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봄 시즌 에베레스트 종합
* 남서벽서 오희준·이현조 대원 사망…
* 송귀화씨 한국 여성 최고령 기록
▲ 제2캠프에서 제3캠프를 향해 설벽을 오르는 한국의 원정대원들. 왼쪽 저편에 에베레스트 정상부가 뵌다
슬픔과 기쁨이 교차된, 아니 유난한 슬픔이 등정한 모든 한국대의 기쁨을 뒤덮고만 2007년 봄 시즌의 한국 에베레스트였다. 올봄 에베레스트에서도 한국 산악계는 여러 산악인이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남서벽팀의 오희준, 이현조 두 산악인의 사망이란 손실은 그 모든 등정성과를 일시에 가려버리고도 남을 만큼 크나큰 것이었다.
올해로 한국 에베레스트 초등 30주년을 맞아 올봄 에베레스트에는 여러 한국 원정대가 몰렸다. 한국산악회-조선일보 공동주최 실버원정대를 비롯해 한국도로공사팀, 그리고 허영호팀이 노멀루트인 남동릉으로, 김해의 김재수팀과 양산의 이상배팀은 티벳쪽의 북면 루트로 도전했고, 박영석팀은 남서벽에 신루트 개척을 노리고 나섰다.
이중 남서벽팀을 제외한 모든 한국대가 등정에 성공했다. 등정자 수는 총 19명으로, 노멀루트를 통해 실버팀 2명, 도로공사팀 3명, 허영호씨 등 6명이 올랐고, 북면 루트로는 김해 플라잉점프팀 12명, 이상배씨 등 13명이 등정했다. 이로써 에베레스트 등정 한국인 수는 총 95명으로 늘어났다.
12명 올라 한 팀 최다 등정자 내기도
▲ [위] 플라잉점프 김해 원정대의 일원으로 참가해 에베레스트 북릉 루트를 통해 하루 간격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두 여성산악인(오른쪽 송귀화, 왼쪽 고미영). [아래] 로체 정상에 오른 한국도로공사 원정대원.
이들은 로체 등정에 이어 에베레스트도 3명이 오르는 등, 탁월한 등반능력을 보였다. 여러 새 기록도 탄생했다. 우선 한국 최고령 기록이 갱신됐다. 실버원정대의 김성봉 대장이 한국 에베레스트 등반사상 최고령인 66세로 등정에 성공했고, 김해 플라잉점프 원정대의 송귀화 대원(59ㆍ한국여성산악회 회원)은 59세로 정상에 올라 한국 여성으로선 최고령 등정자가 됐다.
북면 루트로 도전한 플라잉점프팀은 총 12명이 정상에 올라, 한국 에베레스트 원정사상 한 팀 최다 등정자를 배출한 원정대가 됐다.
최초의 등정 낭보는 에베레스트ㆍ로체 동시 등정을 노렸던 한국도로공사팀(대장 박상수)이 알려왔다. 비교적 이른 날짜인 5월4일 오전 8시경 로체 정상(8,516m)에 강연룡, 김미곤, 윤중현 세 대원이 선 것. 이들의 등정은 이번 시즌 최초의 8,000m봉 등정이었다.
전날 밤 12시경 제4캠프를 출발한 세 대원은 9시간 정도 걸은 끝에 정상에 섰다. 이들은 4월30일 베이스캠프를 출발한 뒤 되내려오는 일이 없이 제2, 제3, 제4캠프로 차례로 전진한 다음 닷새만인 5월4일 로체 정상에 서는 탁월함을 보였다.
올봄 시즌 도로공사팀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원은 양손 열 손가락 없는 장애우 산악인으로 유명한 김홍빈 대원(에코로바 홍보대사). 그는 로체 등반시 제3캠프까지 오르내리며 고소순응을 해둔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5월16일 에베레스트에 무사히 올랐다. 김홍빈씨와 늘 수족처럼 그의 등반을 도와주는 김미곤 대원, 그리고 윤중현 세 대원은 5월15일 밤 10시경 제4캠프를 출발, 10~12시간 뒤인 5월16일 오전 8시~10시 사이에 세계 최고봉 정상에 섰다
▲ 산소마스크를 쓰고 로체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는 도로공사 원정대원들.
▲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해 투지를 태우고 있는
도로공사팀의 김미곤(앞), 김홍빈 대원.
두 대원은 여러 등반을 함께 해왔다. 김미곤, 윤중현 두 대원은 5월4일 로체봉 등정 후 10여 일만에 다시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보였다. 이들은 한 시즌 8,000m급 2개봉 동시등정이라는 기록을 경력에 보태었다.
김홍빈 대원은 91년 매킨리 등정 중 동상에 걸려 열 손가락을 모두 절단했지만 산악인으로서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작년에 가셔브룸1, 2봉을 등정했고, 2000년 실패했던 에베레스트에 재도전, 이번에 등정이란 결실을 보았다.
올해 환갑을 맞은 재미교포 산악인 이성인 대원, 59세로 한국 최고령 여성 등정자가 된 송귀화 대원, 가수 신현대씨 등 연령과 경력 등에서 다양한 대원 20명으로 원정대를 구성, 관심을 끈 플라잉점프 김해 2007 원정대(대장 김재수)는 대원 수와 경력 등에서 기대된 대로 다수 대원의 무난한 등정을 이루어냈다. 무려 12명이나 되는 대원들이 4일간에 걸쳐 차례로 등정, 김재수 대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새삼 돋 보였다.
▲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힐라리스텝을 오르는 산악인들. 저 뒤에 정상이 뵌다.
중국 티벳쪽 북릉~북동릉 루트로 초모랑마(에베레스트의 중국 이름) 정상을 노리고 3월15일 출국한 이 원정대는 등정에 앞서 랑탕히말 얄라피크(5,730m) 등반으로 고소적응 훈련 뒤 본등반을 시도했다. 그 결과 5월16일 김재수 대장을 비롯해 이상호, 윤치원, 김지우, 이성인 대원 그리고 여성인 고미영 대원까지 6명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실버원정대가 꾸려지지 않았다면 이성인 대원은 한국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기록 보유자가 될 뻔했다.
뒤이은 17일 2차 등정조의 송귀화, 정재복 대원이 등정에 성공했고, 이틀 뒤인 5월19일 윤삼준 등반대장이 정상에 섰다. 또한 20일에는 김성상 부대장과 박경호, 이형근 대원이 정상에 서는 등, 플라잉점프 원정대는 기염을 토했다.
고미영씨는 작년 가을 초오유(8,201m) 등정에 이어 두 번째 8,000m급 고봉을 등정했다. 고미영씨는 작년 5월 에베레스트 등정을 처음 시도했지만 7,500m 지점에서 발목 부상으로 아쉽게 하산한 바 있다. 고미영씨는 여성 산악인 최초의 8,000m급 14개봉 완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버원정대는 이들 젊은 산악인들이 등정한 지 이틀 뒤인 5월18일 오전 등정에 성공했다. 사우스콜의 제4캠프에 오른 다음날인 5월16일 날씨가 좋아 수많은 산악인이 에베레스트 등정길에 올랐지만 컨디션 문제로 하루를 더 제4캠프에서 머문 뒤 5월17일 오후 7시경 등반을 시작, 5월18일 오전 김성봉, 이장우 대원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비운의 남서벽팀 오희준·이현조 두 대원 목숨 잃어
▲ 등반 준비를 마치고 선 남서벽팀(왼쪽 박영석대장, 오른쪽 고 오희준 부대장). 두 사람은 거의 모든 등반을 함께 해온 형제 같은 사이였다.
이번 원정에서 산악인들에게 가장 관심을 끈 팀은 남서벽에 신 루트를 내려던 박영석팀이었다. 이들은 4월14일부터 등반을 시작, 23일경 남서벽 하단 7,000m 지점에 제3캠프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날씨 악화로 인해 4월 말 제2캠프 설치를 마쳤고, 5월 초에 들어 본격적인 남서벽 공략을 시작했다.
▲ 제3캠프로 이어지는 가파른 설벽을 오르고 있는 한국 대원들.
셰르파들의 태업, 기상 문제 등으로 예정보다 늦어진 5월6일 7,400m 지점에 제3캠프를 구축을 마쳤다. 낙석으로부터 안전해 뵈는 촛대 모양의 바위 아래 제비집이라 이름지은 곳에 하켄을 박고 박스텐트를 설치한 뒤 박영석대장과 이형모, 정찬일 대원이 다음날 루트개척을 위해 남고 다른 대원들은 모두 제2캠프로 하산했다.
그러나 이 날 저녁 셰르파들이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전원 하산하겠다고 알려왔다. 셰르파들의 분란을 처리하기 위해 박 대장이 베이스캠프로 내려와 설득했으나 선동을 주도한 셰르파 2명은 결국 하산, 남서벽팀은 남은 4명의 셰르파만으로 등반해야 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는 30여 개 원정대에 300여 명의 셰르파가 있어 그중 여유가 있는 원정대로부터 셰르파를 재고용하려 했으나 남서벽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모두 기피, 추가 확보에 실패했다.
▲ 강풍에 날아갈 위기에 처한 텐트(제2캠프). 4월20일경 악천후가
에베레스트 일대를 휩쓸었다.
박 대장이 내려간 사이 제3캠프의 이형모, 정찬일 두 대원은 5월7일 350m의 고정로프를 설치했으나, 이 과정에서 정찬일 대원이 손에 부상을 입고 하산했다. 이에 오희준, 이현조 두 베테랑 대원이 선두에 나섰다. 5월9일 두 대원은 7,800m 제4캠프 예정지점까지 고정로프를 설치하고 짐을 데포한 뒤 제2캠프로 하산했다.
이틀 휴식 후 5월12일 등반을 재개하려 했으나 이날 제2캠프 지역의 여러 원정대 텐트를 날려버릴 정도의 강풍이 불어 등반은 연기됐다. 날씨가 호전된 틈을 타 오희준 이현조 두 대원은 5월15일 전진베이스캠프인 제2캠프를 출발, 제4캠프에 다달아 캠프 구축을 마쳤다. 이어 다음날인 16일 8,300m에 제5캠프를 구축한 다음 17일 등정키로 했다.
▲ 베이스캠프에서 라마제를 지낸 뒤 축원하고 있는 남서벽팀.
그러나 이 팀은 두 대원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15일 밤 에베레스트 정상 근처에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자정을 넘긴 16일 이른 새벽(1시30분경)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눈사태 소리가 들려오자 오희준 부대장은 박 대장을 무전으로 찾았다. 박 대장과 향후 대책을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눈사태가 두 대원이 머물고 있던 텐트를 덮치며 교신이 끊어졌다
▲ 2007 봄 에베레스트 등정 팀의 상황도
두 대원의 시신은 이날 오후 3시경 제2캠프 주변에서 제4캠프에 설치했던 박스텐트와 더불어 발견됐다. 원정대는 두 대원의 시신을 수습, 5월20일 카트만두로 운구해 화장했다.
양산의 이상배씨(54)는 3번의 재도전 끝인 이번 시즌 결국 에베레스트 등정을 이루어냈다. 2007 초모랑마 양산원정대를 이끌고 출국한 이상배 대장은 북면 루트의 제2캠프(6,500m), 제4캠프(7,600m)를 거쳐 5월16일 밤 제5캠프(8,300m)에 머문 뒤 다음날 새벽 2시경 등정길에 올라 5월17일 오전 10시경 정상에 섰다.
이 대장은 2000년 첫 시도에서 실패한 뒤 작년 5월 재도전했으나 정상을 목전에 둔 8,700m 지점에서 돌아선 바 있다. 한편 혼자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 허영호씨는 5월17일 노멀루트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올 봄 시즌 에베레스트 등정자 수는 5월19일 현재 220명 선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엄홍길 대장의 로체샤르ㆍ로체 남벽 원정대는 5월17일 현재 7,400m 지점에 제3캠프 설치까지 마친 상태이며, 5월23일 8,200m에 제4캠프 설치 후 이튿날 등정할 예정이다.
에베레스트 등반기록
*약 2,800명 등정, 약 200명 사망
▲ 아이스폴 지대를 통과하고 있는 한국 산악인들.
올봄 시즌까지 한국은 총 61개팀이 도전, 36개팀에서 95명의 등정자(2회 이상 중복자 포함)가 탄생했다. 경남연맹팀은 남서벽 한국 초등을, 엄홍길은 3회 등정을 기록했으며, 허영호 또한 동계 시즌 세계 2등과 티벳~네팔 횡단등반을 포함해 이번 시즌 등정까지 3회다.
박영석은 무산소 등정과 티벳~네팔 횡단등반의 기록을 남겼다. 여성 산악인으로는 93년 대산련 원정대의 지현옥, 최오순, 김순주와 2003년 오은선, 2006년 곽정혜 등 5명이 등정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에 송귀화와 고미영이 오름으로써 7명이 됐다.
이러한 등정 기록과 함께 한국 산악인은 90년 첫 인명사고 이후로 2004년 계명대 원정대의 백준호·박무택·장민 세 대원과 이번의 오희준, 이현조 두 대원에 이르기까지 9명이 등반 중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까지 에베레스트에서 등정자는 대원 1,532명, 고용인 1,026명으로 총 2,558명이며, 올해 등정자 약 220명까지 합하면 약 2,8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 글 / '월간 산' 안중국 차장 /[452호] 2007.06.
/ 사진 / 실버원정대·한국도로공사 산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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