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자크 아탈리'의 "미래의 물결" *-

paxlee 2007. 7. 19. 22:38

 

                                 -*  미래의 물결 *-

 

자크 아탈리는 1980년부터 국제 사회의 권력 이동 경로,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리즘의 위협 등 국제 정세에 대한 미래 전망뿐만 아니라, 기후의 이상과 금융 거품 현상, 휴대폰과 인터넷 만능 시대 등 사회 전 방위에 걸쳐 미래 예측을 해 왔다. 그는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특별보좌관 시절 언론으로부터 ‘미테랑의 휴대용 컴퓨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방대한 지적 데이터를 갖춘, 세계 상위 0.0001%에 드는 초특급 지식인이다. 그가 이번에 그런 지식을 총정리 해 쓴 노작이 바로 「미래의 물결」이다.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역사를 돌아보아야 한다.

 

자본주의는 돈이란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한다. 거점을 중심으로 조직된다. 거점을 중심으로 인재들이 모여든다. 전쟁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거점이 이동한다. 자본 축적은 하나의 도시, 즉 거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거점은 다른 거점에 대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한다. 도시는 자본을 관리한다. 가격을 결정한다. 이윤을 축적한다. 봉급생활자를 관리한다. 군대를 고용한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거점의 이동에 대해 얘기를 한다. 자본주의를 시작한 브루게나(Brugge), 금화, 수표, 지주회사 등의 발명품을 바탕으로 거래소, 무역협회, 은행, 보험회사 등의 복잡한 체계로 발전시키고 실용화시킨 베네치아(Venezia)가 있다.

 

인쇄술 전성시대를 연 앤트워프(Antwerp), 회계기술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제일가는 금융시장으로 발돋음한 제노바(Genova), 보급품 수송함 제조기술로 선박의 거대한 생산공장이자 매장이며 관리 보수장소로 탈바꿈했던 암스테르담(Amsterdam), 증기기관 발명으로 중원을 평정한 런던(London), 기계의 홍수 덕분에 발전한 보스턴(Boston), 전자 산업의 발달로 마천루를 만들 수 있었고 그 때문에 발전한 뉴욕(New York), 서비스 산업 발전으로 성장한 로스앤젤레스(Los Angels)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 거점을 어디일까?

 

저자는 이동의 증가와 환경 문제가 미래를 변화시키는 데 매우 중대한 요소라고 주장하며, 미래에 물결에 대해서 설명한다.

 

■ 저자가 주장하는 첫 번째 미래의 물결은 하이퍼 제국의 등장이다.

 

① 하이퍼 제국은 우선 공공 서비스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와 정부조직, 국가의 구분을 차례로 파괴할 것이다. 시장은 본질적으로 국가 운영을 거부한다. 현재 대부분 공공기관에 의해 제공되는 교육과 의료, 국가주권을 행사하는 것과 관련된 공공 서비스는 더 이상 공공영역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② 국가 역할이 약해짐에 따라 감시용상품의 비중이 커진다. 감시 상품이 국가 기능을 대체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보험회사의 힘은 세진다. 보험회사는 직원은 물론 고객, 협력업체, 경쟁업체에 대해서 보험금 납입을 요구할 뿐 아니라 위험확률을 줄이기 위해 규범과 기준을 강요한다. 흡연자, 음주애호가, 비만, 고용 불가능한, 공격성향이 강한 자, 신중하지 못한 자, 주의력이 부족한자 등에 대해 불이익을 주려 할 것이다. 기업들도 보험회사의 규범을 준수해야만 한다.

 

그로 인해 하이퍼 감시가 출현한다. 신기술의 발달로 상품의 전 유통과정, 각 개인의 이동경로 등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프라이버시는 점점 지키기 어려워진다. 이미 핸드폰은 사용자의 위치를 드러내고 있다. 생물학적 인식기술의 발달로 감시가 쉬워지고, 분석기계들이 개인의 건강상태를 리얼타임으로 인식할 것이다. 개인의 건강, 능력에 관련한 데이터는 사설데이터뱅크가 관리하고 리얼타임으로 수정 보완할 것이다. 구치소는 점차 사라지고 대신 가택연금 상태에서 원격으로 감시될 것이다. 원격감시를 이어 자기 자신이 규범에 맞게 사는지를 확인하는 자가 감시의 시대가 될 것이다.

 

자신이 소비하는 에너지, 물, 천연자원의 양을 측정하고 감시할 것이다. 저축 정도와 자산 증식을 감시하는 기계도 등장할 것이다. 평균수명도 계속 알려줄 것이다. 피부 속에 칩을 넣어 심장박동,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이나 정보 분야에서도 지식의 기준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자가 감시도구가 만들어질 것이다.

 

③국가는 해체될 것이다. 본질적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한 지역에 국한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법칙을 서서히 무시하게 된다. 부자들은 애국심보다는 투자대비 수익성을 판단에 언제든 보따리를 싸서 이동할 것이다. 기업은 그 성향이 더 클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법인세를 낮추고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 힘을 쓰며, 기업을 끌어오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오아시스 정도로 전락할 것이다. 한 국가에 죽치고 사는 사람들은 모험을 원하지 않거나, 너무 어리거나 늙어 이동이 불편한 사람, 다른 곳이 살기 싫어 이곳에 온 사람만이 살게 될 것이다. 처음에 국가는 임금이 싼 나라로 공공 서비스 부문을 이전하고, 다음에는 민영화하는 방식을 사용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금은 싸질 것이고 저소득층은 보호받기 어렵게 된다.

 

④기업들도 바뀔 것이다. 이들은 정착기반에 연연하지 않는다. 마치 연극을 위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인 것처럼 개인들이 임시로 모인 형태도 등장한다. 정해진 일을 위해 모인 것뿐이다. 그 일이 끝나면 모두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다. 늘 수익성, 데드라인, 결과물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산 보유자, 금융 및 기업전략가, 소프트웨어 제조자, 디자이너, 법률가, 금융가, 작가, 예술가, 유목민적 상품기획자들은 스스로 고용주이며 피고용인이다. 이들은 이 극단에서 저 극단으로 옮겨 다니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때로는 몇 가지 직업을 동시에 갖고 있다. 자기 삶을 주식투자 하듯 운영한다. 이들에게 학습은 필수 조건이다. 호기심, 대중 마음 읽기 등도 필요하다. 노동, 소비, 창조 사이에 거리가 없다.

 

⑤하이퍼제국의 최대 희생자는 하위 유목민들이다. 2006년 현재 25억 명 정도가 하루 2 달려 이하로 생활하는데 이들이 최하위 유목민이다. 국가의 힘이 약해지면 이들에게 더 이상 보조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 하위 유목민은 점점 더 물 부족, 사막화, 지구 온난화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 미래의 두 번째 물결은 하이퍼 분쟁이다.

 

국가의 힘이 약해지면 폭력을 통제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그렇게 되면 국지적 분쟁, 갈등이 폭증하고, 정체성을 찾으려 하고, 이해가 엇갈릴 때 이를 조정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분쟁이 극도로 증가하는 것이다.

 

①우선 지역적 야심의 등장이다. 2035년이 되면 중국과 이슬람 세계는 상업적 성장에 힘입어 중산층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의회민주주의를 정착시킬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이질적인 민족과 종교, 민중들 사이에 같이 살기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표면화될 것이다. 부유한 지역은 가난한 지역까지 먹여 살리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것이다. 플랑드르(Flandre) 지역은 왈롱과의 분리를 추진할 것이다. 이태리 북부는 남부와 분리를, 카탈로니아(Catalonia) 지역은 스페인 다른 지역과 분리를, 스코틀랜드는 독립을 추진할 것이다. 쿠르드족은 이라크 다른 종족과 구분되길 원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21세기 막을 내리기도 전에 100개가 넘는 신흥국가가 탄생할 것이다.

 

②해적의 등장도 변수다. 국가의 힘이 약해지면, 사회생활과 개인 사생활에서 폭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그 틈을 타 해적이 등장해 세력을 넓힐 것이다. 이들은 법이 통하지 않는 무법지대에서 힘을 쓴다. 인근 지역과 항구, 송유관, 도로, 천연자원을 통제할 것이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일부 지역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지나치게 급속도로 팽창한 도시들 역시 해적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 나이지리아, 콩고, 콜롬비아의 몇몇 대도시가 이미 그렇다. 국가를 위협하기도 한다. 판사, 경찰, 지도자들을 협박하기도 한다. 콜롬비아, 소말리아, 브라질, 파키스탄 등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정치 집단 혹은 종교 집단들도 필요한 군사력을 구비하고 비슷한 행태를 할 것이다. 알 카에다가 그렇다. 이러한 위협에 대비해 각 국가는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군인과 경찰을 점점 더 많이 필요로 한다.

 

③해적과 상대되는 개념으로 용병이 있다. 과거 군인 출신을 고용하는 용병기업이 늘어난다.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부류의 회사들이 백 여 개나 성업 중이다. 이들은 정부, 기업, 심지어 국제기구에 인적자원과 무기를 공급한다. 앞으로는 유엔조치 이런 파견 용병들에게 치안을 맡기게 될 것이다.

 

④석유와 물 같은 희소자원으로 인한 분쟁도 증가할 것이다. 식수부족도 전쟁의 불씨가 된다. 지난 50년간 식수 분쟁은 37회 있었다. 영토 중 호수를 국경으로 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145개국이다. 국경지대에 위치한 호수 263개 중 3분의 1은 두 나라 이상에 걸쳐 있다. 다섯 나라 이상을 거치고 있는 호수도 19개나 된다.

 

■ 미래의 세 번째 물결은 하이퍼 민주주의이다.

 

하이퍼제국, 하이퍼 분쟁이 지구를 위협한다면 이를 구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할 것이 바로 하이퍼 민주주의이다. 선한 사람들이 유토피아를 꿈꾸며 행동하기 시작할 것인데 그것이 하이퍼 민주주의이고 이를 이루는 사람들이 트랜스휴먼과 이들이 만드는 관계위주의 기업이다.

 

트랜스휴먼(Trans-human)이란 이타적이고 미래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자신 뿐 아니라 동시대인들의 운명과 그 후손들의 운명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남을 돕고 이해하며 자손들에게 보다 나은 세계를 물려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고 다만 빌려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정착민의 덕목인 민첩함, 친절, 장기적 안목과 유목민의 덕목 끈기, 기억력, 직관력을 갖고 있다.

 

멜리나 게이츠, 테레사 수녀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트랜스휴먼이다. 트랜스휴먼들에 의해 타인과 경쟁을 종용하는 시장경제와 병행해, 서로 가진 재능을 무료로 교환하거나 대중을 위한 공공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이타적인 경제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것이 관계의 경제이다. 관계의 경제는 희소성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지식은 나누어 주어도 자신이 가진 지식은 줄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오락, 의료, 교육, 인맥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생산, 교환할 수 있을 것이다.

 

적십자, 국경없는 의사회, 케어, 그린피스, 세계야생동물협회(WWF)를 비롯해 저개발국가를 돕는 수많은 시민단체가 대표적인 관계위주 조직이다. 한 단체는 리마의 빈민가 빌라 엘 살바도르(El salvador)에서 90%의 어린이와 성인들에게 학교 교육을 제공했다. 이미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미 이들의 비중은 전체 총생산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에이즈재단, 국제형법재판소, 세계환경재단이 그렇다. 앞으로는 도시경영, 교육, 의료, 빈곤퇴치, 환경경영, 여성보호, 공정거래 등에 있어 새로운 형태의 관계 위주 기업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이것 외에도 미국의 몰락과 일레븐이라 불리는 11대 강국이 세계를 지배하는데 한국도 거기에 속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사랑이 사라지기 때문에 일부일처도 사라진다는 과격한 예측도 있다. 사실 이 책에서 새로운 사실은 없다.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던 것, 확실하지는 않지만 막연히 느끼고 있던 것을 총정리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미래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데는 유용함으로 일독을 권한다.
 

         book / 저 자  자크 아탈리 / 발행일  2007 / 가 격  ₩ 17,000 /  387P
         북 리뷰 /  한근태 소장(한스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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