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퍼온글

-* 금(金) 왜 이렇게 오르나 *-

paxlee 2008. 1. 31. 20:29

                금(金) 왜 이렇게 오르나

 

 * 인도 결혼예물이 국제 금값 견인… 세계 금 수요의 20%

 * 남아공 등 공급은 줄어… 달러 하락·원자재값 상승도 한몫

 

국제 금값이 작년 하반기(6~12월)부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8월 말 1온스당 660달러 선이던 국제 금값은 1월 중순 900달러를 돌파했다. 4개월 반 만에 36%가 오른 것이다. 최근엔 상승세가 잠시 꺾여 1월 22일 현재 857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금의 무게를 따지는 1온스는 약 31g이다. 국내에서 주로 통용되는 돈쭝(3.75g)으로 따지면 1온스는 약 8.3돈쭝이다. 1온스당 857달러라는 건 환율을 고려하면 1g당 2만6265원으로 3.75g당 9만8493원이다. 1월 22일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가 고시한 국내 순금 도매가격은 3.75g당 10만9670원. 국제 금값과 국내 도매 가격의 차는 관세, 도매업체 마진, 가공 비용 등에서 발생한다.

 

금 거래의 국제 무대는 런던이다. 런던금시장협회(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LBMA)에서 결정된 가격이 국제 금 시세로 통용되고 있다. 런던금시장협회의 회원은 국제적인 금융회사와 금거래회사, 정련회사 등이다. 작년 12월엔 하루 평균 201억달러어치의 금이 거래됐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광산에서 금을 채취하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국제 금값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최근 금값 급등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000~2007년 국제 금값은 온스당 270달러에서 850달러로 치솟았지만 같은 기간 금 생산량은 6.7% 줄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귀금속 전문 조사기관인 GFMS에 따르면 작년 세계의 금 생산량은 1% 이상 감소했다. 전통적인 금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호주 등지의 생산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에 따른 채굴비용 상승, 안전규제 강화, 폐광의 증가 등이 그 원인이다. GFMS에 따르면 작년 3분기(6~9월) 평균 채굴 비용은 1온스당 400달러에 달했다. 전년 대비 24%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세계 최대의 금 생산국이었던 남아프라카공화국의 퇴조가 눈에 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년 금 채굴량은 272t으로 전년에 비해 12% 이상 줄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70년 한 해 1000t의 금을 생산하면서 세계 금 생산량의 79%를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금 채굴량이 4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작년엔 1905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276t)에 이어 세계 2위 생산국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약진하고 있다. 금광 개발도 활발하다. 중국은 작년 9월 간쑤(甘肅)성에서 매장량 308t에 이르는 초대형 금광을 발견하기도 했다. 공급은 줄고 있지만 수요는 치솟고 있다. 인도·중국 등의 경제 성장으로 이 두 나라의 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세계 금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인도의 영향이 크다. GFMS는 전세계적으로 작년 보석용 금 수요가 인도의 영향으로 전년에 비해 5%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인도에선 금 목걸이·금팔찌 등을 결혼 예물로 가져가는 게 전통인데 이로 인한 금 수요만 연간 50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인도의 결혼 시즌만 되면 국제 금값이 요동을 친다.

 

작년에도 인도 결혼 시즌인 9월을 전후로 해서 세계 금값이 급등세를 보였다. 인도의 모든 가정에 쌓여 있는 금만 합쳐도 1만5000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세계에 현존하는 금(약 16만t)의 9%에 해당하는 양이다. 달러화의 가치 하락도 국제 금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금의 수요와 공급이 변하지 않아도 금값은 오르게 된다.

 

달러화의 가치 하락으로 달러의 대체 수단인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해서 금값을 올리는 것이다. 달러화의 가치는 작년 한 해 유로화 대비 11.3% 떨어졌다. 달러화의 가치에 대비해서 통화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엔 국제 금값이 올라도 큰 영향이 없는 경우가 있다. 2006년의 경우 국제 금값은 한 해 23.2% 올랐으나 국내 금 소매 가격은 9.8%밖에 오르지 않았다.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8.8%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엔 연초 이후 1월 22일까지 원·달러 환율이 1.9% 오르는 등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로 표시된 금값이 급등하는 충격이 확대됐다. 한편 작년부터 불어온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선택한 금리 하락도 달러화 약세를 부르면서 금값 상승을 초래한다.

 

금리를 낮추면 미국 자금이 해외로 나가면서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져 달러 가치 하락을 초래한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금값을 한 방향으로 몰고 가지는 않는다. 작년 7~8월 위기 때는 미국의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 본국으로 옮기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이때 잠시 금값이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금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 대신에 실물 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도 금값 상승의 원인이다.

 

국제 금값은 작년 한 해 31% 올랐다. 오히려 금값보다 더 많이 오른 원자재도 있다. 원유 가격은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작년 한 해 57.2% 올랐고 밀(76.6%), 콩(75.4%) 등의 상승률도 높았다. 금은 원유나 곡물과 달리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녹여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낮다.

 

향후 금값 전망에 대해서는 최근 단기간에 급등해서 꼭지점에 도달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반적으론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급 상황 악화, 달러화 약세,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3대 악재가 단기간에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런던금시장협회의 올해 금값 전망 조사에서 24명의 응답자 중 14명이 1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응답자의 올해 금값 예상치는 평균 862달러로 나타났다. GFMS는 지난 1월 17일 올해 상반기 온스당 평균 840달러를 기록하고 하반기에는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올해 안에 온스당 1000달러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weekly chosun 1991호에서>