종사자들과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여성, 둘째는 남편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여성, 셋째는 자기만족을 위해서 찾는 여성들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노화방지는 주로 주름살 제거와 같은 외적 노화방지에 치중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호르몬 치료와 같은 내적 노화방지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노화방지 클리닉을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호르몬 치료를 통해 두뇌, 심장, 장기의 노화(老化)를 최대한 늦추는 시술을 받기 위해서다.

 

“성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최상의 방법은 부부간의 진실된 섹스”이다. “부부간에도 예의를 갖추고 성의를 다해야 사랑의 감정이 유지된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오래 산 부부라도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고 서로에게 아름답게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랑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입 냄새를 없애는 가글링을 하고 사랑의 묘약이라 불리는 초콜릿을 한 조각씩 나눠 먹는 것도 좋다. 술을 마신다면 포도주는 한 잔 정도가 좋고, 포도주가 아니라면 부인은 성호르몬을 함유하고 있는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게 좋다.”

 

마음은 이미 떠났으면서도 이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는 경제력과 아이들 문제다. 프리랜서 작가인 30대 후반 여성은 “친구들 중에 사랑 때문에 이혼하고 재혼한 사람들이 여러 쌍이 되는데 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경제적 문제였다”고 말한다. 주위를 살펴보면 겉으로는 잉꼬부부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무늬만 부부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각 방을 쓰면서 대외적으로만 부부인 체하는 것이다. 아이들 문제와 이혼 후 닥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혼을 하지 않는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는 이를 ‘요새 가족(fortress family)’으로 정의한다.

 

요새 가족이란 문자 그대로 밖에서 보기엔 철통 같은 방패막을 친 채 자신들의 문제를 결코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는 가족을 의미한다. 이들은 자신이 아무리 불행해도 정상 가족의 틀만큼은 절대로 깨뜨리지 않겠다는 신념하에 남들 보기에 평온한 가족을 유지해간다. 부부 사랑을 유지하려면 부부끼리 어울리는 이벤트에 자주 참석하면 좋다. “돈을 아무리 잘 벌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따로 노는 부부는 이혼율이 높은 반면 함께 노는 사람은 이혼율이 낮다”고 분석했다. “부부가 함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정신적인 항노화(抗老化) 치료법”이라고 말한다.

 

[출처 :http://weekly.chosun.com/wdata/html/news/200410/200410270000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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