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칭키스칸 *-

paxlee 2006. 6. 12. 23:05

 

                        밀레니엄 맨 칭기스칸

 

칭기스칸의 제국 정복사에는 삼국지만큼 많은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 삼국지에는 유비, 조조, 손권 뿐 아니라 동탁, 여포, 조자룡, 관우, 장비, 하우돈 같은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지만 칭기스칸의 정복사에는 대부분 칭기스칸 이야기만 남아 있다. 그렇게 거대한 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주인공이 필요할텐데 숫자가 삼국지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혹시 칭기스칸 만을 너무 우상화한 것일까?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과는 예상과는 정반대다.

 

삼국지는 소수의 영웅이 대륙을 움직이는 영웅사관을 가지고 있다. 만약 조자룡의 군대가 승리를 했다면 그것은 모두 조자룡의 용맹과 뛰어난 무술 실력 때문이다. 조자룡의 부하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칭기스칸의 정복사에는 최전선의 말단병사 모두가 전사이고 영웅이었다. 너무 많은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기 때문에 칭기스칸이라는 상징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밀레니엄맨 칭기스칸을 읽기 전 이 책이 CEO가 읽는 전략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 읽은 후에 CEO보다는 오히려 사원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상위하달식 리더십이 아니라 밑에서 위로 올라오는 리더십에 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성공에 이르는 몇가지 비법 혹은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말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성공보다는 구성원 모두의 성공 법칙에 대해 얘기한다.

 

구성원 모두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경제학은 고용비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일 것인가를 고민하고 많은 경영자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말로는 인재가 자산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인재는 가장 큰 비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칭기스칸의 철학은 다르다. 그는 "더 많이 베풀라. 그러면 더 큰 파이가 돌아올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가 성공한 것은 이런 '새로운 성공모델'을 생각했고 이를 실천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칭기스칸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명쾌하고 통쾌하게 새로운 리더십 모형을 제시한다. 칭기스칸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유된 비전'이다. 비전은 리더가 혼자 가지고 꿈꾸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다. 리더 혼자 가지고 있는 꿈은 망상에 불과하다. 리더 혼자가 가지고 있는 비전은 별 쓸모가 없으며 효과 또한 없다. 그러나 모두가 꿈꾸는 비전은 바로 현실이다. 칭기스칸이 이를 증명했다.

 

칭기스칸의 꿈은 최전선에서 말을 달리는 말단 병사 한명의 꿈과 같았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웠을까? 칭기스칸을 위해 그랬을까? 아니면 원대한 제국의 꿈을 위해서 달렸을까? 부모와 임금을 위해 목숨을 내던졌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칭기스칸의 전사들은 칭기스칸을 위해 달리지 않았다. 전사들은 오로지 자신의 개인적 이익과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렸을 뿐이다. 다만 개인적 비전과 칭기스칸의 비전이 동일했을 뿐이다.

 

칭기스칸과 그의 전사들은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손자는 승리하는 조직의 특성 중 하나를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으로 표현한다. 즉, 위와 아래가 같은 욕구를 가진 조직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손자의 얘기와 칭기스칸이 주장하는 "한 사람의 꿈은 단지 꿈에 그치지만 만인의 꿈은 바로 현실이다"라는 얘기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개인의 비전과 조직의 비전을 일치시키는 일을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되었을 때 나오는 파워는 대단한 것이다. 칭기스칸이 이를 증명했다.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회사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프로젝트가 떨어졌는데 엉뚱하게 내부에서 문제가 생겨 일이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갈 길은 먼데, 서로 화합하지 않고 반목하는 경우도 있고, 파업이나 노사분규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물론 불만은 회사가 사원들에게 정성을 다하지 못해 생겨난 것이고, 조직 내부 모순 때문에 쌓여온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힘을 합쳐도 쉽지 않은 때에 내부 문제로 인해 제대로 힘 한번 못 써보고 큰일을 망치면 솔직히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이 든다.

 

"도대체 왜들 그러나, 이 일만 잘되면 모든 것이 좋아질 텐데.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이러는 것도 아닌데." 사원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야속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은 사원의 잘못이 아니라 비전을 심어주지 못한 리더의 잘못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칭기스칸 제국은 10만의 군대로 시작해 2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유라시아 전 지역을 정복했다. 그것은 알렉산더, 히틀러, 나폴레옹이 점령한 땅을 다 합한 것보다 더 넓다.

 

칭키스칸의 전사들은 대륙의 끝에서 끝까지 쉴 새 없이 달렸다. 그리고 매순간 목숨을 걸고 싸웠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그것은 칭기스칸의 전사들이 '열린 사고'를 통해 꿈을 공유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칭기스칸 군대는 상명하복, 폐쇄성과 경직성, 수동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연이나 혈연, 지역 차별 같은 정착 문명 특유의 칸막이 의식도 없었다. 누구든 노력하고 공헌한 만큼 대가가 지불되도록 했다. 그것은 노예, 포로, 천민, 이방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누구든 실력만 있으면 칸 제국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칭기스칸의 최측근 8명의 장군 중에, 젤매는 대장장이였고, 모칼리는 부락의 노예였으며, 제베는 칭기스칸의 얼굴에 화살을 쏜 포로였다. 그러나 칭기스칸 제국에서는 실력만 있다면 그런 핸디캡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철저한 실력 위주, 역량위주의 사회였다. 때문에 구성원들은 조직과 리더에 대해 신뢰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며 조직을 위해 열성을 다할 수 있었다.

 

칭기스칸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은 일한 자에게는 반드시 충분한 보상을 내렸다는 것이다. 칭기스칸은 정복전쟁에서 개인약탈을 철저히 금했다. 당시에는 전쟁에서 승리하면 피정복지에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여자와 가축 등을 약탈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다 보니 전쟁에서 싸우는 일보다 개인적인 약탈이 주를 이룰 때가 많았다. 칭기스칸의 개인 약탈금지는 오늘날로 말하면 회사 몰래 뒤에서 빼돌리는 개인적 이익을 철저하게 금한 것과 같다.

 

그렇게 되면 회사 이익보다는 당연히 개인 이익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만큼 회사는 물을 먹게 된다. 칭기스칸은 정확한 분배 시스템을 통해 훨씬 많은 포상을 주었다. "작은 물건을 훔치지 마라. 더 넓은 땅을 정복하면 그 땅의 모든 것이 다 너희들의 것이다." 그러니 구차한 짓 하지 말라는 것이다. 칭기스칸은 구성원들에게 "더 큰 파이를 얻게 되면 그것이 구성원들의 것이라는 것"과 "일한 만큼 보상을 얻는다"는 믿음을 보여 줌으로써 힘을 하나로 집중시킬 수 있었다.

 

세계지도를 펼쳐 칭기스칸이 20년간 정복한 땅을 보고 있으면 하나로 집중된 꿈의 힘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는 요즘 동기부여 측면에서 사용되는 스톡옵션제를 연상시킨다. 부락 노예였다가 장군자리에 오른 모칼리는 제국 통일 이후 황하 이북의 중국 땅을 다스리는 엄청난 스톡옵션을 받게 된다. 부락 노예가 황제가 된 것이다. 지금도 몽골에는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의 전통이 남아 있다고 한다.

 

나담축제의 말 경주에서 승리를 하면 기수와 함께 말 조련사에게도 똑같은 포상이 주어지는 것, 말에게도 비슷한 영광이 돌아가는 것 등이 그를 말해준다. 유목민들의 공정한 분배 시스템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칭기스칸은 자신의 부하를 영웅으로 대접했다. 반면 중국과 이슬람 등 거대한 정착 문명의 왕은 자신의 밑에 거대한 사람의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한명의 주인 아래에 노예가 있고 그 노예 밑에 또 다른 노예가 있는 그런 피라미드 말이다.

 

노예는 자발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 일을 하던지 안 하던지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은 같은데 누가 일을 열심히 하겠는가? 그저 일을 하는 척만 했을 것이다. 결국엔 모두가 무기력한 노예가 되는 거대한 관료국가가 된 것이다. 여기에 무슨 상상력, 창조성, 열정이 남아있겠는가? 칭기스칸의 부하가 열정이 넘치는 일당백의 전사라면 만리장성 안에는 나른한 노예들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무슨 싸움이 되겠는가?

 

우리가 속한 조직은 어떤가? 거드름을 피우며 직원들을 노예 취급하고 있지는 않는가? 직원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당신의 직원을 일당백의 전사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나른하고 지친 노예로 만들 것인가에 조직의 운명이 좌우된다. 칭기스칸은 노예조차 주인으로 만들어 자신의 전사로 사용했다. 그들에게도 똑같은 꿈과 보상을 줌으로서 그렇게 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전사를 노예로 만든다.

 

열심히 일해서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면 인간은 결코 목숨 걸고 싸우지 않는다. 칭기스칸은 책임감, 사명감, 임금에 대한 충성 따위를 요구하지 않았다. 칭기스칸이 제국을 일으킬 때 그에게는 굶주리고 헐벗은 병사 밖에 없었고 그 자신 또한 칼 한 자루와 말 한 필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부하들에게 줄 것이 없었다. 대신 칭기스칸은 꿈을 팔았다. 칭기스칸은 미래를 팔았다. 해가 뜨는 곳에서 해가 지는 곳까지 모두 칸의 땅이라고 말함으로서 그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칸의 땅은 바로 자신들의 것임을 전사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다해 대륙을 달렸던 것이다. 칭기스칸은 자신의 부하들과 미래를 놓고 거래한 것이다. 전쟁과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비전을 내세운다.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직원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회사, 신바람 나게 일을 할 수 있는 회사…' 하지만 그런 비전을 자기의 비전으로 알고 실천하는 회사는 별로 없다. 그만큼 비전을 공유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꾸로 비전을 공유할 때 나오는 파워는 대단하다는 것을 얘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할 첫번째 일은 바로 비전을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실제 이 비전이 작동될 수 있게끔 각종 시스템을 비전에 맞게끔 한방향으로 정렬해야 한다. 칭기스칸은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만들었다. 특히 인사제도가 그러하다. 말로만 인재제일, 실력제일을 외친 것이 아니라 실제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했다.

 

노예도 장군이 되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도 없앴다. 어찌 생각하면 비전 공유만큼 힘들고 어려운 것이 실제 이를 제도적으로 적용해 직원들이 그렇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칭기스칸의 위대함은 그의 열린 마음에 있다.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고, 부하직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그의 열린 마음이 위대한 제국을 건설한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소중하고 위대한 것은 가장 평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닭게 한다.

 

리 뷰 : 한근태 소장(한스컨설팅) // 저 자 : 김종래 / 2005 / 288P / ₩ 1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