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디지털 컨버전스 전략 *-

paxlee 2006. 5. 6. 21:46

 

                     -*  디지털 컨버전스 전략 *-

 

 

 * 21세기 최고의 화두, 디지털 컨버전스

 

21세기 사회현상을 특징짓는 키워드 중 하나는 기술간, 제품간, 산업간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는 이른바 ‘컨버전스’ 현상일 것이다. '컨버전스(Convergence)'의 사전적 정의는 상이한 아이디어와, 그룹들, 사회들이 서로의 차이점을 서서히 줄여가며 서로 유사하게 바뀌는 과정을 의미한다. 컨버전스를 흔히 융합, 통합, 동질화, 무경계 등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여럿이 녹아서 하나로 합쳐진다’는 의미의 융합이 적당한 용어일 듯하다. 일반인들에게는 하나의 제품으로 특정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혹은 전혀 별개의 제품에서만 구현이 가능했던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는 고스톱판에서 말하는 ‘일타이피’의 기능을 갖춘 복합제품으로 인식될 것이다.

 

우리에게 이제 너무나 익숙한 카메라폰, 캠코더 기능을 갖춘 디지털 카메라 등이 바로 그런 예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품들이 언제부터 우리 일상 속에 거리낌 없이 들어오게 되었을까? 불과 2~3년 전의 일이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전 세계 소비자는 이들 제품에 열광하고 있고 전 세계 하이테크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각양각색의 컨버전스형 제품을 물밀듯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바로 ‘0’과 ‘1’로 상징되는 디지털이다. 21세기 컨버전스를 이끄는 핵심은 바로 디지털 기술에 의해 제품/서비스의 통합과 해체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자유로워지는 ‘디지털 컨버전스’에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디지털 기술 기반의 여러 제품이나 서비스가 융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탄생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음성·데이터·영상과 같은 '정보의 융합'이나 방송·통신·인터넷과 '네트워크의 융합', 컴퓨터·통신·정보가전과 같은 '기기의 융합' 등과 같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제 디지털 컨버전스는 이 시대 최고의 화두 중 하나다. 올 1월 5일에서 8일까지 미국에서 개최된 소비재가전전시회(CES)에서의 최대 화두 역시 디지털 컨버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유수의 IT, 정보통신, 그리고 전자업체들이 자사의 미래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대세인 디지털 컨버전스 물결에 동참, 자사만의 혁신제품과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세계 110개국 2500여개 가전·정보통신 업체가 참가한 ‘2006 CES’는 전시회뿐 아니라 100회 이상의 각종 세미나와 회의가 열려 새로운 제품과 기술 경향을 선보였으며, 15만명 이상의 바이어와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을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올해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와 미국가전협회(CEA)의 게리 샤피로 회장, 소니의 하워드 스트링거, 인텔의 폴 오텔리니, 야후의 공동설립자 테리 세멜,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등 전자·IT업계를 대표하는 거물들이 대거 참가해 사업전략과 기술제휴 등을 발표했다. 주요 특징으로는 업체간 경쟁뿐 아니라 각 기술 진영간, 연대 세력간의 경쟁이 본격화 되었다는 것이다. 차세대 DVD 표준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소니의 블루레이 진영과 도시바의 HD DVD 진영은 별도의 블루레이 전시관과 HD DVD 전시관을 각각 마련해 놓고 홍보전을 벌였다.

 

애플의 아이팟 나노와 아이튠스에 대항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MS와 서비스업체 등과 공동으로 소비자들이 손쉽게 음악 등을 다운받을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모토롤라는 코닥, 구글, 야후와 각각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서로 강점을 가진 사업 부문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제품 시장 창출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각 제품군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은 수성 전략을, 2∼3위권 업체들은 1위 탈환 전략을 각각 발표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특히 올해는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독일 월드컵 등 전자제품 판매를 촉진할 대규모 행사가 예정돼 있어 어느 해보다 각 업체들의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 모든 것을 통합하고 해치하는 힘

 

디지털융합연구원 11명의 전문가들이 저술한 ‘디지털 컨버전스 전략’은 바로 이러한 시점에 디지털 컨버전스에 대한 이해와 사례, 그리고 함축적 논의를 담고 있는 책이다. 디지털 컨버전스가 업계에서는 무수히 많이 논의가 되어왔지만 이를 총체적으로 소개하는 서적은 드문 상황에서 본서는 출간은 의미가 있다. 본서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이해, 디지털 컨버전스 개발 및 추진 사례, 그리고 컨버전스를 통한 가치창조와 성장 전략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디지털 컨버전스가 무엇인지, 이를 이끄는 기술혁신의 내용과 전개방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결과 경제생태계의 체제혁신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2부에서는 단말기기 컨버전스, 네트워크 컨버전스, 미디어 컨버전스, 그리고 응용서비스 컨버전스의 네 가지 컨버전스 유향에 대해 구체적인 국내외 사례를 다룬다. 이들 사례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국내외 사례들로서, 추진배경과 동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울러 이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경영목표와 추진전략 등을 살펴봄으로써, 컨버전스를 둘러싼 전략적 이슈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제3부는 제2부의 사례 내용, 그리고 각 사례에서 제기된 전략적 이슈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를 전제로, 이들 이유를 다룰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이들은 아직까지 이론적 접근이 미천한 컨버전스 분야에 대해 핵심역량과 컨버전스 성공전략, 컨버전스 실행전략, 가치창조와 비즈니스 모델 등에 관한 새로운 이론체계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왜 세계 첨단기업들이 여기에 자사의 모든 역량과 미래성장을 걸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방송과 정보통신 산업은 디지털 컨버전스에 따른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으로 그 열기가 뜨겁다. 예를 들어 TV와 초고속 인터넷이 결합한 IPTV시장이 방통융합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특히 통신업계는 기존 음성통화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비디오 서비스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IPTV서비스의 수백개 채널에 필요한 영상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통신과 방송업계의 제휴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통신업체인 AT&T는 합병 후 첫 기자회견에서 비디오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하고 IPTV서비스에 들어갔다. 버라이즌, 벨사우스도 전화고객들에게 IPTV서비스를 권하며 TV시장을 넘보고 있다.

 

MS는 IPTV에 필수적인 SW플랫폼을 보급해 전 세계 TV시장을 상대로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표준 O/S’를 꿈꾸고 있다. 구글과 야후도 비디오시장을 노리고 영상 검색서비스를 제공할 제휴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비디오 골드러시’에는 시스코 같은 통신장비업체들도 몰려들고 있다. 시스코는 최근 미국 2위 셋탑박스업체 사이언티픽애틀랜타의 인수로 네트워크장비에서 셋톱박스까지 IPTV서비스에 필요한 토털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모바일 TV는 지난해 카메라폰에 이어 세계 이통시장을 주도할 대표선수로 나서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이통사들은 휴대폰 기반의 TV서비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간주하고 모바일 TV에 맞는 3G네트워크와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와 싱귤러, 스프린트 넥스텔 등 이통업체들은 주요 방송사와 손잡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TV콘텐츠를 발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와 위성 디지털방송의 보급도 모바일 TV시장 활성화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휴대폰용 지상파 디지털방송 ‘원세그’의 상용서비스를 앞두고 방통융합이 급물상을 타고 있다. 일본 최대 이통업체 NTT도코모는 후지TV와 콘텐츠 제휴를 했고 2위 업체 KDDI는 퀄컴과 손잡고 휴대폰 TV벤처를 설립했다. 애플은 지난해 디지털 음반시장에서 아이팟 열풍을 모바일 TV시장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비디오 아이팟을 비롯한 신형 모바일 AV제품을 연초부터 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물간 미디어로 간주되던 TV로 대표되는 영상서비스가 첨단 디지털기술과 연계되면서 세계 IT산업의 태양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를 이끄는 힘

 

21세기 디지털 컨버전스를 주도하고 있는 힘은 무엇보다도 기술요인이다. 기술요인은 상용화와 무관하게 학계나 연구계의 발명과 기술혁신에 의해 발생한다. 기업의 R&D 투자가 기숭개발의 원동력임을 감안하면, 디지털 컨버전스를 주도하는 힘은 기술혁신의 힘을 빌려 미래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의 이윤동기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현상의 발생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시장, 제품, 기술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기융합과 서비스 융합은 시장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하 매개체로서 제품/서비스의 변화 모습을 말하며, 칩 융합은 바로 이를 가능케 하는 동인(enabler)으로서의 기술의 변화 모습을 의미한다. 시장니즈는 융합제품/융합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근원적 욕구를 의미한다.

 

소비자의 욕구 변화과정과 기술의 발전과정은 제품/서비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며, 그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시장, 제품/서비스, 그리고 기술의 진화경로가 결정된다. 결국 제품/서비스는 기술을 사용해서 구현한 가시적 실체이며, 소비자는 가시화된 제품/서비스가 자신의 욕구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을 사용해서 구현한 제품/서비스라고 해서, 모두 소비자의 컨버전스 욕구에 부합되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기능 조합으로 구현된 제품/서비스 중 소비자로부터 높은 효용을 얻은 일부 제품/서비스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결국 디지털 컨버전스는 적자생존에 원리에 따라 시장에서 번성할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 가는 비즈니스 생태계의 변화과정 중 하나이며, 기술 및 제품영역에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디지털 컨버전스는 돌연변이나 신품종 개발을 목표로 부단히 시도되는 이종교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기술경제 생태계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하나의 전환과정일 뿐, 방향 없이 진행되는 우연한 변화 현상도, 그렇다고 정해진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필연적 변화도 아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기술 환경적 여건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새로운 변화의 모색과정이다.

 

 *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전략과 경쟁우위

 

인터넷 붐이 발생한 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 만남인 B2C(Business To Customer)로 인해 중간 유통업체가 그 사이 농간(?)을 부리던 구조를 깰 수 있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월마트, 까루프, 테스코, 그리고 이마트라는 대형 유통업체가 사라졌는가? 오히려 이들은 더욱 거대해진 모습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디지털 컨버전스의 향후 전망도 같은 맥락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컨버전스 전략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 기업이 경쟁우위를 자동적으로 갖는 것은 아니다. 전략의 존재와 경쟁우위의 존재는 별도로 생각해야 한다.

 

본서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컨버전스의 개념과 범위는 기술 차원의 융합을 넘어 보다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의 변화와 이에 따른 업계판도 변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까지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11명에 달하는 저자들의 목소리를 담다보니 중복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저자들이 서문에 밝히고 있듯 디지털 컨버전스를 주제로 한 추후 연구결과가 연이어서 나온다면 학계나 산업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물결이 몰고 올 파장은 기술간 융합이 아닌 비즈니스, 산업계, 나아가 국가경제 전반의 틀을 바꾸고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데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저 자 : 디지털융합연구원 11명 공저 /476P /₩ 25,000 ]
[리 뷰 : 문지원 수석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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